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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축구선수란 없었어. 당연히 축구선수가 내 남편이 될 생각도 하지 못했고. 그랬는데 갑자기 내 인생에 나타난 축구선수로 인해 내 삶이 달라졌고, 그래서 이런게 운명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

베드라나. 마케도니아 태생인 그녀는 1988년 생으로 한국나이로 23살인 꽃다운 아가씨입니다. 아, 결혼을 했으니 아가씨라는 호칭은 쓰면 안되겠죠? 하지만 베드라나의 외모는 여전히 아름다운 아가씨 같습니다.

며칠 전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퇴근 후에 저녁 같이 먹자면서요. 그녀의 남편, 그러니까 여름이적시장에서 강원FC가 영입한 외국인 공격수 바제도 함께 하는 저녁식사 자리인줄 알았어요.

집 앞에서 만나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하기로 하였는데, 스포티한 차림의 그녀만 혼자 나오더라고요. 둘만의 데이트였습니다. 일단 그녀의 차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기로 하였는데, 네비게이션이 없는데도 혼자서 운전을 잘 하더라고요. 벌써 동네길을 다 외운 듯했습니다.

알고보니 바제를 훈련장까지 태워주면서, 먹을 걸 사러 대형할인점에 다니면서 길을 외웠다고 하네요. 혼자서 집에 있다 답답해서 드라이브를 하다보니 길을 자연스럽게 외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녀는 한국음식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했지만 이곳에 온지 아직 석달도 안됐기에 무리라고 했지요.

외국인선수들은 늘 처음 석달 동안은 한국음식 특유의 냄새 때문에 많이 고생했다고 제게 반복해서 말하곤 했지요. 그런데 그 냄새를 극복하고 난 뒤 한국음식을 맛보자 이런 맛도 있구나, 하며 맛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고요. 한국음식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면서 한국음식예찬론자가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직 한국생활 초기에 접어든 베드라나에게 한국음식 시도는 무리수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호수가 보이는, 야경이 예쁜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서 함께 스파게티를 먹었죠. 스파게티가 나올 때 김치도 같이 나왔는데 몇 조각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케도니아에도 이렇게 배추를 절여서 겨울에 해먹는다는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물론 마늘과 고춧가루는 빼고 말이죠.

18살에 런웨이에 서며 모델일을 시작한 베드라나는 이후 쇼나 방송국 기상캐스터로 활약하며 마케도니아 내에서는 국가대표 공격수로 활약 중인 남편 바제보다 더 유명하대요. 그런데 바제가 K-리그에서 뛰게 되며 직업을 그만두고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 한국까지 오게 됐습니다. 마케도니아에서는 성공한 여성이었는데 남편과 함께 살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 한국까지 오기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은, 마케도니아는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지 않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바제와 바제의 부인인 베드라나가 입국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강원FC 사업자등록증과 초청사유서, 국문과 영문 초청장을 불가리아 한국대사관으로 보내야만했어요. 수교를 맺지 않아 마케도니아에는 한국대사관이 없었고 가장 가까운 나라인 불가리아로 이동하여 비자를 받아야만 했는데, 한국행의 이유가 확실해야했기에 제가 그 모든 서류를 준비해서 팩스와 이메일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녀도 한국사람을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대요. 그렇지만 중국 사람은 굉장히 많이 봤다네요. 마케도니아에는 꽤 많은 중국 사람들이 살고 있어, 동양인이 생소하진 않지만 확실히 한국사람들과 중국사람들은 직접 만나보니 같은 동양인이지만 다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의 여유가 좋다고 합니다. 마케도니아에는 빈부의 격차가 굉장히 심해 물건을 사러가도 이것저것 살 수가 없는데, 그래도 한국은 자신의 조국보다 중산층이 많은 것 같다고 하더군요. 생필품을 사기 위해 대형할인마켓을 가게 되면 바구니에 음식들을 가득 담은 풍경들을 보며 깜짝 놀랬대요. 물론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도 날로 오르는 물가 때문에 고민이 많지만 마케도니아인의 눈으로 보는 한국사람들의 삶은 분명, 여유가 있어보인다고 합니다.

빈부의 격차가 심하다보니 마케도니아 거리에는 거지도 많고 강도, 살인사건도 굉장히 많이 일어난대요. 그래서 밤이면 잘 나갈 수가 없고 경찰들이 돌아다니면서 수상쩍은 사람들에게 다가가 불신검문을 하기도 한다네요. 그녀의 어머니도 그런 일을 하는 경찰이었는데 27년 간 일을 하다 지금은 은퇴를 했다고 하고요.

얼마 전 바제가 유로2012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마케도니아로 출국하게 됐는데, 그녀도 그때 함께 따라갔대요. 오랜만에 다시 마케도니아에 갔더니 친구들이 한국에서의 삶에 대해 굉장히 많이 궁금해했다고 합니다.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해 설명만 했는데, 그래도 다들 신기해하는 모습이 재밌기도 했다네요.


그녀는 한국사람들이 대화를 경청할 때 응응, 하면서 듣는 것도 재밌다고 했고 ~요 하며 존댓말 쓰는 것도, 혹은 감독님 선생님하며 호칭 뒤에 님, 을 붙이는 것도, 또 여성들이 사진을 찍을 때 브이자를 그리는 것도 재밌다며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유럽에서 브이자는 평화를 상징한대요. 그래서 여성들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브이자를 그리는 것을 보며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위해 마음으로 비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한국의 대중목욕탕도 굉장히 신기했대요. 단체로 목욕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봤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알몸을 보여주는 것도 처음에는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재밌다네요. 다음에 같이 가자고 제게 먼저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탄산수를 찾으러 슈퍼마켓에 갔는데 탄산수? 라고 반문하다 아 탄산수! 하면서 같은 말이 억양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줬고요. 그녀는 굉장히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한국어와 한국인의 삶에 대해서도 궁금해했습니다.

그런데 남편 바제는 훈련을 다녀오면 늘 피곤해해서 나가자고 해도 잘 안나간대요. 그래서 저보고 왜 저번에 한번 집에 놀러오고 난 뒤 연락이 없냐면서 아무 때나 연락하다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싶고 친구도 사귀고 싶고 한국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하네요.

베드라나의 오픈 마인드가 참 멋져보였어요. 그리고 이제는 슬슬 일을 시작해 보고 싶다고 파트타임 직업도 생각하고 있고. 모델 쪽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하는데 다음뷰를 통해 소개하는 포스팅을 준비해보겠습니다. ^^


다음에는 함께 동해 쪽 예쁜 레스토랑에 가보기로 약속했고, 그녀가 가고 싶어하던 정동진에도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요즘 자꾸 마음이 가는 어떤 남자분이 계시는데 그분도 초대하라며 저를 부추기기도 했고요. ^^

저는 대신 언니, 오빠라고 부르는 걸 알려줬는데요, 오빠할 때는 오빠~~~~ 하면서 길게 끌라는 팁을 알려주기로 했어요. 한국 여자들이 오빠, 고마워요, 할 때 억양의 느낌이 굉장히 달콤하대요. 베드라나는 저와 함께 사진을 찍어준 웨이터분에게 바로 오빠, 고마워요, 라고 응용하기도 했는데요, 금세 배우더라고요. ^^

외국인 선수의 와이프로 한국에 살기란, 쉽지 않을 거에요. 그래도 그 속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는 베드라나의 모습은 참 예뻐보였습니다.

여기서 오래도록 저와 우정을 쌓길 바라며, 다음에 또 그녀의 아름다운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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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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