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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시크릿가든의 열풍으로 전국적으로 현빈앓이가 시작됐을 때, 스쳐지나가는 말로 그랬던 적이 있다. “현빈은 실제로 보면 잘생겼을까? 실물이 궁금하긴 하다.”

사실 기자로 일하는 동안 웬만한 연예인은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현빈과 만난 적은,적어도 내가 기억하기론 없었다. 그랬더니 내 친구 꼭 찍어서 말해주길. “너 **신문사에서 있을 적에 신문사 옥상에서 현빈봤다고 했잖아. ^^ 그걸 까먹니.”

아, 그랬구나. 잊고 있었다. 2005년에서 2006년으로 바꿨던 겨울이었다. 선배 기자가 인터뷰가 있는데 날도 춥고 바람도 심해 옆에서 보조로 따라 붙으라고 나를 데리고 옥상에 올라가셨지. 당시 나는 햇볕이 강하게 쏟아졌고 눈이 부셔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로 인터뷰 할 주인공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반갑게 인사하고 말았다.

“어머, 동욱아!!!”

나는 왜 그때 현빈씨를 이동욱으로 착각했던 것일까.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다. 햇볕이 직각으로 똑 떨어지는 바람에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래도 그렇지. 그런 말도 안되는 실수를. 그렇지만 현빈씨는 까도남답게 쓱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사실 그게 더 민망하긴 했다.

대학시절 먼발치에서 동욱이를 본적이 있긴 했다. 회전목마라는 드라마를 찍고 있을 당시 우리학교에 이동욱이 지금 와서 촬영 중이라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었다. 아, 그래? 라며 쿨하게 반응하고 가방을 싸고 신문사실로 가던 중에 정말로 촬영 중인 동욱이를 보게 됐다. 카메라와 스탭들 뒤로 빼곡히 서서 구경 중인 학우들을 보며, 무엇보다 그 중심에 있던 동욱이를 보며 친구가 아닌 이젠 정말 연예인구나, 하는 생각에 발길을 이내 돌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드디어 군대에 간 녀석. 짧게 자른 머리를 하고선 팬들에게 입소 전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스포츠머리를 하고 다니던 중학교 시절 당시의 모습이 생각이 나 아쉬움보다는 반가운 웃음이 먼저 나왔던 그때도 생각이 난다.

그로부터 2년 뒤 군대에서 박정현 누나 팬이 되었다는 멘트와 함께 동욱이가 돌아왔다. 제대 후 바로 드라마로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는데, '여인의 향기'라는 주말 드라마였다. 그러나 난 본방사수를 하지 못했다. 주말 저녁에는 K리그 경기가 열리는 날이니 볼 수가 없었고 첫방을 놓치니 이후 회차부터는 흐름을 이해하지 못할 듯 해 안보게 되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던 건, 처음부터 보지 못한 드라마였음에도 주인공의 처지에 절로 몰입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제가 이 회사 사표 썼거든요, 라는 말과 함께 눈물을 뚝뚝 흘리다 부장에게 개자식이라 외치며 사표를 던지는 연재의 모습을 보며 나도 함께 눈물이 그렁그렁. 그리고 이내 뚝뚝뚝.

그 나이의 여자들은 늘 그랬다. 하고 싶은 것보다 하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았고 한 달 번 돈을 쪼개서 적금과 생활비와 문화비로 나눠야만 했고 다음 달에는 소비를 줄이겠다고 지키지 못할 다짐을 했고. 애인이 없으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여자가 아닌지 오해를 받아야했고 그렇게 혼자 늙어가는 딸이 걱정돼 결혼정보회사의 도움을 받자며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연재의 나이를 향해 가고 있던 나로서는 장면 하나 하나, 대사 하나 하나가 가슴에 와 닿더라. 그렇게 해서 나는 여인의 향기의 열혈 애청자가 되었다. 무엇보다 그 드라마가 갖고 있는 미장센이 좋았다. 첫사랑 동욱이가 나오는 드라마라서가 아니라.

한데 그 드라마를 보며 나는 다시 한 번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저 주인공의 이름은 강지욱인데, 자꾸만 내가 알고 있던 이동욱이 튀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몰입도가 대단했기 때문에? 아니면 어쩌다보니 실제의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서?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내 오랜 친구와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았던 장면은 오키나와에서 연재와 지욱이 이까스미 야끼소바를 나눠먹는 장면이다. 오징어먹물이 입과 치아를 덮었을 때 서로의 모습이 재밌어 두 남녀가 깔깔대고 웃는데, 그때 동욱이가 보여주던 웃음은 연기가 아니었다. 그래, 친구들과 즐거울 때 저런 표정으로 웃곤 했지. 그래서 기억은 참 신기한 존재인 거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음에도 찰나의 순간, 내가 기억하던 장면이 겹칠 때면 이렇게 각인된 기억이 봉인해제되니까.



