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시크릿가든의 열풍으로 전국적으로 현빈앓이가 시작됐을 때, 스쳐지나가는 말로 그랬던 적이 있다. “현빈은 실제로 보면 잘생겼을까? 실물이 궁금하긴 하다.”

사실 기자로 일하는 동안 웬만한 연예인은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현빈과 만난 적은,적어도 내가 기억하기론 없었다. 그랬더니 내 친구 꼭 찍어서 말해주길. “너 **신문사에서 있을 적에 신문사 옥상에서 현빈봤다고 했잖아. ^^ 그걸 까먹니.”

아, 그랬구나. 잊고 있었다. 2005년에서 2006년으로 바꿨던 겨울이었다. 선배 기자가 인터뷰가 있는데 날도 춥고 바람도 심해 옆에서 보조로 따라 붙으라고 나를 데리고 옥상에 올라가셨지. 당시 나는 햇볕이 강하게 쏟아졌고 눈이 부셔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로 인터뷰 할 주인공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반갑게 인사하고 말았다.

“어머, 동욱아!!!”

나는 왜 그때 현빈씨를 이동욱으로 착각했던 것일까.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다. 햇볕이 직각으로 똑 떨어지는 바람에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래도 그렇지. 그런 말도 안되는 실수를. 그렇지만 현빈씨는 까도남답게 쓱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사실 그게 더 민망하긴 했다.

대학시절 먼발치에서 동욱이를 본적이 있긴 했다. 회전목마라는 드라마를 찍고 있을 당시 우리학교에 이동욱이 지금 와서 촬영 중이라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었다. 아, 그래? 라며 쿨하게 반응하고 가방을 싸고 신문사실로 가던 중에 정말로 촬영 중인 동욱이를 보게 됐다. 카메라와 스탭들 뒤로 빼곡히 서서 구경 중인 학우들을 보며, 무엇보다 그 중심에 있던 동욱이를 보며 친구가 아닌 이젠 정말 연예인구나, 하는 생각에 발길을 이내 돌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드디어 군대에 간 녀석. 짧게 자른 머리를 하고선 팬들에게 입소 전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스포츠머리를 하고 다니던 중학교 시절 당시의 모습이 생각이 나 아쉬움보다는 반가운 웃음이 먼저 나왔던 그때도 생각이 난다.

그로부터 2년 뒤 군대에서 박정현 누나 팬이 되었다는 멘트와 함께 동욱이가 돌아왔다. 제대 후 바로 드라마로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는데, '여인의 향기'라는 주말 드라마였다. 그러나 난 본방사수를 하지 못했다. 주말 저녁에는 K리그 경기가 열리는 날이니 볼 수가 없었고 첫방을 놓치니 이후 회차부터는 흐름을 이해하지 못할 듯 해 안보게 되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던 건, 처음부터 보지 못한 드라마였음에도 주인공의 처지에 절로 몰입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제가 이 회사 사표 썼거든요, 라는 말과 함께 눈물을 뚝뚝 흘리다 부장에게 개자식이라 외치며 사표를 던지는 연재의 모습을 보며 나도 함께 눈물이 그렁그렁. 그리고 이내 뚝뚝뚝.

그 나이의 여자들은 늘 그랬다. 하고 싶은 것보다 하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았고 한 달 번 돈을 쪼개서 적금과 생활비와 문화비로 나눠야만 했고 다음 달에는 소비를 줄이겠다고 지키지 못할 다짐을 했고. 애인이 없으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여자가 아닌지 오해를 받아야했고 그렇게 혼자 늙어가는 딸이 걱정돼 결혼정보회사의 도움을 받자며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연재의 나이를 향해 가고 있던 나로서는 장면 하나 하나, 대사 하나 하나가 가슴에 와 닿더라. 그렇게 해서 나는 여인의 향기의 열혈 애청자가 되었다. 무엇보다 그 드라마가 갖고 있는 미장센이 좋았다. 첫사랑 동욱이가 나오는 드라마라서가 아니라.

