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학번 선배와 오랜만에 모교에 놀러갔습니다. 대학시절 저는 ‘아마추어 축구부’라는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는데요, 오늘 동아리에서 신입생환영회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왜 환영회를 4월에 하냐고요? 보통 3월은 신입생이 오고 가는 기간이라 한달 늦게 4월에 하게 됩니다. 4월이면 이제 신입생들이 어느 정도 동아리에 정착하는 기간이니까요. ^^



제가 입학할 당시 아마추어 축구부에는 여학생이 한명도 없었답니다. 저는 그 동아리에 ‘제발’로 걸어 들어간 유일한 여학생이자 또 새내기였죠.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남학생들만 드글드글한 그곳에 눈 똥그랗게 뜨고 들어간 20살의 제 모습을 떠올려보면요. 그렇지만 그렇게 겁없고 당찼던 그 시절의 제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늘 제가 만난 새내기들도 저마다 목표를 갖고 대학에 입학한 것이겠지요. 20대 초반, 격정적인 나날들 속에서 그 목표들이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그 뿌리만은 부디 단단하기를 염원해봅니다. 가지는 흔들려도 그 밑동만큼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야하니까요.

사발식을 마친 후 이제 정말 동아리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환영해줘서 또 환영받아서 기분 좋다며 활짝 웃던 20살 08학번 후배들의 얼굴이 참 예뻐보였습니다. 그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꼭 좋은 선배가 돼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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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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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아시나요? 헐리우드 아역스타 출신 브래드 렌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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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렌프로는 1996년 8월 우리를 눈물바다에 빠뜨렸던 영화 '굿바이 마이 프렌드'에 주인공으로 나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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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렌프로가 열연한 주인공 에릭에게는 하나 뿐인 친구가 있습니다. 바로 에이즈에 걸린 옆진 소년 덱스터죠. 굿바이 마이 프렌드는 바로 이 둘의 우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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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he Cure(치료, 치료약)'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덱스터는 어린시절 수혈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된 소년입니다. 이 둘이 찾으려는 치료약을 과연 어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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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과 덱스터, 참 친해보이죠? 하지만 에릭 역시 다른 친구들처럼 덱스터를 피했답니다. 둘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았는데 바로 그 담장 너머로  대화를 시작하며 서로를 알게 됩니다. "내가 놀 때는 너가 들어가." "왜?" "옮을 수도 있으니까" "공기로 전염되는 병 아니야."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갔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둘은 친구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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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다른 사람들이 안 먹는 음식이 약이 될지도 모른다며 에릭은 덱스터에게 초코바를 잔뜩 먹입니다. 슈퍼에 가는 날이면 에릭은 수레에 덱스터를 태운 다음 쌩쌩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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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날은 집 근처 산을 돌아다니며 채집한 풀을 먹이기도 하고요. 풀을 끓여 재운 물을 먹이고 에릭은 노트에다 보고서 비스무레하게 적기도 합니다. 그러나 후에 독풀을 먹고 난리가 나기도 한답니다. 새벽에 독풀로 인한 중독증세로 덱스터가 병원에 가자 덱스터 어머니는 어떤 풀을 먹였냐며 덱스터를 깨우죠. 풀 이름을 모르던 덱스터가 풀과 잎사귀를 붙인 노트를 통째로 주며 "이거에요!"라고 외쳤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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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에릭은 하나 뿐인 덱스터가 에이즈에 나을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던 도중 뉴올리언스에 사는 의사가 에이즈 치료약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신문을 통해 읽게 됩니다. 그리고 둘은 그 의사를 만나기 위해 집을 떠나죠. 직접 만든 배를 타고 뉴올리스언스까지의 먼 여정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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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힘듭니다. 돈도 떨어지고 덱스터는 아프기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깡패들을 만나기도 하지요. 나이도 어리고 힘도 없던 그들이 위기를 모면하는 방법은 무척이나 슬픕니다. 덱스터가 자신의 손목을 그어 피를 내게 만들거든요. 그리고 에이즈에 걸렸다고 말합니다. 가방에 있던 약통을 본 깡패들은 정말로 에이즈에 걸린 것 같다며 결국 도망가지요. "내 피는 독이야."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덱스터의 얼굴을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말 역시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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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결국 이 둘은 의사를 만나지 못한 채 다시 돌아옵니다. 덱스터가 너무 많이 아팠거든요. 에릭은 매일 자신을 손찌검하는 자신의 싱글맘 곁으로 갑니다. 그리고 덱스터는 결국 병원에 입원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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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에릭은 덱스터를 만나러 병원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둘은 장난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죠. 둘이 주로 치던 장난은 다음과 같습니다. 갑자기 덱스터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간호사들에게 달려가는 것이지요. 그날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장난이 그만 현실이 되고 만 것입니다. 덱스터를 살피기 위해 의사들이 달려왔을 때 덱스터는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거든요. 그리고 에릭은 덱스터 엄마 가슴에 안긴 채 울며 말합니다. 치료약을 찾기 위해 내가 더 노력했어야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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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덱스터의 엄마는 에릭을 달래주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덱스터의 삶은 온통 슬픔과 고독 뿐이었지만 네가 그걸 사라지게 해줬단다. 덱스터는 너를 만나서 행복해 했어. 그애가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너도 알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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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터의 엄마도 기억나에요. 그는 참 강인한 여성이었습니다. 에이즈로 고통받던 아들 앞에서는 늘 밝고 씩씩한 엄마였습니다. 자신보다 더 고통받을 아들을 생각해 절대 자신의 고통은 드러내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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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터가 세상을 떠난 날, 에릭의 엄마가 또 에릭에게 손찌검을 하려고 하자 그녀의 목을 움켜쥔 채 말합니다. "두 가지만 말할게요. 첫번째는 오늘 에릭의 가장 친한 친구가 죽었어요. 에릭은 그 장례식에 가야해요. 두번째는 에릭에게 또 다시 손대면 가만 안두겠어요.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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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의 운동화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한 운동화이기도 하고요. 뉴올리언스를 향한 여정 중 덱스터는 악몽을 꿉니다.

