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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광양에서. 전국대학축구선수 대회 중 박주영의 모습>




 누군가 내게 물었다.


 "도대체 축구의 매력이 뭐야? 도대체 왜 축구를 좋아하는건데?"


 도대체, 
 왜...?


 나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치열함.

 그렇다. 난 그저 잔디 위의 그 치열함이 좋다.


얼마 전 조원희 선수를 만났는데 그가 그러더라. "어떻게 하면 대학에 갈 수 있는거죠?" 그의 질문에 내가 답했다. "어떻게 하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거죠?"


2004년 11월 쯤으로 기억하낟. 추계대학연맹전 취재 때문에 남해에 내려갔다. 그날 나비연습구장은 각 대학 축구선수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한 100여명 쯤 있었으려나. 남해의 햇볕을 받으며, 따뜻해서 참 좋다, 라고 생각하며 웃고 있을 때, 고대 축구부 골키퍼 후배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누나, 축구선수들 참 많지? 안 보이는 곳에서는 더 많은 선수들이 있을거야. 그 많은 선수들 속에서 우리는 살아남아야 해."


 예전에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누군가는 어떻게 공부가 가장 쉬웠냐며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 그 책 제목처럼 공부가 가장 쉬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선수가 모두에게 주목받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엄마 찾아 삼만리의 주인공, 마르코가 떠나는 그 험난 여정과도 비슷하다. 부모들은 없는 살림에 아들 뒷바라지를 해야한다. "축구화 사달라", "합숙비 내야한다", 말할 때마다 더 많이 해주지 못함에 당신들의 가슴은 찢어진다.


 지방을 돌아다니며 시합을 할 때마다 어머니들은 경기장 가까운 모텔을 전전하며 아들이 뛰는 경기를 보러간다. 승부차기 순간에 관중들은 '저 선수가 과연 넣을 수 있을까?'가 궁금할 뿐이지만, 경기를 보는 부모님들은 숨도 못 쉰 채 기도만 할 뿐이다. 그 순간 침이 마르다 못해 피까지 마르는 부모 마음을 아는지.


 선수들의 합숙소 생활은 또 어떤가. 선배가 야단칠 때 말대꾸란 존재할 수 없다. 토라도 다는 날이면 방 한 구석에 머리를 박은 채 몇 시간이고 있어야한다. 매일 해도 끝이 없는 청소와 빨래. 호텔 메이드라도 된 냥 선배의 잠자리까지 챙기고 이불까지 깔아줘야한다. 게다가 선배가 있는 방에서 마음 놓고 통화하기도 힘들다. 숙소 복도 끝에 숨어 사랑하는 그녀와 통화하는 순간의 씁쓸함이란.


 그렇다면 경기장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축구 인생을 마치는 날까지 따라다니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자신의 실수 하나 때문에 게임이라도 지는 날이면, 경기장을 나서 버스에 앉는 순간까지도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 눈물이 턱을 타고 땀과 함께 뚝뚝 떨어진다. 모든 영광은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으며, 그날을 위해 지금도 선수들은 땀 흘리고 있다.


 경기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서 있을 때면 그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가끔은 욕도 하고, 태클에 넘어져 구를 때도 있다. 공 하나를 향해 뛰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잊었던 내 꿈을 떠올려본다. 자주 포기하고 주저 앉곤하는 나에 비해, 그들은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심장이 터질듯한 고통 속에서도 그 공 하나만을 향해 뛴다. 꼭 비장한 각오가 있어야 뛸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저 작은 공이 그들이 품는 꿈. 그리고 키워내는 꿈.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치열함' 이라는 단어의 뜻을 다시 배운다. 그리고 다시 뛸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가끔 축구선수들을 인터뷰할 때, communication gap 때문에 혼자 상처받고 마음 상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들을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아니, 이해해야만한다. 그들 역시 현 시스템의 피해자가 아니던가.


 수업도 빠진 채 공을 차고 시합에 나가야하는 선수들. 이렇게 어린시절부터 그들은 축구만 하며, 축구하는 사람들만 만난다. 이런 그들에게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의 사회성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 그래서 내 아이는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내 아이를 축구선수로 키울거냐고? 그건 모르는 일이니, 앞으로 태어날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라고 해두자.


 그러니 꼭 열심히 공부하리라. 상업주의에 물든 월드컵을 위해서라도. 공인구를 만들기 위해 밥도 못 먹은 채, 어두운 공장에서 일하고 있을 제3세계의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우리나라 축구 꿈나무들을 위해서라도.


 축구를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은 분명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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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