한데 그 드라마를 보며 나는 다시 한 번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저 주인공의 이름은 강지욱인데, 자꾸만 내가 알고 있던 이동욱이 튀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몰입도가 대단했기 때문에? 아니면 어쩌다보니 실제의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서?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내 오랜 친구와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았던 장면은 오키나와에서 연재와 지욱이 이까스미 야끼소바를 나눠먹는 장면이다. 오징어먹물이 입과 치아를 덮었을 때 서로의 모습이 재밌어 두 남녀가 깔깔대고 웃는데, 그때 동욱이가 보여주던 웃음은 연기가 아니었다. 그래, 친구들과 즐거울 때 저런 표정으로 웃곤 했지. 그래서 기억은 참 신기한 존재인 거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음에도 찰나의 순간, 내가 기억하던 장면이 겹칠 때면 이렇게 각인된 기억이 봉인해제되니까.



그러면서 나는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덮어두었던 토플책을 찾았고 기타강습을 준비했고 줄넘기를 다시 시작했고. 그리고 내 친구 동욱이를 꼭 한번 만나보기도 추가됐다. 준수와 데이트하기 미션에 성공한 뒤 버스에서 그 문장에 줄을 긋던 연재의 모습을 보고 나서부터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이루어졌다. 그것은 놀랍게도 동욱이와 다시 만나고싶다는 목록이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나 역시 연재처럼 방송국의 도움을 받아 동욱이와 해후하게 됐다는 거다. 놀라운 것들로 가득차있기에 Wonder-Ful이라던데,  정말로 그랬다.

만남 전날 나는 자정을 훌쩍 넘길 때까지 졸업앨범을 시작으로 함께 찍은 사진, 일기장, 카드 등을 찾아 챙겼다. 그런데 정작 내가 선물로 줄 건 아무 것도 없더라. 갑자기 이뤄진 급만남이었기에 정말로 준비된 선물이 없었다. 그래서 새벽 1시에 컴퓨터에 앉아 옛날이야기를 시작으로 최근의 드라마를 보며 느낀 생각들을 편지로 쓰기 시작했다. 그 새벽에 손글씨는 무리였던터라. 그리고 나서 내가 잠자리에 든 시간은 새벽 3시 반이었고 2시간 반만 자고선 약속장소인 방송국에 가야만 했다. 어찌나 피곤하던지. 드라마 종방 때까지 내내 이렇게 생활할텐데 어떻게 버텨내는 것일까. 그래서 요즘들어 자꾸만 퀭한 얼굴로 나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VJ분과 먼저 만나 동욱이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해줬는데, 이미 블로그에 썼던 내용들과는 별반 차이 없던 이야기들을 해드렸다. 그래도 이번에 동욱이와 관련된 물건들을 찾으면서 다시 찾은 기억들이 몇개 있다. 내 친구가 러브레터를 보내면 그래도 답장은 해주던 참 예의바른 아이였단 거. 비록 연습장을 북 찢어서 준 답장이었지만 그 자체만으로 고마운 거니까. 가정시간에 만든 샌드위치를 가져다줬더니 정말 맛있게 먹었다면서 그동안에 보여줬던 반응 중에서 가장 뜨겁고 고마웠던 반응이었다는 거. 동욱이네 반 포청천에서 장난으로 러브레터를 보냈을 때는 사람 마음 가지고 그렇게 장난하는 거 아니라면서 어른스럽게 또 따끔하게 훈계했던 거.



PD님이 내게 묻기도 했다. 실제의 이동욱은 어떤 사람이냐고. 못 본지 꽤 됐지만 기억 속 동욱이라는 먼저 말 걸기는 다소 어렵지만 일단 친해지면 끝까지 가는, 가슴 뜨겁고 끈끈한 사람이었다. 키가 작고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까불이들이 있으면 가만히 지켜보다  그만하라는 한마디로 제압하는 정의의 사도이기도 했으며 성별에 상관없이 약한 자들을 먼저 생각하고 보호해주던 사람이기도 했다. 가족을 참으로 아꼈으며 리더십이 뛰어났다. 또 카리스마 속에서도 적당한 위트가 발휘돼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여자보다는 남자들에게 더 인기가 많은 그런 사람이었다.