"잠에서 깼는데 어두울 때 말야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180억 광년에 걸쳐있다고 했잖아.계속해서 180억 광년을 더 간다고 가정해봐. 거기에 아무 것도 없으면 어떡하지? 가끔 잠에서 깼는데 깜깜하면 난 정말 무서워. 거기에 혼자 남겨진 채로 영원히 못 돌아올 것 같아."

그때 에릭은 덱스터에게 운동화 한짝을 주며 말하죠.  

"자는 동안 이걸 꼭 잡고 있어. 만약 잠에서 깼는데 무서울 때 이렇게 생각해봐. 잠깐, 난 에릭의 신발을 잡고 있어. 대체 내가 왜 이 더러운 농구화를 들고 있는 거지? 1조 광년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말야. 난 지구에 있는게 틀림없어. 침낭속에서 안전하게 자고 있다고. 그리고 에릭은 바로 내 옆에 있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란 말야."

"음. 괜찮은 방법 같다."
 
그리고 덱스터가 가는 마지막 길, 운동화 냄새를 맡으며 자신을 생각하라고, 그래서 그 길이 무섭거나 외로운 길이 아님을 깨닫으라고 에릭은 자신의 운동화를 덱스터 손에 쥐어 준 채 집으로 갑니다.

터덜터덜. 장례식장을 나온 에릭은 그렇게 한쪽 운동화 없이 걸어가죠. 한손에는 덱스터의 신발을 든 채 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둘이 함께 놀던 강가에 가 조용히 신발을 띄우며 영화는 끝납니다. 그 둘이 함께 보트 위에서 떠내려가며 놀던 그 강 위엔 주인 잃은 덱스터의 신발이 그렇게 조용히 내려갑니다.

사춘기 시절, 저를 지배했던 영화 '굿바이 마이 프렌드'.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저는 아직도 영화 속 장면 하나 하나를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만큼 제게 많은 영향을 끼친 영화였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그런데 그가 덱스터처럼 세상을 떠나고 말았네요. 현지시각으로 지난 15일 LA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합니다. 아직 정확한 사인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날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놀다 돌연사한 것으로 보아 약물과다 복용에 의한 사망이 아닌가, 하는 추측만이 나돌 뿐입니다.


영화 '의뢰인'의 꼬마 주인공 브래드 렌프로는 '굿바이 마이 프렌드'로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아역스타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거기까지 였습니다. 그 영화 이후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거든요.

대다수 헐리웃 아역스타들은 늘 한계와 만나곤 합니다. 어린시절 자신을 알린 영화 캐릭터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압박이 때론 그들을 짓누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일찍 술과 마약에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그 옛날 ET에서 귀여운 거티로 열연했던 드류 베리모어가 그랬으며 터미네이터를 통해 스타 반열에 오른 에드워드 펄렁이 그랬죠. 맥컬리 컬킨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겠죠?

물론 그중에는 성공적으로 그 시기를 이겨내 진짜 배우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디 포스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나탈리 포트만이 그 예겠죠. 그들은 영화 밖에서도 다양한 자선활동과 선행으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됐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브래드 렌프로는 결국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네요. 그동안 무엇이 그를 그토록 힘들게 만든 것일까요. 어린나이에 너무 일찍 부와 명예, 그리고 인기를 맛보았기 때문일까요. 찬란했던 그 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서,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두려움 때문에 그는 혼자서 힘들었던 것일까요.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이 세상엔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추측하고 그의 심정을 헤아려볼 수 밖에 없습니다. 에이즈에 걸린 친구의 치료약을 찾기 위해 뛰어 다니던 브래드 렌프로.  어쩜 정말로 치료약이 필요했던 사람은 그가 아니었는지요.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영화는 오래도록 우리 가슴에 남아 '브래드 렌프로'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겠지요. 그것을 위안 삼으며 이 글을 마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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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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