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답다고 했던가. 하나 지난 유로2008에서 아스라이 무너지던 별들의 모습은 왠지 모를 씁쓸함만을 안겨줬다.

영원히 누릴 것만 같던 명성을 뒤로 하고 등을 돌리던 티에리 앙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젠나로 가투소, 그리고 페테르 체흐. 이들 슬픈 4인방의 지난 여름 날을 돌아본다.



킹, 왕관을 잃어버리다
프리메라리가 입성 첫해(2007-08시즌) 앙리가 세운 기록은 30경기 12골. 8년 간 ‘아스날의 킹’으로 군림하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4번이나 수상했던 그로선 다소 실망스런 성적이다. 그러나 리그에서의 부진과 달리 대표팀에서 보여준 모습은 나름 준수했고 덕분에 의미있는 수확도 거뒀다. 앙리는 지난 6월3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 나서며 ‘A매치 100회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튀랑, 드사이, 지단 등에 이어 6번째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게 됐는데, 프랑스 스트라이커 출신으로는 최초라고 하니 더욱 값진 성과였다. 돌이켜보면 지난 10년 간 레블뢰 군단이 빛나던 순간엔 늘 앙리가 있었다. 유로2008을 앞두고도 그를 향한 기대감은 여전할 수밖에 없었다. 유로2008 예선에서 팀 내 최다골(6골)을 터뜨렸다는 사실도 청신호를 밝히는데 한 몫 했다.

그러나 본선 첫 경기부터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부상으로 루마니아전에 나서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가 빠진 프랑스대표팀은 결국 무득점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후 앙리는 ‘죽음의 조 탈출’이라는 특명을 받고 네덜란드와의 2차전부터 출격했지만 수렁에 빠진 프랑스를 건지기엔 힘이 부족했다. 이날 앙리는 90분 내내 단 6개의 슈팅만 기록했을 뿐이다. 그중 단 하나 뿐이었던 유효슈팅이 다행히 골로 연결돼 망신을 면했으나 결국엔 대회 기간 중 앙리가 세운 유일무이한 득점으로 남았으니 이름값에 반(反)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이탈리아전에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던 리베리가 초반 부상으로 교체되며 프랑스는 구심점을 잃었고 앙리는 단 2개의 슈팅만 기록하며 잔혹했던, 어쩌면 자신의 축구 생애 마지막 메이저 대회가 될 지도 모를 유럽선수권 무대를 초라하게 마감했다.

1200만 유로의 사나이, 부상에 무너지다
네라주리 군단에선 모두의 기대에 부흥하는 ‘믿을 맨’이지만 국가대항전에서는 유독 약한 면모를 보이는 이브라히모비치다. 특히 지난 몇 년 간 대표팀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노란 잠수함에 갇혔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듯하다. 유로2004 조별예선 당시 터뜨린 2골이 한동안 국제대회에서 기록한 마지막 득점이다. 2006월드컵 당시엔 스웨덴이 16강까지 진출했지만 그는 단 1골도 성공시키지 못했고 유로2008 예선에서도 ‘7경기 1도움’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와중 부상마저 발목을 잡았다. 무릎 부상으로 3월29일 라치오전 이후 리그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근 2달가량 결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표팀 라게르백 감독은 “이브라히모비치가 공격의 방점을 찍어주길 바란다”며 무한한 신뢰를 보냈고 덕분에 주전 스트라이커로 낙점 받을 수 있었다. 출발은 경쾌했다. 그리스와의 첫 경기에서 2년8개월 만에 A매치 골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Man of the Match’로도 선정됐다. 그러나 또 다시 닥친 무릎 부상이 문제였다. 이브라히모비치는 무릎 이상을 느꼈음에도 스페인과의 2차전 출장을 강행했다. 일단 전반34분 동점골을 터뜨리며 마치 ‘투혼의 드라마’라도 쓰는 듯 했다. 하나 무릎 통증을 참지 못하며 결국 후반1분 로젠베리와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브라히모비치가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스웨덴이었기에 부상으로 인한 그의 부진은 8강 진출에 실패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말았다. 참고로 오는 2008-09시즌부터 이브라히모비치는 1200만 유로를 연봉으로 받게 된다. 이는 그간 세리에A 최고연봉자(900만 유로)였던 카카를 능가하는 액수다. 덕분에 세계 최고의 ‘부’를 누리게 됐지만 신은 그에게 유로2008의 ‘명예’까지는 부여하지 않았다.

