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의 꿈의 구장/Footballers
김영후 신인왕 받아마땅하다
Helena.
2009. 12. 14. 19:54
“신인왕을 수상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강원FC의 괴물 공격수 김영후가 ‘2009 쏘나타 K-리그 대상’을 앞두고 신인왕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영후는 “내셔널리그에서 K-리그에 오기 위해 시퍼런 칼날을 갈며 노력했다. K-리그에 입성한 이후엔 신인으로서 최고의 영광을 이룰 그날을 꿈꾸며 또다시 칼을 갈았다”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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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스스로의 점수를 매겨 본다면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다.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이를 이겨냈고 꾸준함과 성실함, 그리고 팀을 위한 헌신적 플레이로 승부를 걸었다. 그 덕에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데뷔시즌을 평했다.
김영후의 표현대로 ‘성실함’만으로 승부를 건 지난 1년이었다.
전반기를 마치고 최순호 감독은 김영후의 막판 집중력이 떨어지는 원인을 체력부족으로 보았다. 개인 면담시간에 최 감독은 김영후에게 ‘4kg을 줄일 것’과 ‘지구력을 기를 것’을 요구했다. 지난 6월 A매치로 K-리그는 3주간 휴식기를 맞았고 김영후는 최 감독의 조언대로 K-리그에 맞는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김영후는 식사량을 30% 줄임과 동시에 저녁마다 춘천 봉의산과 태백산을(1차 여름 전지훈련은 춘천에 베이스를 두고 화천, 양구 지방을 돌며 훈련 했으며 2차 훈련은 태백에서 진행됐습니다) 1시간가량 뛰기 시작했다. 전력으로 쉬지 않고 달리다 보면 구토 증세가 오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김영후는 토한 뒤 다시 달리기를 반복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윤준하는 “왜 형의 별명이 괴물인지 알겠다”며 “한번 목표를 설정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이룬다고 하더라. 무시무시할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약 3주간의 휴식기가 끝나고 6월 21일 다시 재개된 성남과의 경기에서 김영후는 1골 1도움을 올리며 승리를 견인했다. 이후 6월 27일 전북전 2골, 7월 4일 포항전 1골, 7월 12일 대전전 1골, 7월 19일 서울전 1골 등 5경기 연속골에 성공하며 올 시즌 최다연속골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였다. 이는 1984년 조영증 現NFC 센터장이 세운 6경기 연속골 이후 신인선수가 세운 최다연속골 기록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김영후의 기록이 눈부신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강팀들을 상대로 득점행진을 이어나갔다는 사실에 있다. 4월 11일 전남전 2골 1도움, 6월 21일 성남전 1골, 6월 27일 전북전 2골, 7월 4일 포항전 1골, 7월 19일 서울전 1골, 8월 2일 인천전 2골 등 득점의 70%(13골 중 9골)가 6강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상대로 이뤄졌다. 한마디로 강팀에 더욱 강한 ‘킬러’로서의 본능을 맘껏 발휘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유병수는 13골 중 단 4골(6월 21일 포항전 1골, 9월 12일 서울전 1골, 9월 19일 성남전 1골, 10월 4일 포항전 1골)만 성공시키는데 그쳤다. 득점의 30%에 불과한 수치니 김영후의 기록과 사뭇 대조된다.
13골 8도움. 공격포인트 1위. 김영후가 올 시즌 리그에서 보여준 기록만으로도 그는 이미 ‘최고’라는 칭호를 받기에 충분하다. 위치선정에 능할 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조력자의 역할도 마다않던 김영후의 존재는 강원이 올 시즌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는데 가장 큰 일등공신이었다. 더구나 미드필드에서 공격력을 뒷받침해줄 선수들이 극히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김영후는 올 시즌 활약은 더욱 박수받을만 하다.
동료선수들의 투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영후는 국내 축구전문월간지 베스트일레븐이 12월호 특집으로 K-리그 14개구단(광주 제외) 165명의 선수를 상대로 조사한 ‘2009년 K-리그 최고의 플레이어’에서 선수들이 직접 뽑은 ‘최고의 신인’에 올랐다.
김영후는 ‘최고의 신인’ 부분에서 전체 점수 495점 중 211점을 차지하며 당당히 1위에 등극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위 유병수(137점)를 무려 74점이나 따돌리며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백분율로 따지게 되면 더욱 대단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김영후가 K-리그 선수들에게 42.6%의 지지를 얻었는데 반해 유병수는 불과 27.7%만을 얻는데만 그쳤다. 소속팀의 6강PO 진출이라는 유병수의 프리미엄도 K-리그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다소 부족했다. 이렇듯 한 시즌 동안 직접적인 스킨십이 이뤄진 선수들의 표가 김영후에게 쏠렸다는 점은 올 한해 선수들도 인정할 만큼 최고의 활약을 보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김영후는 “다른 내셔널리그 출신 선수들에게 ‘내셔널리거도 K-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계속 내셔널리그나 아마추어 무대에 있는 선수들에게 또 다른 희망의 증거로 남고 싶다. 이제 시작인만큼 더 땀 흘리며 노력하겠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히기도 하였다.
김영후의 또 다른 별명은 ‘7전8기의 사나이’다. 혹자는 ‘오뚝이 인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K-리그 드래프트서 실패하며 내셔널리그에 입성했지만 김영후는 “K-리그를 향한 꿈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꿈을 잃는 순간 그대로 추락한다고 생각했다. 더 높이 날기 위해 더 큰 무대에서 뛰는 나를 꿈꿨다”고 회상했다.
또한 김영후는 “K-리거의 꿈을 이룬 뒤 목표는 10골이라고 밝히자 모두들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내셔널리그에서만 뛰었기 때문에 K-리그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웃었다. 하지만 모두가 안 된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결국 김영후는 10골을 넣고 싶다던 시즌 초에 세웠던 목표 이상의 결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사람은 믿는 만큼 자라는 법이다. ‘긍정의 힘’으로 이뤄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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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거로서 보낸 설움과 역경을 딛고 K-리그에 우뚝 선 김영후는 인간 승리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지금도 “나의 실패가 내셔널리그 전체의 실패로 비춰질까봐 늘 어깨가 무겁다”고 말한다. 그래서 내년 시즌 목표도 높이 잡았다. “올해는 신인왕을, 내년에는 득점왕을 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