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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방/Review

직접 본 존각수, 소름끼쳤던 환상의 하모니

시즌2였기에 관심이 더 컸던 걸까요. 올 한해 가장 크게 이슈몰이를 했던 프로를 꼽으라면 단연 슈퍼스타K2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슈퍼스타K2 본선진출자였던 탑11은 가수의 꿈을 안고 도전한 청춘들이었지만 대단한 경쟁률을 뚫었던 실력자들이었습니다. 열정은 아마추어였지만 실력은 이미 프로라고 말하고 싶은, 가수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가수들이었지요.


개성 넘치는 캐릭터였던만큼 목소리와 가창 역시 개성 넘쳤습니다. 그간 기성 가수들에게서 보지 못했던 독특함이 그들에게는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저는 허각, 존박, 김지수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허각의 경우 슈퍼스타K2 우승자라는 경력에서 알 수 있듯 정말 대단한 가창력을 겸비한 가수이지요. 슈퍼스타K2를 꾸준히 본 사람은 알 수 있겠지만 허각은 노래에 맞춰 자신의 음색을 바꿉니다. 남녀 성대결 미션 때 불렀던 미스A의 Bad girl Good girl에서는 참으로 쫀득쫀득하게 불러줬고요, 너의 뒤에서를 불렀을 때는 비음을 넣어 -이것이 박진영에게서 지적을 받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미성을 강조했습니다.

하늘을 달리다를 불렀을 때는 고음 부분에서 약간 갈라지며 허각 특유의 ‘스크래치’ 기술을 보여줬고요. 이렇듯 노래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허각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참 팔색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준우승자 존박은 모든 노래를 ‘존박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심사위원이었던 윤종신 역시 마이클잭슨 미션 때 “이 노래를 존박이 부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며 기대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윤종신이 슈퍼스타K2 최고의 무대로 꼽은 ‘맨인더미러’는 지금 다시 봐도 대단한 무대였습니다. 마이클잭슨의 ‘맨인더미러’의 잔영을 완벽하게 지워냈으니까요.

존박은 이미 슈퍼위크 때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를 부를 때도 기성 가수를 따라하기 보다는 존박 자신의 느낌을 살려 부르며 허각을 이기고 본선진출자에 합류한 바 있죠. 당대 최고의 가수 이효리, 세대를 초월한 가수 이문세 등의 노래를 부를 때도 존박은 존박스타일로 새롭게 노래를 해석하여 불렀습니다. 그래서 팬들은 ‘곡 스틸러’ 또는 ‘곡 흡수자’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지요.

김지수의 경우 탑5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사실 초반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뽑혔던 출연자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김지수는 참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김지수의 미성이 참 마음에 듭니다. 마이클잭슨 미션 때 불렀던 벤도 김지수니까 가능했던 거였죠. 그리고 김지수 특유의 리듬감과 곡의 몰입도도 칭찬해주고 싶네요. 그 때문에 김지수의 노래를 들을 때만 함께 박수치며 노래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을 자주 맛보게 된답니다.

이렇듯 허각과 존박, 그리고 김지수는 겹치지 않는, 각자 다른 매력과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레 이 세명이 함께 노래를 부른다면 어떨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앞서 이야기했던 남녀대결에서 남자 출연자들이 Bad girl Good girl을 불렀을 때부터 세 남자의 만남을 기대했습니다. 당시 남성팀이 우승했는데요, 하모니가 참으로 대단하였어요. 앤드류의 경우 아직 변성기가 지나지 않았고 강승윤의 경우는 목소리 자체가 굵고 튀었기에 이 세명만 따로 노래를 부른다면 어떨까, 최상의 하모니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었죠.

그리고 드디어 허각, 존박, 김지수의 하모니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존각수! 그들의 무대 ‘비켜줄게’



낮은 중저음의 존박과 미성의 김지수, 그리고 고음에서 강점을 보이는 허각. 이 세명이 이뤄낸 조화는 참으로 대단하였습니다.

아시겠지만 존박은 아카펠라 그룹 출신으로 화음을 맞추는데는 일가견이 있지요. 그 실력이 처음 드러났던 것이 바로 허각과 함께 부른 너의 뒤에서였습니다. 김지수-장재인의 신데렐라에 가려졌지만 개인적으로 슈퍼위크 최고의 무대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존박과 김지수는 방송을 통해 제이슨 뮤라즈의 ‘I am yours'와 ‘Greek in the pink' 를 함께 불렀는데요, 김지수를 빛나게 해준 존박의 화음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비켜줄게를 함께 부를 때도 존박은 밑에서 곡이 빛날 수 있도록 받쳐주더라고요. 물론 존박 뿐 만이 아니었죠. 허각은 고음에서 탁월한 가창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고 그 사이에 김지수가 존박과 허각을 끌어주고 맞춰주며 환상의 하모니를 완성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존각수의 무대를 실제로 보니 좀처럼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군요. 오늘 이 순간의 무대로 끝나기엔 너무나 아쉬워 셋이 함께 그룹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이 셋을 동시에 영입하겠다는 기획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안다면 언젠가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우리 앞에 선보이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추측을 해보며, 그 기대를 잘 간직하고 있으렵니다.

그래도 이 세명이 함께 있던 무대를 본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가 저라는 사실은... 굉장히 뿌듯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