동욱이는 너무나 좋은 사람이라서 카메라 앞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는데 정작 방송에서는 그 부분이 똑 떨어져나갔다. 아무래도 중학교 때 이미 가슴근육이 완성되었다는 이야기나 어린시절부터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는 거나, 중학교 때 우리집에 다 같이 모여 수다 떨다 야설로 넘어갔다는 거나. 뭐 그런 이야기들은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이 아니면 정말 알지 못하는 것들이었기에 살릴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본다.

우리가 만난 곳은 동욱이의 인터뷰가 진행되던 일산의 어느 커피숍이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PD님의 안내에 따라 뒤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 편지셔틀이야기가 나오고 동욱이는 이내 잘 모릅니다, 라며 눈을 감기 시작했고 결국엔 그걸 증명해줄 친구가 쨘하고 등장하게 되었다. 바로 나였다.

처음엔 날 못 알아보는 동욱이. 그럴 줄 알았다. ㅎㅎ 그래, 나 참 통통해지고 이젠 너보다 더 나이 들어 보여. 나도 알아. ㅠㅠ

그러더니 잊고 싶은 별명을 던지기 시작한다. 솔직히 나 못지 않게 기억력이 좋거나 아니면 그만큼 내 캐릭터가 강했다는 거겠지. 뭐 어쨌건 후자라도 상관없었다. 이젠 뭐 개성의 시대 아닌가. 강렬하게 기억되는 사람이 오래가고 오래남는 세상이니까. ^^

그래도 고마운 건 VJ에게 내 소개를 참 좋게 해줬다는 사실이다. “아, 얘, 진짜 공부 잘했어요. 대게 똑똑했던 친구에요.” 내가 공부하느라 지치고 힘들 때 가장 힘이 되어주었던 게 지금처럼 늘 1등만 하라던 동욱이의 카드였는데. 마침 칭찬을 해주길래 그 카드를 보여줬는데 동욱이는 아직까지 간직한게 신기하다며 웃었다.

함께 하는 인터뷰는 짧았고 PD님은 지금 거의 생방송 식으로 촬영 중인지라 빨리 빠져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서둘러 나도 가려는데 커피 한잔은 마셔야하지 않냐면서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켜주었다.



졸업앨범을 분실하여 이번 기회에 보고 싶다 하였기에 앨범을 건네줬고 앨범을 보던 그 짧은 시간이나마 동욱이와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랑 친했던 쌈 잘하던 수연이와 어눌하게 말하며 빨간글씨편지로 고백하던 봉영이, 지금은 낚시프로로 활동하는 한승이, MCM 행사장에 갔다가 우연히 만났다는 아영이, 면회신청에도 대답이 없어 잠시 삐졌던 군의관 대관이와 미국에 있는 성준이와 하늬 등 그간 서로가 알고 있던 친구들의 근황을 전해줬고. 그래도 다들 열심히 잘 사는 것 같다고 하자 우리 애들이 원래 다 똑똑하고 노력하는 애들 아니었냐고 어른스럽게 이야기하더라. 우리 나이면 이제 정말 자기 직업, 자기 인생 책임지고 살아야한다는 명언도 남겨주고. ^^

참 수련회 가서 노래 불렀던 건 제목까지 기억하던데 춤 췄던 건 기억을 못해서 내가 어떤 춤을 췄는지도 실감나게 설명해줬다. ^^ 그리고 학교로 돌아와서 점심시간 때마다 여자애들이 고음불가와 그 롱다리춤을 흉내냈다고 하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참 많은 일들이 뒤에서 이뤄진 거 같다며 정말 신나게 웃어댔다. 10일을 밤새서 집에도 못들어가고 힘들다고 하던데 내가 그래도 그거 하나 큰 웃음은 주고 가서 다행인 듯 싶다.



