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리그 경찰청전에서 만난 K리그 스타들
그간 K리그 선수들은 군입대를 앞둘 때 거의 대부분 상무 축구단의 문을 두드렸다. 정해진 수순과도 같았다. 그러나 김두현은 달랐다. 2010년 가을 경찰청 축구단에 원서를 내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K리그 MVP, 국가대표, 프리미어리거 등 화려한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잘나가던 K리그 김두현의 뒤를 이어 2010년 겨울에는 국가대표 출신의 염기훈과 2006년 염기훈과 함께 신인왕 경쟁에 나섰던 배기종, 그리고 2009년 K리그 신인왕 출신의 김영후가 경찰청에 입대했스타의 경찰청행은 파격이라는 단어 말고는 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상무팀은 K리그에 참가하기 때문에 비록 군팀이지만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한데 경찰청 축구단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R리그와 내셔널리그선수권대회 등에서만 뛰면서도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예전과 같은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까, 등의 의문은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두현은 잘해냈다. 김두현은 R리그의 메시라는 별명처럼 K리그 샛별들과의 대결에서 한차원 다른 플레이를 선보이며 모두를 놀라게 했고 다른 K리그 선수들에게는 경찰청에서 군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는 생각의 전환을 안겨줬다.
다.
덕분에 경찰청 축구단은 ‘레알 경찰청’이라는 새 별명을 얻게 됐다. 다행히 화려한 선수들의 기량은 꾸준했고, 지난 5월에는 김두현과 염기훈이 최강희호에 승선하며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특히 5월 31일 열린 스페인과의 A매치에서 대한민국은 1-4로 패했지만 김두현만큼은 빛났다, 김두현은 호쾌한 중거리포를 성공시키며 존재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해보였다.
경찰청 입대 전 김두현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K리그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앞으로 많은 K리그 선수들이 내 뒤를 따라서 경찰청에 입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며 웃은 적이 있다.
그의 말처럼 K리그를 빛내던 별들이 김두현을 따라 경찰청에 입대했고 올해도 각 클럽에서 주전으로 뛰던 선수들이 경찰청에 원서를 낼 것이라고 한다. 첫 테이프를 본인이 끊었다는 점에서 혼자서 뿌듯한 미소를 지었던 김두현의 얼굴이 생각난다. 그래서 따라 웃음이 나온다.
R리그에서 만난 김두현, 염기훈, 배기종, 그리고 김영후. K리그로 곧 컴백할 별들과 만난, 그날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