쓸쓸히 퇴장하다

거친 몸싸움을 두려워 않던 투쟁심도 세월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이번 유로2008에서 가투소 특유의 압박과 장악력은 도통 찾을 길이 없었다. 조별예선 첫 경기였던 네덜란드전 당시 중원에서 악전고투하던 그의 모습은 실로 안쓰러웠고 때론 무기력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기대 이하였다. 이 같은 가투소의 난조는 곧 이탈리아의 전력 저하로 연결됐다. 미드필드에서 압박이 실종되자 연방 공간을 내주며 밀렸기 때문이다. 결국 이탈리아는 네덜란드에게 0-3으로 대패하며 C조 첫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이후 가투소는 1차전에서 보여준 부진함을 이유로 루마니아와의 2차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던지 도나도니 감독은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프랑스전에서 그를 중용하며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었다. 결과는 2-0 이탈리아의 승리. 벼랑 끝에서 극적으로 8강행을 확정지었지만 애석하게도 가투소가 팀 승리에 일조한 부분은 거의 없었다. 리베리의 부상과 아비달의 퇴장 등 연달아 터진 프랑스의 ‘불운’이 이탈리아에게 역으로 작용한 덕이 컸다.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프랑스전이 가투소에게 있어 유로2008 마지막 경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경고 누적이 화근이었다. 가투소는 역시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콤비’ 피를로와 함께 스탠드에 앉아 스페인전을 지켜봤는데, 애석하게도 그때 모습은 앞으로 그가 처할 현실을 예상케 하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가투소의 나이도 어느덧 31살. 중원에서 바지런히 움직이며 눈부신 활동량을 자랑하던 젊은 날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로2008에서 보여준 모습이 바로 그랬다. 그렇게 ‘그라운드의 싸움 소’는 시나브로 ‘그라운드의 늙은 양’으로 퇴화하고 있었다.

고개 숙인 1인자
골키퍼의 삶은 도박과도 같다. 단 1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비운의 골키퍼는 어김없이 발생했다. 해당자가 체흐라는 게 놀라울 뿐이다. 3경기 6실점. 유로2008에서 체흐가 남긴 기록이다. 스위스와의 개막전을 무실점으로 선방한 것을 제하면 매 경기 3골씩 실점한 것이다. UEFA가 선정한 2007년 ‘올해의 골키퍼’로서의 위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결정적 실수는 터키와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발생했다.

당시 8강행 티켓 1장을 두고 1승1패 중이던 체코와 터키가 싸웠는데, 일단 초반 승운은 2골을 먼저 터뜨린 체코가 탔다. 그러나 아르다의 만회골로 2-1로 따라잡은 터키는 니하트의 동점골과 역전골로 체코를 무너뜨렸다. 역전의 빌미는 체흐가 저지른 통한의 실책에서 시작했다. 후반42분 크로스를 잡으려다 놓치는 바람에 동점골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세계 축구계 골리 ‘빅4’중 하나로 군림하던 체흐답지 않은 실수였다. 결국 터키전에서의 패배로 유로2004 당시 4강까지 올랐던 체코는 조별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 그리고 이 같은 성적에 대한 비난은 고스란히 체흐에게 쏟아졌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은 “이제 첼시의 새 감독 스콜라리는 구단주 로만의 자금력을 이용해 새로운 골키퍼를 찾아봐야 할 것”이라며 ‘유로2008에서 망한 선수들 Top 10’ 중 2위에 체흐의 이름을 올렸다. 팀 내부에서도 비난은 있었다. 옳지 않은 처사이나, 코스탈 체코대표팀 단장은 “터키전 패배의 모든 책임은 체흐에게 있다”며 그를 공개 비난했고 체흐 역시 “조별예선 탈락은 전적으로 내 실수 때문”이라며 인정했다. 3회 연속 체코 ‘올해의 선수’로 뽑힌 바 있던 영웅은 이렇게 한 순간에 역적으로 몰리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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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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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4위 안에 드는 것은 유럽무대에서 4위 안에 드는 것과 같다.” 올 시즌 리버풀의 리그 성적 부진에 대한 베니테스 감독의 변이다. 프리미어리그의 ‘빅4’라 불리는 클럽들의 전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인데, 2007-08시즌 UEFA챔피언스리그를 주의깊게 지켜본 이들이라면 단순히 넋두리로 여기지 않을 듯하다.

별들의 전쟁이 끝난 자리, 무수한 영웅담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이야기 속 ‘슈퍼 히어로즈’는 단연 프리미어리그發 클럽들이다. 그들은 강했기에 살아남았고 끝까지 살아남았기에 진정 강했다.



