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팬들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있을 수 있을까. 지쿠가 돌아왔다!

지난해 7월 포항에서 임대선수 신분으로 온 지쿠는 이후 17경기 9골 4도움을 기록하며 후반기 강원의 상승을 견인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활약이었다. 사실 지쿠는 인터밀란(이탈리아) 디나모 부쿠레슈티(루마니아) CSKA소피아(불가리아) 등 유럽 명문클럽에서 활약한 루마니아 대표 출신의 특급 골잡이다. 포항에서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였으나 포항의 팀컬러에 온전히 녹지 못했다. 전반기에 15경기 6골을 기록했지만 지쿠의 커리어와 영입비용을 생각한다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기록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 축구선수들과 다르게 지쿠는 선수답지 않게 포동포동한 이미지였고 실제로 팬들 사이에서는 포동스키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했다. 또 경기 중에 활동량이 많은 선수도 아닌지라 박지성 같은 미친 활동량에 눈높이가 맞춰진 팬들에게는 잘하는 선수가 맞나? 라는 의문을 줄 때도 많았다.

지난해 7월 김학범 감독이 취임 후 여름이적시장을 맞아 선수보강에 나섰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원한 선수가 있었다. 그가 바로 지쿠였다. 김학범 감독은 지쿠가 이미 유럽에 적을 두고 있던 당시부터 눈여겨봤다고 한다. CSKA소피아에서 뛰던 시절, 현지에서 지쿠의 플레이를 봤는데 김 감독은 무시무시한 괴물 같은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김학범 감독의 말씀을 그대로 옮겨 적자면 “혼자서 다 해먹었지. 그런데 아무도 막지 못했어. 경기를 쥐락펴락 혼자 다했다니까.”

지쿠에게는 타고난 축구센스가 있었다. 시야가 넓었고 경기를 내다보는 수준 또한 깊었다. 동료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한 킬패스가 뛰어났고 위치선정과 이를 골로 연결시키는 결정력 또한 탁월했다.

7월 29일 홈에서 열린 광주와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강원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지쿠.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수비수 여러 명이 에워싸도 침착하게 볼을 살려내 동료에게 패스하는 모습은 탄성을 자아냈다. 그 짧은 수십 초에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우리는 지쿠가 가진 남다른 클래스를 느낄 수 있었다.

8월 26일 전남전에서 보여줬던 날카로운 프리킥 골, 10월 7일 대전원정경기에서 터진 해트트릭과 이어 열린 10월 21일 대구전에서 해트트릭만큼 대단했던 2골 1도움 기록 등 지쿠가 보여줬던 뛰어난 플레이는 여전히 우리 머릿속에 강렬하게 박혀있다. 늘 “우리팀이 살아남는다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을 거야!”라고 말했던 지쿠는 정말로 팀을 살려놓고, 후반기 강원FC 극장축구의 주인공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시즌 종료와 함께 홀연히 떠났다. 임대선수 지쿠와의 강렬했던 6개월이었다.

그랬던 지쿠가 다시 강원FC 유니폼을 입게 됐다. 강원FC로 완전이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물어보니 그 대답이 참으로 뭉클하다. “강원FC가 1부리그 잔류를 확정 지은 지난해 43R 성남전에서 김학범 감독님이 내게 주장 완장을 줬다. 감독님은 늘 나를 믿는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는데, 완장을 받으면서 나를 향한 감독님의 믿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날의 경기를 잊지 못한다.”

 


김학범 감독은 지쿠에게 “나는 네가 가진 능력을 믿는다. 네 플레이를 존중할테니 어디 한번 맘껏 뽐내보라”며 언제나 칭찬했고 격려했고 박수를 보냈다. 지쿠는 그런 스승의 믿음에 보답하는 경기력을 언제나 보여줬고 골이 터질 때마다 김학범 감독 앞으로 달려가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곤 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의 박지성과 히딩크 감독 못지않은 포옹 세레모니였다. 어찌나 애틋하던지 전생에 부부가 아니었을까, 하는 몹쓸 생각을 할 때도 많았다.

어쨌거나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강원FC와 김학범 감독과 지쿠는 모두 궁합이 맞았다는 점이다. 이적 확정 후 지쿠는 “강원FC는 내가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의 각오를 되새길 수 있게 도와줬다. 강원FC에 있는 동안 정말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었다. 다시 돌아왔으니 나를 도와줬던 고마운 팀 강원FC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뛰고 싶다. 올 시즌에는 강원FC가 기필코 스플릿 A그룹에 들어갈 수 있도록 내가 가진 역량을 모두 쏟아 붓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다시 돌아온 지쿠는 동료 선수들을 위한 인사말도 잊지 않았다.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지난 시즌 주장 김은중과 올 시즌 뉴캡틴으로 뽑힌 전재호, 그리고 새로 만나게 될 선수들에게 반갑다는 인사를 먼저 전한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2013년이 우리 축구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즌이 될 수 있도록 멋진 경기를 함께 만들어보자.”

지쿠의 마지막 멘트처럼 2013년이 선수와 팀과 팬 모두에게 찬란한 시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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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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