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겨울 구세군 냄비 모금이 처음으로 목표액에 이르지 못했다는 뉴스를 기억하시나요? 


구세군 자선냄비가 한국에 들어온 시기는 1928년이라고 합니다. 그 이후로 우리는 80여 년간 매년 12월이면 딸랑딸랑하는 종소리와 함께 빛나던 빨간 자선냄비를 보게 됐지요. 그것은 해마다 12월이면 늘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 중 하나입니다.



올해 구세군이 세운 자선냄비 목표 모금액은 31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모금 마감일이던 24일까지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다는군요. 특히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집계한 모금액은 그 절반을 조금 넘는 16억 5천만 원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구세군이 약속된 날짜까지 목표액에 이루지 못해 모금기간을 연장한 적은 무척 이례적인 일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이십 몇 년간 살아왔던 저로선, 단 한 번도 듣지 못한 소식이었죠. 그러나 다행히도 모금 실적이 저조해 연장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모금액이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25일까지 모인 금액은 약 31억 2백만 원 정도 되었죠.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아쉬운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모금액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몇몇 지인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거든요. 냄비에 넣는 모금액에는 소득공제 혜택이 없다. 그것이 그들이 기부하지 않는 이유였죠. 오히려 다른 단체에 계좌이체로 기부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나요. 그러고 보니 12월 초, 제가 후원하고 있는 세 단체에서 소득공제 영수증이 왔던 게 기억납니다. 요즘은 기부를 해도 그렇게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네요.


어쨌거나 소득공제 혜택도 없는데 왜 내냐는 말을 들었을 때 그것이 요즘 세태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습니다. 또 한편으론 너무 성급한 결론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그런데 얼마 전 일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그날 잠실역내에는 인근 백화점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모처럼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혹은 친구들과의 약속 때문에 오고 가는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그들의 발걸음은 경쾌했지만 바빴고 그 때문에 자선냄비 앞을 무심히 지나치게 만들었죠.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조심스레 다가가 모금을 한 뒤 시민들의 반응 때문에 속상하지 않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구세군 자선냄비 앞에 서 계시던 그 분께서는 웃으면서 제게 말했지요.


“사랑하는 마음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전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만 있다면 그걸로 괜찮습니다. 서운한 생각보단 마음은 있어도 형편이 안돼서 못 내시는 분도 계시고 그 때문에 미안한 마음을 담고 가시는 분들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내지 않는다고 서운한 마음을 품고 있기 보단 여럿이 나누는 그 마음이 널리 퍼져, 언젠가는 함께 도울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만 갖습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구세군에 따르면 올해 모금액은 결국 지난해보다 2천만 원 정도 늘어났다고 하네요. 그리고 태안 기름유출 피해지역 복구를 위한 추가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31일까지 서울 일부지역에서 모금활동을 더 하겠다고 합니다.


12월 한 달 동안 구세군 자선냄비 앞에서 종을 흔들며 자원봉사 하셨던 분들, 그리고 주머니 푼돈을 꺼내 이웃사랑에 동참하셨던 시민들,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이 있기에 올 12월은 더욱 따뜻했던게 아닌지요. 다시 한 번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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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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