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에 해당되는 글 579건



"나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해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어."
"나에게는 순간이었어요."

"당신, 나의 어떤 점이 좋았어요?"
"그 춤 실력."

"왜 나를 사랑했지?"
"춤을 잘 춰서요."


 그 후 래널프와 아델은 다시 춤을 추게 되었지.


베가번스의 전설을 봤다.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골프라는 조금 지루한 소재로 참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 좋은 영화라. 내가 감히 좋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영화 속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마음에 깊이 다가오므로 좋은 영화다.


다시 사랑을 하게 되었다, 는 문장 대신 다시 춤을 추게 되었다는 문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참 멋진 표현 아닌가.

깊은 밤, 나는 별빛의 음악을 들으며 너에게 편지를 쓴다.

너는 그곳에 서있고, 나는 다만 사랑할 뿐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영혼이 바뀌는 두 고등학생의 이야기 <너의 이름은>

다시 태어나면 도쿄의 남자가 되고 싶다고 산사에서 소리치던 시골 소녀 미츠하. 소녀의 꿈은 자고 일어나니 기적처럼 이루어진다. 도쿄 소년 타키와 영혼이 바뀌게 된 것! 

아파트 복도 앞에 펼쳐진 도쿄의 아침 풍경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는, 타키의 몸을 한 미츠하를 보고 있자니 문득 선샤인호텔에 나와 이케부쿠로와 시부야 거리를 거닐며 두 눈 반짝이던 13년 전 내가 떠올랐다. 

황혼, 그 기적의 시간에 미츠하와 타키가 만나던 순간에는 내 심장은 그야말로 터져버릴 것 같았다. 미츠야가 살던 마을 정경을 보니 몇년 전 J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빅스완을 향해 걸어가던, 니이가타 그 시골길이 생각났다.

무엇보다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하게 일본의 자연을 담아낸 감독의 서정이 참 좋았다. 꼬이고 얽혀도 결국엔 이어진다는, 인연과 운명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두번이나 보게 된 영화다. 여운이 참 오래 남는다.




ps.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와도 어찌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보며, 또 그냥 있어보라는 대사까지 보고 있자니 세월호가 떠올랐다. 일본 사람들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떠올렸다고.

-사람이든, 사물이든 마음을 다해 이름을 부를 때 비로소 진짜 의미가 생기는 법이다. 도서관 자료실에 있던 미츠하의 이름은 타키가 부르는 순간 내가 지키고 싶은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현실세계를 애니에 담던 감독의 성향을 알기에 꼭 배경이 된 일본 내 지역들을 방문해 인증샷을 찍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영화 컨택트.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라고 하여 조디포스터가 과학자로 나왔던 90년대 작의 리메이크인 줄 알았으나 제목이 다르다. 조디포스터 출연 영화는 콘택트. 그리고 오늘 본 영화는 컨택트. :) 

영화 보는 내내 사운드가 압도당할 정도로 기괴하였는데, 끝나고 지하주차장을 걸어갈 때까지 그 음악이 연간 귓속을 맴돌았다. 실로 대단한 영향력이었다.

어느 날 전 세계 12곳에서 낯선 우주선이 발견된다. 그리고 그 우주선 속 외계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언어학자인 루이스와 물리학자 이안이 합류한다.

물론 언어체계가 다르기에 대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곳에 왜 왔는지 물어봐도 웅웅 거리는 의성어만 들릴 뿐 해석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화가 되지 않자 루이스는 그들의 언어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컨택트는 내게 소통이란 단순히 듣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 말해 마주보고 귀를 기울이며 뜻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귀한 메시지를 전해줬다. 알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과정에서의 중요성 또한 함께.


영화 속 여주인공 루이스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녀는 지금의 이 선택으로 인해 먼 훗날 슬픔을 맞이할 것을 알면서도 어떤 특별한 선택을 하게 된다. 생의 매 순간, 그 찰나가 주는 행복이 더 크고 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선택한 그녀의 행보는 꽤나 큰 울림이기도 했다.

참, 그 과정에서 눈이 맞은 물리학자 이안은 “평생 하늘의 별만 바라보며 살았는데 그보다 당신을 만난게 더 중요하다”며 손발 오글거리는 대사를 날리기도 한다. 그걸 들으며 나는 더 애틋한 멘트를 쓰는 연애작가가 되고 싶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

ps.
-물리학자 이안을 연기한 제레미 레너를 보면서 나는 계속 호크아이 생각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엠마스톤과 라이언고슬링이 이렇게나 춤추고 노래 잘하는 배우였다니! 스파이더맨의 그녀와 순애보 노아의 만남은 새로웠다.

샤갈의 그림을 보는듯한 색감. 물랑루즈스러운 카메라 워크, 그리고 깜짝 출연 존 레전드 덕분에 눈과 귀가 호강했던 시간.

영화 중간에 세바스찬과 미아가 LA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엠마스톤의 데이트룩은 정말 예뻤다. 홀터넥 드레스가 이렇게나 잘 어울리다니. 이번 영화를 위해 다이어트까지 했다는데. 역시 옷빨은 혹독한 다이어트 뒤에 나오는 법.



to do list 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과 탭과 왈츠를 추는 건데, 라라랜드에서도 이 장면이 나와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LA 야경을 바라보며 함께 탭을 추는 세바스찬과 미아. 밀당이 시작되는 장면이라서 두근두근했고, 첫 키스를 나누기 전에는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무려 소녀감성 벅차오르게 별과 구름이 강처럼 흐르는 하늘까지 날아주셨다.

지극히 현실적인 엔딩까지 난 그냥 좋았다는. 슈팅도 타이밍인 것처럼 사랑도 타이밍이다. 그 타이밍을 놓치면 로맨스보단 현실이다.

나이가 들면 꿈도 변한다며 울먹이는 미아의 대사가 눈에 밟힌다. 탭댄스를 다시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리고 라이언고슬링은 찌질한 순애보 역할이 딱인듯. 넌 영원한 노트북의 노아야.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핵소 고지. 2차 세계대전 중 가장 치열했던 오키나와 전투에서 무기 하나 없이 75명의 생명을 구한 데스몬드 도스의 실화를 그린 영화다.

앤드류 가필드는 내게 엠마스톤의 전 남친으로만 기억되는 배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핵소 고지에서는 순박한, 그러나 자신의 신념 앞에서만큼은 단단한 버지니아 시골 청년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수혈하고 나서 다음날 수혈이 잘못 된 것 같다고, 심장이 너무 뛴다며 간호사한테 고백하는 남자라니!

사상은 약간 돌아이나 영화 하나 만큼은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만드는 멜 깁슨은 이번 영화에서도 실감나게 전쟁씬을 구현한다. 사지가 잘려나가고, 머리가 날아가고, 파편으로 힘줄까지 보이는 다리를 붙잡고 울부짖는 병사들의 모습이 처절하게 화면에 잡힌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이후로 내게 제대로 임팩트 준 전쟁씬이었다. 덕분에 영화 보는 내내 심장이 아팠다.

Please, Lord, help me get one more.

영화 말미에 부상 당한 전우들을 구해내기 위한 도스의 눈물겨운 투혼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크리스천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종교영화일 수도 있다. 성경을 가슴에 지닌 채 병사를 구하며, 주님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합니까, 한 사람만 더 구하게 하소서, 라며 기도하는 도스의 모습을 보면 말이다.

 When you are convinced of something, that's no joke. That's what you are.

그러나 내게 이 영화는 믿음을 넘은 신념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 영화였다. 그 신념이 있기에 도스는 약혼녀의 눈물에도, 동료들의 집단구타에도, 일본군의 공격으로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도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지키며 전우 곁에 있었으니 말이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철학과 신념이다. 그래야지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나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


 ps.

-군대 다녀오신 분들에게는 더 큰 임팩트를 줄 것 같아서 한동안 군필자들에게 열심히 추천했었다.

-이 영화로 앤드류 가필드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더라는.

-앤드류 가필드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전 여친 엠마스톤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자 가장 먼저 일어나서 가장 열심히 또 가장 환하게 웃으면서 박수쳤다는. 이 남자에게 입구만 있을 뿐 출구란 없는 것인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a walk to remember.
추억으로의 산책.

4년이 흘렀지만 내게 걸어오던 그녀의 모습은 내속에 살아있다


 이제는 현실 속에서는 결코 만나볼 수 없는 그녀, 제이미를 생각하기 위해서 그,  랜든은 추억으로 걸어갈 수 밖에 없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마을에서 살았기 때문에 제이미와 랜든은 초등학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나왔다. 서로를 알지만 둘은 한번도  제대로된 이야기, 마음이 통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제이미는 촌스러운 스웨터에 촌스러운 앞머리에, 보통 아이들이 볼 때는 다소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의 소녀이다. 그러니 랜든같은  날라리가 상대할 수 있겠는가. 
 
갑자기 멋진 사랑을 하는 선배에게 언젠가 물은 적이 있다. 어떻게 저 사람을 알고 사랑까지 하게 됐냐고. 그때 선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이 갑자기 찾아왔노라는 대답을 해줬다. 아마 영화 속 랜든과 제이미에게 물어봐도 그들은 그 선배처럼 대답할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사랑이 찾아왔노라고.



제이미의 꿈은 기적을 체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랜든은 그런 그녀를 위해 기적을 보여주려고 한다. 랜든은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인생목표리스트를 이뤄주기 위해 노력한다. 
 
우울한 날, 누군가가 와서 달빛 아래서 함께 춤을 추자고 했으면. 천문학자들이 관측하지 못한 별을 발견해 내 이름을 붙여줬으면. 함께 별을  관측하기 위해 내가 기댈 어깨를 마련해줬으면. 엄마와 아빠가 결혼한 교회에서 나와 결혼해줬으면. 
 
랜든이 제이미에게 해줬던 일들. 그녀가 그를 통해 체험한 기적들. 빛나던 사랑의 기적으로 가득차 아름다웠던 영화.

ps.
-맨디 무어 목소리가 너무 예뻐 only hope를 백번도 넘게 들은 것 같다.
-여름방학 당시 그 아이와 같이 보러 가고 싶었던 추억의 영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썸원 라이크 유는 로맨틱 코메디 영화다. 로맨틱 코메디물은 언제나 그렇듯, 상처받고 실연당한 주인공이 나온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애슐리 주드가 연기한 제인 굿웰 역시 그렇다. 한 지역 방송국 섭외담당인 그녀는 새로 들어온 PD에게 첫눈에 반한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 중 하나다. 겉모양에 혹하다 보면 그 내면이 어떤지 찬찬히 살펴볼 시간을 놓치기 때문이다.

같이 공원에 앉아 바람을 느끼며 햄버거를 먹던 제인과 레이. 어느새 레이는 제인의 집에 앉아 함께 TV를 보며 시리얼을 먹다 키스를 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 관계는 더 발전해 침대로 이어진다. 침대 위에서 그녀를 안은 채 키스를 하는 레이. 러브 앤 워에서 함께 춤을 추던 어니스트와 아그네스를 볼 때처럼, 혹은 물랑루즈의 크리스티앙과 샤틴을 볼 때처럼, 레이와 제인, 그 둘을 보는 내 마음은 어느새 행복해진다.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살과 살이 맞닿은 채 서로의 얼굴을 손으로 만져주며 한참을 바라보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어머니가 아이의 눈과 코와 입술을 만지며 웃을 때처럼. 그 순간만은 서로 한없이 사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은 한결같은 믿음으로 이어진다. 사랑하여라. 사랑하노라. 그리하여 사랑한다. 당신을.

 

길거리에서 사랑하는 이의 셔츠를 골라준다. 파란 하늘이 보이는 어느 거리에서 골라준 파란셔츠. 햇빛을 맞으며 나누던 긴 입맞춤. 옷장게 걸린 그 사람의 양복, 그 양복에서 맡을 수 있는 그 사람의 내음. 눈을 감은 채 깊이 깊이 맡아본다. 그 내음은 곧 그 사람으로 바뀌고 그녀는 다시 행복해진다. 그 사람이 내 앞에 있는 듯한 기분은, 언제나.



그러나 레이에게는 3년을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다. D라는 이름의. 그리하여 아주 자연스럽게 레이는 멀어지고 마니.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을 사랑한 죄일까? 차임. 실연. 상처. 그와 함께 살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집을 판 그녀는 이제 갈 곳이 없다. 그녀의 마음 역시 이제 갈 곳이 없다. 잔인하지만, 잔인하게도 그녀를 받아줄 곳은 아무데도 없다. 세.상.그.어.느.곳.에.도.

"에디. 저번에 룸메이트 구한다고 했죠? 아직 안 구했어요? 집 좀 봐도 될까요?"
그렇게 해서 인생의 모든 것을 sex와 연관짓는 바람둥이 PD 에디의 집에 들어가서 살게된다. 매일 매일 바뀌는 여자들. 화장실을 가다 그 여자들과 마주질 때 놀라던 제인은 어느새 그 생활에 익숙해져 그녀들에게 커피까지 타주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혼자다. 실연이 상처가 컸던 그녀는 자신이 연애에 실패하는 이유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온갖 잡지와 서적을 살펴보며 닥치는데로 쓴다. 그녀가 만든 젖소이론은 꽤 그럴듯하다. 숫소는 한번 만난 암소와는 다시는 만나지 않는다는 이론. 재미다 본 숫소는 새롭게 재미볼 새 암소를 찾으러 떠나고 버림받은 암소는 '헌 암소' 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레이가 그녀를 떠난 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숫소의 특성에 따른 어쩔 수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젖소이론은 실연을 당한 여자들에게는 참 그럴듯하게 들리는, 자신에게 매력이 없는지도 모른다며 좌절하는 그네들에게는 참으로 멋진 이론이 아닐 수 없다.

실연은 그녀에게 글을 쓰게 하고, 실연을 잊기 위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쓴 글은 또 다른 그녀를 만들어준다. 잡지사에서 일하던 친구 리즈의 제안으로 칼럼을 쓰게 된 것이다. 그녀의 이론을 설득력있게 만들고자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낸다. 그들은 연고친척이 없는 사망자의 사진을 이용해 65세의 동물학 박사인 마리 찰스라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만든다.



실연을 당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잊는 것이다. 잊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슴 속에 타오르는 불을 끄기 위해서는 재를 덮거나 물을 뿌려야한다. 그도 아니면 맞불을 부치며, 그럴 힘마저 없다면 다 타 없어질 때까지 내버려두는 것 뿐이다.

그녀는 자기합리화로 불을 끄려고했다. 합리화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냈고 그녀는 잘 이겨내는 듯했다. 하지만 12월 31일에 만나자는 레이 말에 흔들리다니. 다시 상처받으려고? 그렇다. 결국 그녀는 또다시 상처를 받는다. 오지 않는 레이를 기다리다 깨닫는다. 그는 앞으로도,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는.

