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돈키호테 관람. 내 인생 첫 발레공연이었던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 주역이었던 강예나, 엄재용, 황혜민씨는 떠났지만 이제는 강미선, 이현준, 이동탁씨가 새로운 유니버설의 별이 되었다. 참 많은 시간이 지났구나. 

1층 로비에 척추를 곧게 세운 채 쪽머리를 하고 있던 발레걸스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많아 궁금했는데, 3막에서 바질과 키트리의 독무를 보면서 생각났다. 그랬다. 돈키호테는 발레소년소녀들의 콩쿨 최애작품 중 하나였지.

돈키호케는 코르 드 발레도 참 신나게 출 수 있는 작품이다. 1막 스페인 광장과 3막 바질과 키트리의 결혼 피로연장에서 빨강, 노랑, 주황, 분홍, 보라 등 원색의 옷을 펄럭이며 스페인 민속무를 추는데, 탬버린과 부채의 추임새까지 더해지니 흥겹고 또 화려하다. 특히나 투우사들의 춤은 지난 춘향 공연에서 시험보던 선비들의 군무씬과 겹쳐보였다. 남자의 춤은 확실히 굵구나.

7년이나 지났는데 그때 생각이 여전히 나는게 신기하기도 했다. 바질의 푸에테를 보면서 빌리 생각을 했었지. 천 위에서 높이 점프하던 산초 걱정도 했었지. 클래식 발레와 어떻게 동작이 다른지 알려주던 문훈숙 단장님의 손 끝 자세에 감탄도 했었는데. 


2막 집시의 야영장에서 바질과 키트리가 짧게 2인무를 하는데, 확실히 이현준 발레리노는 감정연기가 좋다. 어떻게 저 짧은 시간 키트리를 향한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걸까. 개인적으로 저런 어둔 조명 아래서의 파드 되는 이현준씨가 최고인 듯. 

3막 바질과 키트리의 결혼식에서의 그랑 파드되는 무척이나 체력소모가 심하다. 키트리의 32회 푸에테도 그렇고, 바질은 쉬지않고 크고 높은 점프를 선보인다. 아, 리프트도 있구나. 그 와중에 현준씨는 큰 웃음을 지어보인다. 파트너를 향한 그의 미소는 언제나 사랑에 빠진 남자 그 자체라 볼 때마다 참 행복하다.


이젠 못보던 장면들도 보인다. 3막에서 키트리와 바질이 함께 짠하며 축배를 드는데 술 한잔 마시고 캬, 하며 고개를 살짝 흔드는 현준씨 모습에 빵 터졌다. 다른 발레리나에게 슬쩍 다가가니 바로 바질을 구석으로 모는 키트리의 견제도 귀여웠다. 다른 여자의 얼굴이 예쁘다는 판토마임에서 보여주던 키트리의 질투 역시 그랬고. 키트리가 아니면 죽겠다며 자살한 척하다 살짝 몸을 일으켜 키트리 볼에 뽀뽀하던 바질의 잔망스러움도 빼놓을 수 없겠다. 내 남자의 비지니스를 쿨하게 이해하는 현준씨의 와이프님께 박수를. 둥이맘이신데 순산하시길 ^^

7년 전에는 2막 돈키호테의 환상씬에서 분홍 조명 아래 춤추던 발레리나들에게 겨우 감탄하던 나였는데, 이제는 좀 더 넓게, 또 다른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선우는 코르 드 발레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낮 공연에 뛰었나보다. 선우 보기 어렵구나. 선우는 다음 11월 정기공연에 보는 걸로.

바질의 독무를 보니 준형이 콩쿨도 생각나고 옛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여름밤이다. (2018년 7월 21일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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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유니버설발레단 정기공연 <춘향> 관람. 내가 너무 좋아하는 강미선 이현준 페어로 오랜만에 관람. 끝나고 현지쌤 보고 인사드리니 "오늘 현준이 너무 잘하죠?"하시는데 순간 현준빌리가 현지쌤 아카데미서 발레를 배우고 있다지만 오늘 춘향에도 나왔던가. 순간 머리가 멍. 난 아직 빌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 같다 ㅎ

춘향과 몽룡이 처음으로 합방하던 밤. 저고리와 치마를 하나씩 벗기니 속적삼과 속치마가 나오고, 흰 한복을 입은 채 한몸이 되어 추는 파드되에 나는 그야말로 넋이 나갔다. 애절한 표정과 손끝 발끝에서 느껴지던 에너지와 곡선의 아름다움은 실로 아찔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파드되가 내겐 최고였는데 오늘로서 춘향으로 바꿨다. 

몽룡이 장원급제를 하던 순간 코르드발레의 군무도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우리 민족 특유의 힘이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그 와중에 잘자란 선우빌리도 눈에 띄었다. 내일은 선우가 방자로 나오는데 난 왜 오늘 예매한 거니. ㅠㅠ 

몽룡과 춘향이 다시 만나는 재회 파드되는 초야 파드되의 끝에 등장했던 부채를 건넴으로서 시작된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의 절정은 춘향을 리프트하던 순간이 아닐런지. 손 끝 움직임 하나만으로 몽룡을 향한 사랑을 관객에게 온전히 전하는 미선 발레리나는 정말 대단했다. 

상처받기 두렵고, 그래서 쉽게 누군가를 만나다 떠나고, 사랑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직선적이거나 혹은 원초적인 우리에게, 춘향과 몽룡의 파드되는 참 의미깊게 다가왔다. 

조심스럽게 한 걸음 다가가 손을 잡고, 마음을 온몸에 실어 껴안고 함께 날아오르던 그 순간, 무대 뒤로 벚꽃이 한가득 날리던 그 풍경처럼, 그렇게 만나 사랑했으면 한다.

덧. 친구가 생일기념으로 맛있는 저녁과 갖고 싶었던 시카고 카드지갑을 사줬다. 충충분히 행복한 토요일이 지나간다. (2018년 6월 9일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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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오늘 예술의 전당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봤다. 흑조와 백조를 오가던 지그프리트 왕자의 최후에 나오던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을 듣는데 달빛 같은 조명과 무용수들의 몸짓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집에 가려는데 예술의 전당에서 우리팀 코치님 딱 만남. 우아. 우리팀은 쉬는 날 발레공연보며 힐링하는 예술적인 팀이구나. ㅎㅎ 코치님이 축구도 아닌 무려 발레를 혼자 본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면서 엄지 척 해주심. 칭찬... 이겠지...? ㅎㅎ (2013년 3월 10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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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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