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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함께해요 K-리그

용병들도 아는 한국의 형동생문화

외국인 선수들이 K리그에서 뛰는 동안 배우는 것들은 참 많은데요,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형-동생’ 문화입니다.

지난해 강원FC에 있었던 일본인 미드필더 마사의 고민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왜 나보다 어린 선수들은 내게 형이라고 하지 않고 마사라고 이름을 부를까?”

친하게 지내던 다른 선수에게 은근슬쩍 기분 나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대요. 물론 한국어로. ^^


아시겠지만 마사의 부인은 한국인이었고 그 때문인지 강원FC에 입단했을 때에도 한국어를 굉장히 잘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어눌하다며 팬들이나 기자들이 있는데에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답니다.

일본 사람들이 한국어를 말하는 걸 잘 보면 약간 경상도 사투리 같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보니 좋게 보면 귀여워보이고 나쁘게 보면 좀 바보 같아 보이죠. 마사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특히 기자들 앞에서는 절대 한국어로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카메라가 있으면 더욱 더. 기록은 영원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한국어를 잘한다는 건, 그만큼 한국문화를 잘 알고 있다는 걸 의미하죠. 그래서 마사는 누구보다도 한국의 형-동생 문화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여 선수들이 마사, 마사, 하고 이름을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자신보다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는 마사형으로 불리고 싶어했죠.

그래도 다행인 건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강원FC 선수들은 떠나는 날까지 마사형이라고 불러줬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혼네(속마음)을 드러냈다면 맘 상할 일도 없었을텐데 말이에요. 선수들이 일부러 마사형이라고 부르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외국에서는 엄마 아빠도 이름을 부른다고 들어서 보통 선수들은 외국 선수들의 이름을 그대로 부르거든요.

재밌는 건 강원FC의 또다른 외국인 선수, 크로아티아 수비수 라피치의 경우입니다. 선수들은 라피치의 이름을 부르거든요. 그래도 라피치는 언제나 예스,입니다. 그런데 이게 왜 재밌냐고요?

참으로 신기한 건 정작 라피치 본인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을 형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입니다. 83년생인 라피치는 80년생 정경호와 76년생 이을용을 형이라고 부릅니다. 경호 형, 을용이 형이라고요. 발음은 형이 아니라 횽에 가깝지만요.

라피치가 기특한 건 나이가 많은 사람을 우대하는 경로 문화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는 점입니다. 그냥 선수들이 형형, 하니까 따라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깍듯하게 모시고 따르거든요. 그러면서 정작 자신은 친구처럼 대해도 늘 오케이입니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구단 여직원들에게도 누나, 누나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 라피치도 귀엽게 느껴지더라고요. “헤이, 누나~~~~”하면서 반갑게 인사하는 라피치의 모습이란. ^^

형-동생 문화를 제대로 아는 선수는 또 한명 있습니다. 바로 라돈치치죠. 인천을 거쳐 성남에서 공격수로서 전성기를 꽃피우고 있는 라돈치치. 이제는 한국어를 어찌나 잘하는지 문자도 한국어로 보낼 정도입니다.

성남 구단 프론트로 계시다가 이직한 지인이 있는데, 그분이 이태원에서 라돈치치와 갑작스레 만나기로 약속을 잡게 되었답니다. 그때 라돈치치가 그분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이 문자 보고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존댓말까지 쓰면서 빨리 오라고 독촉하던 라돈의 문자라니. ^^

한국어로 웬만한 이야기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데, 그래서 어린 선수들이 라돈치치라고 이름을 부르면 와서 말한다고 합니다. “라돈형이라고 불러!”

그런 라돈치치의 생각을 존중하여 신태용 감독도 선수들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름을 부르지 말고 형이라고 부르며 존칭해달라고 말이에요.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법을 따르라고 말하죠.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입니다. 여기서 법을 다른다는 것은 단순히 성문화된 규칙을 말하는 것만은 아닐 거에요. 문화도 그 중에 하나겠지요.

그 나라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화적 상대성을 생각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할 수 조차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마음을 열어 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저는 외국인 선수들이 형-동생 문화를 이해하고 따르는 모습에서 한국을 이해하고 한국에서 좋은 선수로 뛰고 싶다는 마음과 의지를 느낍니다. 그래서 형, 형, 하며 웃으며 서툰 한국어를 사용하며 친근하게 다가가는 외국인 선수들이 더 예뻐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