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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방/TV상자

슈퍼스타K2를 낳은 슈퍼 부모님들

슈퍼스타K2를 보면서, 그리고 그 감동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지금까지 제가 느낀 건, 슈퍼스타K2 뒤에는 그들을 슈퍼스타로 키운 슈퍼스타급 부모님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에 아쉽게 2등을 한 존박. 존박은 우승을 목전에서 놓쳐 아쉽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마지막 무대에 서기 전 어머니가 편지를 주셨다. '마음 편안하게 해라. 니가 일등하면 잘돼서 좋은 일이고, 허각이 일등을 하면 더 좋은 일이다. 힘들게 자랐는데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 적으셨더라. 끝난 후에도 '2등 하기를 정말 잘했다. 부담되지 않아 얼마나 좋냐'고 하시더라. 내 마음을 다 알고 계셨나보다.”

존박의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1등만 강요하던 보통의 어머니들과는 참 달랐습니다. 여느 어머니들은 너가 2등하는 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1등이 더 좋지 않겠니. 엄마는 너가 1등하는 걸 바란다, 라고 말씀하잖아요.


슈퍼스타K2 결승전 당시 순간들을 회상해보니 역시나 존박의 말은 사실이었구나, 하고 다시 한번 실감했답니다. 우승자로 허각이 발표된 순간, 존의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아들에게 손을 흔들었거든요. 아들을 애써 위로하는 어머니의 웃음은 아니었죠. 최선을 다한 아들 존박이 무척이나 자랑스럽다는 어머니의 미소를 어떻게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요.

슈퍼스타K2 결승전이 끝나고 존박의 어머니는 존박을 안아준 뒤 우승자 허각에게 다가가 진심으로 축하하며 수고했다며 안아주었습니다. 우승을 놓쳤으니 아쉬울 법도 한데 허각을 위해 앵콜송에 화음을 넣어주고, 각이 형이 될 줄 알았다며 웃으면서 축하해주고,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 키를 대신 들고 있어주고. 그 대인배 존박의 모습은 바로 어머니에게서 나온 거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봤습니다.

어디 그 모습 뿐이던가요. 존박은 고국에서 와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비슷한 이야기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했답니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미국에서 살았지만 당연히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다. 국적은 미국이지만 한국인이라는 것을 잊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서 적응할 수 있을 지 걱정이었고, 한국이 나를 받아줄까 많이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사랑을 받아서 한국인인게 너무 감사하다.”

존박의 부모님은 그를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박성규라는 한국 이름으로 아들을 부르며 한시도 조국인 대한민국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가르쳤습니다. 보통의 교포 2세가 갖기 쉬운 정체성의 혼란을 조금 덜 느낄 수 있었죠. 오죽했으면 아메리칸아이돌에 뽑혔을 당시 영어를 제2외국어라 했겠어요. 사실 한국어는 ‘초딩’수준임에도 그는 자신의 모국어라며 영어를 제2외국어로 돌렸죠.

존박은 자신의 음악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그것 역시 어머니의 가르침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남을 도우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어머니의 교육 때문이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 음악으로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음악을 너무 하고 싶고 남을 돕는 일도 하고 싶다. 그래서 음악을 하면서 세상을 바꾸고 사람을 돕고 싶은 거다.”

참 대단하신 분들이시죠? 존박의 어머니는 슈퍼스타K2 준결승전 당시 우연히 뵙게 되었는데요, 아직 언론에 노출하기 전이라 사람들은 그분이 어머니인 줄 몰랐답니다. 그런데, 저는 느낌이 확, 온 거에요. 그 교양과 인품이 느껴지는 아우라를 잊을 수 없어요. 제가 인사를 드렸더니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그리고 은은하게 웃어주시던. ^^ 다시 생각해봐도 슈퍼스타 부모님이 있었기에 슈퍼스타 존박이 있는 게 아닌가, 하네요.

