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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방/Review

슈퍼스타K2 탈락자발표 순간 현장 분위기는 어떨까

슈퍼스타K2를 보며 가장 궁금했던 건 탈락자를 발표하는 순간의 현장 분위기는 과연 어떨까, 였습니다. 후보들이 무대 위에 올라서면 김성주씨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후보자들에게 한번씩 다시 들려주고 생존자의 이름을 발표하죠.

그때 특유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음악이 계속 나오는데요, 이것도 현장에서 그대로 나올까 궁금했어요. 또 탈락자 발표 바로 직전에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라고 김성주씨가 말하며 원성을 살 때도 60초 동안 CF가 나올 때 출연자들은 어떤 모습으로 그 순간을 기다릴까 궁금했습니다.

지난 주 슈퍼스타K2 현장에 갔을 때 드디어 그 궁금증이 풀렸는데요, 일단 후보자들이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하이라이트 영상이 나올 때 Top3 멤버들이 무대 위로 등장하더라고요. 재밌는 건 존박. 그 와중에 장재인양의 레몬트리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는 몸짓을 보여주더라고요.

저 긴장되는 순간에도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참 대단하게 보였고 또 부럽더라고요.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노래를 부를 때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 마음이 제게도 전달되서요. 저는 그렇게 집중하여, 온 마음을 다 바쳐 하고 싶은 일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Top3가 무대 위로 나왔을 때. 드디어 우리가 방송 때마다 늘 들었던 그 긴장되는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크게 틀어놓았던지 텔레비전으로 볼 때보다 긴장감이 더 극에 달하더군요. 어찌보면 저는 제3자의 시선으로 느긋하게 볼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감정이입이 되는, 극적 분위기로 몰아가는 음악이 주는 효과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암전. 세명의 출연자들에게만 빛이 들어오는데... 그때부터 긴장감은 점점 클라이막스를 향해 갔습니다. 재인양은 비교적 담담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더라고요. 그녀도 긴장이 됐겠죠. 허각과 존박 모두 자신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후보였으니 이번만큼은 탈락과 합격이라는 기로에서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존박은... 후보들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나올 때도 어머니가 계신 곳을 향해 손을 흔들며 안녕, 이라고 외쳤고요 키스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탈락될지도 모르는 불안감보다 어머니를 실로 오랜만에 만난 기쁨과 자신의 노래를 어머니에게 들려줬다는 성취감이 더 컸던 모양이었습니다. 집에서 화면을 통해 존박의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본 존박은 어머니를 만나 행복한 아이 같은 모습으로 연방 웃고 있었답니다.

마치 오늘 떨어질지라도 최선을 다한 무대를 어머니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가수의 꿈을 끝내 허락한 어머니 앞에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나는 만족한다. 그리고 행복하다. 어머니를 바라보며 미소짓던 존박의 얼굴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허각, 존박, 장재인 탈락후보 발표 전의 모습>

첫 번째 합격자는 허각. 나중에 집에와서 그 장면을 다시 봤는데요 화면보다 현장에서 허각의 기쁨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뭔가 뭉클한 느낌도 들고. 감격에 겨워하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짠해지고 했고요.

그런데 그 다음부터 정말 긴장되더라고요. 장재인과 존박의 대결. 누가 떨어질지 정말 모르겠더군요. 빨리 발표하길 바랬는데 역시나 60초 후에 공개하겠다는 김성주씨의 말씀. ㅎ

존박과 장재인은 긴장이 좀 풀렸는지 웃었고요, 바로 껴안더군요. 이어 합격자 의자에 앉아있던 허각도 달려나와 셋이 같이 안더라고요. 누가 붙고 누가 떨어지던 간에 가수의 꿈을 꾸는 동반자였으니까. 서바이벌 리얼리티였지만 가족처럼 동고동락했던 그들이었기에 누가 되든지간에 따뜻하게 격려하고 위로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경쟁보다는 격려가 느껴져서, 요즘 들어 지지하는 팬들 사이에서 이런 저런 잡음들이 일어나고 있는 인터넷 세상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라서, 저는 60초 동안 시청자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던 그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허각 합격 모습,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멘트 후 방송에는 나오지 않던 현장의 순간까지>

그리고 탈락자는 다들 아시겠지만 장재인양이 되었죠. 현장에서는 겨우 겨우 눈물을 참으며 말을 이었던터라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 않았어요. 다만 제가 느꼈던 건 화면에서 보던 장재인과 그날의 장재인은 달랐다는 거. 아이같기도 하고 소녀같기도 하고, 무대 위에서는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준다고 누군가는 그랬겠지만 그녀도 아직은 20살이고 그래서 그냥 예뻐보이기만 했어요.

방송이 끝난 후에 심사위원이었던 엄정화, 이승철, 윤종신씨는 무대 위로 올라가 Top3들과 인사를 나눴는데요, 마음 따뜻한 엄정화씨는 장재인양을 안아주며 이런저런 격려의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장재인양 탈락 순간, 그리고 마지막까지 포옹하던 세사람>

그리고 그 세명은 그렇게 헤어지기가 아쉬웠는지 안고 또 안는데. 굉장히 정이 많이 들었구나, 서로들. 그 생각만 내내 들더군요.

요즘 서로의 후보들을 비방하는 슈퍼스타K 팬들이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직접 현장에서 보니 그들은 경쟁자이기보다는 동반자적 관계로 슈퍼스타K2에 참가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러니 팬들도 격렬하게 스타를 지지하고, 그 스타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불나방처럼 달려들기 보다는, 음악을 사랑하는 재능있던 일반인이 그렇게 스타로 거듭나는 성장 스토리에 박수를 보내주는, 그런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우승자는 오직 한명 뿐이지만, 설상 그렇다 할지라도 모두다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는 우리 마음 속 슈퍼스타들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