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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방/Review

직접 본 허각, 슈퍼스타급 무대장악력 돋보였다

이번 슈퍼스타K2 결승전을 보는 동안, 저는 시종일관 허각과 허각의 팬들의 강한 기운에 조금 압도당했던 게 사실입니다. 허각 팬들이 꽤 많이 왔나 보네, 티켓 당첨이 잘 됐나보네, 했는데요, 이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허각에게로 쏠려 있었나 봅니다.

허각의 자유곡은 김태우의 사랑비. 제목을 듣는 순간, 아 이거 지난주에 ‘포텐’ 터진 하늘을 달리다 같은 반응이 나올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보면 허각이 제대로 능력 발휘한 곡이 조조할인, 하늘을 달리다. 사랑비도 비슷한 연장선에 있다고 봤어요.

허각은 팝 발라드보다는 비트감 있는 노래들, 그리고 클라이막스에서 허각 특유의 고음을 뽐낼 수 있는 곡에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빼앗었죠. 사랑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엇보다 이제 무대 위에서만큼은 완벽히 자신감으로 무장한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키도 작고 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닌데, 언뜻 보면 슈퍼마리오 캐릭터 같은데, 노래 부르는 허각은 확실히 멋있었습니다. 그만큼 좔좔 자신감이 넘쳐 흐르는 모습으로 우리와 만났기 때문이었죠.

사랑비에서 “돌아가 그때로 내삶에 단한번 기도했던 대로, 이렇게 외치면 사랑비가 내려와~~”하며 길게 고음을 뽑은 다음 “너의 사랑이 나의 눈에 내리면”까지 부를 때 때마침 황금색 꽃가루가 터졌습니다. 허각이 고음을 뽑고 있는데 꽃가루까지 터져주고. 관객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죠.

무대 위에서 허각은 관중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확실하게 자신의 노래에 집중하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더군요. 빨려들어가는 기분을 느꼈어요. 뭐, 물론 고음을 그냥 내지르는 느낌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음이탈도 좀 있었고, ‘걷다가 걷다보면’에서 발음도 부정확했고 박자도 좀 안맞았지만.

이건 반복해서 들었을 때 느꼈던 거고요, 현장에서 제가 들었을 때는 그런 실수들을 느끼지 못했어요. 실수도 능수능란하게 커버하는 것. 그것도 능력이겠죠.

이승철씨는 “허각씨의 보컬은 엄청난 반주에서도 목수리가 뚫고 나오는 거. 노래에 자신감이 붙어있는 거 같습니다”라고 말했죠.

그리고 조영수 작곡가의 신곡 언제나. 웅장한 오케스트라 반주가 나왔고요 허각 특유의 애절함을 잘 살릴 수 있는 좋은 편곡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음정, 박자 모두 안정적이었고요 허각의 미성이 돋보이는 그에게 딱 맞는 발라드였어요. 마치 맞춤형 양복을 입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허각씨의 무대는 신곡을 발표하는 듯한 데뷔 무대 같았고요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래가 인스턴트화되고 있는데 앨범나오면 노래연습보다 복근운동부터 하는 가수들이 많죠. 허각씨는 정말 노래로 승부하는 가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데뷔하시면 예능보다는 콘서트 활동 많이 하는 그런 가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프로로 데뷔하는 축하하는 무대 좋은 점수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99점이라는 깜짝 놀랄만한 점수를 주며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죠. ^^

이날 엄정화씨는 허각에게 “이제는 행사장에 노래 부르는 가수가 아니다. 이제는 자기 것으로, 자기 노래로 만들어 노래 부를 수 을 것”이라는 심사평을 남겼죠. 결승전에서 관중들을 장악하고 무대를 흡수하는 능력을 보며 앞으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뭐 그래도 슈퍼스타K2 우승자인 허각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갔을 때, 대중의 반응이 어떨지는 아직은 모릅니다.

윤종신씨는 “잘 부르지만 지극히 교과서적으로 부른다”며 “경쟁률이 많은 분야에 뛰어든겁니다. 개성적인 부분에서 고민을 해봐야겠죠”라고 말했지요.

하지만 이승철씨의 말씀대로 모든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줄만한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환풍기수리공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슈퍼스타에 뽑히며 가수의 꿈을 이뤘다는 점에서 희망을 읽고 있으니까요. 여기서 받은 지적들, 안 좋은 점들을 고쳐서 더 가슴에 와닿는 노래를 하겠다는 지금의 각오를 잊지 않는다면 좋은 가수로 다시 만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