심심하면 놀러오라는 에디의 말이 생각나 가르쳐 준 주소로 그를 보러 가지만 하필이면 카운트 다운할 때 갈게 뭐람. 5,4,3,2,1 Happy New Year! 그리고 키스하는 연인들. 서로를 안아주며 덕담을 나누는 친구들. 그속에 혼자 서 있는 제인. 울며 나오는데 구두 뒷굽까지 부러지고 만다. 참 되는 일 없는 여자다. 차이고 상처받고 또 바람 맞고, 울며 나가는데 구두 뒷굽까지 부러져? 도대체 얼마나 더 비참해져야할까? 절뚝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녀. 그 구두 뒷굽을 발견하고 쫒아가는 왕자님은 동화책에만 존재할 뿐이다. 에디는 그녀를 끝까지 쫓아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는 에디의 표정은 어딘가 이상하다. 뭔가를 감춘듯한 표정이란. 하긴,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고 물을 마시러 나온 어느날 새벽에도 치어리더 동작을 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모습역시 뭔가 이상했다. 이 남자, 점점 이상하다.


레이가 사랑하던 D라는 여자는 자신이 일하고 있던 방송국 토크쇼 진행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에도 퉁퉁 부운 눈으로 우는 그녀에게 넌 충분히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자니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위로해준다. 밤새 손을 꼭 잡아준 채. 아침녘에 눈을 떴을 때 꼭 잡은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는 에디. 뭔가 있긴 있나보다. 그녀를 향한 마음에 뭔가 알 수 없는 특별한 것이.

이런 와중에 그녀에게 지령이 내려진다. 젖소이론의 창시자 닥터 마샬과의 만남을 성사시키라는 불가능한 작전. 처음에는 전화 인터뷰를 하려던 그녀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수화기를 내려놓고 방송국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는 존재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기 때문에요. 내가 만든 이론을 더 설득력있게 보이려고 그런 인물을 만들게 됐죠, 라며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는 제인.

실연의 상처를 지우기 위해 만들어낸 이론이에요. 글을 쓰다 알게됐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레이가 아니라 밤새 내 손을 꼭 잡고서 넌 충분히 아름다운 여자라고 말하는 사람... 그래, 에디!

그렇다. 그 사람은 에디였다. 택시를 타고 가려는 그를 붙잡아 세운다. 하지만 불과 두달 전 거리에서 다른 사람과 키스를 했던 그녀. 이제 에디와 평생토록 키스하며 살 수 있을까? 또 헌 암소가 되는 것은 아닐지.

하지만 그녀가 말하듯, 모든 사람이 헌 암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모든 숫소가 떠나는 것은 아니다. 평생토록 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그녀가 유산을 했더라도 옆에서 지켜주며 또다른 탄생을 기다리는, 한없는 마음으로 사랑해줄 숫소는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숫소가 떠난들 어떠랴. 자신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 미처 깨닫지 못한 소들은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소들인걸.

중요한 건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암소라는 사실 뿐이니까.

ps.
-젊은 애슐리 쥬드와 휴잭맨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휴잭맨은 그때도 몸매가 엑스맨 못지 않게 좋았음.
-이 영화에 반해서 DVD까지 샀던 추억.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Someday when I'am awfully low
When the world is cold
I feel a glow just thinking of you
And the way you look tonight
oh, but you're lovely with your smile so warm
And your cheek so soft
There is nothing for me to love you
And the way you look tonight
With each world your tenderness grows
Tearing my fear apart
And that laugh that wrinkles your nose
touches my foolish heart
Lovely, never ever change
Keep that breathless charr
Won't you please arrange it?
'Cause I love you
Just the way you look tonight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에 나왔던 노래, The Way You Look Tonight이다. 함께 유람선을 타고 가던 오후, 마이클이 줄리안에게 이 노래를 불러준다. And your cheek so soft, 라는 가사에 맞게 볼과 볼이 맞닿은 채로 선상에서 춤을 추는 그들.

만약 잠깐 그늘을 마련해줬던 그 다리가 조금 더 길었더라면. 마이클과 줄리안은 입을 맞추고 마음을 확인하고 다른 길에 들어섰을까.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을 볼 때면 가장 마음 아픈 장면 중 하나.



너를 생각하는 마음은 이토록 한결같고 뜨거우나 알아주지 않고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 그 처연한 현실 앞에서 더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그것만큼 잔인한 것은 또 없으리라.

영화 속 남자사람 친구의 결혼 상대자로 나온 카메론 디아즈는 세상 아무 것도 모르는듯이 웃고 떠드는 아가씨로 나온다. 모름지기 사랑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저 정도 쯤의 해맑은 매력을 갖고 있어야하나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어제는 퇴근 후에 <지친 일상 누려라 직장인 프로젝트 'CEO가 쏜다'>에 참가했습니다. 

 'CEO가 쏜다'는 위담한방병원 최종원 대표님께서 LG 히타치 대표 임기를 마치고 고문으로 활동하던 중 청년들을 위해 마련한 힐링 프로젝트였다고 합니다. 

시작은 2015년 겨울 이태원에서 <진소랩>으로 시작하였대요, 진로와 소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멘토들이 따뜻한 음식과 차를 대접하며 첫 테이프를 끊었는데, 지금은 <새길과 새일> <꿈꾸는 장학재단> <꿈꾸는 여행자> <청년세움연구소>가 함께 하며 규모가 커졌답니다. 

나이가 드니 좁게는 학교, 넓게는 직장, 그리고 인생 선배들이 해주는 이야기는 제게 늘 힘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주곤 했답니다. 어렸을 적에는 어른들 말씀 들어서 손해볼 것 하나 없다는 그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 조금 나이가 들게 되니 그 말을 들을 때면 저도 모르게 끄덕끄덕하게 된답니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었던  <지친 일상 누려라 직장인 프로젝트 'CEO가 쏜다'> 행사였습니다. 이번에는 위담한방병원 직원들이 참석해서 자리를 빛냈습니다 ^^


초록색을 보니 벌써부터 힐링이... ^^

  너무 예뻤던 꽃과 수제 도시락 ^^

30인분 쏴주신 이준호 소장님 감사드립니다^^ 


도시락을 먹고 마케팅혁신연구소 이준호 소장님, 청년세움연구소 이창근 소장님, 위담한방병원 경영총괄 대표이신 최종원 대표님의 강연이 있었고요, 독일 트로씽엔국립음대 대학원에서 유학 중인 황성훈 테너의 특별공연도 중간에 있었습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가장 유명하다 할 수 있는 '지금 이순간'과 영화 미션에서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넬라 판타지아'를 불러주셨답니다. 

뮤지컬 애호가로서 '지금 이 순간'은 수백번 들어도 참 가슴 뛰게 만드는 곡 같아요. 물론 뮤지컬에서 부르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크게 로맨틱하게 다가오지 않지만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 때문에 인간의 정신을 분리하여 정신병 환자를 치료하는 연구를 하던 지킬 박사가 자신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하기 전 , 그러니까 주사를 맞기 전에 부르거든요. 

그리고 이 노래를 마치고 주사를 놓고 부들부들 떨면서 변신하게 되고 그때의 강렬함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전혀 낭만적이게 다가오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뮤지컬 무대 밖에서 듣는 이 노래나 너무나 로맨틱하네요 ^^ 

그리고 넬라 판타지아.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음악인이 바로 엔니오 모리꼬네입니다. 2012년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그를 봤을 때, 어쩌면 모리꼬네 할아버지의 마지막 내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연이 끝나고 혼자 기립박수를 치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날 옥주현씨가 넬라 판타지아를 부르고 모리꼬네 할아버지에게 이마 키스를 받았는데, 그게 어찌나 부럽던지 ^^ 어쨌거나 제게는 그런 특별한 기억을 갖고 있는 미션의 주제곡, 우리에게는 사라 브라이트만의 목소리로 더 알려진 넬라 판타지아를 불러주셨어요. 

참고로 이날 행사 사진을 찍으러 오신 이요셉 작가님이 행사가 끝나고 저를 보고 놀리셨답니다. 제가 완전 넋을 놓고 공연을 바라봤다고... ㅎㅎ 


이날 강연에서 최종원 대표님께서서 말씀하신 멋진 만남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하나님과의 만남이 기적을 만들고, 사람과의 만남이 역사를 만든다면서 멋진 만남에 대해서 역설하셨는데요, 늘 여행을 앞두고 설레여하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긴 여행이니 늘 미래를 꿈꾸며 설레며 후회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행사 중간에 제가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아는 동생이 너무 부럽다며 폭풍질투 카톡을 보냈는데요, 그래서 더 괜히 신나기도 했어요 ㅎㅎ 

마지막으로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행사장을 나서려는데, 문화상품권도 선물로 주셨답니다. 퇴근 후에 피곤에 젖은 얼굴로 왔다가 정말 제대로 누리고, 즐기고, 힐링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문화다방 > Even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친 일상 누려라 직장인 프로젝트 <CEO가 쏜다>  (0) 2017.03.24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어느 날, 60대 후반의 남자 환자가 진료실에 찾아왔습니다.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안 되고 가슴이 답답하고 막히는 증상으로 오랜 시간 고생한 환자였습니다. 이 환자 또한 대학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검사를 다 해봤지만 역시나 “이상없음”이란 진단을 받았습니다. 

자려고 몸을 뉘이면 환자의 고통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환자는 반평생을 앉아서 잠을 자야 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다 못한 자녀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최서형 박사를 찾아왔습니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까지 온 가족이 다 같이 아버지를 모시고 진료실에 찾아온 것입니다. 

“제발 저희 아버지 좀 살려주세요. 부탁드려요.”

자식들의 간절함이 최서형 박사의 마음에도 전해졌습니다. 

‘그래. 내가 이 환자는 꼭 치료해줘야겠다.’ 

백 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고 집으로 돌아온 최서형 박사는 저녁 식사를 마치면 서재로 향했습니다. 수많은 논문을 뒤져보고 구할 수 있는 연구 자료를 다 확인해봤지만 위가 딱딱해지는 과정과 원인을 구명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저녁식사를 마친 최서형 박사는 소파에 지친 몸을 누이는 대신 옷을 차려 입고 나갔습니다. 

“여보, 청계산 가자.”



최서형 박사는 산의 찬 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만큼 두툼한 방성과 두꺼운 점퍼를 챙겨 차 안에 넣었습니다. 국내 최고의 한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수 천 명의 환자를 치료해 봤지만 자신이 가진 의학적인 지식과 노력으로는 위가 굳어지는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 최서형 박사는 아내와 함께 청계산 기도원으로 올라갔습니다. 인간의 몸을 만드신 하나님께서 인간의 몸에 대해 가장 잘 아신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후덥지근한 여름과 살을 에는 찬바람이 부는 겨울 밤에도 청계산 기도원에 찾아갔습니다.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날에는 두꺼운 김장 비닐을 뒤집어쓴 채 아내와 함께 기도했습니다. 

“밖이 정말 추운 겨울에는 몸에서 나온 열기 때문인지 뒤집어 쓴 비닐 안에 습기가 하얗게 차고는 했어요.”

최서형 박사와 함께 기도했던 아내는 그 당시의 추위를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의사로서 강한 사명을 가진 남편을 존경했기에 아내는 묵묵히 그 길에 동행했습니다. 청계산에서 기도하고 내려오면 밤 11시가 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이면 최서형 박사는 다시 진료실로 향했습니다. 환자들을 진료하며 논문에서 보고 연구한 내용들을 계속 떠올려보았습니다. 

특히 점막에는 이상이 없지만 위장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확인해 보았습니다. 위장 외벽을 누르면 환자들은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모두 단단하게 굳은 조직이 만져진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최서형 박사는 그렇게 진료와 연구, 기도에 매달리며 위장이 딱딱하게 굳는 이유를 찾았습니다. 

“환자가 통증을 호소해도 자신의 의학 지식과 연결이 안 되면 ‘이상이 없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라고 환자에게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환자 입장에서, 환자의 질병 중심으로 의학이 반응하다 보면 저는 어떤 난치병도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여러 해가 지나고 연구를 거듭하던 최서형 박사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시경에는 나오지 않지만 “우리 몸의 정화조 역할”을 하는 미들존(위장 점막 속살 조직)에 답이 있었습니다. 많은 위장 질환과 이유 모를 전신 질환에 관여하는 미들존에 대한 연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최서형 박사는 그동안 의학계에서 알려지지 않은 “숨은 위장병, 담적 증후군(S.H 신드롬)을 발견해냈습니다. 30년 넘게 간장과 위장병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한계에 부딪힌 질병의 뿌리를 찾게 된 것입니다. 2003년부터 진료실, 연구실, 기도실을 오가며 노력한 결과였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위담한방병원 담적치료 정보 더보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진료실 문을 열고 앙상하게 마른 여자 환자가 들어왔습니다. 최서형 박사는 깜짝 놀랐습니다. 비틀거리며 들어온 환자는 뼈의 형태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심하게 말라있었습니다. 키 162cm에 몸무게 28kg. 육안으로 보기에도 상태는 심각하게 보였습니다.

60대 초반의 미화 씨는 2~3년 사이에 15kg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물만 먹어도 물이 목에 걸려 구토 증상이 나타나니 아무 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미화 씨는 그동안 영양 주사에 의지해 살았습니다. 분명 암이라고 생각한 가족들은 서울의 S대학병원에 그녀를 데려갔습니다. 내시경, CT 등 할 수 있는 검사를 다 해봤지만 ‘이상 없음’이라는 진단만 나왔습니다. 몸에서 원인을 찾을 수 없으니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겠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결국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한 의료진이 해줄 수 있었던 것은 영양제 주사를 놓아주는 것뿐이었습니다. 희망 없이 그렇게 버티던 시간을 지내다 미화 씨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어디서도 고치지 못하는 위장병을 고쳐준다는 의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미화 씨는 수소문 끝에 최서형 박사를 찾아갔습니다.

최서형 박사는 환자가 미리 작성한 설문지를 확인하고 문진하며 환자의 상태를 파악했습니다. 이제 최서형 박사의 손으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할 차례입니다. 진료실 한쪽에 놓인 침대에 환자를 눕혔습니다.

그는 온 신경을 집중한 왼손으로 환자의 복부를 눌러 진료하는 복진을 시행했습니다. 환자는 복부 지방과 근육이 거의 소실된 상태였기에 최서형 박사의 손 끝에 위와 장 외벽이 그대로 만져졌습니다. 그의 손에 돌처럼 딱딱한 것이 닿았습니다.

