본문 바로가기

문화다방/On the stage

2018년 유니버설발레단 공연 <돈키호테>


7년만에 돈키호테 관람. 내 인생 첫 발레공연이었던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 주역이었던 강예나, 엄재용, 황혜민씨는 떠났지만 이제는 강미선, 이현준, 이동탁씨가 새로운 유니버설의 별이 되었다. 참 많은 시간이 지났구나. 

1층 로비에 척추를 곧게 세운 채 쪽머리를 하고 있던 발레걸스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많아 궁금했는데, 3막에서 바질과 키트리의 독무를 보면서 생각났다. 그랬다. 돈키호테는 발레소년소녀들의 콩쿨 최애작품 중 하나였지.

돈키호케는 코르 드 발레도 참 신나게 출 수 있는 작품이다. 1막 스페인 광장과 3막 바질과 키트리의 결혼 피로연장에서 빨강, 노랑, 주황, 분홍, 보라 등 원색의 옷을 펄럭이며 스페인 민속무를 추는데, 탬버린과 부채의 추임새까지 더해지니 흥겹고 또 화려하다. 특히나 투우사들의 춤은 지난 춘향 공연에서 시험보던 선비들의 군무씬과 겹쳐보였다. 남자의 춤은 확실히 굵구나.

7년이나 지났는데 그때 생각이 여전히 나는게 신기하기도 했다. 바질의 푸에테를 보면서 빌리 생각을 했었지. 천 위에서 높이 점프하던 산초 걱정도 했었지. 클래식 발레와 어떻게 동작이 다른지 알려주던 문훈숙 단장님의 손 끝 자세에 감탄도 했었는데. 


2막 집시의 야영장에서 바질과 키트리가 짧게 2인무를 하는데, 확실히 이현준 발레리노는 감정연기가 좋다. 어떻게 저 짧은 시간 키트리를 향한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걸까. 개인적으로 저런 어둔 조명 아래서의 파드 되는 이현준씨가 최고인 듯. 

3막 바질과 키트리의 결혼식에서의 그랑 파드되는 무척이나 체력소모가 심하다. 키트리의 32회 푸에테도 그렇고, 바질은 쉬지않고 크고 높은 점프를 선보인다. 아, 리프트도 있구나. 그 와중에 현준씨는 큰 웃음을 지어보인다. 파트너를 향한 그의 미소는 언제나 사랑에 빠진 남자 그 자체라 볼 때마다 참 행복하다.


이젠 못보던 장면들도 보인다. 3막에서 키트리와 바질이 함께 짠하며 축배를 드는데 술 한잔 마시고 캬, 하며 고개를 살짝 흔드는 현준씨 모습에 빵 터졌다. 다른 발레리나에게 슬쩍 다가가니 바로 바질을 구석으로 모는 키트리의 견제도 귀여웠다. 다른 여자의 얼굴이 예쁘다는 판토마임에서 보여주던 키트리의 질투 역시 그랬고. 키트리가 아니면 죽겠다며 자살한 척하다 살짝 몸을 일으켜 키트리 볼에 뽀뽀하던 바질의 잔망스러움도 빼놓을 수 없겠다. 내 남자의 비지니스를 쿨하게 이해하는 현준씨의 와이프님께 박수를. 둥이맘이신데 순산하시길 ^^

7년 전에는 2막 돈키호테의 환상씬에서 분홍 조명 아래 춤추던 발레리나들에게 겨우 감탄하던 나였는데, 이제는 좀 더 넓게, 또 다른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선우는 코르 드 발레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낮 공연에 뛰었나보다. 선우 보기 어렵구나. 선우는 다음 11월 정기공연에 보는 걸로.

바질의 독무를 보니 준형이 콩쿨도 생각나고 옛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여름밤이다. (2018년 7월 21일의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