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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열풍이라는데, 이는 K리그에서도 그대로 통용되는 듯하다. 강원FC의 브라질 공격수 웨슬리의 노트북만 봐도 그렇다. 그의 노트북에는 K팝 MP3와 뮤직비디오가 한 가득이다. 그것도 모자라 가사까지 외워 부른다. 한국어를 배운 적 없는 브라질리언이지만 노래 가사 따라 부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닌가보다.

웨슬리는 올 초까지 태양과 현아의 노래에 푹 빠졌다. I need a girl과 트러블메이커를 흥얼흥얼, 그것도 한국어로 따라 부르더니 요즘은 씨스타의 러빙유가 좋다면서 아이폰에 저장된 그녀들의 노래를 들려준다. 태양은 랩과 스타일이, 현아는 남다른 댄스실력이 맘에 든단다. 씨스타의 노래는 운동 전에 들으면 힘이 난다나?

그런 웨슬리가 최근에 푹 빠진 노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웨슬리 역시 대세의 흐름에서 빗겨나갈 순 없었다. 지난 8월 18일 부산전을 앞두고 골 세레모니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추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웨슬리에게 했었다. 역시나, K팝에 관심이 많던 웨슬리는 그러지 않아도 연습했었다며 벌떡 일어나더니 말춤을 추는 게 아닌가.

이날 제대로 ‘필’받은 웨슬리는 박자감 없던 나를 위해 하나 둘 셋 넷, 하는 호령과 함께 왼발과 오른발을 어떻게 딛는지 즉석에서 강의까지 해줬다. 친절한 웨슬리씨 덕분에 몸치에다 박치까지 덤으로 갖고 있던 난 어설프게나 말춤을 출 수 있게 되었고.


 

어쨌거나 신나게 말춤 세레모니를 이야기 하고 나서 딱 3일 뒤에 홈경기가 열렸다. 한데 말춤을 보여주고 싶던 웨슬리의 강한 ‘의지’ 덕분이었을까. 웨슬리는 부산전에서 추격골을 터뜨린 뒤 수비수 김오규와 함께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세레머니로 보여주며 모두를 즐겁게 만들었다,

당시 동료 선수들이 골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 웨슬리에게 달려갔는데 웨슬리는 자꾸만 뒤로 도망가며 가까이 오지 말라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단 한 사람, 강원의 댄싱머신 김오규에게만 얼른 오라고 손짓했고 강원FC는 두 사람의 제대로 된 말춤을 위해 현장에서 강남스타일 음악을 틀어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 조금 커졌다. 골 세레모니를 준비하기까지 재미났던 과정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강릉스타일’로 명명한 특별 뮤비에는 웨슬리의 경기 중 세레모니 뿐 아니라 집과 숙소를 오가며 말춤을 연습하던 모습, 웨슬리의 남다른 한국어 연기실력까지 볼 수 있게 신경 썼다.

이 뮤직비디오는 지난 8월 26일 전남과의 홈경기 시작 전에 경기장에서 공개됐다. 당시 현장 분위기는 대폭소의 도가니. 능청스러운, 그러면서도 조금은 느끼했던 웨슬리의 뮤직비디오 속 모습은 팬들에겐 즐거운 선물이었다.

K리그 최초로 선수가, 그것도 외국인 선수가 직접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뮤직비디오는 그 정성이 갸륵해서라도 팬들 사이에서 꽤나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강남스타일이 열풍은 열풍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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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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