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정환

K리그와도 인연이 깊었던 앙드레 김 선생을 추억하며 K-리그 시상식이 열렸던 2007년 12월의 어느 날. 당시에는 베스트 11에 선정된 선수들을 언론에 미리 공개할 때였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발표하는 선수는 신인상 뿐이었죠. 그해 신인상 경쟁자는 수원의 하태균과 지금은 포항으로 간 대전의 김형일이었습니다. 결과는 다들 아시겠지만 수원의 하태균이 받게 됐고요 당시 하태균이 부상으로 일찍 리그를 마감했기 때문에 그해 시즌 거의 전경기를 선발로 출장했고 6강 플레이오프까지 뛰었던 김형일은 아쉬운 마음을 쉽게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남자였던 김형일은 씩 웃으면서 “내년 시상식 때는 꼭 앙드레김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나타날 게요”라고 말했습니다. 2004년부터 K-리그 시상식에서는 각 포지션 별 베스트 11 선수들이 앙드레김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입.. 더보기
벨라루스전을 통해 얻은 득과 실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패배에만 큰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난 25일 일본을 떠나 오스트리아로 도착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6일만에 경기를 치렀습니다. 보통 축구선수들의 경기를 치른 후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일입니다. 여기서 3일은 이동 없이 충분히 홈에서 휴식을 취했을 경우입니다. 특히나, 한일전이라는 ‘혈전’을 치르느라 체력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쇠진한 선수들이 긴 비행 뒤에 바로 경기를 치러야만했습니다. 7시간이나 벌어진 시차와 고지대를 동시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선수들의 공수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은, 압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다소 움직임이 무겁게 보였던 것도 그런 원인이 크게 작용하지 않.. 더보기
자살하고 싶다던 고종수, 은퇴 안타깝다 영원히 겁없는 아이, 앙팡테리블로만 남을 것 같던 고종수가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1998년 이동국, 안정환과 함께 K리그 르네상스를 열였던 그를, 우리는 이제 더이상 그라운드 위에서 보지 못한다. 2007년 여름 아버지 김호 감독과 함께 대전으로 둥지를 튼 그에게서 나는 부활의 날갯짓을 엿봤었다. 인터뷰를 이유로 가진 만남에서 고종수는, 이대로 선수생활이 끝날 것 같아 자살도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기는 싫었다, 며 다시 일어서겠다는 말을 계속해서 강조했었다. 허름한 대전시티즌 숙소에서 진행된 고종수와의 인터뷰는, 그래서 더 기억에 남고 그때문에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든다. 앙팡테리블과의 재회 오후훈련 시작 전 조심스레 다가가서 물었다. “저녁 식사 후에 인터뷰하면 된다고 들었어요. 괜찮.. 더보기
선수도 이해 못한 프로축구 FA의 현실 청소년대표팀을 시작으로 국가대표팀까지, 각급 대표팀에 빠짐없이 승선하던 그 시절, 서동원의 별명은 ‘프린스’였다. 외모와 실력을 동시에 겸비한 그에게 참으로 잘 어울리는 별칭이었다. 문일고 재학 당시에는 U-19대표팀의 얼굴로 활약했고 연세대 졸업반이던 1998년에는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깜짝 발탁되며 화제를 모았다. 1997년 12월 K리그 드래프트에선 203명 중 1순위로 대전시티즌에 뽑혔을 뿐 아니라 데뷔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며 착실히 팀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몇 계단 아래로 내려와 다시 올라가는 날도 많았다”던 그의 말대로 분명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다. 하기야 지난 11년간 갈아입은 유니폼만 벌써 7벌이 아니던가. 그래도 다행힌 건, 그 산전수전의 시간 속에서도 그는 결코 .. 더보기
조원희, 한국 축구팬들 다 없앤다? 한때, 조원희를 신데렐라로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2005년 10월12일 A매치 데뷔전이었던 이란과의 친선경기에서, 조원희는 59초 만에 데뷔골을 터뜨리며 거한 신고식을 치렀고 그해 겨울엔 K리그 베스트11에도 뽑혔다. 하나 신데렐라 스토리는 딱 거기까지였다. 2006월드컵 이후 대표팀과의 연은 끝났고 소속팀에서도 주전 자리를 잡지 못한 채 한 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해가 지나면 새 계절이 돌아오듯 2008년, 다시 만난 조원희는 새로웠다. 한결 풍성해진 모습이었다. 변신 도전 그리고 성공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듯하다. 올 시즌 수원은 컵대회에 이어 정규리그에서도 1위에 오르며 4년간 묵힌 ‘무관의 한’을 드디어 풀고 말았다. 그러나 영광의 순간에 오르기까지, 그 걸음걸음이 마냥 쉽지만.. 더보기
무명에서 보석으로 거듭난 K-리그 선수는? 올 시즌 새롭게 팀 내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름 앞에 놓이던 ‘만년 유망주’ ‘벤치멤버’ 혹은 ‘No.2’라는 수식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간 주전 경쟁에서 밀려 ‘2인자의 그늘’ 아래 뛰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쏟은 땀은 결국 배반하지 아니했고 올 시즌 저마다 주전 자리를 꿰차며 팀 내 ‘옥석’으로 거듭났다. K리그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다다른 지금, 지난해까지는 마냥 평범한 ‘돌’로만 여겼던 이들 중 비로소 ‘옥돌’로 인정받은 선수들이 여럿 눈에 보인다. 노력으로 갈고 닦아 스스로 빛을 내는 이들로는 과연 누가 있을까. 새로운 공격 선봉대 2008시즌 수원의 ‘독주 체제’를 예견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일단, 확실한 해결사의 부재로 지난 시즌 고비를 넘지 못했다는 내.. 더보기
전문가들이 진단한 축구대표팀의 문제점 북한과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한국대표팀은 일찌감치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으며 3차예선을 통과했다. 물론 최종티켓을 따낸 공은 인정하나 3차예선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다소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에게 쓴소리도 좋다며 전반적인 평가를 부탁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이제 막 장도에 오른 대표팀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성급한 판단을 경계했다. 김호 일단 월드컵을 향한 고개 하나를 통과했다는 사실에 축하 인사말을 건넨다. 3차예선에서 발견된 문제점은 누구보다 허정무 감독이 잘 알 것이다. 그동안 노출된 문제점들을 잘 분석해 최종예선에 임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물론 난관도 있을 것이다. 전술에 맞는 선수들을 선발해 배치할텐데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발생.. 더보기
돌아온 ‘쌕쌕이’ 정재권의 이중생활 그는 다시 돌아오겠노라는 약속 없이 훌쩍 떠난 사람이다. 기약조차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1992올림픽대표와 국가대표를 거쳐 8년간 K리그에서 뛰었지만 그 마지막은 고요했고 또 쓸쓸했다. 정재권, 그는 그렇게 은퇴식조차 없이 조용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로부터 7년의 시간이 흘렀다.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의 시작을 알린 벚꽃과 함께 ‘쌕쌕이’ 정재권의 귀환 소식이 들려왔다. 평일에는 한양대학교 축구부 코치로, 주말에는 K3리그 서울Utd. 선수로 뛰며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정재권을 만났다. 서울Utd. No.24 정재권 한양대학교 코치실에 들어서자 너른 창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그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 아래 정재권이 서 있었다. “전혀 안 변한 듯하다”고 첫인사를 건네자 정재권은 “아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