놀란 그는 다시 한번 손으로 환자의 복부를 눌러보았습니다. 환자의 위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손을 이용해 위장을 눌러보면 말랑말랑한 느낌이 와 닿습니다. 그러나 이 환자의 위는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음식물이 들어가면 늘어났다가 수축했다를 반복하며 부드럽게 움직여야 할 위가 딱딱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환자는 음식물을 전혀 소화시킬 수 없었던 것입니다. 내시경 검사로는 위 벽의 굳어진 상태가 나오지 않으니 ‘이상 없음’이란 진단만 나왔던 것입니다.



“당시 의사들에게 위장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없었습니다. 간혹 환자가 복부에 딱딱한 것이 만져진다고 하면 근육이나 혈관이라고 말해주는 의사만 있었을 뿐이죠. 이 환자를 만나고 위장이 돌처럼 굳을 수 있다는 사실에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최서형 박사는 심각한 위장병을 가진 환자들 사이에서 소문날 정도로 유명한 위장 전문 한의사였습니다. 그러나 위장병이 재발되는 환자를 만나거나 치료의 한계를 느끼는 환자들 대면하면 그의 마음은 무거워졌습니다.

“환자들은 제가 유명하다고 많이 찾아왔지만 그 중에 치료가 되는 환자도 있었고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도 있었습니다. 병이 재발하는 환자를 보면 의사로서 참 미안하지요. 어떻게든 환자를 낫게 해야한다는 부담과 미안한 마음이 커질 때는 한의사 보다 배추 장사를 하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위장도 딱딱하게 굳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최서형 박사는 그동안 한계에 부딪힌 환자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의학에서도 뱃속에 딱딱한 덩어리가 생기는 적취라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장이 굳어지는 것과는 연결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최서형 박사는 위가 굳어지는 것도 적취병의 일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서양의학, 동양의학 할 것 없이 위장에 관한 논문을 찾아보았습니다. 특히 위장 외벽에 관한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의 논문을 다 수소문했습니다.  

왜 위가 굳어지는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입니다. 한의학에서 찾지 못한 내용을 다행히 미국, 유럽 의학계의 기초 의학 논문에서 발견했습니다. 점막 외벽 조직에 대한 논문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위가 굳어지는 이유에 대한 힌트가 나올 때마다 이를 가지고 더 깊이 원인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서양의학이나 한의학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질병의 원인을 찾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동서의학 협진 병원 건립에 도전했을 때처럼 그는 아내와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위담한방병원 담적치료 정보 더보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여름이 되면 강릉 앞 바다는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하러 온 관광객들로 바다는 밤늦은 시간에도 쉴 틈이 없다. 말 그대로 ‘불야성’인 강릉의 여름이다. 그러나 겨울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누군가는 우스개소리로 이 시기에 강릉 해변을 걷는 사람은 실연남(녀) 혹은 예술가일 거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고독한 사람이 찾아와서 어색하지 않을 만큼 한적하다는 얘기다. 파도 소리마저도 고요하게 들리는 강릉의 어느 겨울날, 이곳을 열기로 덮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바로 강원FC 선수단이다.

 

바다와 축구는 비치사커라는 연결고리가 있다지만, 바다와 프로축구선수 사이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통분모가 단박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바닷가에 나타난 강원FC 선수들이 그저 신기하게만 보였다.

선수들은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 뒤 그룹별로 나눠 5-2 볼돌리기 게임을 했다. 모래에 발이 빠지는 바람에 볼을 놓치는 일도 중간 중간 발생했다. 그때마다 선수들은 아이처럼 웃어댔다. 그런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아빠 미소를 짓고 있던 김학범 감독님과 이하 코치님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웃으면서 공을 주고받는 모습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말했었지. 김학범 감독님이야말로 반전있는 남자라고.

30분가량 볼 돌리기를 하고 나니 어느새 머리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고 몸은 충분히 풀린 상태였다. “준비됐지? 저기까지 달리고 오면 되는 거다.”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김학범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강문해수욕장 끝에 있던 선수들이 가야할 곳은 안목해수욕장 끝지점. 매 경기 10km 이상을 뛰는 선수들에게 왕복 6km는 크게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바닥이 잔디도, 평지도 아니라는 것. 힘을 줄 때마다 푹푹 꺼지는 모래밭 위에서 달린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강원FC 선수들은 굳이 모래 위를 달려야만 했을까?


정확한 킥과 패스의 기본은 발목 힘이다. 튼튼한 발목은 부상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모래밭 달리기는 발목강화에 가장 도움이 되는 운동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부연하자면 우리가 걷거나 달릴 때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나가는데 이것이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반작용의 원리다. 즉 지면을 강하게 찰수록 반작용에 의해 몸은 더 빠르고 멀리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래밭은 바닥이 단단하지 않아 차는 힘을 그대로 흡수해버리는 등 반작용이 약해 앞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근육이 쉽게 지치고 호흡이 가빠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래에 덜 빠지기 위해 발바닥 전체를 이용해 바닥을 딛고 더 강하게 차는 동작을 반복한다. 그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발목은 조금씩 강화된다. 김학범 감독님이 모래밭 달리기를 훈련 프로그램에 넣은 이유 또한 원리를 이해하니 자연스레 이해가 된다.



선수들은 조를 나눠 약 40초가량 텀을 두며 조별로 차례차례 뛰게 시작했다. 얼굴에선 진지함이 가득 찼다. 그러나 30~40분 후 다시 만난 선수들의 표정에선 뭉크의 절규가 오버랩 됐다. 도착해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신인선수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마지막 결승점에서 저승사자를 만났어요.”

마지막 결승점에서 김학범 감독은 수고했다며 박수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들이 말한 저승사자가 누구였는지는 앞으로의 순탄한 프로생활을 위해... 더는 묻지 않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전훈의 전훈일기 1회

강원FC 선수단은 2월 1일부터 2월 21일까지 약 3주간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전지훈련을 갖습니다. 상지대를 졸업하고 이번 2013드래프트를 통해 강원FC를 입단한 전훈 선수가 미국 전지훈련 이야기를 앞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전훈의 전훈일기> 많이 사랑해주세요. ^^

2월 1일
오늘은 전지훈련 첫날. 미국까지 날아왔다. 오랜시간 비행해서 그런지 몸이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 그래도 미국이라는 나라에 전지훈련을 왔으니 많은 것을 배우고 맞춰가야한다. 그래서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바로 운동을 했다. 몸은 무겁고 힘들었지만 이상해서 첫날의 긴장감 때문에 정신은 확 깨어있어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었다.
가볍고 재밌게 첫 훈련을 마치고 모여서 미국에서 조직력도 잘 맞추고 좋은 기운도 많이 얻어가자는 의미로 다 같이 파이팅을 외쳤다. 파이팅을 외치는데 왠지 올해에는 좋은 성적을 낼 것 같은 확실한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게 되면 좋겠다.

2월 2일
미국에 온지 이틀째인데 아직도 시차적응이 덜 된 것인지 너무 피곤했다. 오후만 되면 잠이 막 쏟아진다. 오후 운동 나가기 전에 잠깐 잤다가 운동시간에 늦을 뻔했다. 아메리칸 라이프에 얼른 적응해야 할텐데!

그래도 운동시작하면 다들 엄청나게 집중해서 열심히 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정말 좋다. 신인선수들끼리도 계속 이대로 분위기 유지할 수 있도록 각자 나서서 하자고 이야기했는데 제대로 잘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부터 먼저 열심히 해봐야겠다. ^^

2월 3일
오늘도 역시 오전 오후 운동을 즐겁게 마쳤다. 저녁에는 쇼핑을 하러 호텔 근처 쇼핑센터에 들렀다. 미국에서 하는 첫 쇼핑이어서 기분이 설렜다. ^^

한국에서는 비쌌던 의류들이 여기선 많이 싸다가는 이야기를 들어서 미리 뭘 살지 정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것이 많지 않아 구경만 하다 온 것 같다. 그래도 재밌었고 덕분에 시간이 엄청 빨리 갔다! 우리는 1시간 쇼핑센터에 머물렀는데 그 와중에도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닌 선수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도 앞으로 남은 전지훈련 기간 동안 진행될 훈련과 연습경기를 생각하면 생각이 많아진다. 빨리 이곳에서 적응하고 싶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래서 우리는 처음을 서툼과 같은 연장선 위에 올려놓는가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 서툼이 익숙해질 때까지, 그래서 더 잘할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노력하는 삶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9일 강원FC 신인선수들이 국내전지훈련을 마쳤다. 소감을 묻자 다들 약속이라도 한듯이 축구가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김학범 감독님의 훈련량은 명성 그대로였다면서. 그러나 이내 강원의 젊은 피답게 매일 조금씩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꿈도 조금씩 커가고 있다며 웃었다. 신인선수들이 말하는 프로팀에서 보낸 첫 전지훈련 소감이 궁금한가. 애교 섞인 하소연부터 반짝이는 희망의 노래까지, 선수들의 말투가 살아있는 그 생생한 이야기들을 아낌없이 이곳에 공개한다.

 

 



신인 김봉진
순천에서 힘든 훈련을 하고 왔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치지만 이젠 학생 신분이 아니니 힘들다는 마인드보다는 즐기려 하고 있습니다. 팀 내 목표는 강등탈출이고요, 제 올 시즌 목표는 동계훈련 부상없이 잘 마무리해서 팀에 보탬이 되고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 외에 다른 소망은 없어요.^.^

신인 유재원
신인으로서 프로 첫 전지훈련이라 그런지 너무 설렜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지훈련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올 시즌 꼭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팀이 강등 안 당하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많은 응원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신인 박문호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K리그 입단 후 첫 동계. 대학교 때보다 운동이 더 힘든 거 같습니다. 괜히 프로가 아닌 거 같네요.^-^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지만 신인으로서의 패기와 강한 정신력으로 살아남아야겠습니다. 올 시즌 1부잔류에 꼭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강원FC 파이팅!

신인 임동선
힘들지만 이걸 이겨내면 좋아질 거라 확신합니다. 올 시즌 소망은? 데뷔요!

신인 김영윤
힘들어도 요번 시즌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고있고요, 요번 시즌 1부리그 잔류도 잔류지만 팀이 상위권에 계속 있는 게 소망이에요.

신인 김윤호
올 시즌 목표는 훌륭하신 김학범 감독님과 코치님들에게 지도받아 실력향상 할 수 있도록 배우는 것이에요. 팀이 창단 이후 최고 성적을 냈으면 좋겠어요. 저는 팀이 잔류할 수 있도록 신인답게 패기있게 열심히 뛰겠습니다. 소망은? 작년보다 홈관중수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신인 강경묵
제가 태어나 축구를 하며 매년 동계훈련을 갔지만 이번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올 시즌 목표는 목표를 높게 잡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봤어요.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소망은 운이 좋으면 좋겠다는 것?

신인 박지훈
순천전지훈련은 힘들었지만 올 시즌 강원FC가 좋은 성적을 위해 해야 하는 훈련이었던만큼 신인의 자세로 파이팅있게 마무리했습니다.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데뷔전을 치루는 것입니다.

신인 고기훈
첫 전지훈련이라 많이 힘들었지만 이 힘든 전지훈련을 견딘만큼 더욱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신인 이창용
축구하면서 이렇게 힘든 동계훈련은 처음인 것 같은데, 무엇보다 부상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부상당하면 열심히 하고 힘들었던 게 무의미가 되니까요. 마무리 동계훈련도 부상없이 잘 마쳤으면 좋겠어요. 또 올 시즌은 내가 잘하기보다 팀이 잘해 이길 수 있도록 희생하는 정신으로 임하려고요. 20경기 이상 출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나르샤가 좋아하는 선수가 될게요!

신인 이승현
이번 동계훈련은 정말 너무 너무 힘들었고 아직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해야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잘 준비해서 올해 꼭 데뷔전을 치렀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개인적으로는 부상없는 한해가 되고 팀이 꼭 잔류할 수 있는 성적을 거두기를! 행쇼~^^

신인 박한빈
정말 죽을 듯이 힘들었지만 체력이 부족했던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훈련이었습니다! 체력훈련을 할 때 처음할 때와 달리 시간이 점점 줄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제 스스로 조금씩 몸이 좋아지고 있구나 느꼈습니다! 이번 시즌 소망은 평소 잦은 부상이 많았는데 올 시즌은 부상없이 꼭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입니다.

신인 전훈
일단 전지훈련 소감은요, 처음에 전지훈련 시작하기 전에 여기저기서 진짜 엄청나게 힘들다는 소문만 있어서 열심히 잘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컸어요. 막상 해보니깐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몸은 힘들어도 정신적으로나 심적으로는 되게 편안했어요. 그래도 훈련은 엄청 힘들었어요.ㅜㅜ 여태 운동하면서 이렇게 많이 운동했던 적이 있었나 싶어요. 이제 동계훈련도 얼마 안 남았는데 더 열심히 노력하려고요! 올해 목표와 소망은요... 작년에 강원FC가 정말 힘들게 잔류했던 거를 지켜봤는데요, 올해는 동계부터 김학범 감독님과 같이 시작했으니깐 굉장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소망은 팀을 위해서 내가 무언가를, 그러니까 예를 들면 게임에 들어가서 이겼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우리 강원FC가 잔류목표를 넘어 스플릿B가 아닌 A그룹에서 상위권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만들고 싶은 목표도 있어요!

신인 김효진
다른 팀에도 전해질 만큼 훈련량이 많았어요. 축구하면서 지금처럼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네요. 그렇지만 올 시즌 팀도, 제 개인도 너무 간절한 상황입니다. 이런 간절함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힘든 훈련을 잘 견디고 있는 것 같아요. 올해 소망은 올 시즌 잔류 싸움에서 벗어나는 것에요. 일단 훈련량을 떠올리면 자신있습니다! 제 개인적 목표는 데뷔전을 치루는 것입니다. 감독님, 코치님들과 형님들 뒷받침 잘해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습니다. 퐈이팅할테니까 많이 응원해주시고 기도해주세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2013 신인드래프트가 끝난 지 얼마 안된 12월의 어느 날. 점심을 먹고 들린 숙소 회의실에는 낯선 얼굴의 소년 열댓 명이 모여 있었다. 드래프트에서 뽑힌 신인선수들이라고 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선수들이었지만 긴장된 표정에선 앳됨이 먼저 보였다.

그렇게 아직은 소년의 향기가 남아 있던 선수들에게 프로필을 작성해 달라고 종이를 돌렸다.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웬걸. 선수들은 머리를 긁적이며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중간고사 시험지와 마주한 학생들처럼. 회의실은 어느새 교실로 변해 있었고 단상 위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나는 영락없는 선생님의 모양새였다. 자리를 돌아다니며 프로필 종이를 걷는 마지막 모습까지, 어쩜 그리 추억 속 담임 ‘쌤’의 모습과 닮아 있었던지.

