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스톤과 라이언고슬링이 이렇게나 춤추고 노래 잘하는 배우였다니! 스파이더맨의 그녀와 순애보 노아의 만남은 새로웠다.

샤갈의 그림을 보는듯한 색감. 물랑루즈스러운 카메라 워크, 그리고 깜짝 출연 존 레전드 덕분에 눈과 귀가 호강했던 시간.

영화 중간에 세바스찬과 미아가 LA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엠마스톤의 데이트룩은 정말 예뻤다. 홀터넥 드레스가 이렇게나 잘 어울리다니. 이번 영화를 위해 다이어트까지 했다는데. 역시 옷빨은 혹독한 다이어트 뒤에 나오는 법.



to do list 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과 탭과 왈츠를 추는 건데, 라라랜드에서도 이 장면이 나와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LA 야경을 바라보며 함께 탭을 추는 세바스찬과 미아. 밀당이 시작되는 장면이라서 두근두근했고, 첫 키스를 나누기 전에는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무려 소녀감성 벅차오르게 별과 구름이 강처럼 흐르는 하늘까지 날아주셨다.

지극히 현실적인 엔딩까지 난 그냥 좋았다는. 슈팅도 타이밍인 것처럼 사랑도 타이밍이다. 그 타이밍을 놓치면 로맨스보단 현실이다.

나이가 들면 꿈도 변한다며 울먹이는 미아의 대사가 눈에 밟힌다. 탭댄스를 다시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리고 라이언고슬링은 찌질한 순애보 역할이 딱인듯. 넌 영원한 노트북의 노아야.

 





핵소 고지. 2차 세계대전 중 가장 치열했던 오키나와 전투에서 무기 하나 없이 75명의 생명을 구한 데스몬드 도스의 실화를 그린 영화다.

앤드류 가필드는 내게 엠마스톤의 전 남친으로만 기억되는 배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핵소 고지에서는 순박한, 그러나 자신의 신념 앞에서만큼은 단단한 버지니아 시골 청년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수혈하고 나서 다음날 수혈이 잘못 된 것 같다고, 심장이 너무 뛴다며 간호사한테 고백하는 남자라니!

사상은 약간 돌아이나 영화 하나 만큼은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만드는 멜 깁슨은 이번 영화에서도 실감나게 전쟁씬을 구현한다. 사지가 잘려나가고, 머리가 날아가고, 파편으로 힘줄까지 보이는 다리를 붙잡고 울부짖는 병사들의 모습이 처절하게 화면에 잡힌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이후로 내게 제대로 임팩트 준 전쟁씬이었다. 덕분에 영화 보는 내내 심장이 아팠다.

Please, Lord, help me get one more.

영화 말미에 부상 당한 전우들을 구해내기 위한 도스의 눈물겨운 투혼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크리스천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종교영화일 수도 있다. 성경을 가슴에 지닌 채 병사를 구하며, 주님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합니까, 한 사람만 더 구하게 하소서, 라며 기도하는 도스의 모습을 보면 말이다.

 When you are convinced of something, that's no joke. That's what you are.

그러나 내게 이 영화는 믿음을 넘은 신념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 영화였다. 그 신념이 있기에 도스는 약혼녀의 눈물에도, 동료들의 집단구타에도, 일본군의 공격으로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도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지키며 전우 곁에 있었으니 말이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철학과 신념이다. 그래야지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나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


 ps.

-군대 다녀오신 분들에게는 더 큰 임팩트를 줄 것 같아서 한동안 군필자들에게 열심히 추천했었다.

-이 영화로 앤드류 가필드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더라는.

-앤드류 가필드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전 여친 엠마스톤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자 가장 먼저 일어나서 가장 열심히 또 가장 환하게 웃으면서 박수쳤다는. 이 남자에게 입구만 있을 뿐 출구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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