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의 꿈의 구장/World Football
U-20대표팀 선수들, 그들은 진짜 프로였다
Helena.
2011. 8. 11. 15:56
스페인과의 16강전을 앞두고 강원FC 골키퍼 양한빈은 트위터에다 무적함대, 라는 짧은 멘션을 남겼다. 스페인대표팀의 고유명사가 어느새 무적함대가 되어버렸다지만 맞수에게 무적이라는 단어를 붙이다니. 이 어린 선수들에게도 스페인이라는 이름은 쉽게 넘볼 수 없는 무거운 이름이 된 것만 같아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오늘, 한국시간으로 오전 7시에 2011 U-20월드컵 16강전이 열렸다. 사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콜롬비아전에서 선수들이 보여줬던 모습은 다소 기대 이하였다. 2차전이었던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0-3으로 패했지만 아트사커를 상대로 미드필드에서 차분하게 패스를 주고 받고 매섭게 골문을 노리던 모습이 강했던 탓일까. 조별리그 통과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나 언론과 팬들의 반응은 한편으론 매서웠고 또 다른 한편으론 차가웠다. 찜찜한 16강 진출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쓴소리에는 약한 어린 선수들이었다. 열심히 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도 보였다. 열심히 했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서운하다는 선수들도 있었고 서럽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김경중은 트위터에다 다음과 같이 썼다. “받아드리고 받아드리자. 희망의 끈을 놓지말자”라고.
어쨌거나 가장 마지막 경기였던 콜롬비아전의 각인이 컸기에 큰 기대 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은 이가 많았을 거라 짐작된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스페인이었으니까. 조별리그 3전전승 11득점 2실점 기록. 창도 강했고 방패도 단단했던 그들. 이번 대표팀의 대다수는 대학선수들이었고 K리그 선수들 가운데에서도 프로경기 출장 경험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무대에서 놀아본 선수들은 전무했다.
멘탈에서부터 지고 들어가면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시작된 경기. 그동안 측면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백성동이 섀도 스트라이커로 임명받았고 좌우 측면에는 윤일록 문상윤이 배치됐다. 스페인의 공격력을 봉쇄하기 위해 최성근와 김영욱이 수비형미드필더로 나섰다.
스페인의 날카로운 공격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상황도 많았다. 특히나 연장전에서 큰 실점위기가 찾아왔는데 장현수의 육탄방어로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후반 10분 바스케스의 프리킥이 크로스바 오른쪽 상단을 강타했을 때도 그랬다.
그렇지만 어린 태극전사들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고 포기 대신 살기를 새긴 채 뛰었다. 지난 경기에서 노출됐던 단점들을 보완하고 조직력을 다시 잘 쌓았구나, 하는 대견스러움이 지배했던 경기였다.
그리고 승부차기. 스페인의 3번 키커코케의 슛이 크로스바를 넘어가 2002월드컵의 재현되나 싶었는데 다음 차례였던 이기제의 슈팅이 그만 골키퍼에 걸리고 말았다. 이후 8번째 키커까지 돌아가는 동안 PK를 실축한 선수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긴장을 뛰어넘은 놀라운 집중력에 감탄했던 순간, 8번 키커로 김경중이 나타났다.
양발을 몇 번 구른 뒤 힘차게 슈팅했으나 킥에 너무 힘을 쏟은 나머지 크로스바를 넘어가고 말았다. 120분을 넘기던 긴 혈투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지난 대회 홍명보호가 쏘아올린 8강의 기적도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쉬움은 그때 잠시 뿐이었다.
얼굴을 감싸쥔 채 주저앉던 김경중. 그러나 김경중의 모습은 중계 카메라를 통해서 볼 수 없었다. 주저앉음과 동시에 벤치에서 어깨에 어깨걸고 간절하게 응원하던 선수들까지 김경중을 향해 달려갔으니까. 원을 만들고선 김경중의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다, 다 괜찮다, 하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이란.
대회를 마치며 이광종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이번 대회 동안 그라운드 밖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열심히 뛰어주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제의 관계를 뛰어넘은, 존경과 격려의 메시지가 담긴 이 감독의 멘트에선 이번 대회에 임하던 선수들의 각오과 자세가 느껴졌다.
언제까지 투혼이라는 단어를 써야겠냐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최선을 다한 그들의 얼굴에선 그 단어 말고는 딱히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쉬움은 남을지언정 후회는 없었겠지. 김경중을 둘러싼 선수들의 표정과 손짓에서 열심히 뛰어준 동료를 향한 고마운 마음이 위로보다 더 크게 느껴졌던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백성동은 말했다. “PK를 실축했던 경중이는 이번 대회에서 우리팀 첫 골을 넣은 선수다.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배우는 것이라고 함께 말했다”라고.
김경중이 썼던 트위터 멘션도 떠오른다. “ALL FOR ONE, ONE FOR ALL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 얘들아 오늘 최선을 다해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나오자!!.”
그렇다. 그들은 팀이었다. 슈퍼스타 한두명이 나서 리드하는 팀이 아니라 선수들 하나 하나가 모여 그보다 더 큰 하나를 만든 팀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축구란 그렇게 팀이 하나 되어 뛰는 스포츠라는 중요한 진리를, 그렇게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 작은 별들이 언젠가는 나라를 대표해 세계선수들과 그라운드를 누빌 더 큰 별로 성장하겠지. 오늘의 경기는 그 과정 속에서 아주 작은 경기일 수도 있겠지만 성장을 위한 귀한 자양분이 될 그런 경기라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마웠던, 작지만 강했던 22명 선수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양한빈(강원) 노동건(고려대) 김진영(건국대) 장현수(연세대) 임창우(울산) 김진수(경희대) 황도연(전남) 민상기(수원) 이주영(성균관대) 김경중(고려대) 남승우(연세대) 문상윤(아주대) 이기제(동국대) 백성동(연세대) 최성근(고려대) 김영욱(전남) 이민수(한남대) 윤일록(경남) 이용재(낭트) 이종호(전남) 정승용(경남)
이젠 한국축구의 희망이 될 그 이름들을.