드래프트 4순위로 온 유재원도 소집 첫날 밤 “다시 학교에 입학한 것 같다”고 했다. 문득 고등학교생이 되던 그날이 생각났다. 입학 첫날부터 사람들은 내게 말했었다. 얘야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공부해야지만 대학 문을 통과할 수 있단다. 그래야 네 인생이 잘 풀릴 수 있어. 신인선수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프로 1년차 때 앞으로의 축구인생이 달려있다는 이야기를 귀에 박히도록 들었을테니, 열일곱의 나와 비슷한 마음을 품고 있었을 것만 같다.

 

올해 우리팀은 드래프트 현장에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무려 15명을 뽑았으니까. 여기에 추가지명까지 진행되니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선수들이 팀에 합류했다. 말은 안해도 신인선수들 각자는 적잖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듯했다. 축구는 11명의 선수들이 화합할 때 가장 빛나지만, 베스트일레븐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만큼은 경기보다 더 전쟁 같은 스포츠 아니던가. 선배 뿐 아니라 경쟁할 동기들 또한 차고 넘쳤으니, 프로는 역시 프로구나,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신인선수들은 뭐든 다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태백산에 올랐던 소집 첫날도 그랬다. 하산 후 고기집에 들려 회식자리를 가졌는데, 김학범 감독님은 풀어줄 땐 화끈하게 풀어주는 ‘상남자’ 스타일인지라 신인들끼리 편하게 먹으라며 방을 내주셨다. 그 방에 어린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소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넉넉하게 시켰다고 하지만 알다시피 20대 초중반이면 철도 씹어 먹을 나이 아니던가. 고기는 금세 떨어지고 말았다. 마침 이을용 코치님이 잘 먹고 있는 거냐며 방에 들어왔다가 빈 그릇을 보시곤 더 먹고 싶으면 시켜줄게, 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우리의 신인선수들은 대답 대신 침묵만 지킬 뿐이었다. 아아. 이 장면이 만화였다면 코치님 머리 위로 까마귀가 5마리는 지나갔을 것 같다. 머쓱해진 코치님이 나가는 것과 동시에 신인선수들의 눈빛에서 난 모든 생각을 읽고 말았다. 그래서 말했다. 여긴 프로니까 눈치 보지 말고 시켜먹어요, 라고. 그때 신인선수들은 알았을까. 서당개는 3년만에 천자문을 읊는다지만 구단 프론트는 한 시즌만에 선수단과 ‘이심전심’하는 경지에 오른다는 사실을.

그제야 선수들은 고기집 이모를 부르기 시작했다. 여기 고기 4인분이요, 저희는 2인분만 주세요, 하는 그 애틋한 목소리를 들으며 내 마음은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처럼 “저 고기가 내 고기라고, 내가 시켜 먹고 싶다고 왜 코치님께 말을 못하냐구!”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은 모든 것이 어렵기만 한 신인선수들인데.

쉽게 말 못하는 건 그 뿐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 신인선수 A와 통화를 하게 됐는데, 마침 그날은 꿀 같은 외박이 주어진 날이었다. A는 내게 “통화 가능해요. 지금 서울에서 친구랑 저녁 먹고 다시 강릉 가는 길이거든요. 외박이긴 한데 숙소에서 자려고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가만… 친구와의 저녁식사를 위해 왕복 5시간 걸리는 영동고속도로를 넘나든다고? 나는 다 알겠다는 듯이 웃으며 여자친구는 잘 만난 거냐고 물었다. 순간 깜짝 놀란 A는 “이거 선생님들이 아시면 안 되는데…”하며 말끝을 흐렸다.

자, 드디어 진짜 박신양 아니 파리의 연인 한기주처럼 말할 시간이 온 것이다. “저 여자가 내 사람이다. 저 여자 내 애인이다. 왜 말을 못하냐구!” 그제야 A는 “여긴 프로니까 여자친구 있다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 없는 거죠?”라고 되묻더니 헤헤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걸 잊고 있었네요! 여자친구랑 오랜만에 만나서 밥도 먹고 위로도 받고 덕분에 마음의 힘 많이 얻고 헤어졌어요.”

반면 신인선수 B는 감독님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를 붙잡고 며칠 째 골머리를 썩고 있는 중이었다. 소집 첫날 감독님이 B를 보더니 “넌 머리가 그게 뭐야?”하셨단다. 아! 난 감독님께 첫날부터 찍혔구나. 결국 B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숙소에서 보낸 첫날 밤, 새신랑마냥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비록 김학범 감독님과 내가 함께 한 시간은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신인선수들에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 감독님은 바로 대장부 스타일의 지도자라는 것. 물론 가끔은 너무 시원하신 바람에 ‘화통’한 말씀이 ‘호통’처럼 들릴 때도 있지만. 예를 들자면 이렇다. 오랜만에 내가 숙소에 나타나면 감독님은 대뜸 화부터 먼저 내신다. “여긴 왜 왔어!!!!” 이때 문장 끝에는 느낌표가 꼭 4개 정도는 붙어야한다. 그러나 우리말은 끝까지 들어야 아는 법. “홍보담당자가 숙소에 자주 와서 선수들 이야기도 많이 들어야지. 그래야 우리팀 홍보가 되지. 앞으론 자주 와요. 얼굴 잊기 전에.” 꼭 묶었던 머리 푸는 여자만 반전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나는 우리 감독님을 통해 배운다.

그래서 머리를 짧게 다듬어야겠다는 신인 B에게 말해줬다. “감독님이 우리팀 선수에게 한번은 ‘넌 얼굴이 그게 뭐야. 그래가지고 장가가겠어?’ 하신 적도 있고요, 다른 선수에게는 ‘넌 정신 안차려? 왜 숙소에서 티셔츠를 벗고 다녀!’ 하신 적도 있어요. 그렇게 툭툭 화나듯이 말씀을 던지시지만 돌아서서는 ‘우리 선수들이 내 새끼들이니까 그래도 제일 이뻐보이지’하면서 허허 웃으시는 분이에요.” 함께 보내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신인선수들도 나처럼 시나브로 학범슨님만의 스타일에 적응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게 아니라면? 길들어지겠지. 아마도 흐흐.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동안 미국전지훈련에 참가하는 명단이 드디어 나왔다. 명단을 살펴보니 LA행 항공권을 손에 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강릉에 남아 따로 훈련을 하게 된 멤버도 눈에 띈다. 후자의 이름을 확인하니 한숨부터 먼저 나온다. 전지훈련에 동행하지 못한 신인선수들에게 2월의 밤은 또 얼마나 길고 외로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것이 친동생을 염려할 때 같은 가족애인지, 아니면 나이먹고 늘기만 한 몹쓸 노파심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기는 힘들다. 남게 된 선수들 가운데 개막 전(前)부터 자책하며 시즌을 통째로 포기하는 이가 생길까봐, 나는 안스러운 눈빛으로 한참이나 잔류명단을 바라봤다.

만약 혹시라도 그런 생각으로 가슴을 칠 신인선수가 있다면, 그에게 이 말만큼은 꼭 해주고 싶다. 40경기 가까이 열리는 한 시즌동안 그라운드에선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고. 멋지게 골을 터뜨린 선수가 십여분 후 들 것에 실려 나가기도 하고 영원한 주전으로 여겼던 선수가 갑자기 슬럼프에 빠지며 벤치에 앉은 일도 발생한다. 다시 말해 이곳 프로라는 무대는 ‘괜찮겠냐’는 감독의 물음에 ‘준비됐습니다’고 외치며 그라운드를 밟는, 그런 드라마 같은 일들이 펼쳐지는 마법의 공간이기도 한 셈이다.

요즈음의 나는 자주 봄을 꿈꾼다. 그 중에서도 바람과 볕이 아주 예쁜 리그의 어느 봄날에, 우리팀 신인선수들이 초원 위의 코뿔소처럼 마음껏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러니 우리 선수들만큼은 ‘늘 깨어있어라’는 말이 성경 속 구절이 아님을 명심하며 훈련에 임하였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지도자의 갑작스런 부름에도 침착하게 답할 줄 아는, 준비된 신예로 이름을 널리 알리기를 소망한다.

강원의 젊은 그대들이여. 건투를 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강원도의 대표적인 이미지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으뜸한 청정한 자연환경이 아닐까 싶다. 눈을 감고 강원도를 그려보면 높고 푸른 산과 바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매년 사람들은 ‘여름휴가는 강원도로!’를 외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중에서도 강릉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물게 산과 바다와 호수가 동시에 있는 곳이다. 경포호수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다 조금 더 걸어 나가면 펼쳐진 동해의 웅장함이 우리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고, 강릉 외곽으로 가게 되면 시원한 소금강계곡이 있는 오대산이 기다리고 있다. 또 강릉 톨게이트를 지나 30분 정도 차를 몰고 달리면 강릉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대관령이 대기중이다.

그래서일까. 강원FC 선수단 훈련에는 지역색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이보다 더 강원스러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지난해 7월 김학범 감독이 새로 강원FC 지휘봉을 맡은 이후 선수단은 자주 산에 오른다. 선수들은 김학범 감독이 부임한지 한 달쯤 지났을 때 처음 등산에 나섰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강릉시 연곡면에 위치한 오대산이었다. 한데 문제는 노인봉까지 가는 여러 길 중 가장 난코스를 택했다는 것. 그 때문이었는지 노인봉에 오르고 난 선수들의 얼굴은 한결 같이 10년 쯤은 나이 들어 보였다. 후에 선수들은 그래서 이곳을 노인봉이라고 부르나보다, 라며 웃었다고.

가을에 접어들자 선수단은 대관령으로 발길을 옮겼다. 낙엽이 예쁘게 지고 있던 10월의 마지막 날 그들은 대관령을 함께 찾았다. 마침 강릉시에서 주최하는 대관령 옛길 걷기대회 행사가 열릴 때였고 선수들에게는 꽤나 낭만적인 시간이었다. 그러나 늦가을에 다시 찾았을 때 상황은 달라져있었다. 빠르게 흐르는 대관령의 시계는 이미 겨울을 가리키고 있었고, 칼바람 속에 눈까지 내리기 시작해서 선수들은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고 한다.

해가 바뀌고 2013시즌 소집 첫날에도 강원FC는 훈련 대신 등산을 택했다. 선수들은 태백산 천제단에서 K리그 클래식에서의 선전을 외쳤다. 그리고 시작된 동계훈련. 더 이상의 산행을 없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역시 김학범 감독과 산은 뗄 수 없는 관계인가보다. 하기야. 지금도 성남시절 제자들은 “산을 사랑하던 학범슨”이라고 회상하지 않던가.

김학범 감독은 순천에서 진행된 2차 국내동계훈련 기간 중에도 선수들을 이끌고 산에 올랐다. 후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순천에 내려가는 짐을 싸면서 신인선수 박문호는 등산화를 챙겼다고 한다. 축구선수만 가질 수 있는 동물적 감각이랄까. 본능적으로 순천에서의 등산을 상상했다고 하니. 참 대단한 신인이 아닐 수 없겠다. 다른 선수들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순천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구글앱으로 순천지도를 보며 그들은 또 한 번의 등산을 예상했다고. 지도 속 순천은 조계산과 지리산으로 둘러싸여 있었기에.

순천 전지훈련 종료 4일 전에 선수들은 지리산에 올랐다. 노고단까지 가는 길은 지리산 등산 중 가장 쉬운 코스라고 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축구선수들에게 등산은 쉽지 않다. 산을 정복하려고 하다보면 외려 정복당하기 쉬운 법인데, 선수들은 정상에 빨리 올라가려고 서두르다보니 힘에 부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축구할 때 쓰는 근육과 다른 근육을 써야하니 여간해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등산 시간이 일반인보다 빠를 뿐 아니라 낙오자 또한 없는 건 아무래도 뛰어난 폐활량과 남다른 인내심 덕분이 아닐까.

 

 

노고단은 일명 길상봉으로 천왕봉, 반야봉과 더불어 지리산 3대 봉우리 중 하나다. 신라시대에는 화랑도의 심신수련장이었는데, 이곳에서 화랑들은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를 나라의 수호신으로 모시고 제를 올렸다고 한다. 늙을로(老), 시어미고(姑), 늙은 할머니를 위한 제사를 지내던 제단이란 뜻의 노고단(老姑壇). 그 이름에서 우리는 이곳이 민족신앙의 성지였음을 알 수 있다.

역사 속에서 조상들이 신성하게 여겼던 곳에서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팀과 자신의 안녕을 기원하는 시간만큼은 참으로 거룩하다. 자연과 역사가 주는 그 위대함과 깊이 앞에서 종교는 잠시 뒤로 하고서 말이다. 물론 하산 후 선수들은 노고단까지 오르느라 노고가 많았다며, 다시는 등산하고 싶지 않은 산이라며 울분을 토했지만.

지난 6개월 간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이 지칠 때쯤이면 훈련 대신 산행을 택했다. 왜 오르냐고 굳이 묻지 않아도, 또 대답을 듣지 않아도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산에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다시 훈련에 집중하자는 김 감독의 숨은 마음 말이다.

강원FC 선수들은 강도 높은 훈련으로 지친 마음을 산에서 치유했다. 정상에서 도착해선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새해 첫날 다짐했던, 그러나 이내 잠들어버린 그 처음의 마음을 다시 흔들어 깨웠다. 이보다 강원FC스러운게 또 있을까. 강원FC가 대표적인 산악지대인 강원도에 적을 두고 있는 팀이기에 등산을 통한 힐링은 그래서 더 특별하게만 보인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강원 팬들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있을 수 있을까. 지쿠가 돌아왔다!

지난해 7월 포항에서 임대선수 신분으로 온 지쿠는 이후 17경기 9골 4도움을 기록하며 후반기 강원의 상승을 견인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활약이었다. 사실 지쿠는 인터밀란(이탈리아) 디나모 부쿠레슈티(루마니아) CSKA소피아(불가리아) 등 유럽 명문클럽에서 활약한 루마니아 대표 출신의 특급 골잡이다. 포항에서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였으나 포항의 팀컬러에 온전히 녹지 못했다. 전반기에 15경기 6골을 기록했지만 지쿠의 커리어와 영입비용을 생각한다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기록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 축구선수들과 다르게 지쿠는 선수답지 않게 포동포동한 이미지였고 실제로 팬들 사이에서는 포동스키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했다. 또 경기 중에 활동량이 많은 선수도 아닌지라 박지성 같은 미친 활동량에 눈높이가 맞춰진 팬들에게는 잘하는 선수가 맞나? 라는 의문을 줄 때도 많았다.

