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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함께해요 K-리그

K-리그 팬들의 고백 “축구좋아 이런 짓까지 해봤다!”

‘사랑에 빠지면 눈에 보이는 게 없더라’는 우스개 소리, 한번 쯤 들어보신 적 있을 것입니다. 사랑에 빠지면 무모할리만큼 오직 그 사랑의 대상만 생각하기에 나온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는 꼭 남녀간의 연애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K-리그 팬들도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을 향한 사랑이 너무 깊고 크기에 종종 무모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답니다. 이 모든 이유는 오롯이 ‘내 팀’을 향한 열정이 가득하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그럼 K-리그 팬들이 전해주는 이야기, 함께 들어보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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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대전 경기를 보기 위해서라면
2001FA컵 결승전에서 대전은 김은중의 결승골로 포항을 1-0으로 누르고 그해 FA컵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2003년 K리그 클럽을 대표해 AFC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다. 2002-03AFC챔피언스리그 동부지역 8강전은 3월10일부터 14일까지 태국에서 열렸다. 첫날 대전이 상하이선화를 꺾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바로‘가야겠다!’였다. 죽을 때까지 대전을 응원한다 하더라도 다시는 AFC챔피언스리그에 못나갈 수도 있지 않은가. 다음날 고향 경남에 내려가 하루 만에 여권을 만든 뒤 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당시 태국까지 날아가 대전을 응원했던 팬은 도합 3명. 그 때문에 외려 선수들이 팬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말을 건네는 이상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뿌듯한 마음 뿐이다. 대전의 AFC챔피언스리그를 현지에서 지켜 본 몇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난 진정 행운아다. (김민숙/대전 팬)

02. 가위에 눌릴 줄이야!
대구에서 원정경기가 열린 어느 토요일이었다. 혼자 4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도착, 서포터스와 함께 7시에 열린 야간경기를 봤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후 혼자 서울에 올라갈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아니 무엇보다 심심했다. 그래서 서포터스 원정버스에 합류, 사람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전주로 갔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1시. 그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 아침 7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10시. 오후 2시 출근인지라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했다. 2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서울-대구-전주-서울, 이렇게 삼각형을 그리며 전국일주를 하다 보니 몸이 버텨나질 못했던 것이었다. 결국 가위에 눌리고 말았다. 먼발치에서 서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처녀귀신 때문에 한참동안 고통스러워하다 간신히 회사에 출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위가 무섭다고 원정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올해는 일찌감치 제주도 원정을 다녀올 계획을 세워 놨다. (전진이/전북 팬)

03. 험난했던 나의 대구원정기
지난해 8월25일 대구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여자 넷이 뭉쳐 서울서 차를 몰고 대구월드컵경기장까지 갔다. 그런데 그날따라 4만명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고 그 때문에 차를 주차시키는데 1시간이나 걸렸다. 경기종료 후엔 주차장을 빠져 나가는 데만 1시간 30분이 소요됐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순간 발생했다. 차에 이상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겨우 휴게소로 이동, 차량서비스를 받았다. 출동한 직원은 이 상태로 서울행은 무리라며 다음날 정비소에서 차를 고치라고 충고했다. 일단 일행 중 급히 서울에 올라가야만 했던 2명은 휴게소에서 운전기사 아저씨와 가격 흥정 끝에 서울행 고속버스에 올라탈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휴게소 근처 상주로 이동,‘너는 내 운명’에 나옴직한 관광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날 밤 가지고 간 옷이 없어 우리는 수원 유니폼을 입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을까? 물론 아니다. 바로 기흥으로 이동, 오후 4시부터 시작된 회복훈련을 지켜본 뒤에야 집으로 향했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진심으로 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대구원정기였다. (신명주/수원 팬)

04. 우린 이렇게 연애 중
대학 재학시절 처음 만났다. 연애 초기부터 “너만큼 축구가 좋다”고 세뇌시켰다. 그 덕분에 축구로 인한 트러블은 없다. 데이트도 전북 스케줄에 맞춰 이뤄진다. 현재 여자친구는 창원에 살고 있다. 그 때문에 창원에서 전북 경기가 열릴 때면 언제나 내가 움직인다. 반면 홈경기가 열릴 때면 “영화를 보여주겠다”, “맛있는 저녁을 사주겠다” 등등의 이유를 대며 여자친구를 전주로 부른다. 그러나 그때마다 내가 데리고 가는 곳은 언제나 경기장이다. 착한 내 여자친구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껏 싫은 소리 한번 안했다. 그래서 늘 고맙다. 참고로 여자친구 자랑을 덧붙이자면 뽀뽀 까보레는 몰라도 제칼로 스테보는 잘 안다. 창원 토박이임에도 말이다. 가끔 보띠는 일본에서 잘하고 있냐며 안부를 궁금해하기도 한다. 역시 전북 팬 여자친구 3년이면 선수 이름쯤은 가뿐히 읊나 보다. (전진이/전북 팬)

05. <작전명령 12호> 그랑블루, 서산에 축구 붐을 조성하라!
2007FA컵 26강전에서 수원과 서산이 만났다. 평일 낮경기였지만 많은 수원 서포터들이 서산까지 내려갔다. 경기 시작 전 사회자의 선수소개에 맞춰 수원 서포터스가‘선수 콜’을 외치자 처음엔 당황했던 사회자도 나중엔 우리를 위해 선수들 이름을 천천히 끊어서 말해줬다. 덕분에 유쾌한 분위기에서 경기가 시작됐다. 전반 20분까지 서산 시민들은 서포팅하는 그랑블루 모습을 그저 신기하고 재밌다는 표정으로 구경했다. 그러나 나중에는“우리 팀을 응원해야지”라며 막대 풍선까지 구해와 서산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안정환 오빠, 멋있어요!”라고 외치던 여고생들도 그의 슈팅이 빗나가자 가슴을 쓸어내리며 좋아했다. 경기는 결국 수원의 승리(4-1)로 끝났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서산 주민들에게 연고의식을 알려줬다는 사실이다. 내 팀을 향한 애정은 바로 그런 과정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신명주/수원 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