사실 초등학교 동창 남자아이들은 정기적으로 동욱이를 만났다는 걸 알고 있다. 잊을만하면 항상 동욱이가 먼저 연락을 해 약속을 잡았고 드라마를 마치고 10일 뒤에 군대에 갔지만 그 짧은 기간 중에도 시간을 빼 우리 친구들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렇게 참 다정다감하게 친구들을 챙기고 우정을 생각했던 속 깊은 아이, 동욱이.

여자아이들에게는 먼저 말은 걸지 않았지만 나와 승은이가 다가가면 그래도 초등학교적 친구라고 대답도 잘해주던 고마웠던 내 친구. 어색 돋던 중학교 1학년 첫 달, 중학교 생활이 적응 안돼 우리 넷이 학교 뒤편에 모여 이야기 나누다 늦은 오후 다돼서야 집에 갔던 것도 나는 잊지 못한다. 그만큼 내게는 특별한 친구였다.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바르게 배우고 자란 덕에 워낙에 배려심 깊은 아이였지만 오랜만에 만난 동욱이는 예전보다 더 상대를 배려해주는 멋진 어른으로 자라있었다. 졸리고 바쁜데도 불구하고 짬을 내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했던게 나는 그저 고맙기만 했다.

아쉽게도 금세 촬영에 임해야해서 급하게 헤어졌지만 정신없이 가면서도 동욱이는 매니저 동생분에게 택시정류장까지 날 에스코트하라고 부탁하는 친절을 잊지 않았다. 게다 동욱이만큼 잘생겼던 매니저 분은 어쩜 그렇게 예의가 바르시던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걸 알게 돼 참 기분좋게 집까지 돌아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 동욱이가 내게 해줬던 말은 각자의 분야에서 이렇게 자리잡고 있는 거 보면 우리 다 잘 큰 거 같구나, 그리고 파이팅, 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멋지게 자리잡은 사람은 동욱이었고 동욱이와의 만남은 내게 감동과 자극을 동시에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러니 앞으로 당당히 내 친구라고 말할 수 있도록,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더 많이 땀흘리고 뛰어다녀야겠다. 



참, 그날 동욱이에게 너를 보며 축구기자 말고 연예기자를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을 몇번 한적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또 명언을 날려주셨다." 연예기자는 힘들어. 축구기자도 물론 힘들겠지만 너가 더 좋아하는 건 축구 아니야? 힘들어도 자신이 더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하는 거야."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잊을 수 없었던 것은 여전히 어린시절, 그러니까 첫사랑 소년으로 만났던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었다. 초심을 잃지 않은 스타가 많이 드물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나니까.  어찌하여 성품과 됨됨이로 꾸준히 칭찬받는지 깨달을 수 있었고, 덕분에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라는 기분 좋은 예감도 함께 든 그런 시간이었다.

가식없이 솔직한, 연기를 향한 진정성으로 가득찬, 그리고 이런 사람을 좋아해서 다행이고 이렇게나 많이 좋아하고 있다고 자랑할만한 배우. 이동욱. 그렇기에 그를 사랑하는 팬들은 요즘 아주 많이 행복할 거다. 그래서 부럽기도 하다. ^^

동욱아, 내가 말했지. 안성기씨처럼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고. 정상에서 우리 꼭 다시 만나자! 힘내라, 멋쟁이 선장!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포항전 또 무실점 수비로 웃는다.
최근 포항 스틸러스만 만나면 기분 좋은 결과물을 냈던 강원 FC다. 이번에도 포항을 상대로 웃음을 되찾고자 한다. 강원은 13일 오후 7시 강릉종합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21라운드 포항과의 홈경기를 갖는다. 강원은 올 시즌 K리그 2/3를 마친 가운데 1승 3무 16패로 순위표 맨 아래에 머물러 있다. K리그 7경기 연속 패했다. 그러나 아직 시즌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10경기나 남아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굳은 의지로 아름다운 갈무리를 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포항을 만나게 되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 2위 포항을 얕잡아 보는 건 아니다. 강원이 유독 포항과 겨룰 때마다 힘을 냈기 때문이다. 강원은 포항과의 역대 전적에서는 1승 1무 3패 3득점 7실점으로 뒤져있다. 그러나 최근 2차례 맞대결에서는 1승 1무로 앞서 있다.

