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의 꿈의 구장/Footballers

부주장 오재석이 말하는 올대축구팀 뒷이야기

Helena. 2012. 8. 5. 06:48



런던올림픽이 우리에게 준 또 하나의 감동을 고르라면 올림픽축구대표팀을 꼽고 싶다. 각 클럽에서 옥석들이 모여 꾸려진 팀이다. 그러니까 흔히 하는 말로 또래에서는 ‘내가 제일 잘나간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모였다는 건데, 이상하게 이 팀은 여느 대표팀과는 다르다. 홍명보 감독님을 중심으로 선수들은 서로를 위해 희생했고 존중했다. 그러면서 팀은 어느새 팀 이상의 팀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결국엔, 축구종가 영국을 상대로, 연장에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한국축구 역사 최초로 올림픽 4강이라는 역사를 쓰게 됐다.

 

런던으로 떠나기 전, ‘기적을 만들어 오겠다’고 다짐했던 올림픽대표팀의 부주장 오재석. 팬들이 물어보고 오재석이 답한 올림픽대표팀 이야기를 공개한다.

 

 
▶지난 겨울 윤석영 선수와 함께 런던을 여행하셨죠. 다녀온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또 어떤 것들을 느끼고 배우고 다짐했는지 궁금합니다! (정의주, seethe3)
영국은 프리미어리그와 올림픽 무대가 열리는 곳이기 때문에 이 두가지를 체험 하고자 방문 했었는데요. 티비에서만 보는 EPL경기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K리그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선수들은 어떤 점이 뛰어난지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고요, 개인적으로 축구인생에 단 한번 뿐인 올림픽 무대를 꼭 서서 우리 팀과 제가 꿈꾸는 목표를 이루는 상상을 하며 특별한 에너지를 느끼고자 했었는데 저의 꿈을 움직이는 엔진이 되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오재석에게 윤석영이란? 김보경 선수와는 여전히 어색한 사이인가요? (abuzz1msj)
저에게 석영이는 칫솔과 치약 같은 존재입니다.^-^ 이유는 윤석영 선수에게 물으시면 알 것같아요. 보경이와는 어색한 것은 아니고요. 친해요. 서로를 배려해서 1년에 한번 정도만 통화를 하지만, 친해요. 고등학교 때부터 일상생활에서 만들어지는 웃음포인트나 개그코드에서 유독 둘이 공감대형성이 전혀 안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저와 보경이를 포함한 신갈 고교 동창들의 장점이 (이범영, 이승렬, 박준태 등등) 서로에게 단점이나 결함을 서슴 없이 폭로하고 지적하는데도 절대 상처받지 않는 점이 좋아요. 결론은 친해요.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자신만의 목표와 각오! (최종인, 하하호호후후히히)
개인적인 목표는 없고요. 올림픽대표팀은 처음 시작할 때 좋은 팀으로 평가 받았으니 마지막도 좋은 팀으로 평가 받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결과도 중요하겠죠.

▶부상당한 홍정호 선수에게 힘이 되는 한마디 부탁드려요. 또 새롭게 주장 자리를 맡게 됐는데, 오재석 선수에게 주장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완장이 주는 책임감도 궁금합니다. (kej2706, 양해수, 지용강시♡)
정호는 올림픽팀에서 아주 중요한 선수였고요. 사실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정호가 가지고 있던 부담감을 헤아리지 못하고 제가 도와주지 못해서 너무나 미안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부상 소식을 듣고 그때가 가장 많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앞으로 한국 축구에 가장 중요한 순간에 활약할 선수이기 때문에, 이 순간을 잘 이겨내길 바라고 올림픽대표팀에 모든 선수들이 홀정호 선수의 몫까지 꿈을 꼭 이뤄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주장직에 대해서는 사실 크게 연연하지 않습니다. 학창시절 동안 주장을 해본 적도 없어서 특별한 의미는 개인적으로 없지만 올림픽 대표팀에서 주장 역할이 주어졌을 때 생각한 것은 자철이형이나 정호가 없을때 흔들림 없이 팀을 지켜내야 한다는 게 최우선적인 생각이었고요. 그 안에서 매일 같이 새로운 선수들이 팀에 합류하고 매번 선수들이 바뀌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선수들에게 모두가 팀을 위해 희생하고 솔선수범하는 올림픽 팀의 문화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자 했습니다. 이 자릴 빌어서 올림픽 팀이 선수구성에 어려움을 겪을때마다 팀을 지켜내기 위해 희생해준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특히나 헌신적으로 팀을 지켜준 종우, 태환이, 석영이, 범영이에게 특별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올림픽대표팀 다큐 <공간과 압박> 잘봤습니다. 공개되지 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신록예찬)
저희도 굉장히 즐겁게 봤는데요. 6개월간에 이야기를 담아내기에는 방송시간이 조금 짧더라고요.^^ PD님과 촬영 담당하신 두분이 너무 고생 많이 하셨고, 더 다양하고 재밌는 일들이 많았는데. 나중에 추가로 방송이 나갈 거라는 소식이 있어서 그때 보시면 더 재밌는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선수가 보는 홍명보 감독님은 어떤 지도자이신가요? (베르)
최고에요. 긴말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감동을 주시는 감독님이세요. 한국에 홍감독님 같은 분이 많아진다면 분명히 한국축구가 더 발전될 거라고 선수들끼리 늘 얘기해요.

▶이럴 때 축구선수하길 잘했다! (zzjin_sil)
홍명보 감독님과 함께했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 저는 뛰지도 않았지만 제 인생 최고의 경기입니다. 축구를 왜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또 축구가 팀이 하는 스포츠라는 것. 22살에 다시 깨닫게 해줬어요.

▶축구선수로서 가장 힘들었을 때와 가장 행복했을 때는 언제였나요? (전다솜)
철이 없어서 98년 월드컵을 보고 2002년 월드컵에 나가기 위해 축구를 시작했는데요, 축구시작하고 일주일만에 그게 진짜 철이 없던 생각이 였구나라는 걸 느꼈을 때 정말 힘들었어요. 저희 동네에선 제가 짱이었거든요. 가장 행복했던 때는 런던 올림픽이 되었으면 해요.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 끈끈하게 뭉친 올림픽대표팀 자랑을 하신다면요. (명랑씩씩)
올림픽팀에서 저는 축구뿐만 아니라 인생을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올림픽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면 한편의 영화 같을 것 같아요.

오재석 선수의 말처럼 올림픽대표팀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감동의 영화를 찍고 있네요. 그의 말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두손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