그러면서 나는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덮어두었던 토플책을 찾았고 기타강습을 준비했고 줄넘기를 다시 시작했고. 그리고 내 친구 동욱이를 꼭 한번 만나보기도 추가됐다. 준수와 데이트하기 미션에 성공한 뒤 버스에서 그 문장에 줄을 긋던 연재의 모습을 보고 나서부터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이루어졌다. 그것은 놀랍게도 동욱이와 다시 만나고싶다는 목록이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나 역시 연재처럼 방송국의 도움을 받아 동욱이와 해후하게 됐다는 거다. 놀라운 것들로 가득차있기에 Wonder-Ful이라던데,  정말로 그랬다.

만남 전날 나는 자정을 훌쩍 넘길 때까지 졸업앨범을 시작으로 함께 찍은 사진, 일기장, 카드 등을 찾아 챙겼다. 그런데 정작 내가 선물로 줄 건 아무 것도 없더라. 갑자기 이뤄진 급만남이었기에 정말로 준비된 선물이 없었다. 그래서 새벽 1시에 컴퓨터에 앉아 옛날이야기를 시작으로 최근의 드라마를 보며 느낀 생각들을 편지로 쓰기 시작했다. 그 새벽에 손글씨는 무리였던터라. 그리고 나서 내가 잠자리에 든 시간은 새벽 3시 반이었고 2시간 반만 자고선 약속장소인 방송국에 가야만 했다. 어찌나 피곤하던지. 드라마 종방 때까지 내내 이렇게 생활할텐데 어떻게 버텨내는 것일까. 그래서 요즘들어 자꾸만 퀭한 얼굴로 나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VJ분과 먼저 만나 동욱이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해줬는데, 이미 블로그에 썼던 내용들과는 별반 차이 없던 이야기들을 해드렸다. 그래도 이번에 동욱이와 관련된 물건들을 찾으면서 다시 찾은 기억들이 몇개 있다. 내 친구가 러브레터를 보내면 그래도 답장은 해주던 참 예의바른 아이였단 거. 비록 연습장을 북 찢어서 준 답장이었지만 그 자체만으로 고마운 거니까. 가정시간에 만든 샌드위치를 가져다줬더니 정말 맛있게 먹었다면서 그동안에 보여줬던 반응 중에서 가장 뜨겁고 고마웠던 반응이었다는 거. 동욱이네 반 포청천에서 장난으로 러브레터를 보냈을 때는 사람 마음 가지고 그렇게 장난하는 거 아니라면서 어른스럽게 또 따끔하게 훈계했던 거.



PD님이 내게 묻기도 했다. 실제의 이동욱은 어떤 사람이냐고. 못 본지 꽤 됐지만 기억 속 동욱이라는 먼저 말 걸기는 다소 어렵지만 일단 친해지면 끝까지 가는, 가슴 뜨겁고 끈끈한 사람이었다. 키가 작고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까불이들이 있으면 가만히 지켜보다  그만하라는 한마디로 제압하는 정의의 사도이기도 했으며 성별에 상관없이 약한 자들을 먼저 생각하고 보호해주던 사람이기도 했다. 가족을 참으로 아꼈으며 리더십이 뛰어났다. 또 카리스마 속에서도 적당한 위트가 발휘돼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여자보다는 남자들에게 더 인기가 많은 그런 사람이었다.

동욱이는 너무나 좋은 사람이라서 카메라 앞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는데 정작 방송에서는 그 부분이 똑 떨어져나갔다. 아무래도 중학교 때 이미 가슴근육이 완성되었다는 이야기나 어린시절부터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는 거나, 중학교 때 우리집에 다 같이 모여 수다 떨다 야설로 넘어갔다는 거나. 뭐 그런 이야기들은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이 아니면 정말 알지 못하는 것들이었기에 살릴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본다.

우리가 만난 곳은 동욱이의 인터뷰가 진행되던 일산의 어느 커피숍이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PD님의 안내에 따라 뒤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 편지셔틀이야기가 나오고 동욱이는 이내 잘 모릅니다, 라며 눈을 감기 시작했고 결국엔 그걸 증명해줄 친구가 쨘하고 등장하게 되었다. 바로 나였다.

처음엔 날 못 알아보는 동욱이. 그럴 줄 알았다. ㅎㅎ 그래, 나 참 통통해지고 이젠 너보다 더 나이 들어 보여. 나도 알아. ㅠㅠ

그러더니 잊고 싶은 별명을 던지기 시작한다. 솔직히 나 못지 않게 기억력이 좋거나 아니면 그만큼 내 캐릭터가 강했다는 거겠지. 뭐 어쨌건 후자라도 상관없었다. 이젠 뭐 개성의 시대 아닌가. 강렬하게 기억되는 사람이 오래가고 오래남는 세상이니까. ^^

그래도 고마운 건 VJ에게 내 소개를 참 좋게 해줬다는 사실이다. “아, 얘, 진짜 공부 잘했어요. 대게 똑똑했던 친구에요.” 내가 공부하느라 지치고 힘들 때 가장 힘이 되어주었던 게 지금처럼 늘 1등만 하라던 동욱이의 카드였는데. 마침 칭찬을 해주길래 그 카드를 보여줬는데 동욱이는 아직까지 간직한게 신기하다며 웃었다.

