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헬레나의 꿈의 구장/Footballers

이근호, "제 인생 최고의 골은 주영이 때문에 묻혀버렸어요"

지난 11월 21일 안산와~스타디움. 한국 올림픽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6회 진출을 확정 짓던 순간 이근호는 " 너무 좋아서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어요 " 라는 말만 반복해서 했다.

그러나 오늘(26일) 이근호에게서 다시 한 번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삼성하우젠 2007 베스트 11에서 이근호는 데닐손(31표)을 단 1표 차로 제치며 까보레(83표)와 함께 공격수 부문 최고 선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당시 이근호는 바레인전이 끝난 후 " 이 참에 K-리그 베스트 11도 노려보지 않겠냐 " 는 물음에 " 워낙 쟁쟁한 공격수들이 많아서 힘들 것 같아요 " 라며 손사래를 친 바 있다. 그 대답을 기억하냐고 묻자 " 당연히 기억하죠 " 라는 대답과 함께 수화기 너머로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려줬다.


" 전 진짜 생각조차 못했어요. 올 시즌 까보레, 데얀, 모따, 데닐손 등 외국인 공격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였잖아요. 그 가운데서 저를 뽑아주신 건 내년에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내년에는 더 잘해서 믿음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


물론 올 시즌 27경기 출장하며 10골 3도움을 올리며 대단한 활약을 선보인 이근호이지만 그 행진이 살짝 주춤했던 시기도 있었다. 후반기 이근호는 2골 1도움만 기록하며 드디어 '이근호 바람'이 끝난 것은 아니냐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올림픽 대표팀을 오가면서 체력적인 부분에서 조금씩 한계를 느꼈어요. 원래 체력은 자신 있었는데 후반기 들어가면서 페이스를 잃어가기 시작했죠. 바레인전 때는 75분 쯤 되니까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내년 동계훈련 때는 장기 레이스에도 버틸 수 있도록 체력을 보강할 계획이에요. "


그렇지만 지금의 이근호를 만든 8할은 바로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에 있었다.


"후반기 때 조금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올 시즌 내내 항상 최선을 다해 뛰었어요. 그래서 누군가 스스로에게 점수를 주라고 하면 10점 만점에 8.5점을 주겠어요. 나머지 깎인 1.5점은 앞으로 보완해야죠. 부족한 게 있어야 더 열심히 하는 법 아니겠어요? 내년에는 정규리그에서만 10골 이상을 넣고 싶어요. 2008 북경 올림픽에서도 멋진 모습 보여드릴게요. "


이근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사람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우선 변병주 감독님께 가장 감사드려요. 지금도 다른 선수들은 팀에서 훈련 중인데 저만 쉬고 있어요. 제 자신도 모르게 체력저하가 왔을 거라면서 일단은 푹 쉬라고 하시더라고요. 인생의 선배로서, 또 때론 푸근한 아버지처럼 그렇게 항상 저를 이끌어주시는 고마운 선생님이세요. 올 시즌 대구라는 팀에서 변 감독님을 만난 건 정말 제 인생에서 큰 기회이자 행운이었죠. "


그래서였을까. 올 한해 가장 기뻤던 순간을 꼽으라고 하자 이근호는 " 변병주 감독님과 함께 첫 승 기념 물벼락을 맞았을 때 " 라고 말했다.


"데뷔골을 넣었던 전남전(3월 18일) 때보다 울산전(3월 21일)당시가 더 기뻤어요. 후반 45분에 제가 넣은 골 덕분에 저희가 2-1로 이겼죠. 시즌 첫 승이었어요. 이적 후 처음으로 기록한 결승골이었죠. 그 때 제가 울산 선수들을 세 명이나 제쳤는데.… 제 평생 가장 멋진 골로 기억될 거예요. 그런데 그날 (박)주영이가 수원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바람에 역사 속으로 묻혀버렸지만 말이에요(웃음). "


그렇게 말하며 이근호는 다시 한 번 시원하게 웃었다. " 의식하지 않고 저만의 스타일대로 열심히 할게요. 팬 여러분들, 예쁘게 봐주세요. 아셨죠? "


이렇듯 마지막까지 이근호는 웃음을 잃지 않으며 '태양의 아들'답게 밝은 모습만 전해주었다. 이근호의 마음에선 벌써 봄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