지난해 7월 김학범 감독이 취임 후 여름이적시장을 맞아 선수보강에 나섰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원한 선수가 있었다. 그가 바로 지쿠였다. 김학범 감독은 지쿠가 이미 유럽에 적을 두고 있던 당시부터 눈여겨봤다고 한다. CSKA소피아에서 뛰던 시절, 현지에서 지쿠의 플레이를 봤는데 김 감독은 무시무시한 괴물 같은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김학범 감독의 말씀을 그대로 옮겨 적자면 “혼자서 다 해먹었지. 그런데 아무도 막지 못했어. 경기를 쥐락펴락 혼자 다했다니까.”

지쿠에게는 타고난 축구센스가 있었다. 시야가 넓었고 경기를 내다보는 수준 또한 깊었다. 동료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한 킬패스가 뛰어났고 위치선정과 이를 골로 연결시키는 결정력 또한 탁월했다.

7월 29일 홈에서 열린 광주와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강원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지쿠.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수비수 여러 명이 에워싸도 침착하게 볼을 살려내 동료에게 패스하는 모습은 탄성을 자아냈다. 그 짧은 수십 초에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우리는 지쿠가 가진 남다른 클래스를 느낄 수 있었다.

8월 26일 전남전에서 보여줬던 날카로운 프리킥 골, 10월 7일 대전원정경기에서 터진 해트트릭과 이어 열린 10월 21일 대구전에서 해트트릭만큼 대단했던 2골 1도움 기록 등 지쿠가 보여줬던 뛰어난 플레이는 여전히 우리 머릿속에 강렬하게 박혀있다. 늘 “우리팀이 살아남는다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을 거야!”라고 말했던 지쿠는 정말로 팀을 살려놓고, 후반기 강원FC 극장축구의 주인공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시즌 종료와 함께 홀연히 떠났다. 임대선수 지쿠와의 강렬했던 6개월이었다.

그랬던 지쿠가 다시 강원FC 유니폼을 입게 됐다. 강원FC로 완전이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물어보니 그 대답이 참으로 뭉클하다. “강원FC가 1부리그 잔류를 확정 지은 지난해 43R 성남전에서 김학범 감독님이 내게 주장 완장을 줬다. 감독님은 늘 나를 믿는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는데, 완장을 받으면서 나를 향한 감독님의 믿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날의 경기를 잊지 못한다.”

 


김학범 감독은 지쿠에게 “나는 네가 가진 능력을 믿는다. 네 플레이를 존중할테니 어디 한번 맘껏 뽐내보라”며 언제나 칭찬했고 격려했고 박수를 보냈다. 지쿠는 그런 스승의 믿음에 보답하는 경기력을 언제나 보여줬고 골이 터질 때마다 김학범 감독 앞으로 달려가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곤 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의 박지성과 히딩크 감독 못지않은 포옹 세레모니였다. 어찌나 애틋하던지 전생에 부부가 아니었을까, 하는 몹쓸 생각을 할 때도 많았다.

어쨌거나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강원FC와 김학범 감독과 지쿠는 모두 궁합이 맞았다는 점이다. 이적 확정 후 지쿠는 “강원FC는 내가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의 각오를 되새길 수 있게 도와줬다. 강원FC에 있는 동안 정말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었다. 다시 돌아왔으니 나를 도와줬던 고마운 팀 강원FC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뛰고 싶다. 올 시즌에는 강원FC가 기필코 스플릿 A그룹에 들어갈 수 있도록 내가 가진 역량을 모두 쏟아 붓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다시 돌아온 지쿠는 동료 선수들을 위한 인사말도 잊지 않았다.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지난 시즌 주장 김은중과 올 시즌 뉴캡틴으로 뽑힌 전재호, 그리고 새로 만나게 될 선수들에게 반갑다는 인사를 먼저 전한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2013년이 우리 축구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즌이 될 수 있도록 멋진 경기를 함께 만들어보자.”

지쿠의 마지막 멘트처럼 2013년이 선수와 팀과 팬 모두에게 찬란한 시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K팝이 열풍이라는데, 이는 K리그에서도 그대로 통용되는 듯하다. 강원FC의 브라질 공격수 웨슬리의 노트북만 봐도 그렇다. 그의 노트북에는 K팝 MP3와 뮤직비디오가 한 가득이다. 그것도 모자라 가사까지 외워 부른다. 한국어를 배운 적 없는 브라질리언이지만 노래 가사 따라 부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닌가보다.

웨슬리는 올 초까지 태양과 현아의 노래에 푹 빠졌다. I need a girl과 트러블메이커를 흥얼흥얼, 그것도 한국어로 따라 부르더니 요즘은 씨스타의 러빙유가 좋다면서 아이폰에 저장된 그녀들의 노래를 들려준다. 태양은 랩과 스타일이, 현아는 남다른 댄스실력이 맘에 든단다. 씨스타의 노래는 운동 전에 들으면 힘이 난다나?

그런 웨슬리가 최근에 푹 빠진 노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웨슬리 역시 대세의 흐름에서 빗겨나갈 순 없었다. 지난 8월 18일 부산전을 앞두고 골 세레모니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추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웨슬리에게 했었다. 역시나, K팝에 관심이 많던 웨슬리는 그러지 않아도 연습했었다며 벌떡 일어나더니 말춤을 추는 게 아닌가.

이날 제대로 ‘필’받은 웨슬리는 박자감 없던 나를 위해 하나 둘 셋 넷, 하는 호령과 함께 왼발과 오른발을 어떻게 딛는지 즉석에서 강의까지 해줬다. 친절한 웨슬리씨 덕분에 몸치에다 박치까지 덤으로 갖고 있던 난 어설프게나 말춤을 출 수 있게 되었고.


 

어쨌거나 신나게 말춤 세레모니를 이야기 하고 나서 딱 3일 뒤에 홈경기가 열렸다. 한데 말춤을 보여주고 싶던 웨슬리의 강한 ‘의지’ 덕분이었을까. 웨슬리는 부산전에서 추격골을 터뜨린 뒤 수비수 김오규와 함께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세레머니로 보여주며 모두를 즐겁게 만들었다,

당시 동료 선수들이 골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 웨슬리에게 달려갔는데 웨슬리는 자꾸만 뒤로 도망가며 가까이 오지 말라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단 한 사람, 강원의 댄싱머신 김오규에게만 얼른 오라고 손짓했고 강원FC는 두 사람의 제대로 된 말춤을 위해 현장에서 강남스타일 음악을 틀어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 조금 커졌다. 골 세레모니를 준비하기까지 재미났던 과정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강릉스타일’로 명명한 특별 뮤비에는 웨슬리의 경기 중 세레모니 뿐 아니라 집과 숙소를 오가며 말춤을 연습하던 모습, 웨슬리의 남다른 한국어 연기실력까지 볼 수 있게 신경 썼다.

이 뮤직비디오는 지난 8월 26일 전남과의 홈경기 시작 전에 경기장에서 공개됐다. 당시 현장 분위기는 대폭소의 도가니. 능청스러운, 그러면서도 조금은 느끼했던 웨슬리의 뮤직비디오 속 모습은 팬들에겐 즐거운 선물이었다.

K리그 최초로 선수가, 그것도 외국인 선수가 직접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뮤직비디오는 그 정성이 갸륵해서라도 팬들 사이에서 꽤나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강남스타일이 열풍은 열풍인가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벌써 4년이 지났다. 런던의 기쁨에 빠져있다보니 베이징에서의 추억은 어느새 흐릿해졌다. 그래도 강렬하게 기억되는 선수들이 있다.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던 순간 장미보다 아름답게 웃던 장미란이 그렇고, 하계올림픽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수영의 박태환이 그랬다.

그리고 또 한 선수가 있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아이처럼 펑펑 울던 최민호가 내게는 여전히 머리와 마음에 남는 선수다.

최민호의 별명은 한판승의 사나이. 별명처럼 최민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연이은 한판승으로 결승까지 진출했다. 최민호가 보여주던 그 시원스럽던 플레이와 한판으로 경기가 종료되는 순간의 짜릿함은 내게 유도의 묘미를 알려주었다.

세레머니는 또 어땠던가. 한판승을 거둘 때마다 검지를 들고서 흔들던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한판으로 이겼다는 걸 뜻했는데, 무심한 표정으로 한판승 세레모니를 하고 나서는 모습이 맘에 들어 그즈음 축구선수를 만날 때면 그 세레모니를 권유하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투지와 자신감 넘쳐보이던 최민호가 금메달 확정 후에는 상대 선수였던 파이셔의 가슴에 안겨 펑펑 우는 게 아닌가. 그해 올림픽 기간 중 많은 선수들이 웃고 울었지만 나로 하여금 엄마의 마음으로 지켜보게 만들었던 순간은 그때가 유일했다. 내 안의 모성애를 건드렸던 선수였다.

최민호는 올림픽을 준비하며 체중조절이 가장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감량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못 이겨 폭식을 하기도 했었단다. 배가 부른데도 계속 음식을 꾸역꾸역 먹다가 토한 적도 있었다고. 금메달을 따고 나서 그동안 못 먹었던 라면을 먹고 자야겠다고 웃었는데, 그 덕분에 귀국 후에는 라면CF를 찍기도 했었다.

그랬던 최민호의 소식을 다시 들은 건 올 초. 그러니까 런던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을 때였다. 60kg급이던 최민호가 체급을 올려 66kg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올림픽 도전에 실패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최민호는 대표선발전에서 조준호에게 2차례나 이겼으나 세계랭킹에서는 뒤진 상태였다. 체급변경 시간이 짧아 대회에 많이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치열한 토론 끝에 세계랭킹이 앞선 조준호가 올림픽 시드배정에서 더 유리할 것이라는 이유로 올림픽 티켓을 얻게 됐다.

4년 전 최민호가 있던 자리에는 새로운 올림픽 유도스타들이 차지했다. 노장투혼 송대남과 독한 야생마 김재범, 그리고 최민호를 대신해 출전했지만 판정번복의 희생양이 된 조준호가 그 주인공들이었다.

얼마 전 참석하게 된 런던올림픽 유도 국가대표 선수단 환영의 밤 행사장에서도 그랬다. 금메달을 딴 송대남과 김재범은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 테이블에 있던 유도 관계자들은 연신 두 선수를 불러댔고 덕분에 기념촬영과 사인해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좀처럼 송대남과 김재범 두 금메달리스트와의 인증샷 찍기 행렬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김재범은 밥 좀 먹고 하면 안 되냐며 사정을 하는데 보던 내가 다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마침 내가 있던 자리는 메달리스트들 좌석과 가까웠고 보던 내 정신도 놓을 상황이었다. 사람들이 없는 구석으로 자리를 이동했는데, 고개 숙인 채 저녁을 먹고 있던 한 남자의 실루엣이 참 낯익었다.

최민호였다. 단 한 번도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어떻게 한 번에 딱 알아보았는지. 처음에는 신기했고 다음으론 반가웠다. 그러나 잠시의 감정이었다. 그의 자리는 메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고, 알아보는 이도 드물었다. 영광의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는 침묵만 있는 듯했다. 그렇게 박수쳐주고 열광하던 사람들의 시선은 이제 저 중앙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송대남과 김재범에게만 꽂혀 있었다.

식사를 다 마쳤을 때 조심스레 다가가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다. 앉아있던 최민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생각보다 체구가 작아 깜짝 놀랐다. 내게는 거인 같은 사람이었는데, 그는 이 작은 체구로 세계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구나. 보이지 않던 곳에서 흘렸던 땀의 무게가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그날 환영행사에서 최민호는 말이 없었다. 금세 저녁을 먹고 나선 행사장 밖 접이식 의자에 앉아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원희하고만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그러나 그 조용했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나오자 따라 나온 사람들로 금세 행사장 밖은 시끄러워졌다. 그 혼란 속에서 최민호는 조용히 행사장을 떠났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묻고 싶었던 것도, 하고 싶었던 것도 참 많았는데. 사진 한 장 같이 찍자는 말이 전부였다. 최민호 역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고.

4년 전 흘렸던 눈물과 메달 획득 후 겪어야만 했던 방황과 혼돈, 좌절을 알고 있다고, 아쉽게 대표팀에 선발되지는 못했지만 막판 대표선발전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보며 은퇴 후 어떤 유도인으로 다시 나타날지 기대하게 됐다는 말을 건네지 못한 게 지금도 아쉽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말하고 싶다. 당신의 유도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그러니까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가 될 수 있기를 응원한다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오재석 선수가 아주 특별한 금메달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강원도체육회에서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오재석 선수를 위해 강원도체육회가 특별 금메달을 목에 걸어줬습니다.

강원도체육회는 런던올림픽에서 강원FC 소속으로 투혼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찬사를 받은 오재석을 격려하고자 기념 메달을 제작, 선물로 전했습니다.

지난 22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를 빛낸 도출신 메달리스트 진종오(사격, 금메달 2관왕), 김현우(레슬링, 금메달), 한순철(복싱, 은메달), 정길옥(펜싱, 동메달)을 초청, 강원도청에서 환영행사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오재석은 대구와의 원정경기 일정으로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쉬웠죠. 꿈의 무대에서 꿈을 이룬 선수들과의 만남은 오재석 선수 본인에게도 뜻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번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카디프, 맨체스터, 런던 등을 오가며 경기를 뛰어야했고 선수촌 생활을 할 수 없었기에 타 종목 선수들과는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다른 종목 선수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것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꿈을 이룬 사람이라면 만남 만으로도 배우는 것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저는 두고 두고 아쉽네요. 마치 제가 오재석 선수가 된 듯이 말이죠. ^^

강원도체육회 김덕래 사무처장은 강릉에 위치한 강원FC 오렌지하우스까지 방문, 오재석을 격려하며 특별제작한 금메달을 전했습니다. 태풍예보가 있던 날 춘천에서 강릉까지 2시간 가까이 운전하며 오셨다는데, 안전하게 금메달을 전하고픈 마음 앞에서 날씨는 아무 것도 아니었나봅니다.




오재석 선수는 런던올림픽 메달 모양의 순금메달을 목에 건 채 “런던에서의 기분을 다시 느끼는 것 같다”며 웃었는데요, 옆에서 지켜 보던 김학범 감독은 “순금이라니 반만 나누자”는 농담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습니다.

김덕래 사무처장은 “대한민국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영광스런 순간에 오재석 선수가 강원FC 소속으로 뛴 모습은 도민들에게 큰 자긍심이 되었다”며 “앞으로 더 많이 성장하여 강원FC와 강원도를 빛내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습니다.