하지만 아직 쓴소리에는 약한 어린 선수들이었다. 열심히 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도 보였다. 열심히 했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서운하다는 선수들도 있었고 서럽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김경중은 트위터에다 다음과 같이 썼다. “받아드리고 받아드리자. 희망의 끈을 놓지말자”라고.
어쨌거나 가장 마지막 경기였던 콜롬비아전의 각인이 컸기에 큰 기대 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은 이가 많았을 거라 짐작된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스페인이었으니까. 조별리그 3전전승 11득점 2실점 기록. 창도 강했고 방패도 단단했던 그들. 이번 대표팀의 대다수는 대학선수들이었고 K리그 선수들 가운데에서도 프로경기 출장 경험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무대에서 놀아본 선수들은 전무했다.
멘탈에서부터 지고 들어가면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시작된 경기. 그동안 측면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백성동이 섀도 스트라이커로 임명받았고 좌우 측면에는 윤일록 문상윤이 배치됐다. 스페인의 공격력을 봉쇄하기 위해 최성근와 김영욱이 수비형미드필더로 나섰다.
스페인의 날카로운 공격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상황도 많았다. 특히나 연장전에서 큰 실점위기가 찾아왔는데 장현수의 육탄방어로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후반 10분 바스케스의 프리킥이 크로스바 오른쪽 상단을 강타했을 때도 그랬다.
그렇지만 어린 태극전사들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고 포기 대신 살기를 새긴 채 뛰었다. 지난 경기에서 노출됐던 단점들을 보완하고 조직력을 다시 잘 쌓았구나, 하는 대견스러움이 지배했던 경기였다.
그리고 승부차기. 스페인의 3번 키커코케의 슛이 크로스바를 넘어가 2002월드컵의 재현되나 싶었는데 다음 차례였던 이기제의 슈팅이 그만 골키퍼에 걸리고 말았다. 이후 8번째 키커까지 돌아가는 동안 PK를 실축한 선수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긴장을 뛰어넘은 놀라운 집중력에 감탄했던 순간, 8번 키커로 김경중이 나타났다.
양발을 몇 번 구른 뒤 힘차게 슈팅했으나 킥에 너무 힘을 쏟은 나머지 크로스바를 넘어가고 말았다. 120분을 넘기던 긴 혈투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지난 대회 홍명보호가 쏘아올린 8강의 기적도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쉬움은 그때 잠시 뿐이었다.
얼굴을 감싸쥔 채 주저앉던 김경중. 그러나 김경중의 모습은 중계 카메라를 통해서 볼 수 없었다. 주저앉음과 동시에 벤치에서 어깨에 어깨걸고 간절하게 응원하던 선수들까지 김경중을 향해 달려갔으니까. 원을 만들고선 김경중의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다, 다 괜찮다, 하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이란.
대회를 마치며 이광종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이번 대회 동안 그라운드 밖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열심히 뛰어주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제의 관계를 뛰어넘은, 존경과 격려의 메시지가 담긴 이 감독의 멘트에선 이번 대회에 임하던 선수들의 각오과 자세가 느껴졌다.
언제까지 투혼이라는 단어를 써야겠냐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최선을 다한 그들의 얼굴에선 그 단어 말고는 딱히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쉬움은 남을지언정 후회는 없었겠지. 김경중을 둘러싼 선수들의 표정과 손짓에서 열심히 뛰어준 동료를 향한 고마운 마음이 위로보다 더 크게 느껴졌던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백성동은 말했다. “PK를 실축했던 경중이는 이번 대회에서 우리팀 첫 골을 넣은 선수다.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배우는 것이라고 함께 말했다”라고.
김경중이 썼던 트위터 멘션도 떠오른다. “ALL FOR ONE, ONE FOR ALL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 얘들아 오늘 최선을 다해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나오자!!.”
그렇다. 그들은 팀이었다. 슈퍼스타 한두명이 나서 리드하는 팀이 아니라 선수들 하나 하나가 모여 그보다 더 큰 하나를 만든 팀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축구란 그렇게 팀이 하나 되어 뛰는 스포츠라는 중요한 진리를, 그렇게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 작은 별들이 언젠가는 나라를 대표해 세계선수들과 그라운드를 누빌 더 큰 별로 성장하겠지. 오늘의 경기는 그 과정 속에서 아주 작은 경기일 수도 있겠지만 성장을 위한 귀한 자양분이 될 그런 경기라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마웠던, 작지만 강했던 22명 선수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양한빈(강원) 노동건(고려대) 김진영(건국대) 장현수(연세대) 임창우(울산) 김진수(경희대) 황도연(전남) 민상기(수원) 이주영(성균관대) 김경중(고려대) 남승우(연세대) 문상윤(아주대) 이기제(동국대) 백성동(연세대) 최성근(고려대) 김영욱(전남) 이민수(한남대) 윤일록(경남) 이용재(낭트) 이종호(전남) 정승용(경남)
이젠 한국축구의 희망이 될 그 이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