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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신나는 스포츠 세상

운동선수와 여자의 상관관계에 관한 단상

최근 나이트클럽에서 여성의 뺨을 때린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유도국가대표 왕기춘 선수가 자신의 팬카페에 “앞으로 매트에 서는 모습을 보지 못할 것”이라며 은퇴를 시사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왕기춘 선수는 얼마 전 열린 2009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73kg에서 우승,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의 설움을 극복하며 세계선수권 2연패라는 금자탑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때 아닌 은퇴 선언은 모두에게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었는데요, 아마도 폭행시비가 생긴 장소와 폭행 대상이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욱 커졌기 때문에 이러한 발언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선수입장에서 올 한해 가장 큰 국제대회는 세계선수권이었고 그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운동에만 집중했던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었겠죠. 그간 못 보던 친구들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장소가 하필 나이트클럽이었고 피해여성은 자신의 친구를 데리고 나가려는 모습에 놀라 따라갔다가 시비가 붙고 뺨을 맞았다고 하니 사건은 일파만파 파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거나 뺨을 조금 세게 만진 수준이었다고 하여도 폭행은 폭행이고, 더구나 여성에게 가했다는 점에서 더욱 용서받기 힘들 듯합니다.

최근 들어 운동선수들의 스캔들이 자주 터지는 듯합니다. 한데 연예들보다 선수들의 스캔들이 대중에게 충격 내지는 놀라움으로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까닭은 모름지기 운동선수라면 술, 담배, 이성은 멀리해야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스캔들이라는 게 술집이나 나이트클럽에서 자주 발생하다보니 스캔들은 선수들의 또 다른 일탈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때문에 대중의 반향동안 클 수밖에 없는 거죠.

얼마 전에는 이천수 선수가 술집에서 여성에게 폭행을 가했다며 고소를 당하기도 하였는데요, 운동선수와 여자는 정말 따로 놓기 힘든 문제인 것 같습니다. 불과 국내에만 국한되나요. 박지성 선수가 몸담고 있는, 그래서 우리에게는 국민클럽처럼 여겨지고 있는 맨체스터Utd. 역시 세계적인 클래스의 선수들이 자주 여자문제로 시끌시끌했었죠.

2007년에는 맨체스터Utd. 선수들이 주최한 크리스마스 파티(해마다 맨체스터Utd. 선수들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크게 열기로 유명하죠. 이적 초반에는 박지성 선수에게도 파티에 초대받아 간적이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었죠. )에서 조니 에반스가 26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었죠.


여성 문제로 가장 많이 언론에 오르내린 사람은 아무래도 C. 호날두가 아닐련지요. 여자친구가 자주 바뀌는 건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2년 전 매춘부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나니, 안데르손 등 라틴계 선수들과 함께 파티를 벌인 일은 솔직히 쉽게 넘어가기는 힘든 사건이었죠.

현장에서 선수들을 접하다보면 이런 저런 고민들을 듣게 됩니다. 젊은 날 폭발적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보여줘서 인정을 받아야하는데, 그 시기가 남들보다 길었으면 한다는 것. 그것이 대다수 운동선수들의 목표입니다. 국가대표가 꿈인 선수들도 많지만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꿈보다는 프로에서 선수생활을 오래하고 싶다는 게 꿈인 선수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은퇴 후에는 선수시절 벌었던 연봉만큼의 소득이 보장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들은 더 오래 뛰길 바라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운동에 해가 되는 술, 담배, 여자를 멀리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선수들은 언제나 정해진 스케쥴 안에서 움직이며 경기를 앞두고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 싸워가며 운동을 합니다. 그러니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이 받겠나요. 특히나 경기 결과에 따라 스트레스의 강도는 극명하게 갈립니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이 단명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오는 것이겠지요.

시합이 끝나고 외박이나 휴가가 주어지면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들에 손을 대며 스트레스를 풀게 되는데요, 대표적인 게 바로 술과 여자입니다. 그런데 사실 전 휴가 때 술 마시고 여자 만나는 선수들에게 차마 돌은 던지지 못하겠습니다. 정말 군인처럼 일년에 쉴 수 있는 날이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인데, 그 시간에도 몸에 좋은 것만 먹고 일찍 자야한다면... 친구들과 술 마시며 회포를 푸는 것만으로도 직장 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걸 아는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가 없다는 말은 못하겠더군요.

그러나, 역시나 조절은 필요하겠지요. 고참 선수들은 여자를 만나는 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오버’를 하는 바람에 몸이 축나기 때문이라고 다들 입을 모아 말합니다. 남녀사이를 가까워지게 만드는 게 술이고, 여자를 만나면 꼭 술이 함께 있게 되고, 그러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어 몸이 축난다는 얘기입니다.

요즘 세상은 잘나가는 운동선수들이 살기엔 너무 많은 유혹들로 가득 차 있죠. 리그가 발전함에 따라 선수들의 연봉은 일반 회사원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기만 하고, 명예와 인기를 동시에 얻습니다. 거기에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까지 갖고 있는 터라 모델 못지 않은 옷발을 자랑합니다. 그런 남자들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않을 여자들은 없겠죠.

하여 제 주변 선수들만 봐도 무수히 많은 여자들에게서 연락이 쏟아지더군요. 심지어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에게도 No.2가 되도 좋으니 만나자, 바람이나 피자며 육탄공세를 안가리기도 하고요. 운동 선수들에 한해서 나이트나 가라오케 가격을 깎아주기도 하고요. 거기에 지갑은 늘 두둑하니 유흥에 빠지기 쉬울 수도 있겠죠.

뭐 그래도 전 선수들이 휴가 때 여자랑 데이트도 하고 술도 마시는 부분에 대해 이해하는 편입니다. 반복되는 훈련과 시합, 그리고 경기 결과에 따른 희비 속에서 늘 초조하게 살고 있는 그들에게 휴가에도 성직자 같은 삶을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과유불급은 좋지 않는 법이므로 스스로 정한 ‘룰’에 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제가 이해하는 선은 보통 여자를 만나도 카페 데이트를 하거나 술이 고파도 맥주 몇잔에 국한되는 것이겠지요. 하여 닥치는 대로 여자 만나고 미친듯이 술 퍼마시는 선수는 이해못하겠습니다.

K-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인 김기동 선수나 U-20대표팀 서정원 코치 같은 경우는 지금도 탄산음료를 입에 대지 않습니다. 술자리에서 녹차를 마시고요, 인스턴트 식품 또한 멀리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김기동 선수는 현역 최고령 득점 기록을 갖고 있고, 그의 매 경기가 곧 기록 갱신의 순간이니 살아있는 레전드라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정원 코치 역시 바른생활 덕분에 30대 후반에도 오스트리아리그에서 최우수 선수로 뽑히며 전성기 못지 않은 활약을 이어나갔던 것이고요. 확실히 유혹을 이겨가며, 극기의 고통을 이겼을 때 확실히 하늘은 원하는 것을 내려주시는 것 같습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선 하나를 잃는다는 것은 결국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희생이 있어야함을 뜻합니다. 하고 싶은 걸 다하면서 원하는 걸 이루긴 힘들죠. 그렇기 때문에 아마추어 선수들일지라도 마음과 행동만큼은 프로처럼, 그리고 프로선수들은 프로라는 이름에 걸맞게 노력해야하는 것이겠지요.

그럴 때 대중은 비로소 존경의 박수를 보내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