 
오재석 선수 또한 “이번 올림픽에서 강원도민과 강원FC 팬들이 보내준 응원의 메시지는 감동이었고, 잊지 않기 위해 가슴에 고이 새겨두었다”며 “남은 스플릿라운드에서 나를 희생하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플레이로 꼭 보답하겠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동메달도 충분히 값졌는데, 이렇게 손수 금메달을 제작해 올림픽 기념선물로 주신 강원도체육회의 마음은 값으로 매길 수가 없더군요.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올림픽 메달은 이렇게 오재석 선수의 품 안으로 왔습니다. 런던올림픽은 또 이렇게 귀한 선물을 또 한번 오재석 선수에게 주었네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얼마 전에 강원에서 만났는데 울 것 같은 표정이더라.”

제주 박경훈 감독이 언론사와의 인터뷰 중 한 이야기다. 박 감독이 지칭한 선수는 심영성이었다.

지난 8월 8일 강원FC 대 제주유나이티드 경기가 강릉에서 열렸다. 경기 결과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사실 제주에게는 승리와 다름없는 무승부였다. 1-0로 뒤지고 있던 중 종료 1분 전 극적으로 PK를 얻어냈고 이를 자일이 성공시키며 달콤한 승점 1을 챙겼다. 경기를 마친 후 박경훈 감독이 긴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심영성이 다가왔다.

박경훈 감독은 심영성의 손을 꼭 잡은 채로, 몸을 기울이더니 귓가에 대고 뭔가 깊은 이야기를 속삭였다. 그러더니 이내 목덜미를 잡고선 토닥토닥, 마치 심영성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안아주다 자리를 떴다.

 


심영성은 지난 6월 14일 임대 선수로 강원FC에 왔다. 불의의 교통사고 후 1년 넘게 수술과 재활을 반복했던 심영성은 2011년 완벽하게 회복하며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그러나 자일, 마르케스, 산토스 용병 트리오는 화려한 공격력을 자랑했고 2년 차 배일환과 이적생 서동현은 시즌 초반부터 득점포를 가동하며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침 제주 박경훈 감독과 강원 김상호 감독은 2007 U-17월드컵에서 감독과 수석코치로 한 배를 탄 깊은 인연이 있다. 김상호 감독은 젊고 감각있는 공격수를 원했고 박경훈 감독에게 심영성의 임대를 요청했다. 박 감독은 강원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선수나 구단 모두에게 윈윈될 거라는 생각에 심영성의 임대를 허락했다.

심영성은 2004년 성남에서 데뷔하여 2012년 현재까지 8시즌동안 106경기 14골 6도움을 기록한, K리그에서 잔뼈 굵은 공격수다. 2006년 U-19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 득점왕(5골)에 오르며 샛별로 떠올랐고 2007년 U-20월드컵에서는 이청용, 기성용 등과 함께 주전으로 활약했다. 이에 김상호 감독은 심영성을 향한 높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2006년 성남에서 제주로 이적한 뒤 주전 공격수로 날개를 폈으나 2009년 12월 교통사고로 1년 넘게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 시기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등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도 닥쳤으나 특유의 ‘뚝심’으로 인내하며 묵묵히 땀 흘렸다. 덕분에 2011년 6월 값진 복귀전을 치렀고 지난 5월 FA컵 32강전에는 선제골을 터뜨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심영성 스스로에게도 강원에서의 임대생활은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임대가 결정된 후 2주 후에 김상호 감독은 성적부임에 대한 책임을 지며 사령탑에서 물러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자신을 불러준 감독이 떠난 자리에는 자신을 가르쳤던 감독이 들어왔다. 2004년 성남에서 데뷔한 심영성은 2006년 전반기까지 그곳에서 선수로 뛰었다. 당시 성남을 이끌던 지도자가 김학범 감독이다. 옛 은사를 강원에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이것은 운명일까.

김학범 감독은 귀국 후 이틀만에 감독 데뷔전을 치렀다. 7월 11일 대전과의 원정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고 나흘 후인 15일 춘천에서 홈경기 데뷔전을 맞이했다. 울산과의 홈경기에서 심영성은 후반 10분 정성민 대신 교체투입 되며 종횡무진 했으나 결정적인 찬스가 김영광에게 막히며 무위로 끝났다.

울산전 이후 심영성에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고 있다. 단 2경기에, 그것도 후반 35분 이후에 교체로 출전한 게 전부다. 뭔가 보여주기에 부족한 시간일 수 있다. 하나 팀은 냉정하다. 패하고 있는 경기에 교체투입한다는 것은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해내주길 바라는 벤치의 기대도 실려있다. 아쉽게도 심영성은 그 경기들에서 단 1개의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연패에 빠져있는 강원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종결자다. 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승리로 끝나게 만드는 사람이다. 심영성은 ‘조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앞으로 기회가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영성은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자신의 축구인생이 그랬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후 수술을 반복했고 병원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때 다시 축구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하늘은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고난만 주는 법이잖아요. 제가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서 이 팀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그런 심영성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강원FC에서 절실히 필요로 했던 만큼 주장 김은중 형님을 도와 멋진 결과물들을 내놓겠습니다. 강원FC에서 새롭게 심영성의 부활 드라마를 쓰고 싶어요”라던 임대 확정 당시의 소감이 생각난다.

무릎뼈가 수십 조각 쪼개지며 모두가 선수생명은 이제 끝났다고 했지만 심영성은 보란듯이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나는 7전8기 끝에 그라운드로 돌아온, 그렇기에 긍정의 힘을 믿고 있는 이 선수가 후반기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 감동의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게 후반기 펼쳐질 스플릿B를 맞이하는 나의 꿈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이 경기에서 지는 팀은 16위로 3주를 있어야한다. 달아나려는 자와 추격자간의 혈전이었다. 팽팽한 줄다리기 같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전남의 손을 들어주었다. 강원FC는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0라운드 전남과의 홈경기에서 3-4로 패했다.

전반 5분 지쿠가 그림같은 프리킥을 터뜨리며 먼저 달아난 뒤 주도권은 강원이 잡았다. 그러나 하석주 신임감독 부임 이후 한결 단단해진 전남은 전반 31분 플라비오가 헤딩으로 만회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플라비오는 3분 후에는 페널티킥까지 성공하며 2-1로 달아났다.

 


그러나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강원의 의지는 강렬했다. 전반 38분 지쿠가 다시 한번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2-2로 따라붙었다. 지쿠는 마법 같은 왼발 프리킥으로 전반에만 2골을 쏘아올리며 꽤나 화려하게 강원에서의 임대 데뷔골을 신고했다. 게다 이날 지쿠의 골은 K리그 600호골로 기록되며 지쿠에게는 꽤나 경사스런 날로 마침표를 찍는 듯 했다.

아쉽게도 기쁨은 잠시였다. 3분 뒤 김영욱은 빨래줄 같은 중거리슛을 성공시키며 3-2로 달아났고 후반 30분에는 김영욱의 프리킥을 코니가 헤딩으로 연결하며 이내 스코어는 4-2로 벌어졌다..

이쯤하면 패색이 짙을 법도 했지만 강원은 포기하지 않고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41분 교체로 들어온 데니스는 특급조커답게 골을 터뜨리며 추격의 불씨를 되살렸다. 강원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계속해서 슈팅을 시도했다.

아쉽게도 3-4로 패했지만 7골이나 터진 화끈한 공격 축구는 강원 팬들에게 박수받기 충분했다. 또한 15위와 16위, 최하위권에 랭크된 두 클럽의 맞대결이었지만 빠른 공격전개 속에 진행된 경기는 성적과 상관없는 즐거움을 안겨줬다.

전남은 이날 승리로 7승8무15패(승점29)의 성적으로 단박에 12위로 껑충 뛰었으며 강원은 7승 4무 19패(승점25)를 기록하며 최하위로 스플릿 그룹B를 시작하게 됐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그간 K리그 선수들은 군입대를 앞둘 때 거의 대부분 상무 축구단의 문을 두드렸다. 정해진 수순과도 같았다. 그러나 김두현은 달랐다. 2010년 가을 경찰청 축구단에 원서를 내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K리그 MVP, 국가대표, 프리미어리거 등 화려한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잘나가던 K리그 김두현의 뒤를 이어 2010년 겨울에는 국가대표 출신의 염기훈과 2006년 염기훈과 함께 신인왕 경쟁에 나섰던 배기종, 그리고 2009년 K리그 신인왕 출신의 김영후가 경찰청에 입대했스타의 경찰청행은 파격이라는 단어 말고는 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상무팀은 K리그에 참가하기 때문에 비록 군팀이지만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한데 경찰청 축구단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R리그와 내셔널리그선수권대회 등에서만 뛰면서도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예전과 같은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까, 등의 의문은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두현은 잘해냈다. 김두현은 R리그의 메시라는 별명처럼 K리그 샛별들과의 대결에서 한차원 다른 플레이를 선보이며 모두를 놀라게 했고 다른 K리그 선수들에게는 경찰청에서 군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는 생각의 전환을 안겨줬다.

다.

덕분에 경찰청 축구단은 ‘레알 경찰청’이라는 새 별명을 얻게 됐다. 다행히 화려한 선수들의 기량은 꾸준했고, 지난 5월에는 김두현과 염기훈이 최강희호에 승선하며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특히 5월 31일 열린 스페인과의 A매치에서 대한민국은 1-4로 패했지만 김두현만큼은 빛났다, 김두현은 호쾌한 중거리포를 성공시키며 존재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해보였다.

경찰청 입대 전 김두현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K리그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앞으로 많은 K리그 선수들이 내 뒤를 따라서 경찰청에 입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며 웃은 적이 있다.

그의 말처럼 K리그를 빛내던 별들이 김두현을 따라 경찰청에 입대했고 올해도 각 클럽에서 주전으로 뛰던 선수들이 경찰청에 원서를 낼 것이라고 한다. 첫 테이프를 본인이 끊었다는 점에서 혼자서 뿌듯한 미소를 지었던 김두현의 얼굴이 생각난다. 그래서 따라 웃음이 나온다.

R리그에서 만난 김두현, 염기훈, 배기종, 그리고 김영후. K리그로 곧 컴백할 별들과 만난, 그날의 풍경이다.

배기종

 

여전히 16번을 사랑하는 남자. ^^

 

 

 

 

 

교체아웃되는 배기종. 교체아웃 될 때도 군인답게 거수경례를.

 

김두현.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의 프리킥 찬스.

 

동료 선수들의 위치를 잡아주고.

 

아쉽게 프리킥은 성공하지 못했다.

 

 

R리그의 메시 김두현. ^^

 

경기가 끝나면 모든 선수는 이렇게 거수경례를.

 

 

9번은 강원 신인왕의 주인공 김영후!

 

수원맨 김두현과 염기훈.

 

고개숙인 김두현과 머쓱한 배기종.

 

강원팬들을 위해 포즈를 잡아준 아기아빠 김영후.

 

성남시절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었던 김학범 감독과 김두현이 경기 후 만났다.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6경기째 승리가 없다. 그러나 최하위만은 면하겠다는게 강원FC의 각오다. (이렇게 쓰고 보니 슬프다는. ㅠㅠ)

 

강원FC은 25일 강릉종합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0라운드에서 전남과 격돌한다. 29라운드를 마친 현재 강원FC는 승점25로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전남은 강원에 승점1이 앞선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패한 팀은 스플릿 그룹B 진출을 앞두고 최하위를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플래시백 - 전남 0-0 강원(3/4 광양)
올시즌 개막경기에서 맞붙은 두 팀이었으나 0-0으로 비겨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홈 팀 입장이었던 전남이 의욕적이긴 했다. 전남은 전방에 사이먼을 포진했고 준족의 한재웅, 심동운 등에게 공격 지원의 역할을 맡겼다. 전남은 이날 15개의 슈팅을 상대 골문에 퍼부었다. 그러나 정교함이 떨어졌다. 유효슈팅이 단 2개에 그쳤다. 강원도 맞고만 있지 않았다. 대등한 볼 점유율을 보였으며 후반 교체투입된 웨슬리는 지속적인 슈팅으로 상대 수비를 위협했다. 특히 일본 J리그 출신 시마다가 경기를 잘 풀어주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경기였다.

 

◎ '3연패' 강원, 계기가 필요하다
강원은 최근 6경기(2무 4패)에서 승리가 없고 3연패로 부진하다. 김학범 감독 부임 직후 밸런스가 잡히며 기대를 높였으나 다시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0-2로 패했던 22일 대구전은 특히 아쉬웠다. 허리싸움에서 승리하며 볼 점유율을 높였으나 상대 역습에 말려 실점을 허용했다. 전후반 슈팅이 단 2회에 그칠 정도로 실속이 없었다. 앞서 열린 부산전(6회) 인천전(4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나치게 완벽한 기회를 잡으려고만 하지 말고 슈팅 가능지역에 접근하면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래서 설득력이 있다.

◎ 전남의 하석주 효과, 이번에는?
전남도 사령탑을 바꾸는 극약 처방을 쓸 정도로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석주 감독 데뷔전이었던 19일 경남 원정에서 극적인 1-0 승리를 거뒀으나 22일 서울과 홈경기에서는 0-3으로 크게 패했다. 하석주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2경기에서 수비진에 변화를 꾀했다. 골키퍼 이운재 대신 류원우를 투입했고 시즌 내내 전남 수비를 이끌었던 센터백 코니를 2경기 연속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지난 서울전에서는 상대의 완성된 공격 조직력과 수준급 개인기에 수비진이 속절없이 헝클어졌다. 강원이 최하위를 벗어나기 위해 노려야 할 대목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힐링캠프 속 기성용은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던 모습만큼이나 멋진 녀석이었다. 자신만만해보였지만 그 속에는 소신과 주체의식이 있었다. 또 한일전을 앞두고는 민족의 역사와 아픔을 생각했고 그 때문에 욱일승천기를 보고 욱했던 이 선수를 어찌 어여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눈웃음이 예쁜 기성용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건 올림픽대표팀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앞으로의 한국축구에서는 무수히 많은 대표팀이 나타났다 사라지겠지만 2012년 이번 런던올림픽대표팀을 능가하는 팀이 또 나올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선수들에게도 그랬고 지켜보는 이에게도 홍명보호는 참 특별한 팀이었다.

선수들의 생각 또한 다르지 않다. 그래서 기성용이 올림픽대표팀 합류 전부터 구자철은 이 팀은 뭔가 다르다며 팀에 대한 남다른 애착심을 보여준 것 같다. 물론 아무 것도 모르던 기성용은 그래봤자 팀은 팀, 이라고 응수했지만.

 


힐링캠프에서 기성용이 소개한 올림픽대표팀의 특별한 룰들. 우선 훈련복을 깔끔하게 바지 안으로 넣는 것. 기성용은 감독님이 안 볼 때 몰래 몰래 뺐다고 하지만 착한 오재석은 런던으로 출국하던 날에도 바지 안으로 티셔츠를 넣는 ‘배바지’ 패션으로 우리를 웃게 만들었었다.