김지수의 어머니도 생각이 나요. 어린 시절 이혼한 부모님 때문에 할머니 손에서 자란 김지수는 힘들게 학비를 벌며 기타를 쳤습니다. 슈스케2 당시 김지수가 어머니의 편지를 공개한 적이 있었죠. 당시 김지수는 “방청석에 가족들이 왔는데 엄마 밖에 안 보였다”면서 “각이 형네 가족 분들이 대기 중이던 나에게 편지를 던졌고 그걸 주웠다"는 말과 함께 어머니의 편지를 읽었죠.

김지수의 어머니는 편지에서 "평생 처음으로 너에게 글을 쓰게 됐다. 너를 의지하며 살아온 엄마는 지금 상황이 죄스럽고 내가 한심스럽다"며 "너 역시 가꾸고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입고 부모 돈으로 등록금 내고 보살핌을 받고 살았다면 강승윤, 존박보다 더 잘생기고 멋졌을 거다"라고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또 "넌 진흙탕에서 핀 꽃보다 아름다운 보석이다. 철없는 아이들이 외모 따지지만 네 노래에 극찬 아끼지 않는 심사위원들과 팬들이 있다. 지금만으로 벅차고 감격스럽다. 우승이 아니더라도 네 이름 충분히 알렸으니 지금만으로도 벅차고 감동스럽다. 엄마 걱정 꿈에라도 하지 말고 뭐든 열심히 해라"며 아들을 위한 편지를 끝맺었죠.


김지수의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살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아들에게 진흙에서 핀 꽃보다 아름다운 보석 같다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있음을 격려하며 가수의 꿈을 응원하고 있었죠. 아마 김지수에게는 그보다 더 큰 힘도, 더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비타민도 없었을 것입니다.

앤드류 넬슨의 아버지도 생각납니다. 앤드류 넬슨의 무대를 보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던 엄정화의 말처럼 앤드류는 보는 이를 웃게 만드는 밝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소년이었죠. 그랬던 앤드류가 눈물을 흘리며 어려운 형편 때문에 아버지랑 떨어져 사는게 힘들다고 말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구김없는 모습에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있었기 때문이죠.

앤드류 넬슨은 “그래도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지수형이나 각이 형은 나보다 백배, 천배는 더 힘들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못하겠다”며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죠.

앤드류 넬슨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에 오겠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2번째 무대에서 앤드류는 탈락했는데요, 그 2번의 무대를 앤드류의 아버지는 현장에서 지켜봤습니다.

당시 앤드류는 “약속 지켜줘서 고맙고 I just wanna say that I love you"라고 말하며 웃었는데요, 그의 아버지가 오른손으로 주먹을 만든다음 가슴을 탕탕 두드리고 나선 앤드류를 향해 자랑스럽다는 제스처를 취했을 때, 그 뭉클함이 제게도 전해져서 참으로 감동적이었답니다.

그날 앤드류의 아버지는 엠넷과의 인터뷰에서 “집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 네가 그리웠고 네가 자랑스럽다. 정말 멋지다”라고 아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죠. 그리고 얼마 전 마지막 방송에서는 편지를 통해 “전 좌석이 매진된 아들의 콘서트가 기대된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격려하기도 했고요.


장재인의 어머니 역시 참으로 강인한 분이더군요. 탈락자 발표 당시 “재인아, 잘했어! 후회하지마!”라며 딸을 격려했는데, 알고보니 슈스케2 본선이 치러지는 중간에 장재인의 외할아버지, 그러니까 장재인 어머니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슬픈 일이 있었더군요.

그러나 장재인의 어머니는 장재인의 음악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 바로 이 시기라고 생각했기에 외할아버지의 부고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탈락하는 그 순간까지 지금은 말할 수 없는 비밀로 간직한 채 딸을 응원하며 지켜봤다니... 참 강인한 어머니죠?

어디 그뿐인가요. 장재인이 남들처럼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는 대신, 고교를 자퇴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도 그 선택을 지지했고 어떻게 보면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언더 그라운드에서의 음악활동을 응원했죠. 그래서 우리는 장재인이라는 보석을 이번 슈스케2에서 만날 수 있었던 거죠.

음악이 정말 하고 싶다면, 그래.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면서, 열심히 하라고 응원하는 슈퍼스타K2 출연자들의 부모님들. 그들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슈퍼스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들의 어머니, 아버지들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