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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Footballers

선수도 이해 못한 프로축구 FA의 현실


청소년대표팀을 시작으로 국가대표팀까지, 각급 대표팀에 빠짐없이 승선하던 그 시절, 서동원의 별명은 ‘프린스’였다. 외모와 실력을 동시에 겸비한 그에게 참으로 잘 어울리는 별칭이었다. 문일고 재학 당시에는 U-19대표팀의 얼굴로 활약했고 연세대 졸업반이던 1998년에는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깜짝 발탁되며 화제를 모았다. 1997년 12월 K리그 드래프트에선 203명 중 1순위로 대전시티즌에 뽑혔을 뿐 아니라 데뷔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며 착실히 팀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몇 계단 아래로 내려와 다시 올라가는 날도 많았다”던 그의 말대로 분명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다.


하기야 지난 11년간 갈아입은 유니폼만 벌써 7벌이 아니던가. 그래도 다행힌 건, 그 산전수전의 시간 속에서도 그는 결코 무너지지 않았고 결국엔 부산에서 다시 한 번 제2의 전성기를 꽃피웠다는 사실에 있었다. 덕분에 2009년, 서동원은 누구보다도 당당한 모습으로 35번째 새해를 맞이했다.

다시 시작하다
“작년 여름 제가 부산으로 이적한 이후로 팀이 달라졌다고 많이들 말씀하세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아요. 쉽게 만족하다보면 그 위치에 도태되거나 안주하기 쉬운데, 그러면서 실패를 맛본 경험이 몇 번 있거든요. 그래도 굳이 만족스러웠던 점을 꼽는다면, 성남에서 1년 넘게 자리를 못 잡고 있다 보니 ‘이제는 내가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어요. 그 때문에 부산으로 팀을 옮긴 이후 첫 경기를 앞두고 긴장을 많이 했죠. 물론 황선홍 감독님께선 편하게 하라고 주문하셨지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지울 순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당시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선수들을 다독이며 뛰다보니 저도 모르게 힘이 붙었고 자신감도 생기더군요. 그런 부분에선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할 수 있겠죠.”

편한 인터뷰를 위해 근황을 물었는데 잘 지내고 있다는 답과 함께, 부산에서 보낸 6개월의 시간에 대해 ‘알아서’ 평가까지 내려줬다. 역시나, 그라운드 밖에서도 ‘베테랑’인 서동원이었다.

“조용히 은퇴하는 선수가 되고 싶진 않았어요. 성남에 있던 당시 김학범 감독님께선 항시 경기에 나설 준비를 하라고 하셨지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어요. 그래도 꾸준히 운동하며 몸을 만들고 있었는데, 어느 날 황선홍 감독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통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죠. 황 감독님께서 제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신기하게도 순간 감독님과 마음 맞춰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덕분에 고민 없이 부산까지 내려올 수 있었죠.”

그렇게 그의 7번째 이적이 결정됐고 여기저기서“또?”라는 말도 나왔다.

“작년 12월에 저와 아넬카를 비교한 기사가 스포츠 신문에 실렸더라고요. 팀을 자주 옮겨 다닌 ‘저니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면서요. 누군가는 그 기사를 읽으며 돈 때문에 많이 옮긴 거 아니냐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지금껏 구단이 원하지도 않은데 이만큼 연봉 달라고 우기면서 운동한 적은 없었습니다. 팀을 많이 옮긴 건 사실이지만 그 중엔 제 뜻과는 상관없이 양 구단의 합의하에 옮긴 적도 있었으니까요. 물론 한 팀에서 오래 뿌리 내린 선수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해요. 팀의 레전드로 남는다는 건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꿈이니까요. 본의 아니게 돌아다니다 보니, 지금도 그 부분이 많은 아쉬움으로 남더라고요. 올해 완벽하게 FA가 됐지만, 이제는 부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제도에 대한 아쉬움
서문에 밝혔듯 어느새 해가 바뀌어 서동원도 35세에 접어들었다. 그것은 곧 앞선 그의 말처럼 완벽하게 FA가 됐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FA를 얻기 위해선 기간이 필요하잖아요. 또 나이도 필요하고요. 무슨 이야기냐고요? 사실 힘들게 FA자격을 얻어도 프로축구연맹 규정에 따르면 34세가 넘어야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게 되요. 결국 FA라 해도 국내 이적시에는 이적료가 발생하니 FA로서의 메리트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관하겠죠. 팀을 옮길 때 이적료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상당히 크니까요. 저 같은 경우엔 올해 드디어 이적료 없는 FA가 됐어요. 그렇지만 그 사실이 크게 와 닿지는 않아요. 이제는 슬슬 선수가 아닌 다른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나이인데, 어느 선수가 지금 이 나이에 이적을 생각하겠습니까.”

