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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방/Review

현장에서 본 슈퍼스타K2, 존박의 진정성이 가장 빛났다.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으로 가는 길. 이 길도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기분이 묘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백일장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왔던 이 길을 사회인이 되어 슈퍼스타K를 보기 위해 오다니.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 잠깐이지만 일상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음이 감사했고 노래듣는 즐거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어 또 감사한, 그런 밤이었어요.

간신히 생방 시작 전에 들어와서 슈퍼스타K2 대망의 결승전을 보았습니다. 존박와 허각이 만난 마지막 대결. 슈퍼위크 때 ‘절친’한 우정을 자랑했던 -형은 만날 때마다 좋아, 하며 앵겨붙은 존과 그런 존에게 폭 안기는 각의 모습으로 슈퍼스타 게이설이 나오는 등 둘 사이는 초반부터 정겨웠죠- 두 사람이 이제는 우승자가 되기 위해 다투게 됐습니다.

자유곡과 조영수의 신곡을 부르며 대결이 진행되었는데요, 존박은 전람회의 취중진담을 불렀고 허각은 사랑비를 불렀습니다. 역시나 존박은 존박스럽게, 김동률의 색깔을 없애며 ‘존박화’가 된 취중진담을 들려주었어요.



그리고 허각은 역시나 하늘을 달리다처럼 클라이막스에서 절정으로 치닫는 비트감 있는 곳을 선택했고요. 아쉬운 건요, 사랑비의 절정 부분에서, 빵하고 터지는 부분에서 갑자기 꽃가루가 날리더군요. 무슨 우승이라도 한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관객들은 열광했습니다.

굉장히 놀랬던 건 그날따라 허각의 팬이 상당히 많이 왔다는 사실. 허각, 허각하며 환호하는데 허각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한 존박을 보러 존박 팬 수십명이 온 듯한 그런 기분을 받았어요. 그 기분이 존박에게도 전해진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고요.

엄마, 안녕. ^^


그래도 심사평을 듣기 위해 무대 위에 올라가서는 가족석을 향해, 또 무대 바로 앞에 있던Top11과 눈을 맞춰가며 안녕, 안녕하며 반갑게 인사해주기도 했고요. 그 모습에 팬들도 존박에게 손을 흔들자 반갑게 눈인사해주던 존. 상당히 긴장해서 취중진담 초반에는 손까지 떨 정도였는데 오늘도 많이 웃더라고요.



그렇지만 지난 주에 웃음과는 느낌이 달랐어요. 지난 주에는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 마냥 즐겁고 신난 막내아들 같은 미소였다면, 이번에는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난 최선을 다했으니까, 하며 주문을 거는 듯한 그런 미소였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힘들지? 하고 물을 때 아니, 난 괜찮아, 하며 애써 웃는 거. 가끔 거울을 보며 혼자 웃으며 난 잘할 수 있고 이겨낼 거야, 하며 자기위안식 주문을 걸며 씩씩해지는 연습을 할 때가 있잖아요. 그날 존박의모습이 꼭 그랬어요.

결승전 내내 미소천사였던 존박.


그리고 조영수의 신곡 언제나. 사실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녹음될 거라는 이야기를 건너 건너 통해서 미리 들었는데, 존을 위한 버전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아쉬웠어요. 성량이 좋아 오케스트라 버전에 잘 어울릴거 라고 생각했는데. 왜 허각만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부르게 되었을까요. 두고 두고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현장 분위기는 점점 허각의 우승으로 기울여지는 듯했습니다. 이승철과 엄정화의 극찬이 이어졌고요, 급기야 조영수의 신곡이 끝나고 나서 이승철은 허각에게 99점을 줬고요 엄정화 역시 99점을 줬습니다.



그런데 그때 존이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웃으며 허각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더라고요. 아. 정말 존박은 정말 진정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며 감탄하는 순간이었어요.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는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어요. 정말 순수하게, 형이 잘했으니까 좋은 점수가 잘 나오는게 당연한 거야, 하며 축하해주던 그 모습이 제 마음에 깊은 파장을 일으켰지요.

형, 잘했어!!!


그러보고니 존은 같은 곡을 부른 허각의 순서가 끝나고 심사를 듣기 위해 무대 위에 섰을 때도 허각에게 웃으며 축하해주더군요. 그렇게 연신 반복해서 웃고 있던 존박. 가식적인 웃음이 아니라, 잘했다며 후회없는 무대를 보여줬다며 자기 자신을 위한 웃음이 계속 제 눈에 밟혔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박혔고요.



그리고 마지막. 배철수가 부른 우승자의 이름은 허각이었습니다. 허각이 슈퍼스타K2의 최종 우승자가 되자 존박은 허각을 안아주며 축하한 뒤 뒤로 빠졌습니다. 우승자인 허각을 위해서요. 그렇게 웃으며 축하해주던 존박에게도 소감을 물었는데요, 듣는 내내 마음이 아프더군요. 물론 2등을 하게 된 사람의, 목전에서 우승을 놓친 2인자의 슬픈 소감은 아니었어요.

뒤에서 축하하고 있는 존박.


“각이 형 축하해요. 각이 형이 될 줄 알았어요. 너무 축하하고 너무 기쁘고 너무 좋고. 그리고 제가 제 고국에 와서 이렇게 노래하게 되고 이렇게 응원해주시고 너무 많은 걸 배우고 느끼고 있네요. 그리고 엄마, 아빠 너무 감사하고 엄마 아빠 없으면 이렇게 못하니까. 사랑해요.”



존박은 우리나라를 고국이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미국시민권자인 존박에게 많은 사람들은 미국에 돌아가라고 외쳤고, 군대나 가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런 가운데도 존은 아메리칸아이돌과의 인터뷰에서 영어를 제2외국어라 말했고, 이번 슈퍼스타K2에서는 고국이라고 말했지요. 그는 그렇게 자신의 근원을 잊지 않고 있었고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따뜻하게 받아주기는 커녕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서슴치 않았죠. 그래서 그의 소감을 듣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렇게 반듯하게 자랐는데. 나보다 뛰어난 무대를 보여줬으니 1등은 당연하다며 진심으로 축하해줄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을 늘 기억했고 한국어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 청년이거늘. 우리의 편견과 그로인한 비난은 인종차별의 다른 이름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노래를 통해 세상을 환하게 바꾸고 싶고, 노래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고. 가족애를 넘어 인류애를 꿈꾸는 청년의 아름다운 꿈이 미처 피오르기 전에 밟으려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나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허각이 앵콜송을 부를 때, 존박은 아카펠라 그룹에서 음악감독으로 활약했던 ‘경력’을 발휘해 허각이 빛날 수 있도록 화음을 넣어주며 뒤에서 받쳐주었고요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 열쇠가 담긴 함을 대신 들어주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았고요.



주연을 빛내준 조연이었지만 주연만큼 빛났고 노래에서 나오는 깊은 울림처럼 참으로 맑고 건실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박, 그의 진정성을 많은 이들이 알 수 있도록 오래도록 무대 위에서 밝게 빛나길 바랍니다. Gob bless john.

허각이 99점을 받는데.. 존... 너란 사람은 정말 대인배구나.

허각이 우승자로 호명하자 활짝 웃으며 축하해주는 존박.


2등을 더 기억하는 세상일 수도. 존박을 보며 떠올린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