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인도에 4-1 대승을 거두며 아시안컵 8강에 올랐습니다. 2차전에서 호주에 1-1로 비기면서 아쉬운 모습으로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지만 인도전에서는 지동원(2골) 구자철(1골) 손흥민(1골) 등 젊은피들의 릴레이골로 희망을 밝혔습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기에 유쾌한 기분으로 보았지만 이날의 승리가 완벽하게 기쁘건 아니라고 생각할 사람이 한명 보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유병수입니다.


사실 축구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굴욕적인 순간을 꼽으라면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교체로 들어갔다 교체로 나가는 순간이지요. 사실 교체선수는 선발선수보다 못하기에 벤치에 앉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기가 수세에 몰렸을 때 한방으로 역전시킬 수 있는 원샷원킬이거나 활발한 활동량으로 득점루트를 열어주는 키플레이어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진 선수들이 교체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여 교체선수를 히든카드라고 말하는 경우도 많죠.

그만큼 교체선수의 임무는 막중합니다. 감독이 원하는 것을 짧은 시간 안에 보여줘야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교체로 투입되는 경우 중 열에 아홉은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갈 때입니다. 쉽지 않죠. 하지만 그만큼 ‘믿을맨’이기에 투입됐기에 최선을 다해 뜁니다.

하지만 뒤늦게 들어가서 뛰다보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함께 그러니까 소위 ‘말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말릴 때도 말려서 도와줄 선수들은 보이지 않고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것은 축구가 아니죠. 패스를 주고 받고 골문 앞까지 찬스를 함께 만들어줄 선수들이 없다면... 혼자서 하기란 쉽지 않죠.

지난 호주와의 경기에서 유병수가 그랬습니다. 후반 22분 교체투입해서 들어간 유병수는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경기 종료를 눈 앞에 둔 후반 45분 아웃당하고 말았습니다.

유병수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제 주변에 유병수와 친분을 쌓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말합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무시무시할 정도의 승부욕을 갖고 있고 자기 자신을 무서울정도로 채찍질하며 운동하는 불같은 남자라고요.

그래서 교체로 들어간지 20여분 만에 다시 교체 아웃 당한 자신의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왜 나는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나 자책했겠죠. 그날 밤은 아마 자신의 한계가 이것이냐며 한탄하다 새벽에서야 겨우 잠들었을 것입니다.

다음날이었던가요. 유병수는 자신의 미니홈피 대문에 이렇게 적어놓았습니다.

“진짜 할맛 안난다. 90분도 아니고 20분만에 내가 가지고 이룬 모든 것이 다 날아가버렸네...”

이를 본 기자들은 유병수의 미니홈피 발언을 조광래 감독에 대한 항명이라고 기사를 썼죠. 그리고 기사를 본 유병수는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미니홈피 대문글을 다시 썼고요.

유병수는 자신이 가진 실력에 대한 자책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부분은 유병수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회 기간 중 감독에 대해 아쉬운 발언을 할만큼 유병수는 무개념이 아닙니다. 어린 나이에 프로에 데뷔하면서 누구보다도 자신을 가르쳐주는 감독님만큼은 존경하는 유병수이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대회기간 중이고 대회 중에 선수들이 하는 작은 말 한마디는 언론의 레이더망에 포착이 됩니다. 훈련장에는 늘 기자들이 줄지어 있고 선수들을 쫓아다니면서 작은 말 한마디라도 따내려고 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대회 기간 중 업데이트되는 차두리, 기성용의 트위터를 보고 기사를 쏟아내고 심지어 차두리의 부인 트위터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구자철의 미니홈피 속 사진과 다이어리 역시 인기몰이 중인 취재대상 중 하나입니다.

유병수는 분명 그 사실을 알았을 겁니다. 선수들도 대회 기간 중 기사를 읽으면서 언론과 팬들의 동향을 살피기 때문이죠. 그는 K리그 득점왕이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가진 자답지 않게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준 거 같다며 속상하며 쓴 글이라고 했지만, 그런 거대한 벨트를 차고 있는 자라면 말과 행동에서 조금 더 신중했어야합니다.

그는 이미 기자들에게 있어선 취재대상 리스트에 올라온 선수였으니까요.

인도전에서 유병수는 뛰지 못하였습니다. 미니홈피 사건이 괘씸하여 내린 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한 게 더 크다고 봅니다. 유병수는 지동원과 달리 원톱과는 어울리지 않은 공격수입니다. 포메이션에 맞춘 날개를 아직 달지 못했기에 투입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그래서 더 큽니다. 게다가 현재 지동원의 컨디션은 최고조를 달리고 있고 손흥민은 빅리그에서 뛴 경험이 크게 작용했는지 매 경기마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 어제 경기에선 드디어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죠.

그렇지만 미니홈피 글로 인한 기사로 문제가 재생산, 재확대됐다는 건, 분명 선수단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그것을 쉽게 넘어갈 코칭스태프는 없을 것입니다. 유병수의 경솔한 행동에 대해 실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나 선수들을 이끄는 지도자의 경우 선수들의 실력 뿐 아니라 함께 신경쓰는 것이 바로 ‘인성’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감독들은 인성까지 신경쓰며 선수들을 가르치고 살펴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유병수의 이번 미니홈피 사건은 많은 것을 잃고 만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병수를 바라보는 제 마음 역시 함께 안타까워지고 있네요. 유병수는 K리그가 자랑하는, 득점왕 출신의 좋은 공격수입니다. 그래서 리그 팬으로서 유병수의 승승장구를 기대하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큽니다. 유병수의 활약은 개인의 공으로서만 끝나는게 아니니까요. 그를 성장시킨 K리그의 공으로도 돌아가기에 저는 유병수가 대표팀에서 훌륭히 제 몫을 하길 바랬습니다.

속상하지만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날을 반성하고 다시 득점포를 가동하는 유병수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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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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