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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Footballers

한국서 아들 키우고자 강원FC에 입단한 일본선수, 오하시 이야기



2월 2일 오후 4시. 쿤밍 전지훈련을 앞둔 강원FC 선수들이 집결지인 인천국제공항에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1월 22일부터 31일까지 9박 10일간 제주도에서 진행된 국내 전지훈련을 마치고 짧은 하루 휴가 뒤 만난 선수들의 표정은 꽤나 밝았다. 쿤밍으로 떠나기 전 오랜만에 가족들과 만나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며 웃고 있는 선수들 틈에서 유독 초초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오하시 마사히로 선수였다. 오하시 선수는 “내일이 와이프의 출산 예정일이다. 한데 전지훈련 일정과 겹쳐 옆에 있어주지 못한다”며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선수단이 쿤밍 현지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10시. 호텔 이동 중에도 휴대폰을 놓지 못하던 오하시 선수에게 와이프의 출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훈련을 마치고 샤워장에 들어가던 중 잔뜩 흥분한 ‘장모님’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오하시, 아들이야!” 2월 3일 오전 11시. 서울 모 병원에서 2.98kg의 오하시 ‘주니어’가 세상과 만난 순간이었다.

“와이프가 한국 사람이에요. 일본어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 현지 병원에서 쓰는 어려운 말은 알아듣지 못해요. 그래서 아이는 꼭 와이프의 고향에서 낳아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와이프와 아들 모두 건강하다고 하니 저도 안심이네요.”

1999년 18세의 나이로 요코하마 마리노스에서 데뷔할 당시 오하시 선수는 "천재 미드필더의 깜짝 등장"이라는 찬사아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J리그 통산 197경기 19골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까지 가와사키 프론탈레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오하시 선수였다. 따라서 그의 갑작스런 강원FC행은 세간의 관심을 자아냈다. "와이프가 한국 사람이다"라는 오하시 선수의 말을 듣고 나서야 모든 궁금증이 삽시간에 풀리기 시작했다.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김치를 가장 좋아하게 됐으며, 가장 좋아하는 영화 역시 한국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된 오하시의 남다른 한국사랑은, 결국 한국인 와이프를 향한 사랑에서부터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룸메이트 박종진 선수는 “형수님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그 때문에 한국을 더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덧붙였다.

“와이프가 일본에서 유학생으로 있던 시절, 첫 눈에 반해 결혼까지 이르게 됐다”던 오하시 선수는 “이제 아들도 한국에서 낳았으니 한국, 그리고 강원을 저의 또 다른 고향처럼 생각하며 살아야겠어요”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