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들을 자주 만나다보면 그들의 고민의 늘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군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알다시피 축구선수들은 보통 30대 초반에 은퇴를 하게 됩니다. 물론 몸관리를 잘한 선수들의 경우 -강원의 이을용, 경남의 김병지, 포항의 김기동 등이 대표적이겠지요-30대 중반을 넘어 40을 바라보는 나이에게도 현역에서 선수생활을 하지만 실제 K-리그 대다수 선수들의 이야기는 아니죠. 최근에는 오히려 선수단 평균 연령이 점점 젊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 말은 곧 30살을 넘은 ‘준노장’ 선수들의 은퇴가 많아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프로선수들은 꽤 많은 돈을 손에 쥡니다. 그래도 그들은 늘 불안합니다. 축구단은 그들에게 평생직장이 아니니까요. 또 군대를 가야하기 때문에 2년이나 돈을 벌지 못하니까요. 그들에게 2년은 꽤 큰 시간입니다. 대학 졸업 후 24살에 프로에 왔다고 봤을 때, 만약 32살에 은퇴를 한다고 한다면, 그는 프로에서 8년을 뛴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러나 여기서 군대에서 보내는 2년의 시간을 빼야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6년 동안 프로선수 생활을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되지요. 만약 결혼을 일찍 한 선수라면 아내와 아이를 두고 군대를 가게 됩니다. 그 동안 가계수입은 ‘0’이고 그전에 저금해놓은 돈을 야금야금 까먹으면서 아내와 아이는 축구선수인 남편을 기다리겠죠.

여기까지는 보통의 K-리그 선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어린시절부터 나이대별 대표팀을 두루 역임하며 국가대표까지 입성한 엘리트 선수들의 경우에는 군대와 관련해 조금 다른 고민을 합니다. 군대 문제 때문에 자유롭게 해외진출을 하기가 힘들다는 게 그들의 고민인 거죠. K-리그와 국가대표를 오가며 얻은 명성으로 해외팀에서 오퍼가 들어오는데, 만약 그의 나이가 27세라면 축구선수로서는 딱 좋은 전성기의 나이대지만 이 나이는 이제 슬슬 군대 문제를 생각해야할 나이입니다. 28세에는 적어도 상무나 경찰청에서 군 생활을 해야 하는데, 해외 유명 클럽에서 딱 1년만 데리고 있을 선수를 위해 그 많은 이적료와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기는 힘듭니다. 차라리 다른 나라로 눈을 돌려 비슷한 레벨이지만 군대 문제에서 자유로운 선수를 영입하겠죠.

그래서 많은 축구선수들을 말합니다. 분단국가의 특성상 병역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국방의 의무는 국민이 지켜야할 기본 의무 중 하나다. 우리는 군대에 가기 싫은 게 아니다. 우리의 꿈을 해외에서도 펼칠 수 있도록 적어도 축구선수로 활동할 기간만은 군대문제에서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28세까지 미룰 수 있는 현 제도에서 35세 후 혹은 은퇴 후에 군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좋겠다. 등등의 이야기들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게 되면서 그들의 병역문제가 요즘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나이지리아전 종료 후 락커룸을 찾은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저는 이 뉴스를 처음 봤을 때 ‘왜 지금?’ 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는 겁니다. 회사에서 중대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그동안 야근에 지친 직원들에게 “고생 많았지? 오늘은 내가 쏜다!” 혹은 “직원들에게 각자 포상을 내리겠다”고 말하는 사장님 같아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군대문제와 관련해 축구선수들의 고민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바로 너무나 즉흥적인 협회의 태도 때문입니다.

정부에서는 2007년 병역볍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병역특례 대상자를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제한했습니다. 기존의 월드컵 16강 진출 시 병역면제라는 조항을 없앤 거죠.

그런데 그때 협회는 당시 아주 조용하게 넘어갔습니다. 월드컵 16강의 경우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했을 때만큼의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의 효과가 있으니 선수들에게도 병역혜택을 줘야한다는 문제제기 조차 없었습니다. 월드컵에 진출했을 때 나라가 얻을 수 있는 이익과 16강 진출 시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보고서라도 준비해 월드컵에 나서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군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그래서 지금의 박지성처럼 유럽리그를 휘젓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을 다져줄 수 있도록, 최소한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했던 거 아닐까요?

당시 많은 언론에서 월드컵 16강 진출에도 선수들은 군대를 가야한다는 등의 뉴스가 나왔지만 협회가 이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병역혜택이라는 당근이 16강에 진출했으니 이제 할 일은 다했다며 다소 느슨해질 선수들을 채찍할 가능성은 큽니다. 8강을 넘어 4강진출까지 다시 한 번 노려볼 생각에 병역혜택 이야기를 했던 것일까요?

이런 즉흥적인 모습은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병역법 개정을 위해 이전부터 노력을 했더라면, 그래서 삭제된 조항이 다시 들어가거나 16강 진출 시 병역면제라는 조항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갑론을박은 나오지도 않았겠죠.

이미 다른 종목 선수들이 월드컵 16강 진출 시 병역면제 같은 자신들의 종목에서 유치하는 국제대회도 추가적으로 특례 조항을 넣어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정부는 2007년 병역특례 범위를 종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로 한정지은 바 있습니다.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의례적으로 병역면제를 받았을 때 이제는 다른 종목 선수들이 이번 대표팀의 예를 들며 병역면제를 요구할지 모릅니다. 만약 다음 WBC 대회에서 야구대표팀이 4강안에 들어갔다면 축구대표팀의 예를 들며 병역면제를 요청할 지도 모르죠. 이미 축구대표팀에 허한 ‘예’가 있기 때문에 월드컵과 WBC대회는 규모나 수준면에서 비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4강에 진출했다고 해도 병역혜택을 줄 수 없다고 과연 국방부에서 말할 수 있을까요? 그들로서는 선례가 있기 때문에 바로 ‘노’라고 말할 수 없겠죠. 그래서 이번에 그러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WBC 준우승 시에도 병역혜택을 주지 않았다며 선례를 남기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 역시 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받아 더 넓은 무대에서 자유롭게 뛰며 꿈을 키워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분위기에 따라 즉흥적으로 움직이고 말하고 행동하려는 협회의 모습을 보니 참 안타깝고 슬픕니다. 병역혜택을 줘야한다, 말아야한다고 서로들 싸우기 전에 문제의 본질과 발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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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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