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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함께해요 K-리그

K리그에 가장 시급한 건 페어플레이 정신

강원FC는 지난 주말 열린 2009 K-리그 10라운드에서 베스트 팀에 선정됐다. 솔직히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강원FC는 대구FC와의 경기에서 4골을 주고받는 접전을 펼쳤고,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는 드라마틱한 명승부를 연출했지만 가장 중요한 승리를 손에 쥐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패행진을 달리던 전북을 상대로 3골을 넣으며 승리한 부산이 베스트팀이 더 가깝게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베스트팀은 강원FC의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원FC가 파울이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부산은 파울 30개을 범했으며 경고카드 4장을 받게 되면서 3.5점을 감점당한 반면, 강원은 8개의 파울과 단 1장의 경고카드만을 받으며 0.5점을 감점 당하는데 그쳤다.

이번 경기뿐만이 아니다. 강원FC는 창단이후 가진 13경기(리그 9경기+컵대회 4경기)에서 단 11장의 경고카드만을 받았다. 경기 도중에도 선수들이 심판 판정에 강하게 어필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최순호 감독은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릴 때에만 벤치에서 일어나 그라운드로 다가간다. 한마디로 남다른 페어플레이 정신이 돋보이는 강원FC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강원FC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위협하는 것들이 있으니, 동반자 정신을 망각한 상대팀의 거친 파울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주말 대구FC와의 경기에서 강원 팬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했다. 사건의 발단은 후반 22분경 윤준하가 볼 트래핑 후 턴 하는 과정에서 윤여산의 겨드랑이에 팔이 낀 채 넘어진 장면에서 시작됐다. 당시 윤준하는 교체되지 않고 남은 시간을 소화했지만 경기 이후 팔이 상당히 부풀어 오르는 등 오랜 시간 통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 파울이 상대 수비의 다소 고의적인 의도가 섞인 파울이었다는 점에 있다. 당시 장면을 찍은 위의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상대 선수가 넘어지는 순간 마치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신랑 팔꿈치를 잡듯 윤준하의 겨드랑이를 강하게 팔짱 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상대 선수가 팔을 부러뜨리겠다는 고의적인, 혹은 악의적인 생각으로 부러 그런 파울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공을 다투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파울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윤준하는 현재 강원FC의 공격진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이날 경기가 끝난 이후 강원FC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윤준하의 안부를 묻는 걱정스러운 글이 올라왔고, 급기야 구단 측에서 윤준하의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 공지사항을 올리기까지 했다. 다행히 골절 혹은 탈구가 아닌 염좌로 판명이 났기에 강원FC 팬들은 자신들이 제일 아끼는 공격수 한 명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윤준하의 안부를 걱정하는 강원 팬들의 머릿속에는 또 한 명의 선수가 떠오를 것이다. 개막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한 안성남이 그 주인공이다. 안성남은 제주유나이티드와의 개막전에서 전반 시작 15분여 만에 상대 문전에서 거친 태클에 쓰러졌고 3분 후 윤준하와 교체되고 말았다.


당시 안성남이 부상을 입었던 상황이 찍힌 위의 사진을 보면, 공이 아닌 선수의 다리를 보고 들어 온 ‘위협적인 태클’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다.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서형욱 MBC해설위원이 “파울을 선언해도 상대팀이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 할 정도로 거친 태클이었지만, 당시 주심은 인플레이를 외쳤고 강원 벤치 속에서도 별다른 항의가 없었기에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었다.

그러나, 그 한 순간의 태클로 인해 내셔널리그 무대를 평정한 뒤 프로선수로서의 부푼 꿈을 안고 K-리그 데뷔전에 나섰던 안성남은, 경기를 다 마치지도 못한 채 ‘전반기 아웃’이라는 끔찍한 진단을 받고 말았다.

축구에서 파울은 필요악과도 같은 존재이다. 때론 파울이 너무 적은 수비수가 무능한 선수로 평가받기도 하는 것. 그것이 축구와 파울의 상관관계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지켜야 할 선이 있는 법이다. 축구장에서 우리는 그 선을 ‘페어플레이’라 부른다.
경기 시작 전 선수입장 때 괜히 국제축구연맹(FIFA)의 페어플레이기가 선두에 서는 것이 아니다.

그라운드에서 상대하는 상대팀 선수는 ‘적’이기도 하지만, 또한 축구라는 지상 최고의 스포츠를 함께하는 ‘동지’이기도 하다.

점점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K-리그, 뜨거워지는 열기만큼 동업자 정신 또한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 플라이뭉치맨 감수/헬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