지난해 11월 7일 K리그 마지막 라운드 홈경기에서 서동현과 안성남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리고 지난 4월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원정경기에서는 골키퍼 유현의 신들린 선방 속에 0-0 무승부를 거뒀다.

최근 맞대결에서 주목할 건 무패 행진이 아닌 무실점 행진이다. 포항은 K리그에서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올 시즌에도 39득점(경기당 평균 1.95득점)으로 전북 현대(44득점)에 이어 최다 득점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모따, 아사모아, 황진성, 노병준, 조찬호, 김재성 등 포항의 공격진은 화려할 뿐 아니라 실속도 있다. 무득점 경기는 2번 밖에 없으며 3득점 이상 경기도 5차례나 됐다. 그런 포항의 공격력을 무력화시켰던 강원 수비진이다.

강원은 올 시즌 포항과의 첫 맞대결에서 비기면서 시즌 첫 승점을 땄다. 연패 행진도 마감했다. 당시 연패가 7경기였는데 재밌게도 강원의 현 주소와 딱 맞아 떨어진다. 반면 포항은 K리그 7경기 연속 득점 행진을 마감하며 시즌 첫 무득점 경기로 마쳤다.

강원이 포항을 상대로 승점을 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수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전, 후반 시작 후 초반 10분 동안 집중력을 갖고 무실점 수비를 펼쳐야 한다. 강원은 최근 이른 시간에 실점하는 경향이 짙었다. 상대 선수들이 잘 한 것도 있으나 그 이전에 강원 선수들의 작은 실수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면서 효율적인 역습 패턴으로 포항 수비를 흔들어야 한다. 포항은 23실점으로 경기당 평균 실점이 1골을 넘는다. 최근 K리그 7경기에서 12골이나 허용했으며 무실점 경기는 1번 뿐이었다.

강원은 정경호가 부상에서 회복돼 돌아와 전술 및 선수 운용의 폭이 넓어졌다. 징계가 풀린 김진용도 돌아오면서 김영후, 서동현, 윤준하, 이정운 등과 함께 날카로운 공격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권순형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도 강원의 주요한 득점 경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스페인과의 16강전을 앞두고 강원FC 골키퍼 양한빈은 트위터에다 무적함대, 라는 짧은 멘션을 남겼다. 스페인대표팀의 고유명사가 어느새 무적함대가 되어버렸다지만 맞수에게 무적이라는 단어를 붙이다니. 이 어린 선수들에게도 스페인이라는 이름은 쉽게 넘볼 수 없는 무거운 이름이 된 것만 같아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오늘, 한국시간으로 오전 7시에 2011 U-20월드컵 16강전이 열렸다. 사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콜롬비아전에서 선수들이 보여줬던 모습은 다소 기대 이하였다. 2차전이었던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0-3으로 패했지만 아트사커를 상대로 미드필드에서 차분하게 패스를 주고 받고 매섭게 골문을 노리던 모습이 강했던 탓일까. 조별리그 통과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나 언론과 팬들의 반응은 한편으론 매서웠고 또 다른 한편으론 차가웠다. 찜찜한 16강 진출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쓴소리에는 약한 어린 선수들이었다. 열심히 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도 보였다. 열심히 했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서운하다는 선수들도 있었고 서럽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김경중은 트위터에다 다음과 같이 썼다. “받아드리고 받아드리자. 희망의 끈을 놓지말자”라고.

어쨌거나 가장 마지막 경기였던 콜롬비아전의 각인이 컸기에 큰 기대 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은 이가 많았을 거라 짐작된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스페인이었으니까. 조별리그 3전전승 11득점 2실점 기록. 창도 강했고 방패도 단단했던 그들. 이번 대표팀의 대다수는 대학선수들이었고 K리그 선수들 가운데에서도 프로경기 출장 경험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무대에서 놀아본 선수들은 전무했다.

멘탈에서부터 지고 들어가면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시작된 경기. 그동안 측면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백성동이 섀도 스트라이커로 임명받았고 좌우 측면에는 윤일록 문상윤이 배치됐다. 스페인의 공격력을 봉쇄하기 위해 최성근와 김영욱이 수비형미드필더로 나섰다.