함께 하는 인터뷰는 짧았고 PD님은 지금 거의 생방송 식으로 촬영 중인지라 빨리 빠져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서둘러 나도 가려는데 커피 한잔은 마셔야하지 않냐면서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켜주었다.



졸업앨범을 분실하여 이번 기회에 보고 싶다 하였기에 앨범을 건네줬고 앨범을 보던 그 짧은 시간이나마 동욱이와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랑 친했던 쌈 잘하던 수연이와 어눌하게 말하며 빨간글씨편지로 고백하던 봉영이, 지금은 낚시프로로 활동하는 한승이, MCM 행사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났다는 아영이, 면회신청에도 대답이 없어 잠시 삐졌던 군의관 대관이와 미국에 있는 성준이와 하늬 등 그간 서로가 알고 있던 친구들의 근황을 전해줬고. 그래도 다들 열심히 잘 사는 것 같다고 하자 우리 애들이 원래 다 똑똑하고 노력하는 애들 아니었냐고 어른스럽게 이야기하더라. 우리 나이면 이제 정말 자기 직업, 자기 인생 책임지고 살아야한다는 명언도 남겨주고. ^^

참 수련회 가서 노래 불렀던 건 제목까지 기억하던데 춤 췄던 건 기억을 못해서 내가 어떤 춤을 췄는지도 실감나게 설명해줬다. ^^ 그리고 학교로 돌아와서 점심시간 때마다 여자애들이 고음불가와 그 롱다리춤을 흉내냈다고 하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참 많은 일들이 뒤에서 이뤄진 거 같다며 정말 신나게 웃어댔다. 10일을 밤새서 집에도 못들어가고 힘들다고 하던데 내가 그래도 그거 하나 큰 웃음은 주고 가서 다행인 듯 싶다.



사실 초등학교 동창 남자아이들은 정기적으로 동욱이를 만났다는 걸 알고 있다. 잊을만하면 항상 동욱이가 먼저 연락을 해 약속을 잡았고 드라마를 마치고 10일 뒤에 군대에 갔지만 그 짧은 기간 중에도 시간을 빼 우리 친구들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렇게 참 다정다감하게 친구들을 챙기고 우정을 생각했던 속 깊은 아이, 동욱이.

여자아이들에게는 먼저 말은 걸지 않았지만 나와 승은이가 다가가면 그래도 초등학교적 친구라고 대답도 잘해주던 고마웠던 내 친구. 어색 돋던 중학교 1학년 첫 달, 중학교 생활이 적응 안돼 우리 넷이 학교 뒤편에 모여 이야기 나누다 늦은 오후 다돼서야 집에 갔던 것도 나는 잊지 못한다. 그만큼 내게는 특별한 친구였다.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바르게 배우고 자란 덕에 워낙에 배려심 깊은 아이였지만 오랜만에 만난 동욱이는 예전보다 더 상대를 배려해주는 멋진 어른으로 자라있었다. 졸리고 바쁜데도 불구하고 짬을 내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했던게 나는 그저 고맙기만 했다.

아쉽게도 금세 촬영에 임해야해서 급하게 헤어졌지만 정신없이 가면서도 동욱이는 매니저 동생분에게 택시정류장까지 날 에스코트하라고 부탁하는 친절을 잊지 않았다. 게다 동욱이만큼 잘생겼던 매니저 분은 어쩜 그렇게 예의가 바르시던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걸 알게 돼 참 기분좋게 집까지 돌아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 동욱이가 내게 해줬던 말은 각자의 분야에서 이렇게 자리잡고 있는 거 보면 우리 다 잘 큰 거 같구나, 그리고 파이팅, 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멋지게 자리잡은 사람은 동욱이었고 동욱이와의 만남은 내게 감동과 자극을 동시에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러니 앞으로 당당히 내 친구라고 말할 수 있도록,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더 많이 땀흘리고 뛰어다녀야겠다. 



참, 그날 동욱이에게 너를 보며 축구기자 말고 연예기자를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을 몇번 한적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또 명언을 날려주셨다." 연예기자는 힘들어. 축구기자도 물론 힘들겠지만 너가 더 좋아하는 건 축구 아니야? 힘들어도 자신이 더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하는 거야."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잊을 수 없었던 것은 여전히 어린시절, 그러니까 첫사랑 소년으로 만났던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었다. 초심을 잃지 않은 스타가 많이 드물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나니까.  어찌하여 성품과 됨됨이로 꾸준히 칭찬받는지 깨달을 수 있었고, 덕분에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라는 기분 좋은 예감도 함께 든 그런 시간이었다.

가식없이 솔직한, 연기를 향한 진정성으로 가득찬, 그리고 이런 사람을 좋아해서 다행이고 이렇게나 많이 좋아하고 있다고 자랑할만한 배우. 이동욱. 그렇기에 그를 사랑하는 팬들은 요즘 아주 많이 행복할 거다. 그래서 부럽기도 하다. ^^

동욱아, 내가 말했지. 안성기씨처럼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고. 정상에서 우리 꼭 다시 만나자! 힘내라, 멋쟁이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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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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