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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그우먼 박나래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성형 후 사진을 공개해 화제다. 그녀의 미니홈피 제목은 “여자답게 살고 싶었습니다”였다. 그 문구를 보자 순간, 까닭모를 슬픔이 몰려왔다. 흔히 말하는 ‘미모’를 갖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간 받았을 차별과 설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문득 학창시절 선생님이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너희 집 돈 많니? 아님 너 얼굴이 예쁘기라도 하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 공부 열심히 하는 게 최고야. 안 그러면 후회한다.”애석하게도 중,고교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였다. 오죽했으면 고3시절 급훈이 ‘1시간 더 공부하면 남편 얼굴이 바뀐다’였을까.

기실 우리 집은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나 역시 연예인 같은 외모를 갖고 태어나지 못한 터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내겐 꿈이 있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울리는 그런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는 꿈 말이다. 학창시철 오직 그 꿈만 생각하며 공부했다. 다른 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좋았다.

물론 지금도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는 사실에 안도할 때가 많다. 왜냐고? 글은 그저 문장과 그 문장들을 응집시키는 구성력, 마지막으로 글쓴이의 진심으로만 승부를 걸면 되니까. 외모 따윈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지난 해 말에는 모 여자 연예인이 성형수술 뒤 과다출혈로 중환자실로 실려 갔는 내용의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다. 안면윤곽수술이 아니라 치아교정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본인 스스로 “수술하다 죽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상태는 심각했다.

얼마 전 여성포털사이트 마이클럽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성형모델 선발대회’를 열었다. 1등을 차지한 조수정 씨는 우승 조건으로 앞으로 연예인 활동을 지원받게 됐다. 역시나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그녀의 이름은 ‘순간검색어’에도 올라갔다.

최근 대학에 들어간 친척동생은 코수술도 해달라고 엄마를 조르고 있는 중이다. 쌍꺼풀 하는 김에 코도 하면 어떻겠냐는 것이 동생의 이유. 두 개를 동시에 하면 할인까지 된다나? 친척동생은 예뻐져서 꼭 ‘아나운서’가 될 테니 한번만 믿어달라며 징징대고 있다.

그녀들이 왜 수술대가 올랐고, 또 오를 예정인지 아는가. 그렇다. 이제는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불과 얼마 전까지도 면접에서 번번이 국물을 마셨던 친구가 생각난다. 쌍꺼풀이 없어 강한 외모에 고민하던 친구는 결국 수술대에 올라섰다. 그녀는 쌍꺼풀 수술 이후 부드러운 인상으로 바뀌었고 결국 원하던 회사에도 입사했다.

요즘도 학생들은 각 학교 별로 얼짱을 뽑아 순위를 매기며 몸짱 아줌마는 아주 오래 전에 제2의 ‘봄날’을 맞았다. 어느새 뉴스를 전달하던 아나운서들에게도 ‘얼짱 아나운서’라는 별명이 붙기 시작했고 네티즌들은 어느 연예인이 제일 동안인지 설전을 벌인다. 그래서인가. 잠깐 쉬다 나오는 그녀들은 깡마른 몸에 지나치게 어울리지 않는, 지방으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선 화면 앞에 나타난다. “감기 때문에 얼굴이 좀 부었어요”라는 말과 함께.

물론 박나래의 선택을 전적으로 이해한다. 수술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자신있게 살아갈 수 있다면-이미 수술사실을 공개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당당함이 읽혀지지만- 그녀는 앞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수술대에 올랐을 심정으로, 거울 앞에 앉아 바뀐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외쳤을 다짐대로 살아간다면, 그것은 분명 멋진 인생일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진정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정말 이 세상은 과연 외모로만 모든 것을 평가할까?  어느새 ‘성형수술 권하는 사회’가 되고 만 것일까? 선배와 술을 마시던 지난 저녁 내내 나는 한참동안 그 질문을 반복해서 던졌다. 그랬더니 한참동안 말이 없던 선배는 내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잊었어? 폴포츠가 있잖아.”

그렇구나. “외모보다 중요한 것은 꿈을 향한 노력, 그리고 그 덕분에 더 빛나게 된 재능이에요”라고 속삭이던 그 남자를 한동안 잊으며 살았구나.

폴포츠가 누구냐고? 폴포츠는 영국판 아메리칸 아이돌 격의 프로그램인 ITV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최종 우승자다. 그리고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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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폴포츠는 단지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늘 주변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되곤 했다. 때문에 그 시절 그의 유일한 친구는 ‘음악’과 ‘노래 부르기’뿐 이었다. 그것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오페라 가수가 되겠다는 꿈도 그렇게 영글어 갔다. 그러나 용기를 갖고 찾아간 음반사들은 저마다 “목소리는 좋지만 외모 때문에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는 대답만 들려줬다.

“나의 외모만 보고 무시할 땐 정말 슬펐어요. 그래도 절망하지 않고 기회를 찾아다녔죠.” 여기서 ‘기회’란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elent)’ 오디션을 말한다.

언뜻 봐도 싸구려처럼 보이기만 한 양복, 부러진 치아와 뚱뚱한 몸매. 폴포츠는 오페라와는 어울리지 않는 외모를 한 채 무대 위에 올라섰다. “오페라를 부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그가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부르던 순간, 차가운 표정으로 보고 있던 심사위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청객 중 몇몇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노래가 끝나는 순간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독설만 퍼붓기로 유명한 독설가로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 역시 “정말로 휴대폰 외판원이 맞냐”며 “당신은 우리가 찾아낸 보석”이라는 칭찬을 아낌없이 던졌다.

“당신은 우리 눈을 확 뜨게 만드는 신선한 공기 같군요”
“우리는 지금 막 다이아몬드를 발견했어요. 지금은 작은 석탄 조각이지만 당신은 곧 다이아몬드가 될 거예요.”


이 동영상은 곧 유튜브에 올라갔고 9일 만에 1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운받았다. 이는 유튜브 사상 최고의 조회수였으며 그는 그렇게 전 세계 사람들에게 놀라운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지난 8월에는 드디어 평생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바로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앨범이 탄생한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세요. 자신이 생각한 길을 걷다보면 언젠가는 이뤄질 거예요. 저처럼 기적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그것을 단순히 기적이라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혼이 담긴 노력, 그리고 그 노력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 재능, 마지막으로 ‘노래’ 하나만을 생각한 진심어린 마음. 폴포츠에게는 그 모든 것들이 있었기에 세상이 그의 존재를 알아준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나는 폴포츠를 통해 다시금 희망을 읽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는 검고 지저분한 석탄에서 시작된다고. 그러니 든든한 희망을 가득 안고 세상을 살아가야지. 그리하여 꼭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내 꿈을 이뤄가야지. 다시 한번 나지막한 목소리로 되뇌며 다짐해본다.


설령 이 세상이 성형 권하는 사회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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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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