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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신동엽이 나왔던 프로가 기억납니다. 제목은 이제 잊혀졌지만 신동엽이 작곡가와 출연해 주인공을 위한 곡을 만들어주는 프로였는데요, 한번은 김병지 선수가 출연을 한적이 있었죠. 꽁지머리 김병지~ 하면서 다소 촐싹스럽게 노래부르던 신동엽이 생각납니다. 지금 부인되시는 분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그 프로에 출연했던 거였는데요, 지나가던 시민들이 김병지 선수 부인에게 장미꽃을 한송이, 두송이 씩 주던 그 장면은 이제 15년도 더 지났지만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김병지 선수와 관련된 최초의 기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뒤 기억하는 건 1998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의 0-5 대패 속에서도 빛났던 선방입니다. 그리고 2002월드컵을 앞두고 무리한 드리블로 국가대표 제1골키퍼에서 2순위로 추락했지만 그래도 4강 신화를 이뤄낸 빛났던 태극전사로서의 모습입니다.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2006년 겨울 FC서울 입단발표 하루 전에 FC서울 구리 훈련장에서 만났던 날이에요. 그날 김승용 선수와의 인터뷰를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는데 제가 앉아있던 방에 들어왔죠. 혼자 커피를 마시기가 미안했던지 제게도 커피를 권했고 제가 직접 타먹는다고 했음에도 끝까지 자신이 타주겠다며 곱게 스푼까지 저은 뒤 커피를 건네주더군요.

어린시절 제게는 태극전사는 ‘내게 너무 먼 당신들’이었고 김병지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골키퍼 스타였고, 그래서 그런 선수가 제게 커피를 손수 타서 준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집에 가서 부모님께 자랑해야겠다, 는 다소 유치한 생각도 했고요. ^^

FC서울에서 다시 한번 축구인생의 꽃을 피우는 듯 했지만 2008년 뒤늦은 태극마크 감격 속에서도 결국 부상으로 낙마, 눈물을 삼켜야만 했고 FC서울에서도 설 자리를 잃고 말았습니다. 아직은 더 뛸 수 있다며 K-리그 500경기 출장을 목표로 삼았던 김병지였지만 그를 불러주는 팀은 없었고 타의에 의해 은퇴를 할 수도 있겠다는 염려 속에서 지켜봤습니다.

그랬던 김병지를 알아보고 손을 내민 사람이 바로 지금의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조광래 감독입니다. 당시에는 경남FC를 맡고 있었죠. 경남에서 김병지는 주전 골키퍼로서 활약하게 됐고, 제3의 전성기 쯤으로 봐도 좋을 것 같네요.

지난해 5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며 대업을 이뤘지만 여전히 경남의 주전으로 뛰고 있는 한 매 경기가 신기록의 연속일 것입니다. 526경기 출장 중이니까요. 500경기 출장기록을 기념하며 유니폼 배번을 500으로 했던 게 얼마 전인데 벌써 500경기를 훌쩍 넘었네요.

그만큼 뛰어나게, 혹은 독하게 자기관리를 했다는 증거겠지요. 후배 선수들의 귀감이 될 선수가 분명합니다. K-리그 역사와 함께하는 산증인이니까요.

그래서일까요. 김병지가 얼마 전 스포탈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참으로 멋진 말을 했습니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경남이 1위를 달릴 줄 알았냐고. 그런데 그건 지극히 편견이다. 관계자들도 언론들도 편견을 가지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뉴욕 양키스만 항상 우승하나? 아니다. 그런 게 스포츠다. 경남 FC는 지금 스포츠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조광래 감독이 경남의 사령탑으로 있을 당시 팀이 1위에 오른 뒤 가진 인터뷰였습니다.

김병지 선수는 예산이 적은 팀은 우승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며 지금 경남은 그러한 편견들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과거’가 이런 생각을 갖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대표와 명문구단에서 활약하다 부상과 세대교체로 자리를 내준 이후, 많은 사람들은 축구선수로서 이제 전성기는 끝났다고 생각했죠.

나이가 많은 축구선수는 더 이상 선수생활을 하기 어렵다. 모두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김병지 선수는 아직 더 뛸 수 있는 체력과 실력과 경기력을 갖고 있었음에도 말이죠. 그러한 편견과 고독히 싸웠고 결국엔 승리하였습니다. 매 경기가 K-리그에선 신기록의 연속이니까요. 이쯤하면 신기록 제조기라고 봐도 되겠죠.

그러한 편견과 이미 한차례 맞서봤기 때문에 그는 경남의 1위 등극을 향한 놀라움을 편견이라고 일갈한 것입니다. 열심히 준비했다면 누구나 1위를 할 수 있다면서 지금 경남은 편견과 싸우고 있다고 말이죠.

뭐 여기까지는 고참 선수로서 이 정도는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죠. 김병지 선수가 갖고 있던 생각의 깊이는 다음 대목에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지금 K-리그의 대세는 기업형 구단이 아닌 시도민구단이다. 최근 창단된 팀들과 앞으로 생겨나게 될 팀들이 모두 시도민구단이다. 기업형 구단 역시 법인화되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 일단 경남이 스폰서 유치 등에 용이할 것이고, 지역민에 대한 관심과 선수들의 가치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다. 이는 창단됐거나, 창단될 시도민구단에게도 마찬가지다.”

저는 이 대목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우승을 하면 보통의 선수들은 팀 인지도, 우승 보너스 등까지만 생각하고 그치거든요. 그런데 그걸 넘어 스폰서 유치까지 떠올리는 것을 보며 이 사람은 단순히 경기에 나서는 것만 생각한게 아니구나, 리그 전체의 판을 보며 K-리그 발전에 대해서도 늘 고민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척이나 놀랐고, 감탄했고, 그리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우승을 하게 된다면 구단의 가치는 올라가겠죠. 높아진 구단 인지도와 가치 덕분에 스폰서 유치는 분명 전보다 쉬울 것입니다. 사실 다들 아시겠지만 시도민구단은 늘 스폰서 유치에 끙끙앓이입니다. 모기업이라도 있다면 마음이라도 편할텐데 말이죠. 구단에서 아무리 줄이고 줄여도 70억~80억은 기본적으로 쓰게 됩니다. 인건비와 경기운영비, 선수단전지훈련비 등이 쌓이면 허리띠를 졸라매도 그만큼은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선수의 입장에서 구단의 내년예산까지 생각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당장 자신의 경기력과 팀 성적에만 신경쓰기에도 버겁고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전체의 큰 판을 아우르는 김병지 선수의 시각에 존경스럽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겠더군요.

김병지 선수가 언제 은퇴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는 언제나 모두가 규정지었던 한계를 뛰어넘었던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은퇴 후 김병지 선수가 보통의 은퇴 선수들처럼 지도자의 길을 걷는 대신 축구행정가로서 제 2의 인생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드네요.

K-리그는 아직도 더 많이 성장해야합니다. 이런 식견을 가진 김병지 선수라면 K-리그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훌륭한 축구행정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앞날에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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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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