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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Off the pitch

송지선 아나운서 취재, 도를 넘어섰다

송지선 아나운서가 어제 세상을 떠났습니다. 트위터에서 자살 소식이 알려지고 제 지인들도 메신저와 문자로 알려주더라고요. 저도 스포츠 현장에서 오며 가며 만났고 그럴 때면 짧게 인사도 나눴던 사람이기에 친구가 세상을 뜬 것만 같은 충격와 아픔이 동시에 오갔습니다.

그런데, 이후 충격은 더 크게 오더군요.

자살을 했다는 뉴스에서 사고현장 사진들이 뜨기 시작했고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알려주는, 지지대가 깨져있는 사진으로 모자라 핏자국이 남아있는 사진, 그리고 그 흔적을 물로 치우는 사진까지 포탈에 전송이 됐더군요.

그리고... 더 큰 충격을 준 사진이 떴습니다.

장례식장으로 안치되기 위해 고인이 된 송지선 아나운서가 앰뷸런스에서 내렸는데... 기자들은 그 사진도 찍어서 보도를 했더군요. 카메라의 반대편에는 미친듯이 셔터를 누르는 기자들의 모습이 함께 찍혔구요.

제가 그동안 공인들의 자살 관련 뉴스를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자살 취재는 원래 이런 것인가요? 어떻게 자살을 했고, 사고현장은 이랬고, 안치되기 위해 이동 중인 고인의 모습까지 그렇게 여과없이 담아서 우리에게 알려줘야하나요? 그것이 정말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기자정신인가요?

관련해서 검색을 하다 알게 된 사실하나. 2004년 보건복지부, 한국기자협회,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자살보도 권고 기준’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자살자의 이름·사진, 자살 장소 및 자살 방법, 자살 경위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을 것(인물이 공공의 관심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에는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경우만 보도),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자살동기를 판단하는 보도를 하거나, 자살 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하지 말 것, 흥미유발이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다루지 말 것 등이 기준으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자살자와 유가족의 사생활이 침해되면 안되고, 어떻게 자살하게 됐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한다거나 섣부르게 자살 동기를 판단해서도 안되며, 무엇보다 속보 및 특종 수단으로 다루면 안된다는 것.

그것이 자살보도 권고 기준의 핵심인데, 네티즌의 참을 수 없은 호기심을 충족시켜줘야한다는 투철한 기자정신에 의해 보고 싶지 않은 사진과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뉴스라는 허울 좋은 이름 아래 전달되고 있습니다.

파란 천에 덮혀진 고인의 모습을 사진으로 봤을 때, 저는 슬픔보다 분노가 먼저 일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진까지 찍어서 전송을 하고, 그것이 취재가 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언론의 역할인 것인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도 언론의 접근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것이 속보와 특종 경쟁에서 진정 살아남는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야구를 사랑하던 아나운서가 세상을 떠났고, 그녀의 가슴 아픈 소식은 이제 알만큼 알았습니다. 이제 이 정도에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뛰는 야구장으로, 그 덕아웃으로, 심장이 뛰는, 그 흥분 속으로.

이제 그곳에 함께 하지 못할 송지선 아나운서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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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힘든 세상이기 때문일까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는 매일 올라옵니다. 보도되지 않은 자살 소식은 더 많겠죠. 자살률이 몇 위라더라, 하는 뉴스도 자주 전해지고요.

하지만 나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에 저는 유명인의 자살 소식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유명인의 자살 관련 취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떤 뉴스들이 보도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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