천상천하 프리미어리그
2007-08시즌 UEFA챔피언스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의 저력은 계속 됐다. 4강 진출팀(첼시 리버풀 맨체스터Utd. 바르셀로나) 가운데 무려 3팀이 프리미어리그 클럽이었다. 첼시는 갑작스런 감독 교체로 내홍에 시달렸지만 올림피아코스(16강) 페네르바체(8강) 등 이변의 주인공들을 잠재운 뒤 리버풀(4강)에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리버풀 역시 미국 자본에 인수된 후 구단주 톰 힉스와 경영책임자 리 페리의 갈등으로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막판 4강까지 올라가는 뒷심을 발휘했다. 두 팀 공히 내부적인 불안요소가 있었음에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뜻이다.

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 맨체스터Utd.는 조별예선에서 5승1무의 일방적인 성적을 거뒀고 이후에도 마찬가지 승승장구를 거듭한 끝에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적어도 올 시즌은 상대를 ‘압도’했던 맨체스터Utd.다. 세리에A 챔프 인터밀란과 프리메라리가 왕자 레알 마드리드, 르 상피오나 우승팀 리용이 나란히 16강에서 탈락하며 체면을 구긴 것과는 대조적이다. 비록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아스날이 보여준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앙리가 떠난 이후 그에 준하는 주포 영입을 뒤로 미룬 탓에 ‘빅4’에서 밀려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지만 결국 16강에서 디펜딩 챔프 AC밀란을 잠재우며 저력을 뽐냈다. 투박한 챔피언이 ‘실력’보다 ‘요령’으로 버티려 했으나 젊은 포병부대의 화력에 백기투항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은 시즌 내내 화려한 빛을 발했다. 경쟁리그와의 대결에서 압승을 거뒀다는 점도 눈에 띈다. 프리메라리가 클럽을 상대로는 ‘3승2무1패’ 세리에A 클럽들에게는 무려 ‘6승2무’의 기록을 세우며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기실 이 같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강세는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2004-05시즌 2팀(첼시 리버풀) 2005-06시즌 1팀(아스날) 2006-07시즌 3팀(리버풀 첼시 맨체스터Utd.)이 4강에 진출했다는 사실이 근래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같은 기간 결승전의 최소 한 자리는 잉글랜드 몫이었다. 덕분에 프리미어리그는 프리메라리가를 누르고 자그마치 23년 만에 유럽국가프로리그 랭킹 1위에 재등극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녹아웃 토너먼트에서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길을 막은 팀은 같은 땅 동료들 뿐이었다는 점이다.

8강에서 아스날과 리버풀이 만난 것을 시작으로 4강에서는 리버풀과 첼시, 마지막으로 결승전에서는 맨체스터Utd.와 첼시가 대결하며 ‘챔피언들의 리그’라는 대회 명칭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이는 곧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아성에 도전할만한 타 리그 팀들의 ‘부재’를 뜻하는 결과이기도 했다.

대체 잉글랜드에서는 무슨 일이?
잉글랜드 클럽의 대륙지배 원동력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그들의 ‘막강 자금력’을 우선 이유로 꼽는다. 지난 몇 년 간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미국의 스포츠 재벌 말콤 글레이저가 맨체스터Utd.를, 미국의 투자가 조지 질레트와 탐 힉스가 리버풀을 인수했다. 아스날 또한 현재 미국 스포츠재벌 스탄 크론케에게 곧 소유권이 넘어갈 것이란 소문이 왕왕하다. 이미 지난 여름 거대한 오일달러에 힘입어 알함힙이 맨시티를 소유,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선수 수집에 열중했는가하면 웨스트햄Utd. 풀햄 아스톤빌라 포츠머스 등 중상위권 클럽들 역시 해외 자본가들에 의해 인수됐다.

프리미어리그 20개 클럽 중 벌써 9개나 해외 자본가 손에 쥐어졌고 인수 소문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아스날과 토튼햄을 더한다면 그 수치는 절반을 훌쩍 넘게 된다. 거대 자본가들이 프리미어리그를 향해 손을 뻗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수요(자본)와 공급(선수)의 법칙이 자연스럽게 적용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유럽축구 ‘월척’들의 프리미어리그行이 눈에 띄게 이어지고 있다. 2007-08시즌 이적료 Top 10을 살펴보면 프리미어리그 클럽으로의 이적만 5건(프리메라리가 4건 분데스리가 1건)이다. 빅 클럽들을 위시한 거대 자본이 선수들의 실력에 걸맞은, 때론 그 이상의 대우를 해주고 있으니 실력과 명성을 이력서로 제출한 A급 선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독점의 고착화’도 자연스레 진행됐다. 

