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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Footballers

협회도 예측못한 서동현의 올림픽대표팀 탈락

오랜만에 축구협회에 방문했습니다. 협회 자료실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탄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띄였던 것은 엘리베이터 안에 부착돼 있던 포스터였습니다.

7월27일 저녁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올림픽대표팀이 코트니부아르와 친선경기를 갖는다는 내용의 홍보 포스터였죠. 포스터 안에 새겨진 선수들의 얼굴을 확인하던 순간, 저도 모르게 “이런”이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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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의 예비명단에는 포함됐지만 결국 18명 최종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한 서동현이 코트니부아르와의 친선경기 홍보 포스터에는 있었습니다. 최종멤버에서 탈락된 선수가 홍보 포스터에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씁쓸했습니다. 물론 스스로는 더했겠지만요. 어쨌거나 축구협회에서는 그의 능력을 믿었던 것이겠지요. 그래서 당연히 최종멤버에도 합류할테고 코트니부아르전에도 뛸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겠지요.

사실 올 시즌 수원이 정규리그 1위를 달리는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는 서동현의 활약도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몇 년 간 차범근 감독은 늘 인터뷰 때마다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고 말하곤 했죠. 그런 가운데 시즌을 앞두고 안정환과 나드손을 떠나 보냈지만 ‘괴물 공격수’ 영입은 없었습니다. 외인 공격수 영입 또한 없었습니다. 때문에 시즌 초 수원의 독주체제를 예견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죠.

한데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서동현의 눈부신 ‘변신’이 있었지요. 현재 서동현은 20경기에 출장해 11골을 터뜨리며 팀 내 최다 득점자로 등극했습니다. 에두 역시 11골을 터뜨렸으나 21경기 출장이니, 숫자 상으로도 확실히 서동현이 우위에 있네요. 12경기 중 7경기에 교체로 출전해, 4골을 기록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행보입니다.

그 덕분에 팀에서는 어엿한 주전으로 발돋움 했고 올림픽대표팀에도 뽑혔습니다. 때문에 베이징행 비행기에 탈 것이라는 꿈도 조만간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협회에서는 그의 얼굴이 박힌 포스터까지 내놓았을 정도였으니 일련의 생각들은 당연했겠죠.

하지만 박성화 감독은 마지막 공격수로 신영록을 택했습니다. 박성화 감독으로서는 모험보단 실리를 택하기로 한 것이죠. 아무래도 서동현은 대표팀 경험이 없다보니 국제대회에서 검증받지 못한 선수입니다. 신영록은 17세 대표팀을 시작으로 19세, 20세 대표팀을 거치는 등 꾸준히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입니다. 청소년월드컵만 벌써 3번 참가했을 뿐 아니라 지난 해 캐나다에서 열린 U-20월드컵에서는 팀내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요. 게다 현 올림픽대표팀 대다수 선수들과 함께 2004년과 2005년 아시아선수권과 U-20월드컵에 참가했던 경험까지 있다 보니 여러모로 ‘금상첨화’인 선수일 수밖에 없었겠죠.

그러나 서동현의 탈락은 여전히, 참으로 아쉽기만 합니다. 더욱이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고 있는 상황에서 얻은 결과라 그렇습니다. 돌이켜보면 2년 전에도 그는 이번처럼 아깝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려야만 했었죠. 2년 전 7월 대만과의 2007아시안컵 예선 원정경기를 앞두고 서동현은 ‘1기 베어벡호’ 예비 엔트리 36명 안에 들었지만 결국 경기에 나설 20명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그로부터 2달 뒤에는 아시안게임대표팀에 탈락했답니다.

그런 가운데 때 마침 그의 심경을 들을 기회가 있었죠. 9월30일 광주상무와의 홈경기에서였습니다. 당시 서동현은 0-0 상황에서 교체 투입 2분 만에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이 ‘13경기 무패행진’을 이어나갈 수 있게 일조했답니다. 경기 후 인터뷰를 가졌는데, 저는 그에게 대표팀 탈락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의 대답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제 기량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크게 없습니다. 하지만 노력해서 베이징올림픽에는 꼭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림픽은 2년이나 남았음에도 그는 올림픽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간절했기에 그렇게나 일찍부터 올림픽에 가고 싶다고 말했던 것이겠지요.

그 2년 간 올림픽 하나만 바라보고 뛰었는데, 팀에서 가장 아름답게 절정으로 빛나던 순간, 결국 태극마크의 부름을 받지 못했네요.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또 2년 전 그날처럼 담담히, 또 힘차게 말하겠지요. 올림픽은 끝났지만 나의 축구는 끝난게 아니라고, 언젠가는 꼭 태극마크를 달겠노라고 말입니다.

그런 서동현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