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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Footballers

K-리그 최고의 테크니션 데얀을 아십니까? 2007시즌 초입에 박이천 당시 인천 감독 대행은 10번 선수를 가리키며 “저 친구가 6개월 후 모두를 놀라게 만들 것”이라 자신했다. 그가 바로 데얀이다. 데얀은 2006시즌 인천에서 활약했던 바조가 향수병 증세를 호소하며 마케도니아로 돌아간 후 그 대안으로 영입됐다. 등번호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김치우와 최효진이 이적해 측면 공백을 메우는 게 시급한 일인데, ‘왜 하필 스트라이커를 뽑았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잇달아 제기됐다. 이는 인천의 내부 사정을 간과한 주장이라는 게 머잖아 밝혀졌다. 인천은 당시 공격수 보강이 절실했다. 2005K리그 준우승 멤버 방승환 라돈치치의 위력이 반감되는 징후가 나타나 주력 킬러를 새로 들이지 않고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천의 선.. 더보기
내셔널리그로 돌아온 K-리거 조세권, 황연석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조세권과 황연석이 긴 그림자와 함께 나타났다. 3월임에도 저녁 바람은 여전히 쌀쌀했다. 황연석은 “몸 좀 녹이세요”라며 뜨거운 녹차를 건넸다. 종이컵을 타고 솟아오르는 따뜻한 김에 시선이 쏠릴 즈음, 옆에 있던 조세권이 “오래 우리면 써요”라며 손수 티백을 꺼내줬다. 실로 간만에 다시 만난 그들의 왼쪽 가슴엔 고양국민은행 엠블럼이 굳게 박혀 있었다. 조세권(좌)과 황연석(우) 새로운 출발점 위에서 “프로에 있을 때보다 심적으로 여유로워진 상태입니다. 감독님께서 많이 배려해주시기 때문이죠. 편하게 생활하고 있어요. 운동 환경도 좋아 모든 점에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황연석이 전해준 근황이다. 듣고 있던 조세권이 거들었다. “K리그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것은 딱히 없습니다. .. 더보기
껍질을 깨고 나온 열아홉 소년 이청용 어린 시절 집 앞 마당에는 제 이름을 딴 나무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늘 그 나무 앞에 저를 세워놓곤 했죠. “3cm나 자랐네? 우리 딸 다음 달에는 얼마나 더 자랄까? 빨리 나무만큼 커야지.” 그렇게 저는 나무와 함께 자랐습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저의 성장을 대견스러워하셨고요.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은 무릇 그런 법이랍니다. 하지만 그땐 너무 어렸나봅니다. 그 마음을 채 헤아리지 못했으니까요. 혹시 2006년 3월 12일이 어떤 날이었는지 기억하시나요? 짐작컨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릴 수 있는 이는 아마도 무척 드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말씀드립니다. 그날은 K-리그 개막전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또한 제가 프레스 카드라는 걸 처음으로 들고 갔던 날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 더보기
K-리그 브라질 삼총사 데닐손, 루이지뉴, 두두 2008K리그 개막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채 일주일도 안 남았으니 말이에요. 이번 시즌에도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팀을 옮기는 대이동을 했습니다. 뽀뽀와 까보레, 따바레즈처럼 한국을 떠나 새로운 리그에서 새출발을 시작한 선수들이 있었는가 하면 더 좋은 조건 하에 다른 팀으로 옮긴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선수들은 후자입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 덕분에 타 팀에서 열렬한 구애를 보냈고 그 덕분에 올시즌부터는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시작하는 외국인 선수들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브라질 삼총사 데닐손, 루이지뉴, 두두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분석글이다 보니 편하게 말을 놓겠습니다. 감안하시고 읽어주세요. ^^ 승리를 부르는 브라질 탱크, 데닐손 3월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 더보기
대한축구협회에는 뉴하트 '은성'이 있다 얼마 전 자료조사 중 무척 재미있는 사진을 찾았습니다. 1974년에 발간된 월간축구를 뒤적이던 중 당시 대표팀에서 뛰던 선수들의 사진을 보게 됐죠. 그런데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뉴하트의 ‘은성’이 사진 속에 있었거든요. 배우 지성을 닮은 어느 선수의 모습에서 은성의 향기가 물씬 풍기더군요. 낯선 선수에게서 은성의 향기를 맡게 될 줄이랴. 그것도 약 35여 년 전 사진에서 말이죠. 아래 사진을 보세요. 어느 선수를 말하는지 아시겠죠? ^^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질문 드리겠습니다. 그 선수의 이름을 맞출 수 있으신가요? 바로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십니다. 김호곤 전무는 대전시티즌 김호 감독, 울산현대 김정남 감독과 함께 1970년대 한국축구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입니다. 80년대 이후 .. 더보기