프로축구연맹 규약·규정집(2007년 개정판) 제30조 (이적료) 1항은 “FA자격 취득 선수가 타 구단으로 이적할 경우, 양 구단 합의에 의해 양수 구단은 원소속(양도) 구단에 이적료를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이적료는 연맹이 정한 기준에 맞춰 정해지는데, 산출 공식은 ‘[(現연봉+원소속 구단이 제시한 차기 연봉+이적 구단이 제시한 연봉)÷3]×연령별 계수=’이다. 여기서 연령별 계수는 8(만19세~21세) 6(만22세~24세) 4(만25세~27세) 3(만28세~30세) 2(만31세~33세) 0(만34세 이상)으로 나눠지는데, 나이가 많아질수록 줄어들게 된다.

결국엔 그 숫자가 0이 되기 위해선 35세까지 기다려야 한다. 다시 말해 35세가 돼야지만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2005년 이후 입단한 선수들은 계약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FA자격을 얻을 시 바로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지만 아직은, 2005년 이전 입단자들이 거개를 차지하고 있는 K리그다.

“3년 전에 처음 FA자격을 얻었어요. 당연히 이적료 없이 팀을 옮길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알아보니 FA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구단으로 이적할 땐 연맹이 규정한 산출방법에 따라 이적료가 발생하더군요. 살펴보니 나이에 따라 곱하는 숫자(연령별 계수)가 달라졌는데, 어릴수록 많더라고요. 결국 이적료가 없어지려면 지금 제 나이가 돼야 한다는 말인데, 이 나이에 FA자격을 얻었다고 좋아할 선수는 아마 거의 없을 거에요.”

후배들을 위한 충고
“어린 선수들 중 열에 아홉은 FA 제도에 대해 자세히 모를 겁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처음 FA자격을 얻던 당시 제 나이가 32살이었어요. 당시 연맹에서 규정한 이적료 산출 기준에 맞춰 계산해봤더니 이적료가 10억 가까이 되더군요. 선수에게 주는 연봉을 합하지 않은 금액만 그 정도인데, 쉽게 주머니를 풀 구단은 거의 없었죠. 이 순간에도 ‘1년만 있으면 FA’라고 생각하며 그날만 기다리는 선수들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막상 FA가 되더라도 선수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오히려 머리만 아플 뿐이죠. 해결할 방법이요? 아무래도 힘들다고 봐야겠죠.”

서동원은, 아쉬운 마음이 곱절로 커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이 말만은 꼭 하고 싶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제가 프로에 갓 데뷔할 때만 해도 에이전트가 많지 않아 선수 본인이 직접 구단과 협상을 벌여야만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 선수 대신 에이전트가 대리인으로 들어가 계약을 체결하고 있죠. 그렇게 모든 걸 에이전트에게 맡기다 보니 정작 선수 본인은 계약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모를 때가 많아요. 또 ‘에이전트는 직업 특성상 관련 법률에 대해 상세히 알아야 하지만 선수는 그저 축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후배들이 많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어요.”
“다만 염려스러운 점은 그러다 보면 나중에 에이전트가 나 몰라라 손을 떼게 됐을 때, 에이전트의 잘못까지 고스란히 선수가 뒤집어 써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한다는 거에요. 그러니 규정이 복잡하다고, 계약서 읽기 머리 아프다는 이유로 단순히 넘어가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읽고 공부해도 잘 모르겠으면 주변 고참 선수들에게 물어보세요. 다들 아는 한도 내에서 잘 얘기해줄 테니까요.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니 꼭 잘 새겨듣고 참고하길 바랍니다.”


선수로서 풀기 어려운 이야기였을 법도 했다. 그런데도 서동원은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의 말을 맺었다. 선수와 기자 관계를 떠나 꽤나 감동일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마지막까지 프로다운 모습만 보여준 서동원에게 글로써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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