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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축구가 있는 풍경

36도 폭염 속 120분간 계속된 축구경기

 8월 16일 오후 2시. 안동시민운동장.


"지금 35도가 넘었다지?"

"이 더운 날에 애들은 어떻게 뛴다냐."




 여기저기서 걱정스런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기상청에서는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고 하는데 연세대학교와 숭실대학교 축구부원들은 경기장에 들어서야만 했습니다. 2007 험멜코리아 추계연맹전 결승전에 출전하기 위해서였죠.


 혹시 '워터타임'이라고 아시나요? 이날 대학연맹 측에서는 폭염 속에서 90분간 뛰어야할 선수들의 탈진을 우려해 전, 후반 각각 25분에 약 1분 가량 물을 먹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걸 '워터타임'이라고 부르더군요.


 90분 경기로 승부가 가려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0-0 무승부였기 때문에 결국 연장전에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안동의 하늘은 참으로 무심했습니다. 선수들에게 참기 힘든 직사광선을 쏟아붓는 것으로 모자라 연장전으로도 승부를 내지 못하게 했으니까요.


 9.15m 러시아 룰렛이라고도 불리죠? 결국 승부차기로 우승팀을 가려야했습니다. 참으로 긴 경기였습니다. 전후반 합쳐 90분, 그리고 연장 30분. 그것으로 모자라 승부차기까지 해야했다니. 가만히 있어도 쓰러질 것만 같은 더위에 선수들은 120분간 뛰었습니다. 전력소비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던 바로 그날 말이죠.


120분간 흘린 땀과 고통과 노력은 결국 한 팀에게는 승리를, 또 다른 팀에게는 패배를 안겨줬습니다. 승부차기 4-2로 우승컵을 손에 쥔 숭실대 선수들과 샤워도 하지 않은 채 버스에 올라탔던 연세대 선수들의 모습은 지켜보던 저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열심히 뛰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결과는 냉정하게, 또 극명하게 갈리고 말았네요. 그 강렬한 명암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겠더군요. 특히나 연세대 선수들에게는요. 간절함으로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은 문 앞에서 좌절할 그들에게,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은 분명했으니까요. (후에 연세대 선수들은 후에 "밥도 안 먹히네요"라는 문자 메시지로 제 마음을 아프게 했답니다.)


 오늘도 무척이나 덥군요. 조금만 걸어도 땀은 주룩주룩. 덩달아 짜증까지 나는 8월의 어느 날입니다. 그렇지만 바람 한 점 없는 운동장에서, 뙤약볕을 온 몸으로 맞으면서 쉬지 않고 뛰고 있을 선수들을 생각한다면 지금 이 더위는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 기분도 달라진다는 거, 잊지 말도록 해요.





더운 날씨 때문에 대기 선수들도 그늘에서 몸을 풀고 있습니다.


 관중들 역시 그늘 밑에 숨어 경기를 지켜보고 있네요.


 연대 선수 한명이 부상으로 쓰러지자 그때를 틈타 선수들이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부상 선수 때문에 경기가 잠시 중단되자 다른 한쪽에서도 물을 마시며 갈증을 달래고 있습니다.


 더위를 피하고자 볼보이들은 우산을 쓰고 경기장에 나섰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