 


깔끔하고 통일된 복장은 행동을 조심스럽게 만들고 이는 생각으로까지 연결된다. 섬세한 홍명보 감독님은 그 부분까지 신경쓴 듯하다. 홍 감독님은 그래서 소집일에 입고 오는 복장에도 신경쓰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작년 가을 소집을 앞두고는 청바지에 운동화, 쟈켓을 드레스코드(?)로 정해주시도 했다. 그래서 오재석도 집에서 쟈켓을 챙겨가 파주에 입고 들어갔다.


지난 여름 올림픽대표팀 훈련을 보기 위해 파주NFC에 갔을 때 나 역시 기성용과 같은 생각을 했다. 훈련시간이 임박했는데도 훈련장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보통은 한두명 훈련장으로 걸어내려오는데 이 선수들은 로비 쇼파에 앉아 이야기만 나누고 있다니. 그러더니 한꺼번에 슝 나와서 한꺼번에 체조를 하고 가볍게 러닝을 한뒤 훈련에 돌입했다. 홍감독님이 강조하신 ‘일체감’은 그렇게 훈련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꿈의 올림픽에서 꿈의 동메달을 확정짓고 호텔에 돌아온 올림픽대표팀 선수들. 영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그대로 보낼 순 없어 한명, 두명 모이기 시작했고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방에 모였다. 그동안 허락되지 않았던 맥주도 손에 쥐고 그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는데, 홍감독님이 먼저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뗀 뒤 그간 말하지 못했던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작된 야자타임.

시작은 오재석이었다. 오재석은 그동안 홍명보 감독을 ‘인생 최고의 지도자’로 꼽으며 남다른 존경심을 드러내곤 했다. 또 할 땐 하는 사람이었던지라 “명보야, 너 쫌 멋있다?”라는 멘트를 날렸다고 한다. 야자타임을 할 때는 이제 막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을 때라 술에 취했던 것도 아니고,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해도 감독님께 ‘X나’라는 욕을 쓸 정도로 예의없는 사람이 아니다. 오재석은. 어떻게 ‘쫌’이라는 단어가 ‘X나’가 됐는지. 이 부분은 좀 안타깝다.


어쨌거나, 오재석이 반말로 테이프를 끊었건만 그 다음 선수들은 하나 같이 존댓말을 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흐흐흐. “감독님 사랑합니다!”하며 하트를 날리는 선수가 있었는가 하면 “너무 너무 존경합니다”라고 말하는 선수도 있었고. “야, 니들이 이러면 반말한 나는 뭐가 되냐”하며 오재석은 볼멘소리를 했다고.

그래도 홍명보 감독은 사나이답게 오재석의 멘트에 주먹을 쥐어보이며 내밀었고 오재석 역시 주먹을 내밀어 감독님의 주먹에 대며, 주먹 대 주먹으로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그 자리에 없어도, 이렇게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멋진 그림이 상상된다.

이미 김기희가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지만 오재석도 영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잊지 못했는지 당시 방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여줬다. 그래서 사진을 보며 궁금했던 남자에 대해 물어봤다. 맨 왼쪽에 계신 분은 누구시냐고. 이번 올림픽대표팀 지원스태프의 얼굴은 모두 알고 있던 내게 이 분은 미스테리맨이었다. 도대체 누구일까.


그분은 이번 런던올림픽에 함께 동행했던 조리장님이셨다. 한데 내가 신기했던 것은 어떻게 주방장님이 선수들과 마지막 밤을 같이 보냈냐는 것이다. 클럽이나, 대표팀이나 선수들이 생각하는 건 크게 다르지 않다. 소중한 시간은 함께 뛴 동료들하고만 보내고 싶은게 바로 선수의 마음이다. 그 시간을 함께 보내고 공간을 내어준다는 것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힘들텐데. 마냥 신기했다. 도대체 왜?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고 자축하고 있을 때, 홍명보 감독님은 조리장님을 앞으로 불러 선수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메달을 딸 수 있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크게 고생하신 분이다. 이 분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어머니가 해주는 밥처럼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영국에서 먹고 힘내서 뛸 수 있었다. 자, 감사인사 드리자.”

이번 올림픽대표팀은 매 경기가 이동의 연속이었다. 뉴캐슬과 카디프, 런던, 맨체스터로 이어진 강행군이었는데 그때마다 조리장님은 항상 선수단보다 먼저 이동해 열심히 한국음식을 준비하고 선수들을 기다렸다고 한다. 선수들이 호텔에 도착하면 마치 엄마처럼 따뜻한 밥과 국을 준비해놓고 웃으면서 서계셨다고.

그러나 내가 이 팀을 대단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건 선수들 중 그 어떤 누구도 대표팀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신경써줘야하는 게 아니냐고, 이건 대표팀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조리장님이 주방에서 흘리는 땀에 감사하며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고 그래서 마지막 회포를 푸는 자리에까지 초대한 감독과 선수들이라니. 내가 최고라는 생각 따윈 없었고 우리를 최고로 만들기 위해 도와주신 분들이 최고라는 낮고 겸손한 자세가 참 뭉클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다니다보면 잊기 쉬운 생각인데,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낮음’을 잊지 않은 홍명보의 아이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듯했다.

사실 이 얼마나 하나가 됐는지 아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선수단을 뒤에서 보좌하는 지원스태프들의 마음도 같은지 확인하면 쉽게 알 수 있으니까. 영국에게 승부차기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4강행을 결정지었을 때 중계 카메라에 눈물을 흘리는 한국인이 잡혔다. 대표팀 경기분석관이었다. 나중에 선수들도 경기 영상을 보게 됐는데 그때 눈물 흘리는 분석관 형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홍명보 감독님은 분석관에게도 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심어주셨다. 그래서 영국에 가서도 팀에 필요한 분석영상들을 만들어주기 위해 매일같이 밤을 샜다고 한다. 분석관의 눈물은 모든 사람이 커다란 원안에서 손을 잡고 있는, 그렇게 굳게 뭉친 팀이라는 확신을 하게 된 계기였다.

마지막 하나 더. 올림픽 조별예선 첫 상대였던 멕시코. 첫 경기라서 적잖게 긴장감이 들었는데 우리의 구자철 주장은 경기 시작 전 어깨에 어깨를 걸고 파이팅을 외치는 그 시간에, “아 런던이다~ 아 즐겁다~”라는 멘트를 남기고 그라운드로 뛰어갔다고 한다. 뭥미? 여긴 뉴캐슬인데? 하며 다들 웃었고 덕분에 긴장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니, 구 캡틴이 노린 고도의 심리전술이 아닌가 싶다. 구글거림으로 생각하고 싶진 않다. 이미 한번 들은 이야기였지만 방송을 통해 또 듣게 되도 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이렇게나 멋진 팀을 우리 생애 직접 만났다는 사실에 대해, 두고 두고 감사해야할 듯하다. 언제 또 이런 팀을 만날 수 있겠는가. 한국축구의 새싹에서 기둥으로 자라고 있는 동안, 선수들이 보여줬던 성장스토리를 잊지 않겠다. 고마웠다. 홍명보의 아이들.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웨슬리는 기특하다. 역대 강원FC 외국인 선수 가운데 최초로 해트트릭을 터뜨린 기록은 대한했고 골을 넣을 때마다 팬들을 향해 달려가 늘 왼쪽 가슴에 달린 엠블럼에 키스하는 세레모니는 늘 박수받을만하다. 이렇게나 팀 사랑 넘치는 선수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강원FC의 강백호, 웨슬리를 만났다.


강원FC에 오게 된 계기는. (@ㅈㅎㅈ)
코린치아스 클럽에서 훈련 중에 갑작스런 제의를 받았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었고 한 번에 가겠다고 대답했다. 전남에 있을 때 강원FC가 리그 최하위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그래서 더 돕고 싶었다. 강원FC를 도와 나의 이름을 K리그에 강하게 어필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강원FC에 와서 좋았던 점은. (@뀨잉)
선수들과 구단프론트들이 잘 챙겨주고 운동하기에 시설도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 남종현 회장님이 나를 정말 생각하고 아껴주신다. 그게 가장 좋다.

경기 중 몸싸움도 열심히 하는데 부상은 없는지. (@clup3833)
난 승부욕이 강하다. 지기 싫어 열심히 태클하며 뛰어다니다보니 터프하게 보이는 거 같다. 다행히 부상은 없다. 대신 너무 열심히 뛰어서 온 몸이 아프다. 부딪히며 타박도 많이 입고 근육통도 있고. 하지만 선수라면 누구나 이 정도 아픔은 감수하니까.

골을 넣지 못해도 항상 세레머니를 즐겨하는데. (@홍순우)
장난치며 분위기 띄우는 걸 좋아한다. 항상 세레모니를 하는 이유다.

지난 7월 11일 대전전에서 K리그 데뷔 이래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신록예찬)
바로 전 라운드였던 성남전에서 한 골을 넣고 승리를 거둔 이후 나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대전전에서는 초반부터 경기가 잘 풀렸다. 김학범 감독님이 오시고 나서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했고 좋은 인상을 심어드린 것 같아 기뻤다. 또 K리그에 온지 2년 만에 첫 해트트릭을 기록해 행복했다.

사실 리그 초반에 골 소식이 없었다.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 같은데. (@tree)
낯선 팀에서 새롭게 적응을 해야하다보니 향수병도 왔고 날씨가 추워 원래 내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 김상호 감독님을 여전히 존경하지만 당시 감독님은 나에게 수비를 많이 강조하셨다. 빠르고 공격적인 선수라는 것을 아셨지만 너무 수비를 시키다 보니 내 플레이를 하기가 힘들었다. 정작 나는 이 좋은 스피드를 공격에 이용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힘들었다.

강원FC에서 친한 선수는. (@윤민정)
김명중 선수. 전남에서부터 같이 있었기 때문에 가장 친하다. 자크미치와 김은중 선수와도 친하고. 최근에는 지쿠와도 친해졌다. 지쿠는 조용한 성격이지만 요즘은 서로 장난치며 친하게 지낸다.

강원FC에 와서 가장 좋았을 때는. (@양지은)
바로 지금이 나는 제일 좋다. 김상호 감독님과 보낸 시간도 좋았지만 김학범 감독님이 새로 오신 이후 경기 스타일이 나와 잘 맞는 듯하다. 그래서 현재 나는 아주 행복하다는!

강원FC로 완전 이적하고 싶지는 않은지. (@박용호, @남기철, @윤준형, @탁명진, @shakeshake97)
나는 강원FC가 좋다. 팀만 괜찮다면 있고 싶다. 코린치안스와 계약은 돼있지만 결정은 내가 하는 거니까. (이적료가 있는데?) 앗! 이적료!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다(웃음).

팀 내에서 플레이 스타일이 잘 맞는 선수는? (@그리오토)
단연 주장! 김은중 선수는 상당히 똑똑한 스트라이커다. 나의 스타일을 잘 알고 맞춰줄 뿐 아니라 이용할 줄도 아는 지능적인 공격수다. 함께 뛰면 호흡이 잘 맞아 편하고 좋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원인환, @Jongmin Choi)
밥에 비벼먹는 된장찌개. 삼겹살과 초코하임도 좋아한다(웃음).

한국에 와서 좋은 점. (@장하영)
브라질보다 조용하고 사람들도 다정해서 살기 좋은 곳 같다.

제일 좋아하는 한국어는? (@박채린)
괜찮아, 좋아, 멋져.

머리를 늘 짧게 자르는 거 같은데. (@우상훈)
머릿결이 안 좋아서 기르면 안 된다(웃음).

패션에 남다른 센스가 있는 듯하다. 쇼핑은 주로 어디서 하는지. (@김택곤)
쇼핑은 서울에 놀러갈 때마다 한두 번씩 한다. 기본 아이템은 청바지와 티셔츠고 액세서리와 모자로 포인트를 주는 걸 좋아한다.

고정적으로 다니는 미장원이 있는지. (박창균)
아디 미용실! 서울의 아디가 나의 전속 미용사다. 나 뿐 아니라 수원의 에벨톤도 아디에게 머리를 맡긴다. 소문에 듣기론 서울 선수들도 아디 미용사에게 가끔 부탁한다던데(웃음). 아디는 자기 머리도 스스로 다듬는 능력자다. 아디는 나와 가장 친한 K리그 선수다. 그래서 쉴 때도 아디네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축구팬들이 즐겨가는 사이트에서 한때 웨슬리의 형님 외모, 일명 ‘노안’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주하)
한국 사람들은 확실히 피부에 많이 신경 쓰는 것 같다. 관리도 많이 받는 듯하고. 브라질은 더운 나라다보니 피부가 안 좋은 사람들이 많고 다들 특별히 피부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나이보다 들어 보이는 건가? 흑.

장난꾸러기처럼 보이는데 실제 성격은 어떤지. (@MachoMan)
즐겁고 재밌는 걸 좋아해서 장난을 자주 친다. 장난꾸러기처럼 보인다고? 맞게 봤다(웃음).

자신이 은근 귀여운 거 아는가? (@팽투트와)
못생긴 건 아니지만 잘생긴 얼굴도 아니다. 그렇지만 남들이 귀엽다고 해주면 고맙다(웃음).

자신이 생각하는 K리그 최고의 한국선수와 용병선수는? (@JeePa)
서울의 하대성 선수. 볼을 똑똑하고 예쁘게 차는 것 같다. 외국인 선수는 서울의 데얀.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 아닌가. 득점력은 정말 최고인 거 같다.

존경하는 축구선수는 누구인가. (@ㅈㅎㅈ)
호나우도. 코린치안스에서 같이 뛰었던 적이 있는데, 실력 뿐 아니라 성격까지 좋다. 브라질을 대표해서 뛰었던 그의 축구인생은 정말 멋있었고 부럽기까지 했다. 같은 브라질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또 존경한다.

2012런던올림픽 준결승전 대한민국 때 브라질과의 경기를 봤는가. (@dreamers)
새벽에 하는 바람에 다음날 하이라이트로 봤다. 우리팀의 오재석은 많이 뛰고 열심히 하는 선수다. 그렇지만 네이마르를 마크해서 말은 안 해도 힘들었을 것 같다. 한국은 팀 자체의 조직력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오재석의 동메달 획득을 축하한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gangwonfc)
경기장에 와서 나의 이름을 불러주고 응원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특히 서포터스 나르샤가 나를 많이 좋아해주는 것 같아서 너무 고맙다. 강원FC가 현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으므로 남은 후반기에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강원FC에 있어 김은중은 특별한 남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도전을 위해, 라는 전제 아래 강원FC로 이적한 김은중은 이적과 동시에 캡틴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홈 개막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첫 승을 안겨주었고 팀이 연패에 빠지며 고비와 만날 때마다 자신을 낮추고 동료를 존중하는 ‘낮은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이제 김은중 없는 강원FC를 논할 수 없는 2012년, ‘샤프’ 김은중을 만났다.

