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대학선수권대회 4강전이 열렸던 11월 22일. 고양종합운동장을 뒤덮던 바람은 무척이나 쌀쌀했습니다. 아마추어대회가 늘 그런 법이지만 날씨까지 추웠던 탓에 선수들은 휑한 관중석을 바라보며 뛰어야만했습니다. 더구나 올 시즌 마지막 대회였습니다. 양 팀 모두 올해 한 번도 우승컵을 들지 못했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후반 끝나기 몇 분 전, 홍익대 21번 선수가 완벽한 노마크 상황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심적인 부담이 컸던 까닭일까요. 힘이 너무 들어가 그만 공은 크로스 바 위를 훌쩍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삐익,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21번 선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운동장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바로 연장전에 들어가야했기 때문에 근육도 풀어주고 수분도 보충해줘야함에도 그는 사진 속 모습처럼 그렇게 앉아있었습니다. 연장전에 들어가게 된 상황이 모두 자신 탓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을까요...?


 겨우 일어섰지만 그의 고개는 계속 땅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렇게 느릿느릿 고개 숙인 채 걸어가고 있을 때, 동료 선수 한 명이 그에게 다가왔습니다.



 "괜찮아! 연장 때 골 넣으면 되잖아. 신경쓰지마!"



"너 잘했어. 최선을 다했잖아. 그럼 된 거야. 축구가 너 혼자 하는 거냐?"



 "고개 들고 빨리 이리와!"



"자자, 다같이 힘내자. 이리 모이자! 다들"



 오늘 이 경기에서 홍익대는 연장 후반에 터진 성균관대의 결승골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경기를 마치고 돌아서는 그들, 홍익대학교 축구부 선수 모두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물론 경기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박수를 격려의 의미로 알아들었겠지만요.


 축구가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역전 드라마만이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그들은 이렇게 온 몸으로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감사했습니다. 수백 번 고맙다 말해도 전혀 아깝지 않을만큼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더불어 삶이라는 단어를 다시한번 생각해봤습니다. 그렇습니다. 삶은 결코 혼자서 일궈내는 밭이 아닙니다. 일상에 치여 사느라 잠시 잊고 있던 귀중한 사실을, 이렇게 홍익대학교 선수들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날은 추웠지만 그들 덕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마음만은 따뜻했습니다.


 물론 이름도 모르는 선수들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등번호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지요. 그렇지만 오늘 이 모습만은 오래도록 잊지 않고 싶습니다.


<사진 원본 원하시는 홍익대학교 축구부원은 메일 주세요. 보내드릴게요. dreamdiary@hanmail.net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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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