런던에서 만난 설기현 선수 얼마전 런던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출발전부터 미리 계획표를 짜는 등 열심히 여행준비에 몰입했답니다. 그 목록 중에는 ‘꼭 방문해야만 하는 곳!’이라는 항목도 있었습니다. 그 중 1순위는 바로 풀햄의 홈구장 ‘크레이븐코티지 방문’이었죠. 다행히 풀햄 경기 티켓을 구하기는 쉬웠답니다. 경기 전날임에도 표가 많이 남아있었거든요. (현지 사람들 말론 런던클럽 중 아스날과 첼시에 밀려 인기가 없대요. ㅠㅠ 게다가 팀은 강등위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매표소 직원은 풀햄 목도리를 선물로 줬답니다. 그리고 좌석은 제일 좋은 자리(W석)로 끊었습니다. 설기현 선수를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바로 다음에 발생했습니다. 지인이 제 대신 카드로 계산을 했는데 하필이면 그 카드가 맨체.. 더보기
한일전 선제골 주인공 염기훈, 3년차 징크스는 없다 Restart 2008 예부터 우리나라는 숫자 ‘3’을 특별히 여겼다. 단군신화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숫자도 바로 3이다. 3은 1과 2를 더한 숫자. 즉 양을 의미하는 1과 음을 뜻하는 2가 합쳐진, ‘음과 양을 하나로 묶는다’는 속뜻을 지닌 완전한 숫자다. 하늘 땅 바람, 천 지 인, 탄생 삶 죽음, 처음 중간 끝, 과거 현재 미래 등 3은 모든 이치와 접목시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K리그에도 해당된다. 보통 데뷔 첫해 뛰어난 플레이를 선보였던 선수일지라도 다음해에는 그보다 못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나온 말이 ‘2년차 징크스’ 아니겠는가. 2006K리그에는 염기훈 장남석 배기종 3명의 선수들이 신인왕 경쟁에 가세, 아름다운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이들 모두 이듬해에는 첫해만 못한 .. 더보기
박지성 선수 동생 '박원재'를 아시나요? 박원재. 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07 K-리그에서부터였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원과의 플레이오프전이었죠. 당시 그는 수원 홈에서 따바레즈의 프리킥을 헤딩골로 연결하며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습니다. 결승골이었죠. 이어 그는 바로 열린 성남과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도 연속골을 뿜어내며 단번에 자신의 이름을 모두에게 알렸습니다.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아보지 못한 '중고 신인'은 그렇게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진정 ‘스타’로 거듭났습니다. “청소년대표팀이요? 그런 거랑은 거리가 멀었어요. 고교선발에도 안 뽑혔는걸요. 전 팀에서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다른 잘하는 선수들 뽑혀 가는 거 구경만 하던 평범한 선수였죠.” 그렇지만 그는 늘 꿈꿨습니다. 포항스틸러스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볼을 .. 더보기
김두현 선수 결혼식에서 만난 축구스타들 개구진 웃음이 참 인상적이었던 김두현 선수가 드디어 결혼을 했습니다. 영원히 소년으로만 제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던 그가 드디어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네요. 그전까지 제게 김두현 선수는 가까이 하기엔 참 어려운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짧은 인터뷰는 그간 가지고 있던 그의 이미지를 한번에 깨뜨린 아주 좋은 계기가 되었죠. K-리그 MVP까지 수상한 선수라면 조금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도 했지만 그는 언제나 먼저 인사하고 웃어주던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 있을 때면 늘 제게 먼저 알려주는 고마운 선수였지요. 빨리 기사 쓰면 더 좋지 않냐는 이유 때문이었으니까요. ^^ 그런 그가 결혼을 한다며 제게 청첩장을 건네줬습니다. 꼭 와서 도장 찍고 가라는 협박성 멘트와 함께요.. 더보기
아쉽게 고배든 신인왕 후보 김형일 “태균아, 축하해” "와, 저기 신인왕 수상자 하태균 선수 지나가는데요. " 12월 6일 오전 11시 유니버설 아트센터. 그곳 현장에서 만난 김형일은 또 다른 신인왕 후보 하태균이 지나가자 웃으면서 말했다. 아직 발표 전이지 않냐고 묻자 양손을 저으며 말했다. "저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영광이에요. 한 해 동안 열심히 뛰었던 다른 선수들을 위해 박수쳐주다 가려고요. 부모님도 오시겠다고 했는데 제가 말렸어요. "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시민구단에서도 한번쯤은 신인왕이 탄생해야하지 않냐며 내심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 같은 생각에는 29경기 출장 1도움이라는 기록도 한몫했다. " 저도 그런 생각 본 적은 있어요. 기적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고요. 시즌 초반 제가 말씀드렸던 목표 기억하세요? 6강 플레이.. 더보기
축구천재 박주영의 쓸쓸한 데뷔 1000일 지난 11월 21일 안산 와~스타디움. 한국 올림픽대표팀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 6차전 바레인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둠으로써 올림픽행 티켓을 땄다.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은 " 해냈다 " 는 기쁨에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약간의 실랑이가 일어났다. 축구협회 직원 한명이 그라운드로 내려와 박주영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려한 것이다. 박주영이 안가겠다며 뒷걸음질을 치자 이번에는 직원 한명이 더 내려와 뒤에서 그를 밀어 기자단이 있는 쪽으로 데리고 갔다. 알고 보니 박주영은 바레인전 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로 뽑혔던 것. 시상을 하기 위해서라도 꼭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지난 8월 3일 .. 더보기
