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의 꿈의 구장/Footballers

4차원이라 매력적인 강원FC 서동현

Helena. 2010. 12. 2. 08:30
서동현 선수의 첫인상은 “아, 크다”였습니다. 프로필 상 키는 188cm로 나와있는데 실제론 더 커보이는 선수입니다. 복받은게지요. 저 같은 사람은 진짜 키를 이야기해도 속인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듣거든요. 아무래도 비율이 좋아야 키도 커보이는게 현실이니까요.

키가 크면 고공플레이에는 능하지만 순발력은 부족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선수, 공중볼에도강하고 빠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불가능할 것이라는 상황에도 무척이나 쉽게 골을 넣곤 하죠. 그의 라보나 힐킥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서동현 선수가 뛸 때마다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합니다. 발레리노 같은 움직임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데, 최순호 감독님이 늘 강조하신 축구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그 말씀의 주인공 같다는 생각도 자주 했지요.

그랬던 서동현 선수가 지난 여름 강원FC로 이적했고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남의 선수에서 우리 선수가 되었으니까요. 이적 발표 전날 구단 사무실에서 사진을 찍고 기사를 쓰기 위해 준비를 했는데, 강원FC에서의 첫만남이었습니다.

그때 구단 사무실 순위표에 강원FC 이름은 14위에 있었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순위가 좀 낮죠?” 서동현 선수는 물끄러미 바라보다 강원FC 이름표를 떼서 1위에 올려놓더라고요. “우리가 1위로 만들면 되죠.”

이때, 진심으로 참 멋진 선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몇 년간 수원담당 기자시절을 보냈기에 서동현 선수가 골을 넣고 세레모니하는 모습을 자주 (2008년이 대부분이었지만 ㅠㅠ) 봤죠. 그 중에서도 제 머릿속에는 티아라의 보핍보핍 댄스 세레모니였어요.

지금, 여기서 하라고요? ㅋ


그래서 홈관중들에게 처음으로 인사드리는 날에도 보핍보핍 댄스를 시켰고요, 뭐 틈만 나면 보여달라고 요청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때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지요.

이적 첫 골은 서포터스 나르샤를 위해 나르샤가 멤버로 있는 브아걸의 시건방춤을 추겠다고 하였는데, 정말 대전과의 원정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며 약속을 지켜줬죠. 이 사람, 팬과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기특한 선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봤습니다.

대전과의 원정경기를 마치고 다시 홈경기를 준비하던 그 주, 클럽하우스 주차장에서 만났는데 당시 후진하던 제게 안성남 선수와 함께 “아! 부딪힌다!”하면서 놀리더라고요. 아. 내가 운전 못하는게 이적 선수들에게까지 소문이 났구나, 하는 생각에 우울한데 (운전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에요 ㅠㅠ) 집에 가기 전에 갑자기 부르더라고요.

다음에 홈에서 골을 넣으면 티아라의 보핍보핍 세레모니를 할터이니 음악을 준비해달라고요. 그래서 바로 사무실에서 보핍보핍~하면서 시작되는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강원FC~ 구호까지 리믹스해서 파일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는 마지막 홈경기를 단 하나만 남겨둘 때까지 원정에서만 4골을 넣는 슬픈 기록을 세우고 맙니다. 그래서 강원FC는 관중들에게 홈에서 한번도 골을 넣지 못한 축구천재의 이름을 문자로 보내달라는 퀴즈를 내기까지 했고요. ^^

그렇지만 결국엔 마지막 홈경기에서 멋진 선제골을 터뜨리며 홈에서 드디어 첫골을 신고했고요, 이적 후 강원에서 5골을 넣겠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때 강원FC 구단 직원들은 부랴부랴 CD를 준비해서 틀어줬는데요, 예상치 못한 순간이라 음악이 늦게 나왔지만 그래도 W석을 향해 아주 귀여운 댄스를 보여줬죠. ^^ 사실 서동현 선수가 보핍보핍 세레모니를 준비하고 있다고 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늘 굴뚝같았어요. 그의 남다른 팬사랑을 보여주는 좋은 예니까요. 그렇지만 미리 알고 나서 보게 되면 감동은 줄어들테고 그래서 늘 꾹꾹 참으며 골골골골, 서동현, 을 외쳤습니다. ^^ 

참. 여기서 골골골골~ 서동현은 그랑이 지어준 서동현 선수 응원곡인데 너무 좋아서 가끔 저도 기자석에서 흥얼흥얼 부르곤 해요. 그랑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갔던 날, 그 자리에 저도 있었는데 서동현 선수가 다음날 제게 말했지요. “내 응원곡 들었어요? 나 그런 사람이에요.”

