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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World Football

이탈리아, 2006월드컵 이어 유로2008도 우승할까?

40년의 한
2006월드컵에서 우승컵을 손에 쥐며 무려 ‘4번째 별’을 가슴에 달았지만 유럽선수권에서만큼은 유독 우승과 거리가 먼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아주리 군단에게도 꼭 한번 앙리들로네컵과 함께 웃던 시절이 있었으니 바야흐로 1968년, 제3회 유럽선수권이다. 1966월드컵에서 북한에 충격의 패배(0-1)를 당한 이탈리아에게 자국에서 열린 유럽선수권은 절치부심의 기회였다.


하늘도 정성을 갸륵히 여겼는지 행운도 따랐다. 4강에서 이탈리아는 원년대회 우승팀 소련을 만났는데 연장까지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0-0) 결국 ‘동전던지기’로 결승 진출국을 정하게 됐다. 동전에 운명을 맡겼다는 사실이 언뜻 우습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승부차기 제도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하늘높이 솟구쳤다 떨어진 동전은 이탈리아 것이었다. 결승전에서도 이탈리아는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꺾고(1-0) 올라온 유고슬라비아와 무승부(1-1)를 기록했다. 그러나 우승팀마저 동전에 명운을 맡길 수는 없었기에 결국 이틀 후 재경기를 갖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실력’과 ‘운발’을 동시에 갖춘 덕에 대회 내내 ‘승승장구’했던 이탈리아의 승리(2-0)였다. 이탈리아에게 ‘최초’이자 지금까지도 ‘유일’한 유럽선수권 우승의 순간이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이탈리아에게는 ‘유럽선수권 잔혹사’가 펼쳐진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은 고사하고 2연속(1972․76) 본선 진출에 실패했으니 제대로 망신을 당했다. 1982월드컵 트로피를 전리품으로 안고 도전했던 1984년 대회 역시 루마니아에 밀리며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1992년에도 조별예선에서 소련과 노르웨이 뒤로 쳐지며 본선行 최종대열에서 낙오하고 말았다.

물론 우승에 가까이 다가간 시기도 있었다. 유로2000에서 이탈리아는 골리 톨도의 신들린 선방에 힘입어 홈 팀 네덜란드를 꺾고(3PK1) 결승에 진출, ‘아트사커’로 세계무대를 흔들던 프랑스와 자웅을 겨루게 됐다. 델베키오의 선제골로 이탈리아가 앞서 나갔지만 종료 직전 터진 윌토르의 동점골로 경기는 연장전에 돌입됐다. 그리고 연장전, 이탈리아는 지금도 회자되는 트레제게의 극적인 골든골로 고개를 떨궈야만 했다.

실리를 택하다
유로2008 조별예선에서 이탈리아는 프랑스, 우크라이나, 스코틀랜드 등 결코 만만히 여길 수 없는 호적수들과 한 조에 묶였다. 예상대로 쉽지 않았고 시작부터 어긋났다. 첫 상대 리투아니아와 비기면서(1-1) 조짐이 좋지 않았는데 2006월드컵 결승전 이후 치러진 프랑스와의 ‘리턴 매치’에서 1-3으로 패하자 당연한 듯 언론과 팬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뿔싸’ 전열을 가다듬은 이탈리아는 조1위(9승2무1패)로 프랑스(2위/8승2무2패)를 제치며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도나도니 감독은 이를 통해 안팎으로 제기되던 ‘경질설’을 말끔히 쓸어내는 토대를 마련했다.

물론 아쉬운 대목도 있다. 예선기간 동안 도나도니 감독은 2006월드컵 우승을 이룬 ‘골든 멤버’ 위주로 스쿼드를 꾸렸다. 짧은 시간 안에 성적으로 능력을 입증해야만 하는 대표팀 감독의 입장에서, ‘모험’보단 ‘실리’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그 압박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미드필드 및 수비라인 노쇠화를 대비한 준비가 미뤄졌다는 사실은 못내 아쉽다. 그나마 일련의 과정 속에서 한 가지 위안 삼을 수 있는 사실은 마테라찌 대신 칸나바로의 새 짝꿍이 된 바르자글리, 그리고 2006월드컵 백업 멤버에서 어엿한 주전으로 변신한 라이트백 오도의 ‘성장’이다. 2006월드컵에서 벤치 조력꾼 역할로만 그쳤던 이들은 유로2008 조별예선 기간 중 도나도니 감독의 신임을 얻으며 팀의 주전이자 본선진출행 1등 공신 중 하나로 거듭났다.

해결사를 찾아서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다. 운이 너무 나빴다.” 도나도니 감독의 솔직한 발언에서도 느껴지듯 C조는 이번 대회 ‘죽음의 조’이자 유럽선수권 역사상 가장 ‘험난한 조’로 간주된다. 물론 캡틴 칸나바로와 수문장 부폰은 “자만심만 버린다면 우승은 우리 것”이라 말하지만 이들의 호언이 실언으로 바뀔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가장 걱정은 역시 해결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답답함이다. 지금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자원이라고는 루카 토니 정도. 그나마 다행은 토니 컨디션이 괜찮다는 사실이다. 세리에A 득점왕 출신인 토니는 2007-08시즌 바이에른 뮌헨 이적 후 21골을 터뜨리며 분데스리가에서도 최고의 골잡이에 등극했다. UEFA컵과 EURO2008 예선에서도 각각 11골, 5골을 성공시키며 팀 내 최다 득점자에 올랐다. 여기서 다른 고민에 빠진다. 최상의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는 토니 이외에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아쉬움이다. 토니의 능력을 믿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만에 하나 루카 토니의 부상 혹은 부진으로 전력에 누수가 생길 시 과연 누가 이를 커버할 수 있냐는 것이다. 대회가 코앞임에도 도나도니 감독은 이를 메울 ‘대체제’를 마련하지 못한 듯하다. 후보군으로 델피에로, 콸리아렐라, 디 나탈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나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이탈리아 못지않은 수비력을 보이고 있는 이상 토니 하나만 믿고 가기에는 위험요소가 크다. 월드컵에 이어 유럽선수권 우승까지 노리는 아주리 군단으로서는 믿음직한 ‘제2의 사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승으로 가는 길은 바로 그러한 과정 위에서 닦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