이근호, "제 인생 최고의 골은 주영이 때문에 묻혀버렸어요" 지난 11월 21일 안산와~스타디움. 한국 올림픽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6회 진출을 확정 짓던 순간 이근호는 " 너무 좋아서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어요 " 라는 말만 반복해서 했다. 그러나 오늘(26일) 이근호에게서 다시 한 번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삼성하우젠 2007 베스트 11에서 이근호는 데닐손(31표)을 단 1표 차로 제치며 까보레(83표)와 함께 공격수 부문 최고 선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당시 이근호는 바레인전이 끝난 후 " 이 참에 K-리그 베스트 11도 노려보지 않겠냐 " 는 물음에 " 워낙 쟁쟁한 공격수들이 많아서 힘들 것 같아요 " 라며 손사래를 친 바 있다. 그 대답을 기억하냐고 묻자 " 당연히 기억하죠 " 라는 대답과 함께 수화기 너머로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려줬다. " 전 .. 더보기
김두현과 조성환, 사랑보다 빛난 우정 2001년 수원 입단 당시 처음 만난 김두현과 조성환. 당시 수원에는 수많은 '김호의 아이들'이 있었지만 이 둘의 끈끈한 우정은 동료 선수들이 놀릴 정도로 남달랐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이적도 비슷한 시기에 했다는 것이다. 2005년 후기리그를 앞두고 김두현과 조성환은 성남과 포항으로 이적했다. 함께 수원의 중흥기를 이끌던 이들은 이후 적으로 다시 만나 싸워야했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역시 둘도 없는 친구였다. 2005년 12월 24일. 최성국 결혼식에 참석했던 선수들은 뒤풀이 장소에 모여 김두현을 찾았지만 그는 다른 장소에 있었다. 바로 일주일(31일) 후 결혼할 조성환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었던 것. 이후 김두현은 둘도 없는 친구 조성환을 위해 결혼식 사회자로 나섰다. 지금도 김두현은 결혼식.. 더보기
김두현 "제 아내 예쁘죠?" 김두현의 얼굴에선 시종일관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 제 아내 될 사람이에요. 예쁘죠? " 김두현(26, 성남)이 6년 열애 끝에 웨딩마치를 올린다. 상대는 2001년 수원 입단 당시 소개로 만난 동갑내기 정혜원 씨. 웨딩촬영을 위해 아침 일찍 미용실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김두현, 정혜원 예비부부는 신사동 스튜디오로 이동해 저녁 늦게까지 사진촬영에 임했다. 이미 각종 매체들을 통해 화보촬영 경험이 있는 김두현은 능숙한 포즈로 정혜원 씨를 이끌었다. 예비 신부가 어색해하며 어쩔 줄 몰라 할 때마다 김두현은 " 그렇게 웃는 건 가짜 웃음! 진짜로 웃자 " 며 촬영장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었다. 마침 이날은 특별한 친구들도 함께했다. 바로 남궁도(26, 전남)와 김동현(24, 성남). 2004 아테네 올림픽 .. 더보기
김치우, 희망의 또다른 이름이 되기까지 8월 21일 저녁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 수원은 전반 16분 터진 하태균 선수의 선제골을 잘 지켜내 전남에게 1-0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날 경기로 5연승을 거둔 수원은 2위에서 1위로 올라가며 성남을 승점 2점 차로 따돌렸지요. 경기 종료 후 라커룸으로 들어가던 선수들 틈에서 김치우 선수를 발견했습니다. 다가가서 괜찮냐며 인사를 할까 잠시 고민했죠, 하지만 이럴 땐 그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반 16분 김치우 선수는 문전 앞에서 에두 선수가 올린 공을 헤딩으로 걷어냈습니다. 그러나 그 공은 참으로 무심하게도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 있던 하태균 선수 앞으로 떨어지고 말았죠. 하태균 선수는 침착하게 오른발로 발리 슈팅을 때렸고 결국 그 골은 결승골이 됐습니다. 본의 아니게 .. 더보기
이근호, 이젠 네가 희망이야! “오늘 골 누가 넣을까?” “이근호 선수가 넣지 않을까?” 경기 시작 전 관중석에 앉아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근호 선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가슴을 땅땅치며 말했죠. 이근호 선수가 넣을게 분명하다고요. 그냥 그런 예감이 들었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분명 넣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8월 22일 오후 8시 상암월드컵경기장.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우스베키스탄과의 첫 경기가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이근호 선수는 변함없이 왼쪽 윙포워드로 선발출장했죠. 경기 내내 그는 특유의 힘을 바탕으로 활발히 측면 돌파를 시도했습니다. 계속해서 혼자 고립돼 있던 원톱 하태균 선수에게 열심히 크로스도 올렸고요. 때론 직접 중앙으로 이동해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고교 시절부터 함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