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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강원도의 힘, 강원FC

강원FC만의 바닷가 지옥훈련, 들어는 봤니?



여름이 되면 강릉 앞 바다는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하러 온 관광객들로 바다는 밤늦은 시간에도 쉴 틈이 없다. 말 그대로 ‘불야성’인 강릉의 여름이다. 그러나 겨울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누군가는 우스개소리로 이 시기에 강릉 해변을 걷는 사람은 실연남(녀) 혹은 예술가일 거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고독한 사람이 찾아와서 어색하지 않을 만큼 한적하다는 얘기다. 파도 소리마저도 고요하게 들리는 강릉의 어느 겨울날, 이곳을 열기로 덮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바로 강원FC 선수단이다.

 

바다와 축구는 비치사커라는 연결고리가 있다지만, 바다와 프로축구선수 사이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통분모가 단박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바닷가에 나타난 강원FC 선수들이 그저 신기하게만 보였다.

선수들은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 뒤 그룹별로 나눠 5-2 볼돌리기 게임을 했다. 모래에 발이 빠지는 바람에 볼을 놓치는 일도 중간 중간 발생했다. 그때마다 선수들은 아이처럼 웃어댔다. 그런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아빠 미소를 짓고 있던 김학범 감독님과 이하 코치님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웃으면서 공을 주고받는 모습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말했었지. 김학범 감독님이야말로 반전있는 남자라고.

30분가량 볼 돌리기를 하고 나니 어느새 머리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고 몸은 충분히 풀린 상태였다. “준비됐지? 저기까지 달리고 오면 되는 거다.”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김학범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강문해수욕장 끝에 있던 선수들이 가야할 곳은 안목해수욕장 끝지점. 매 경기 10km 이상을 뛰는 선수들에게 왕복 6km는 크게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바닥이 잔디도, 평지도 아니라는 것. 힘을 줄 때마다 푹푹 꺼지는 모래밭 위에서 달린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강원FC 선수들은 굳이 모래 위를 달려야만 했을까?


정확한 킥과 패스의 기본은 발목 힘이다. 튼튼한 발목은 부상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모래밭 달리기는 발목강화에 가장 도움이 되는 운동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부연하자면 우리가 걷거나 달릴 때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나가는데 이것이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반작용의 원리다. 즉 지면을 강하게 찰수록 반작용에 의해 몸은 더 빠르고 멀리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래밭은 바닥이 단단하지 않아 차는 힘을 그대로 흡수해버리는 등 반작용이 약해 앞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근육이 쉽게 지치고 호흡이 가빠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래에 덜 빠지기 위해 발바닥 전체를 이용해 바닥을 딛고 더 강하게 차는 동작을 반복한다. 그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발목은 조금씩 강화된다. 김학범 감독님이 모래밭 달리기를 훈련 프로그램에 넣은 이유 또한 원리를 이해하니 자연스레 이해가 된다.



선수들은 조를 나눠 약 40초가량 텀을 두며 조별로 차례차례 뛰게 시작했다. 얼굴에선 진지함이 가득 찼다. 그러나 30~40분 후 다시 만난 선수들의 표정에선 뭉크의 절규가 오버랩 됐다. 도착해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신인선수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마지막 결승점에서 저승사자를 만났어요.”

마지막 결승점에서 김학범 감독은 수고했다며 박수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들이 말한 저승사자가 누구였는지는 앞으로의 순탄한 프로생활을 위해... 더는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