지난 시즌에도 프리미어리그 1위부터 4위는 빅4로 분류되는 맨체스터Utd. 첼시 아스날 리버풀이 나눠 가졌다. 3시즌 연속이고 2005년 리버풀이 5위로 이탈한 것을 제하면 6시즌 째 같은 결과다. 이는 곧 기존 빅4의 챔피언스리그 진출 독점을 의미한다. 과거 뉴캐슬 리즈Utd. 블랙번 아스톤빌라 등이 4위 안에 들며 챔피언스리그 문을 두드렸지만 2003-04시즌 이후론 오로지 빅4만이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나서고 있다. 2004-05시즌 에버튼이 리버풀을 제치고 리그 4위에 오르며 그 판도가 깨지는 듯 보였지만 리버풀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은 덕분에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이번 시즌 역시 ‘고정 4팀’이 챔피언스리그에 출격한다.

독점을 막아라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클럽에 명예 뿐 아니라 경기대전료와 중계권료, 입장료 등의 엄청난 상업적 이익을 안겨준다. 챔피언스리그 참가가 수익으로 이어지고 그 수익이 다시 성공을 위한 투자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볼 때, 빅4의 탄탄대로가 이상할 것도 없다. 이에 대해 타 클럽 관계자들은 “리그 4강 경쟁에 끼어들 수 있는 클럽은 이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포츠머스 래드납 감독) “내년에도 4강은 똑같다. 내가 뉴캐슬 팬들에게 말할 수 있는 건 5위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잘하면 프리미어리그의 2부리그(빅4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을 일컫는 말)에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뉴캐슬 캐빈 키건 감독) “내년에 빅4가 어떻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가? 우리는 두 답을 알고 있다. 이런 건 축구가 아니다”(위건의 휠런 구단주) 등의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비단 프리미어리그만의 내부적 고민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프리미어리그 빅4의 ‘초강세’가 이어지는 상태라 ‘꿈의 무대’가 곧 프리미어리그化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굳이 잉글랜드 빅4가 아니더라도, 챔피언스리그가 몇몇 매머드 클럽들만의 잔치로 전락해 역동성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분분하다. “프리미어리그가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리그가 될 위기에 놓였다"던 키건 감독 말을 인용한다면 챔피언스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지루한 대회가 될 위기에 놓인 상태다. 제프 블래터 회장 역시 “챔피언스리그가 재정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국가 간 불평등을 초래하는데 악영향을 미쳤다”며 “6+5플랜(자국선수 6명과 외국인 선수 5명으로 팀을 꾸려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통해 특정 클럽과 리그의 독점에 맞서 싸울 것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이 거세지자 결국 유럽축구연맹은 지금의 체제에 메스를 들이대기로 결정했다. 2009-10시즌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 예고된 가운데 ▲유럽 축구 변방국들의 챔피언스리그 할당 티켓 증가 ▲UEFA컵 조별라운드의 확대 실행 ▲인터토토컵 폐지 등 포괄적인 개혁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전까지 3차례의 예선을 통과해야만 본선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중하위권 국가(유럽국가프로리그 13위~53위) 클럽에게 독자적인 예선라운드를 할당해 총 5장의 본선행 티켓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보다 다양한 클럽들이 32강에서 각축을 벌일 수 있는 틀이 마련된 셈이다. 약소국들에게 5장의 확실한 조별 라운드 진출 티켓을 배정함으로써 32개 출전팀 중 17개 팀을 각국 리그 챔피언으로 채워 명실상부 진정한 ‘챔피언스’ 리그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이 존재하는 삼엄한 프로의 세계이다. 따라올테면 따라오라는 것이 승부의 논리다. 실제로 지난 시즌 UEFA컵 패자 제니트처럼 따라잡는 일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UEFA컵과 챔피언스리그는 다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팽팽한 긴장이 전체적으로 유지되는 모습이다.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보다도 수준이 높다고 자부하는 챔피언스리그인데 자칫 특권층의 페스티벌로 전락할 수도 있겠다. 독과점의 선두주자이자 공공의 적인 프리미어리그 4인방이 제법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매사 지나치면 탈이 생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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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긴 여정도 어느 덧 끝을 향해 달려간다. 오는 5월21일이면 드디어 러시아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2007-08UEFA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가려진다. 이제 8팀만 남았다. 프리미어리그 클럽(아스날-리버풀)간의 격돌 때문에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나 눈에 띄는 매치업이 있다. 바로 샬케04와 바르셀로나의 8강전이다. 이들은 각각 분데스리가와 프리메라리가를 상징하는 전통있는 클럽이자 이번 시즌 유일하게 자국리그를 대표해 살아남은 팀이다.


