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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World Football

밀란더비 결승골 터뜨린 호나우딩요, 이제 부활하나?

2006클럽월드컵 열린 일본. 각 대륙의 챔피언들이 모인 곳이었지만 기자들과 축구팬들의 시선은 오직 한 사람을 향해 있었다. 소실점의 끝, 그곳엔 호나우딩요가 있었다. 그 해 호나우딩요는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동시에 쥐며 ‘더블’을 이뤄냈고 세계축구계의 흐름은 그렇게 호나우딩요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랬다. ‘외계인’ 호나우딩요가 가장 밝은 빛을 뿜어내던 시절은 그때였다. 성급한 결론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다
인간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이보다 더 호나우딩요의 상황을 절묘히 표현할 사자성어도 없는 듯싶다. 2003년 파리 생제르망에서 활약하던 호나우딩요는 부진을 거듭하던 바르셀로나의 지원군으로 등장했다. 라리가 데뷔시즌이었던 2003시즌 15골을 터뜨리며 팀을 2위까지 올려놓았고 이듬해엔 리그 우승컵을 안겨주며 카탈루나의 얼굴로 거듭났다. 2004년과 2005년에는 FIFA올해의 선수 2연속 수상의 영광까지 누렸다.

그러나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월드컵 이후 부상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정신적 나태함이 옭죄기 시작했다. 경기 이틀 전 클럽에서 유흥을 즐겼는가 하면 팀 훈련에 불참하는 일도 발생했다. 팀 분위기를 해치는 호나우딩요를 반겨줄 사람은 어느 곳에도 없었다. 자연스레 경기에 투입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벤치를 지키는 일 또한 잦아졌다. 레이카르트 감독은 부상을 이유로 들었지만 두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2007-08시즌을 앞두고 앙리의 이적과 함께 가공할만한 공격진용 ‘판타스틱 4’로 거론됐던 호나우딩요였지만 시즌 말미에는 5경기 연속으로 교체 아웃(투입)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백업요원으로 전락한 호나우딩요를 상상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일이었다. 실상 호나우딩요 스스로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설상가상 3월9일 비야레알전 이후로는 허벅지 부상 때문에 교체로도 나서지 못하고 말았다. 그에게 길이란, 더이상 없어 보였다.

이곳이 마지막이다
다행히 끝은 아니었다. AC밀란이 손을 내민 것이다. 지난 시즌 피오렌티나에게 밀리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놓친 AC밀란은 이번 이적시장에서 대대적인 리빌딩 과정을 거쳤다. 질라르디노를 이적시켰고 부상이 재발한 호나우두와는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 와중에 새로 집어든 카드가 바로 호나우딩요다. 그에겐 기회였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몰랐다. 이곳 AC밀란에서도 태업을 일삼고 적응에 실패한 모습을 보인다면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카카, 파투, 팔로스키 등 젊은 선수 중심으로 공격진을 개편하고 있는 시점에서 호나우딩요의 영입은 도박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쩔 수 없다. 그러므로 ‘작은 호나우도’ 호나우딩요는, 지난 시즌 AC밀란에서 재기에 도전했지만 부상의 덫에 걸려 무너지고 만 ‘큰 호나우도’의 모습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브라질대표로서 월드컵 우승, FIFA올해의 선수 수상, 그리고 잦은 부상과 절제되지 못한 사생활까지. 지금의 호나우딩요는 영광 뿐 아니라 어두운 그림자까지 선배 호나우도와 꼭 닮은 모양새다.

그러나 호나우딩요의 나이는 이제 28살. 몰락의 길을 걷기엔 아직 젊은 나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무대에서 도전하는 이번 시즌은 그의 축구 인생에서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카카 파투와 함께 브라질 트리오의 위력을 보여주며 명예회복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홍보용 선수’로 전락, 시나브로 과거 속으로 사라질 것인가. 선택은 물론 호나우딩요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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