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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Europe

영국에서의 일주일

2003년 여름,
친구와 함께 했던 런던 여행.
런던 아이를 타고
빅벤 앞에서 사진을 찍고
타워 브리지를 지나
런던 브리지까지
노래를 부르며 갔던 기억.

대영 박물관을 포기한 채
혼자 아스날 하이버리 구장에 가서
베르캄프 유니폼을 사고
뿌듯해 했던 기억.



참 많은 기억들이 런던에 묻어있다.


트라팔가 광장에서 나와 친구를 찾았던 친구의 남자친구는 또 어땠고.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해주던 검정 캡이 상당히 독특했던 런던 경찰들.
에어컨도 없고 창문도 열지 못해 나를 찜통더위로 몰고 갔던 2층 버스.
버킹엄 궁 앞 분수대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았던 연인들.
마지막 피날레에선 일어나서 신나게 춤추며 들었던 뮤지컬 맘마미아.


언제 또 이곳에 올 수 있을까, 했는데
돌고 돌아서 나는 또 런던에 있게 됐구나.



여전히 나는 혼자고 연약한 마음을 가진 탓에 상처도 많이 받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드린다.
병약한 나를 돌봐주시는 내 아버지, 하느님께.

사실 이젠 여기서 더 얼마나 버텨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감이 서지 않아
판단력 상실로 모든 것이 가물가물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도하며 버텨내야지.

잔인한 리얼리티만이 나를 반기고 있는 시간이지만
영국에서 웃었던 그때의 나처럼
그렇게 밝고 명랑하고 또 씩씩하게 이겨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