유난히 챔피언스리그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바르셀로나와 첫 8강 진출 쾌거를 이룬 샬케04. 얼핏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보이지만 그 깊은 곳에는 프리메라리가와 분데스리가간의 뜨거운 자존심 대결이라는 사실도 숨어있다.

샬케04의 첫경험
유럽무대 우승경력은 1997년 UEFA컵 우승이 전부다. 하여 챔피언스리그 초반만 해도 모두의 관심 밖이었다. 시작 역시 미약했다. 조별예선에서 2승2무2패를 기록했으나 그 중 2승은 조별 최약체로 거론된 로젠보리를 상대로 거둔 승리다. 샬케04가 예선에서 기록한 5골 모두 로젠보리 골문에서 터졌다. 경기당 0.83골(5골)로 상당히 저조한 기록이다. 경기 내용 면에서도 압도적이지 못했다. 16강 진출도 로젠보리 덕을 봤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판 로젠보리가 발렌시아의 발목을 잡아 어부지리격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16강에서는 강호 FC포르투를 만났으나 다행히 1차전에서 K.쿠라니의 초반 선제골을 잘 지켜 1-0 승리를 거뒀다. 2차전에서는 종료 4분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1-1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골키퍼 M.노이어의 활약으로 4PK1로 팀 창단 이래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샬케04는 현재 11승8무5패 승점 41점으로 분데스리가 5위에 올라가 있다(3월16일 기준).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보장되는 3위와는 승점 2점차.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자격도 능히 따낼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오직 이번 챔피언스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태라 볼 수 있겠다. 비록 3월14일 뒤스부르크에 힘겨운 역전승을 거뒀으나 앞으로 챔피언스리그 8강전이 열리기 전까지는 비교적 쉬운 상대들과 만난다. 4월12일에 맞붙을 브레멘을 제외하고는 헤르타, 칼스루어SC, 한자 로스토크 등 중하위권 팀들과의 경기만 남았다. 샬케의 최대 강점은 수비력에 있다. 특히 골키퍼 M.노이어가 지난 FC포르투전 이후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호재다. 포백수비에서는 M.보르돈이 중앙에서 굳건한 수비벽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새 얼굴 H.베스테르만이 가세, 포백라인에 날개를 달았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무릎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한 왼쪽 풀백 C.판더르의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웠다. 이렇듯 M.보르돈을 중심으로 H.베스테르만, M.크르스타지치, 하핑야 등이 만드는 수비 조직력은 샬케가 자랑하는 얼굴이다. 샬케의 공격은 독일 A대표팀 출신 K.쿠라니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쿠라니는 현재 분데스리가에서 9골, 챔피언스리그 2골로 팀 내 최다득점자이다. 그러나 문제는 쿠라니와 짝을 이룰 마땅한 공격수가 없다는 데 있다. G.아사모아, H.알틴톱 등이 쿠라니의 파트너로 나서지만 부족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만약 바르셀로나의 강력한 수비진이 쿠라니를 봉쇄할 경우 샬케는 큰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큰 경기에 강하다
2007-08시즌을 앞두고 바르셀로나는 T.앙리, E.아비달, G.밀리토 등을 영입하며 정규리그와 UEFA챔피언스리그 동시 석권을 노렸다. 그러나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난국에 빠진 상황이다. 선두 레알 마드리드와의 승점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한 채 2006-07시즌 아쉽게 내줬던 리그 타이틀에서 다시금 멀어지고 있다. 최근 A.마드리드, 비야레알 등과의 경기에서 연달아 패하며 ‘2위 굳히기’에라도 들어간 듯하다. 때문에 레이카르트 감독, 호나우딩요, T.앙리를 향한 팬들의 비난은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2006-07시즌 분데스리가 챔피언 슈투트가르트와 르 상피오나 챔프 리용과 한 조를 이뤘지만 무패행진(4승2무)을 기록하며 조 1위에 등극했다. 조별예선 레인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무득점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 경기 2골 이상을 뽑았다. 특히 셀틱과의 16강 1차전, 리용과의 조별예선 5차전, 레인저스와의 조별예선 4차전에서는 경기 시작 10분 이내에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초반부터 기선제압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판타스틱 4’로 명명된 T.앙리, S.에토, 호나우딩요, L.메시가 번갈아가며 고른 활약을 해줬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뿐만 아니라 8강에서 수월한 팀이라고 할 수 있는 tif케04를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챔피언스리그 일정 도중 자국 리그에서 상대할 팀들 역시 베티스, 헤타페, 레크레아티보 등으로 비교적 부담이 적은 상대들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바르셀로나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된다. 특히 조별예선에서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챔피언 슈투트가르트를 이겼다는 사실도 상당한 자신감으로 다가 온다. 그러나 현재 바르셀로나에는 때 아닌 ‘부상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다. 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L.메시가 셀틱과의 16강전 도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당분간 출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 팀 내 가장 높은 활약도를 보였던 메시의 결장은 바르셀로나에게는 가히 치명적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것이 끝은 아니다. 중원에서 자물쇠 역할을 담당했던 투레 또한 허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개인적인 문제로 무너지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가장 크게 T.앙리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리그에서 ‘21경기 2골’이라는 저조한 기록은 여전히 팀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T.앙리는 최근 이에 관한 언론의 기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이혼 후 딸을 자주 보지 못하는데서 오는 향수 때문일 뿐”이라 반박하기도 했다. 물론 바르셀로나가 앞서 언급한 균열들에 의해 쉽게 무너질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전통적으로 바르셀로나는 챔피언스리그에 강했다. 이번 8강 진출 팀들 중 바르셀로나는 맨체스터Utd.와 함께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를 자랑한다. 이는 리버풀(5회)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횟수이며 그 외의 팀들은 아직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인연이 없다.