개인적으로 전 평범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주변 사람들에게 4차원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4차원은 4차원을 알아보죠? 가끔씩 보여주는 서동현 선수의 엉뚱한 모습을 보며 “당신도 나와 같은 4차원으로 임명합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져요. ㅎㅎ

춘천에서 팬사인회를 하던 날 과거에 좋아했던 남자에 대해 무심결에 이야기하게 됐는데 그때부터 저만 보면 이야기를 해달라고 난리도 아니었답니다. 그 남자가 서동현 선수와 아주 짧게 나마 알던 사이였기에 궁금했나봐요. 그런데 이 선수, 호기심 천국에서 뛰다 왔는지 저만 보면 빨리 말하라고 했고요 나중에는 사장님께 이른다는 협박까지 했답니다. ^^

언젠가 클럽하우스에서 퇴근 하면서 “사장님~ 헬레나 누나가요~ 어떤 사람인지 아세요?”하는데 사장님이 그 소리를 듣고 “쟤 너보고 무슨 소리 하는 거니?”하고 물으시는 바람에 식은땀을 흘렸고요 정점은 다문화가정 농촌봉사활동하던 날이었던 거 같아요.

그날 배를 따는 모습을 찍고 있었는데, 사장님이 나타나자 서동현 선수는 또 말했습니다. “자꾸 사진 찍으면 사장님한테 다 말할 거예요!” 사장님이 듣고선 “뭔데? 말해봐!” 그랬더니 “사장님, 헬레나 누나가 잘못한 게 많아요. 제가 말이라도 하면 큰일나요”하더군요. 이날은 사장님이 제대로 들었거든요. 사장님은 계속 뭔데, 다 말해봐 했고, 급기야 나중에 저한테 물었습니다. 너 무슨 잘못한 거 걸렸니, 라고요.

그랬던 서동현 선수가 오늘도 클럽하우스 1층 홀에 사장님과 같이 있자 복화술을 구사하며 지나갑니다. “사장님~ 헬레나 누나가요~” 이제는 그걸로 노래 하나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까지 드는 요즈음입니다.

며칠 전 친한 후배와 대화 중에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서동현 선수 다 좋은데... 너무 말랐어... 내 허벅지가 더 튼실한 거 같아.” 네. 그렇습니다. 근래 들어 스트레스를 단 거로 풀었고 그 후유증으로 생애 최고의 몸무게가 나가는 요즈음, 서동현 선수의 이기적인 기럭지는 제게는 한여름밤의 꿈같은 존재입니다. 청바지에 쟈켓 하나만으로도 그림이 나오는 그 비율이 저는 늘 부럽지요.

그런데 후배가 그 이야기를 서동현 선수에게 한 거 있지요. 그런데 서동현 선수가 제게 뭐라고 말했는지 아세요?

“아니 어떻게 선수한테 그런 말을... 이건 완전 성희롱이에요~ 사장님한테 다 말할 거야.”

전 그 말에 또 빵터지며 웃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서동현스러운 유머였거든요. 이 상황을 참 재치있게 역공한 서동현 선수. 참 매력적인 4차원이죠?

가끔은 친정팀 수원을 위한 깔맞춤 패션으로 나타나기도. ㅎ


그런 서동현 선수, 요즘은 제 세례명을 갖고 놀리고 있어요. 헬레나가 술 먹고 ‘헬렐레’ 할 때랑 발음이 비슷하잖아요. 그래서 맨날 술 먹고 다니면서 헬레레해서 이름도 헬렐레가 됐다고 한답니다. 수원전 다음날 춘천에서 팬사인회가 있었는데 그날 새벽까지 기자들과 술을 좀 마셨어요. 오!랜!만!에. ㅋ 그래서 완전 술에 지친 모양새를 하고 버스에 올라탔는데 그게 발단이 된 거 같습니다. 제 블로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요즘 서동현씨는 술 좀 그만 먹으라고 헬렐레가 뭐냐고 하네요.

그렇지만 저는 서동현 선수가 강원FC에 있어서 좋습니다. 이렇게나 팬 충성도가 높은 선수를 본적이 없었거든요. 뼛속까지 수원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피속까지 강원이 되버린 이 사람. 팬들을 위해 오늘은 이 세레모니를 하겠다고 준비하면 골을 넣고 정신이 없는 순간에도 그 약속을 지킵니다. 팬들을 향한 마음이 보통이 아닌 거지요.

서동현 선수가 사준 갈비살 인증샷. ^^


그래서 저는 서동현 선수가 강원FC에 있어서 좋습니다. 맛있는 갈비살을 자주 사줘서 좋고요, 집에도 종종 초대해 와이프가 해주는 맛있는 집밥을 먹게 해주는 것도 너무 좋고요. 우리팀에 이적한 이후 멋진 골과 감동적인 승리를 안겨주어서 좋습니다. 또 기자들과의 인터뷰 때는 최선을 다해 집중해서 대답하는 것도 좋고요.

언제까지 강원FC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국가대표의 꿈을 다시 이뤘으면 좋겠고 최고의 위치에서 박수 받으며 자신의 진짜 꿈을 위해 더 큰 무대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내일도 저를 보면 사장님과 헬렐레를 반복하며 놀려대겠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품절남이지만 ㅎ 멋진 선수가 해주는 농담, 어찌보면 영광 아니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