라운드 MVP 팀내 최다선정자다. 소감은?
혼자서 잘해 받은 게 아니다. 감독님, 코칭스태프들, 선수들, 구단이 다 같이 열심히 해서 받은 MVP다. 아직 경기가 꽤 남아있기 때문에 남은 경기에 더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강원FC 이적 이후 2경기 만에 2골을 터뜨리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덕분에 부담감을 덜지 않았나.
솔직히 고백하자만 부담감이 없지만은 않았다. 강릉 시내에 나갈 때면 시민들이 내가 뛰면 우리팀이 골 넣고 이길 거라고 하나같이 같은 말씀만 하시더라(웃음). 만나는 사람들마다 같은 이야기를 해주시니 알게 모르게 부담감이 생겼다. 그래도 지난 겨울 동안 팀이 착실히 준비했던 것들을 초반부터 잘 보여주고 있는 듯 해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일단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는데, 다행히 첫 승을 빨리 한 덕분에 선수들이 잃었던 자신감을 많이 되찾았다.

팀이 전체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현재 우리의 조직력은 아직 70% 수준밖에 오르지 않았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팀과 선수들을 믿는다. 최전방 공격수로서 골 찬스를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선수들이 그런 나를 도와주기 위해 다 같이 열심히 뛰어줬다. 동료들에게 고맙다.

 


선수들과 직원들 모두 김은중이 오니 팀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런 칭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K리그에서 오랜기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 뿐이다. 그걸 좋게 받아들이는 선수단과 구단의 넓은 마음에 감사하다. 내가 팀에서 최고참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선수들이 내 말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주장’으로서 나를 존경하고 믿어준 선수들 덕분에 팀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강원FC에 와보니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멋진 팀이더라. 그 매력이 K리그에 알려지고 빛날 수 있도록 선수들과 함께 헌신하고 싶다.

후배들을 잘 이끄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어떤 ‘비장의 무기’가 있나?
팀내 최고참이다보니 후배 선수들이 어려워하는 것 같아 먼저 다가가는 편이다. 함께 차 한잔 마시면서 서로간의 벽을 허물고 친해질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만든다. 그런 노력이 있어야 선수들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하기가 쉬워진다. 일단 선수들의 성격을 알아야 그 선수가 개인적으로 슬럼프를 겪거나 자신감을 잃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이다.

올 시즌 강원FC는 8강 진입을 목표로 꼽았다. 고참 선수 입장에서 가능성은 얼마나 보고 있나?
우리가 시즌 준비하는 동안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정한 목표가 8위 안에 드는 것이었다. 큰 목표는 8강이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은 힘들다고 본다. 그러나 시즌 시작 전부터 선수들에게 말했다. 44경기가 아닌 1경기씩 준비하자고. 다음 한경기가 우리에게는 결승전처럼, 이 한경기밖에 없다는 생각만 할 것이다. 그 한경기 한경기에 집중하다보면 조금씩 성적을 올리고 우리가 세웠던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까.

올 시즌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60-60 클럽 가입이 목전에 있는데 다른 목표가 있나?
개인적인 목표는 정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기록은 팀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은 팀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팀 안에서 잘하고 싶다.

‘샤프’를 지켜보고 있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일단 홈에서만큼은 가능한 많은 승리로 보답하고 싶다. 코칭스태프들은 선수들이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도록 밤낮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선수들은 그 지도에 잘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강원FC는 늘 열혈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는 구단으로 유명한데, 팀이 항상 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론 기대에 못 미치는 플레이를 할 때도 있겠지만 팬이기 때문에 더 안아주신다면 선수들은 크게 고마움을 느끼고 한걸음이라도 더 뛸 것이다. 변함없는 응원 보여주시길 바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준결승에서 브라질에게 0-3으로 패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을 상대로 혼신의 힘을 다해 준결승까지 올라갔지만 잃은 것 역시 많은 경기였다. 선수들은 혈투로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조2위로 올라가는 바람에 이동시간이 많았다. 카디프에서 맨체스터로 다시 카디프로. 이동경로가 짧았던 일본에 비해 불리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현지에서 전해들은 올림픽대표팀 소식. 체력이 이미 떨어져 몸이 많이 힘들다고 하였다. 걱정이 컸다. 그런데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몸이 힘들 새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기가 져서 마음이 아픈 것일까.

한데 선수들의 대답은 달랐다. 홍명보 감독님과 올림픽 대표팀 동료들과 뛰는 마지막 경기였기에 선수들은 몸이 힘들다는 것을 생각할 새도 없었다고 한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뛰는 올림픽 대표팀의 이야기는 한편의 영화와도 같았다고 했다. 이 영화가 런던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군면제. 그보다 더 중요하는 것은 홍명보 감독님과 올림픽팀을 위해서 자신들이 무언가 해줄 수 있는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군면제보다 중요한 것. 팀을 위한 희생. 선수들의 마음에는 그것 뿐이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것이 이 팀의 명제였는데, 다시 한번 그 명제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대회에 나가기 전에 강원FC의 불멸의 풀백 오재석이 그랬다. 준비된 사람이 기적을 일으키는 법이라고 배웠어요, 런던에서의 기적같은 결과 상상합니다, 그 생각을 하면 행복해져요, 라고.

올림픽팀과 함께한 4년 간의 시간. 너무나 행복했기 때문에 이 팀에서 보답하고 싶었다고 한다. 선수 한명 한명이 흘린 땀들은 값졌다. 그리고 그들이 모인 팀은 위대했다.

군면제 타이틀이 걸린 아시안게임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하며 강박감에 눈물 흘렸던 어린 소년들은 어느새 남자가 되었고 전사가 되었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을 상대로, 영국 홈에서 7만 관중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뛰었다. 배운데로 플레이를 하며 팀을 생각하면 우리는 행복할 것이라고, 올림픽팀만의 행복한 축구만 생각하며 뛰었다.

언론과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식었다를 반복할 때 박주영은 선수들을 모아서 그랬다고 한다. 우리가 잘하면 박수보내고 우리가 못하면 쓴소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말들에 일희일비하면 안된다. 우리는 팀이다. 팀을 생각하며 우리가 얼마나 즐겁게 함께 훈련했는지만 생각하자고.

 

 

오늘 이 축구가 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이었다는 주장 구자철의 소감. 우리 올림픽대표팀은 마지막이라는 간절감을 가슴에 담고 싸웠고 결국은 간절함의 차이가 승패를 가로질렀다. 한일전 2-0승리라는 스코어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저희의 도전이 빛을 발할 시간입니다. 4년간 고생한 우리의 꿈이 꼭 이뤄어지도록 기도해주세요.”

런던으로 출국하기 전 오재석이 팬들에게 남긴 인사말. 그 도전의 끝이 해피엔딩이 되어, 축구공 하나로 온 국민이 함께 행복할 수 있어서 나도 행복했다. 그래서 이 태극전사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시간이었다.

준결승에 올랐을 때, 아직 역사를 쓰지 못했다고 했던 선수들. 그러나 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따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2002년 월드컵을 보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운 이들이 10년 후 런던에서 기적을 썼듯이 이 선수들을 보며 꿈을 키울 키즈들이 새롭게 쓸 축구역사가 기대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경기 종료 후 벤치에 앉아 눈물을 쏟는 선수가 보였다. 그 선수를 위로해주는 동료들의 모습도 잡혔다. 대한민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이었다. 올림픽 핸드볼 4강전에서 우리나라는 노르웨이에 25-31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실패라는 표현이 맞을까. 우리나라 여자핸드볼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은메달을 따낸 이후 지금까지 8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작성 중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땄으며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과 금메달을 추가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제외하고 출전한 대회마다 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했던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다.

올림픽에선 효자종목이었다. 그러나 국내에선 비인기종목 중 하나였다.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전이 펼쳐진 경기장은 관중들로 가득 찼는데, 만원관중이 적응되지 않았단다. 관중들의 열기로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마음 아프게 들렸다.

노르웨이 여자대표 선수들에게서는 게르만족의 향기가 느껴졌다. 남성 못지않게 골격 좋고 체력이 뛰어난 그들을 상대로 우리대표팀은 열심히 싸웠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 전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김온아와 정유라, 심해인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스쿼드를 구축하기에 어려움이 컸다. 오죽하면 우생순으로 유명한 임오경 해설위원이 더 다치면 안 된다고, 차라리 내가 다쳤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흘렸겠는가.

그러나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은 한국 여성들의 강한 투혼을 코트 뒤에서 입증해주었다. 결승실패가 아닌 동메달을 향한 도전으로, 관점을 달리해 바라보고 싶은 멋진 그녀들이었다.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여자 배구대표팀 또한 준결승에서 세계 최강 미국을 만나 세트 스코어 0-3(20-25, 22-25, 22-25)으로 패했다. 미국은 현재 국제배구연맹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세계 최강자다. 이번 런던올림픽 비치발리볼에서도 자국 선수가 금-은을 겨뤘을 정도니, 배구공으로 세계를 제압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의 배구강국이다.

 


그러나 여자 배구대표팀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죽음의 조에 묶여 언론에서는 8강 진출이 희박하다고 내다봤지만 조별예선 3차전에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인 브라질(세계랭킹 2위)을 3-0으로 대파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8강에서는 강호 이탈리아(세계랭킹 4위)를 3-1로 잡으며 36년 만에 올림픽 준결승에 진출했다. 중국(세계랭킹 3위)과도 풀세트 접전을 벌이는 등 기적과 반전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우리 여자대표팀은 세계랭킹 1위(미국), 2위(브라질), 3위(중국), 4위(이탈리아)와 모두 만났지만 그녀들은 세계랭킹 앞에서 위축하지 않았다. 외려 당당했고 더 강인한 모습으로 싸웠다. 이번에도 결승진출 좌절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다. 1976년 몬트리올에서 동메달을 땄던 우리 여자배구대표팀은 36년 만에 다시 한 번 메달을 따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그 사실만으로도 박수박기에 충분한 자랑스러운 여자대표팀이다.

그리고 마지막. 손연재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메달 가시권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 소녀를 향한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것을 좋게 볼 수 없었던 네티즌들의 악플도 대단했다. 그러나 매트 위에서 손연재는 귀여운 소녀가 아니었다. 불처럼 뜨거운 예술혼이 느껴졌다. 이는 고스란히 점수로 이어졌다. 리듬체조 예선 첫날 손연재는 후프와 볼 종목에서 합계 55900점(후프 28.075점, 볼 27.825점)을 받아 전체 24명 중 4위에 올랐다.


몽펠리에 세계선수권 11위가 그간 손연재에게는 최고성적이었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10명만 오를 수 있는 결선진출을 목표로 세웠는데, 카나예바, 차카시나, 드미트리예바 등 리듬체조계의 별들 아래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곤봉과 리본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체조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결선진출이라는 위업을 작성하게 된다. 작지만 강한 소녀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을 함께 지켜본다는 것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상은 하루동안 우리나라 여자대표 선수들이 써내려간 이야기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그녀들이 보여준 투혼은 귀감받기에 충분했다. 그 감동이 아름다운 결실로 마무리되길 기원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결승전. 신나는 음악에 맞춰 늠름하게 나오는 선수들을 보고 있는 그 시간은 내 편, 네 편 없이 마음 편히 즐기는 유일한 순간이다. 그런데 헉, 하고 말았다. 김현우의 오른쪽 눈이 퉁퉁 부어올랐기 때문이다. 피멍이 들었고 심하게 부어버려 오른쪽 눈은 감겨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지도 몰랐다.

 


종목을 떠나 운동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시야’ 아니던가. 특히나 레슬링 같은 1-1 겨루기 종목 선수의 경우 한쪽 눈이 안 보이면 거리감을 확보하기 힘들어진다. 치고 빠지면서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상대를 잡아야하는데 제대로 할 수 나 있을지. 김현우의 부모 마음이 돼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경기는 완승이었다. 패시브를 받았을 때도 김현우는 노련하게 빠져나오며 위기를 극복했고 헝가리의 타마스 로린츠를 2-0 완벽한 스코어로 물리쳤다. 대표적인 효자종목으로 불렸지만 내가 기억하는 금메달 레슬러는 빳데루 돌풍을 일으켰던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의 심권호와 MC몽 도플갱어로 알려진 2004아테네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0㎏급 정지현이 전부다. 그런데 이렇게 또 한명, 영광의 레슬러가 추가됐다.

왼쪽 눈으로만 싸운 슈퍼맨 김현우.

 

 


외눈으로 힘겹게 싸운 승리에 감격했는지 금메달이 확정되자 김현우는 감독과 코치가 있는 벤치로 달려가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고마운 마음에 김현우가 절을 하자 코칭스태프도 맞절을 한다. 어쩔 줄 몰라하는 그 기쁨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즐거웠는데, 어느새 김현우는 태극기를 들고 매트를 한바퀴 돌더라.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본 태극기 세레모니. 대한민국이 밉고 싫을 때도 많았는데. 또 이렇게 한계를 이겨낸 국가대표 선수가 태극기를 흔들 때만큼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 내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게 해준 이곳에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조국을 자랑스러워하는 선수의 모습을 보고 있다보면 절로 감정이입이 된다. 그게 우리의 힘이겠지,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선수들 가까이서 마음 고생하면서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봐서 그런지, 이번 올림픽에서 나는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른다.

 


나 같은 마음으로 지켜본 국민을 위해서, 김현우는 매트를 한참 돌다 중앙에 곱게 놓은 채 큰 절을 올렸다. 울컥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그 모습을 사진기로 담는 진지한 심판의 모습에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김현우는 레슬링을 “내 삶의 전부”라고 정의했다. 유도선수였던 초등학생은 레슬러로 전향한 뒤 인생이 바뀔 것을 예감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체중감량에 실패해 다음 올림픽을 기약했지만, 그때의 아픔은 스스로를 정진시키는 채찍질이 되었다. 나보다 더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없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함은 지난 4년 간 쏟은 고통의 시간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팀 선수들과 이번 올림픽을 지켜보며 나눴던 이야기 중 하나가 모든 선수들이 노력하겠지만 훈련량으로 따지면 레슬링을 이길 종목은 없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그 지옥훈련 속에서 살아남은 강인한 레슬러임에도 김현우는 어쩜 그렇게 해맑게 웃을까. 감독님 말씀대로 눈웃음이 예쁜 선수였다는. 어떻게 왼쪽 눈으로만 싸웠냐는 질문에도 “정신력으로 했다”며 웃던 미소천사.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든 김현우에게 박수를.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