전통의 강호 vs 이변의 주인공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바르셀로나와 샬케04의 8강전은 전통의 강호와 이변의 주인공의 맞대결이자 프리메라리가와 분데리스가를 대표하는 클럽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샬케04가 FC포르투를 물리치고 8강까지 올라왔지만 바르셀로나보다는 아직 한 수 아래라는 평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바르셀로나로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대진운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나 바르셀로나 수비수 L.튀랑은 “샬케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대진운이 좋다고 하지만 약한 팀과 만났다는 것은 아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샬케의 수비진들이 바르셀로나의 초호화 공격진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가 이번 대결의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화려한 테크닉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호나우딩요, 보얀, 이니에스타 등의 공격수를 샬케의 수비진 베스테르만, 크르스타지치 등이 어떻게 대처할지도 두고 볼 일이다. 또한 그간 쿠라니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높았던 샬케가 바르셀로나전에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도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지켜볼 것은 슈퍼스타의 부활 여부이다. 아스날에서 ‘킹’으로 군림하던 시절을 과거에 묻어버린 T.앙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과연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기사회생하느냐 하는 점도 이번 8강전에서 눈여겨 볼만한 주요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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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2003년 여름,
친구와 함께 했던 런던 여행.
런던 아이를 타고
빅벤 앞에서 사진을 찍고
타워 브리지를 지나
런던 브리지까지
노래를 부르며 갔던 기억.

대영 박물관을 포기한 채
혼자 아스날 하이버리 구장에 가서
베르캄프 유니폼을 사고
뿌듯해 했던 기억.



참 많은 기억들이 런던에 묻어있다.


트라팔가 광장에서 나와 친구를 찾았던 친구의 남자친구는 또 어땠고.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해주던 검정 캡이 상당히 독특했던 런던 경찰들.
에어컨도 없고 창문도 열지 못해 나를 찜통더위로 몰고 갔던 2층 버스.
버킹엄 궁 앞 분수대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았던 연인들.
마지막 피날레에선 일어나서 신나게 춤추며 들었던 뮤지컬 맘마미아.


언제 또 이곳에 올 수 있을까, 했는데
돌고 돌아서 나는 또 런던에 있게 됐구나.



여전히 나는 혼자고 연약한 마음을 가진 탓에 상처도 많이 받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드린다.
병약한 나를 돌봐주시는 내 아버지, 하느님께.

사실 이젠 여기서 더 얼마나 버텨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감이 서지 않아
판단력 상실로 모든 것이 가물가물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도하며 버텨내야지.

잔인한 리얼리티만이 나를 반기고 있는 시간이지만
영국에서 웃었던 그때의 나처럼
그렇게 밝고 명랑하고 또 씩씩하게 이겨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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