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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강원도의 힘, 강원FC

김영후 응원위해 올스타전 찾은 강원FC 선수단



김영후는 7월 6일 한일올스타전 조모컵 명단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3주 뒤인 7월 28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볼턴으로 이적 예정인 이청용(서울)과 정성훈(부산), 황재원, 데닐손(이상 포항), 김명중(광주)이 팀 사정으로 제외되며 추가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프로에서 뛰었다할지라도 올스타전 무대에 단 한 번도 서보지 못한 채 은퇴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런 가운데 프로 데뷔 첫해에, 그것도 팀 내 유일하게 올스타전 멤버로 뽑혔다는 사실은, 김영후에게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더구나 한일대표들이 출전하는 올스타전이기에 국가대항전 성격을 갖고 있었죠. 마치 한일전을 앞두고 국가대표에 발탁된 듯한 비장한 기분으로 김영후는 인천에 갔답니다.

어쨌거나 김영후 개인에게나 팀으로나 멋지고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여 추가발탁 발표가 났던 날 강원FC 선수단은 깜짝 축하파티를 열었답니다. 강원FC의 영원한 큰형님이신 캡틴 이을용의 주도 아래 선수들은 케이크를 사고 촛불과 폭죽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식사가 끝나자마자 강원FC 선수단은 촛불로 반짝이는 케이크를 들고 발탁 축하 노래를 부르며 박수를 쳤다고 합니다. 듣기로는 선수들이 손가락으로 한 번씩 케이크를 찍어 먹었을 뿐인데, 그 한 번의 손놀림만으로도 케이크는 동이 났다고 하네요. ㅎ

K-리그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올스타전 출전. 한데 김영후만이 유일하게 선발이 됐고, 어찌 보면 살짝 질투가 났을 법도 합니다. 그렇지만 강원FC 선수들은 질투 대신 축하의 마음만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더 기특했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 저는 또 감동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의 팀. 역시 강원FC입니다.

올스타전 당일. 경기 시작 10분 전에 까맣게 탄 남자 수십 명이 인천문학경기장에 등장했습니다. 바로 강원FC 선수들이었지요. 오늘 경기 관람 후 하루 외박이 주어졌기에 팀복 되신 사복을 입었고,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뿜어내는 ‘사복간지’는 꽤나 멋졌답니다.

강원FC 곽광선(좌) 박종진(중) 노경태(우)

강원FC 라치피(좌) 까이용(중) 정철운(우)

강원FC 문주원. 옆에 부채로 얼굴을 가린 사람은 이을용.

강원FC 코칭스태프들.


한데 강원FC 선수단이 올스타전이 열리는 인천까지 왜 왔냐고요? 바로 올스타전이 출전할 김영후 선수를 축하하기 위해서였죠. 팀 동료가 뛰는 경기를 보기 위해 강원FC 선수단은 4시간이나 걸리는 원정길도 마다하지 않았답니다. 실제로 뛸 수 있을지조차 몰랐음에도 불구하고요.



하지만 김영후는 선발출전 명단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전반 내내 벤치에 앉아 있었을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어 저기 저 익숙한 뒷통수... 영후인데?”라고 웃으며 그의 출전을 기다렸죠.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 들어가기 전에는 다같이 “김영후!”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후반 19분 쯤 됐을 때 벤치에 앉아있던 김영후가 일어났습니다. 트랙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죠. 드디어 교체 투입될 시간이 다가온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본 강원FC 선수들은 “하나 둘 셋하면 다 같이 김영후!라고 외치는 거야”라고 했고, 우리는 주변 관중들 신경 쓸 세도 없이 김영후의 이름을 연호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제법 컸다봅니다. 3만 9230명이 운집한 경기장에서 남자 수십 명의 목소리는 어찌 보면 작을 법도 했지만 온 힘을 다해서 불렀다면 상황은 다르겠죠. 갑자기 김영후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홱 몸을 돌렸습니다. 우리가 “김영후!”하며 양손을 저으며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강원FC 선수단이었음을 확인한 김영후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며 화답했습니다.


깜짝 놀라며 손 흔드는 김영후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한데 저도 같이 손 흔들며 응원하느라 엄청 흔들리게 찍혔네요. ^^;;;






그리고 후반 20분. 드디어 김영후가 투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강원FC 선수단의 시선은 오로지 그라운드로만 향해있었죠. 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던 그에게 주어진 보직은 오른쪽 윙포워드. 최태욱을 대신해 교체투입 됐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돌파 뒤 전방에 있던 에두를 향해 크로스를 올려줘야한다는 거, 아무리 봐도 김영후에게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모양새였습니다.


슈팅 없이 끝난 그의 첫 번째 올스타전. 그러나 그의 출전을 보기 위해 멀리 강원도에서 인천까지 올라온 강원FC 동료 선수들을 생각한다면 아쉬움보다는 고마운 마음이 크겠지요. 너를 이겨야 내가 산다는 삼엄한 경쟁만이 가득할 것 같은 프로무대에서, 강원도 감자골 특유의 정과 가족애를 보여준 강원FC 선수단과 김영후의 모습을 보며, 우정이 공존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몸을 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기에 놀라서 돌아봤더니 동료 선수들이었어요. 한편으로는 민망했지만 (웃음) 또 한편으로는 정말 고마웠고 큰 힘이 되었습니다.” (경기 종료 후 김영후와의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