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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강원FC 선수단 저녁식사 자리. 선수들은 훈련 후 허기를 채우려는 바쁘게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지만 골키퍼 유현은 일찌감치 수저를 놓은 채 식사 중인 선수들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휴가 기간 중 체중이 2kg 늘었거든요. 감독님께서 겨울 전지훈련이 시작되기 전까지 원래 몸무게를 만들라고 하셔서 식사량을 줄이고 있는 중이에요.”

배가 불러도 앞에 음식이 놓여 있으면 절로 젓가락이 가는 저에게, 고픈 배를 잡고서도 꿋꿋이 버티고 있던 유현 선수는 인간의 경지를 넘어 신의 영역에 도달한 ‘탈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수면욕’ 만큼이나 참기 힘든 게 ‘식탐’ 아니던가요.


하지만 유현 선수는, 적정체중을 만들기 위하여 참고 버티었고, 결국 2주일 만에 원래 몸무게로 복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매일 저녁 식사량을 평소보다 줄이는 고난이 있었지요.


대부분의 선수들에게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낼 수 있는 ‘적정체중’이 있습니다. 적정체중으로 몸을 만들었을 때 선수들은 힘든 운동 스케줄을 버틸 수 있고 한계 속에서도 휘슬이 울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겨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점(dead point)’을 오고 가는 극한 상황에서도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는 근원이 바로 이 ‘적정체중’입니다.

하지만 적정체중을 유지하기란 선수들에게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근육을 키워 몸무게를 늘리면 순발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고요, 순발력을 위해 몸무게를 너무 많이 감량하다보면 근력이나 근지구력이 떨어지는 일도 발생하기도 하고요.

보통 축구선수들의 몸은 미세한 근육들로 덮여 있습니다. 흔히 운동선수들은 람보처럼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할 것 같은데, 실제로 축구선수들의 몸은 많이 쓰는 허벅지 근육을 제외하곤 큰 근육보단 잘게 쪼개진 근육들이 더 많이 보입니다. 사실 세밀한 근육은 단기간에 만들기가 힘듭니다. 오랜 시간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서만 근육이 세밀하게 발달하다보니 대다수 축구 선수들의 근육은 작고 세밀하게 다져진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나, 어깨 뒷부분 승모근의 세밀함은 그간 선수로서 보낸 세월이 절로 느껴질 정도랍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죠. 축구 선수들의 몸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부상으로 운동을 쉬어야하는 경우나 리그가 끝난 후 연말에 주어지는 한 달가량의 휴가기간 동안 몸무게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처럼 5~6kg씩 증가하는 경우는 아니지만, 축구 선수들의 경우 2kg 정도만 찌더라도 체중증가가 크게 보입니다. 또 선수 스스로도 몸이 무거워졌다는 느낌을 받고요.

그럴 때면 훈련복귀와 동시에 감량에 들어가는데, 훈련량이 많을 때도 일단 몸무게를 줄어야한다면 평소 식사량보다 20~30% 덜 섭취하며 식이조절과 함께 감량정책에 들어갑니다. 몸은 여전히 더 많은 음식들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참는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죠. 그렇지만 선수들은 참습니다. 적정체중으로 돌아갔을 때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지난해 여름 휴식기를 앞두고 최순호 감독은 골 침묵 중인 김영후 선수를 불러 따로 미팅을 가졌습니다. 문전에서 더 집중력을 발휘하려면 90분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하겠고, 좀 더 몸놀림이 가벼웠으면 좋겠다, 를 주문했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3~4kg 정도 감량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조언도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김영후 선수는 단 3주 만에 감독님이 요구하신 체력 다지기와 체중 감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3kg도 빼기 힘들어 쩔쩔 매는 제게는 놀라운 뉴스였죠. 그래서 김영후 선수에게 그 비결을 조심히 물어봤습니다.

“저녁을 평소의 70~80% 정도 되는 양만큼만 먹었고요, 기름에 튀긴 음식들은 입에 대지 않았어요. 탄수화물보다는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했고요.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숙소 뒤쪽의 산을 뛰었어요. 전력을 다해 40분 정도 올라갔다 내려갔다는 반복하며 뛰어다녔죠.”

그렇게 100m를 뛸 때처럼 전력으로 달리며 산을 타다 보면 현기증이 나고 속이 울렁대곤 했는데, 그때도 그는 달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진짜로 구토를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토하고 나서 다시 또 뛰었다고 하니... 체력과 체중감량, 이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섭게 노력했던 김영후 선수야 말로 진정 ‘용자’가 아닌지요.

박종진 선수와 윤준하 선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박종진 선수 같은 경우 강원FC 입단했을 당시 다소 살이 붙어있던 상태였습니다. 일본에서 J리거로 생활했던 지난 몇 년 간 부상 때문에 훈련을 쉬어야만했던 날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감독님도 박종진 선수에게 몸무게를 정상으로 돌려놓으라고 주문하셨죠. 군것질도 끊고 체중감량에 들어간 박종진 선수는 저녁마다 운동장에 나가는 등 개인적으로 훈련량도 늘렸습니다. 지난 해 봄 저녁마다 절친 김주봉 선수와 함께 운동장으로 나가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 끝에 박종진 선수는 금세 부상을 입기 전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한 노력 덕분에 박종진 선수는 리그 개막 1달만인 4월 11일 전남전에서 교체로 투입되며 K-리그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그달 22일 대전과의 컵대회 경기에서는 1도움을 기록하며 첫 공격포인트를 올렸고 5월 5일 인천에서 열린 컵대회 원정 경기에서는 꿈에 그리던 데뷔골을 성공시켰죠.


윤준하 선수 역시 끊임없이 체중과 싸우고 있습니다. 조금만 웨이트트레이닝을 해도 쉽게 근육이 생기는데, 체중 역시 조금만 관리에 소홀하다 싶으면 쉽게 증가하기 때문이죠. 그 때문에 윤준하 선수는 “쉬는 날 뭐하면서 지냈냐”는 물음에 “집에서 쉬면서 먹고 놀았다”고 대답하면 “그러면 금방 살찐다”며 “운동도 하면서 관리하라”는 충고를 해주곤 하죠.

그러나 여전히 저는 운동은 ‘관람’으로만 그치며 자주 튀긴 음식들을 즐기며 ‘비지니스’라는 허울 아래 술도 마시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신인 하정헌 선수가 “술 마시면 금방 배 나와요”라며 따끔하게 지적하지만... 습관을 고치기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네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먹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더 많이 뛰며 늘 관리하는 축구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뭐든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타고난 게 아니라 노력 끝에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프로’라고 부르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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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