스페인의 날카로운 공격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상황도 많았다. 특히나 연장전에서 큰 실점위기가 찾아왔는데 장현수의 육탄방어로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후반 10분 바스케스의 프리킥이 크로스바 오른쪽 상단을 강타했을 때도 그랬다.

그렇지만 어린 태극전사들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고 포기 대신 살기를 새긴 채 뛰었다. 지난 경기에서 노출됐던 단점들을 보완하고 조직력을 다시 잘 쌓았구나, 하는 대견스러움이 지배했던 경기였다.

그리고 승부차기. 스페인의 3번 키커코케의 슛이 크로스바를 넘어가 2002월드컵의 재현되나 싶었는데 다음 차례였던 이기제의 슈팅이 그만 골키퍼에 걸리고 말았다. 이후 8번째 키커까지 돌아가는 동안 PK를 실축한 선수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긴장을 뛰어넘은 놀라운 집중력에 감탄했던 순간, 8번 키커로 김경중이 나타났다.



양발을 몇 번 구른 뒤 힘차게 슈팅했으나 킥에 너무 힘을 쏟은 나머지 크로스바를 넘어가고 말았다. 120분을 넘기던 긴 혈투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지난 대회 홍명보호가 쏘아올린 8강의 기적도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쉬움은 그때 잠시 뿐이었다.

얼굴을 감싸쥔 채 주저앉던 김경중. 그러나 김경중의 모습은 중계 카메라를 통해서 볼 수 없었다. 주저앉음과 동시에 벤치에서 어깨에 어깨걸고 간절하게 응원하던 선수들까지 김경중을 향해 달려갔으니까. 원을 만들고선 김경중의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다, 다 괜찮다, 하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이란.


대회를 마치며 이광종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이번 대회 동안 그라운드 밖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열심히 뛰어주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제의 관계를 뛰어넘은, 존경과 격려의 메시지가 담긴 이 감독의 멘트에선 이번 대회에 임하던 선수들의 각오과 자세가 느껴졌다.

언제까지 투혼이라는 단어를 써야겠냐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최선을 다한 그들의 얼굴에선 그 단어 말고는 딱히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쉬움은 남을지언정 후회는 없었겠지. 김경중을 둘러싼 선수들의 표정과 손짓에서 열심히 뛰어준 동료를 향한 고마운 마음이 위로보다 더 크게 느껴졌던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백성동은 말했다. “PK를 실축했던 경중이는 이번 대회에서 우리팀 첫 골을 넣은 선수다.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배우는 것이라고 함께 말했다”라고.

김경중이 썼던 트위터 멘션도 떠오른다. “ALL FOR ONE, ONE FOR ALL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 얘들아 오늘 최선을 다해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나오자!!.”

그렇다. 그들은 팀이었다. 슈퍼스타 한두명이 나서 리드하는 팀이 아니라 선수들 하나 하나가 모여 그보다 더 큰 하나를 만든 팀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축구란 그렇게 팀이 하나 되어 뛰는 스포츠라는 중요한 진리를, 그렇게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 작은 별들이 언젠가는 나라를 대표해 세계선수들과 그라운드를 누빌 더 큰 별로 성장하겠지. 오늘의 경기는 그 과정 속에서 아주 작은 경기일 수도 있겠지만 성장을 위한 귀한 자양분이 될 그런 경기라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마웠던, 작지만 강했던 22명 선수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양한빈(강원) 노동건(고려대) 김진영(건국대) 장현수(연세대) 임창우(울산) 김진수(경희대) 황도연(전남) 민상기(수원) 이주영(성균관대) 김경중(고려대) 남승우(연세대) 문상윤(아주대) 이기제(동국대) 백성동(연세대) 최성근(고려대) 김영욱(전남) 이민수(한남대) 윤일록(경남) 이용재(낭트) 이종호(전남) 정승용(경남)

이젠 한국축구의 희망이 될 그 이름들을.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