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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World Football

아시안게임 축구 동메달, 금보다 빛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이 이란과의 3-4위 전에서 극적으로 4-3으로 승리하며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이제 갓 스물을 넘겨 아직은 소년 때를 채 벗지 못한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데,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고 있던 저에게도 그들의 어떤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는지 느껴지더군요. 오랜만에, 축구를 보면서 울컥, 했습니다.

1-2로 뒤지며 시작한 후반 2분 침착하게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던 캡틴 구자철은 “금메달이 뭔지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했고 힘들었다. 왜 금메달에 연연했는지 모르겠다. 금메달은 우리를 심적으로 지치게 한 것 같다”고 말했더군요.



3일 전에 연장 혈투를 치렀기에 체력적으로는 열세였고 중동 징크스라는 악재까지 있었습니다. 쉽지 않은 경기였고 2분 뒤 이란에게 3번째 골을 허용하자 제 머릿속에는 패배, 라는 단어만 맴돌더군요.

편히 경기를 보고 있던 전 이 경기를 이미 포기했지만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포기하는 순간, 이미 경기는 끝난 것과 다름없었으니까요. 후반 32분 박주영이 2번째 골을 성공시켰고 후반 42분과 43분 지동원이 연속 헤딩골을 터뜨리며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두 골이 너무나 비슷하게 들어가 데자뷔를 보는 것 같기도 하였답니다. ^^)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그 감동 드라마의 주인공들이었고요. 아시안게임에서 이란을 상대로 40년만에 승리했다는 기록 따윈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박주영도 말했지요. “전반에 두 골이나 허용한 건 우리들 실수였다. 하지만 90분 동안 포기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라고요.

“동료들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고개 들고 당당히 경기장을 떠날 수 있도록 하자'고 얘기했다. 모두들 자신은 물론 주위 가족, 팬들에게 창피한 일은 하지 말자고, 포기하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그런 마음이 합쳐져 승리할 수 있었다.”

우리는 늘 다른 사람에게 말하죠. 포기하면 안된다고, 희망을 갖고 뛰어라고 말이죠. 하지만 타인에게 쉽게 조언할 수는 있겠지만 정작 어려움 앞에 놓인 당사자가 자신이라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할 수 있을까에서 안될 것 같아로, 그리고 이젠 끝이야, 포기해야겠어, 라고 마음을 고쳐먹기 일쑤죠.

11명의 선수들과 벤치에 앉아있던 남은 선수들까지,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포기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였고, 박주영의 말처럼 포기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기적은, 바로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죠.

이번 대회에서 북한전과 팔레스타인전, 2경기를 뛴 오재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다 눈물을 흘린 것은 축구를 시작한 뒤 처음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하나였고 마지막까지도 하나였다”라고요.

그렇게 그들은 행복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죠. “앞으로 두 번 다시 못할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축구 하면서 오늘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요”라던 구자철의 말도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았고 이해가 되었죠.

동메달을 목에 걸고 웃고 우는 선수들을 보며 그간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조금은 느껴졌어요. 홍명보 감독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였고 주장 구자철도 그랬죠. 도대체 금메달이 뭔지 하루 하루가 고통이었다고요.


“지난 한 달간 선수들이 다 같이 참고 인내했다.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외국에서 그렇게 지내기 쉽지 않았다. 너무 지치고 힘들었는데 금메달에 대한 욕심이 심적으로 지치게 한 요인인 것 같다”

박주영도 고백하더군요. “다른 종목 선수들이 들으면 기분나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처음에는 금메달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라고요.

그러나 중요한 건 정작 금메달이 아니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금메달이 축구를 시작한 이유가 아닐테고 단지 병역혜택을 받기 위해 아시안게임에 나간게 아니었으니까요.

“오늘 붉은 옷을 입고 와주신 교민들이 왜 오셨는지 생각해보았다. 단지 우리가 이기는 모습을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을 바라는 것일까 생각했는데, 후자일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덕에 얻은 동메달에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던 우리까지 웃게 만들었습니다.

축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행복한 경기를 했다는 말에는 저 역시 행복했고요. 이것이 바로 축구가 주는 즐거움일테니까, 하는 생각에 말이지요.

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선수들이 만들어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고 감동적이었던 2010아시안게임 3-4위전. 선수들은 말했지요. 이런 경험을 다시는 못할 것 같아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계속 느끼고 싶다고 말이에요.

제게도 그 행복을 조금이나마 전달해주어 감사합니다. 우리 어린 선수들, 건강한 모습을 귀국해 우리 앞에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마지막. 오재석 선수. 비록 많은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단지 경기에 나선 횟수만이 축구인생의 경험을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재석 선수 앞에는 더 많은 날들과 더 많은 경기들이 있을테니까 아시안게임은 끝났더라도 지금처럼 앞으로도 응원할게요. 돌아오면 그곳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 이야기들 들려주세요. 마음과 귀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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