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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Footballers

K-리그 최고의 테크니션 데얀을 아십니까?

2007시즌 초입에 박이천 당시 인천 감독 대행은 10번 선수를 가리키며 “저 친구가 6개월 후 모두를 놀라게 만들 것”이라 자신했다. 그가 바로 데얀이다. 데얀은 2006시즌 인천에서 활약했던 바조가 향수병 증세를 호소하며 마케도니아로 돌아간 후 그 대안으로 영입됐다. 등번호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김치우와 최효진이 이적해 측면 공백을 메우는 게 시급한 일인데, ‘왜 하필 스트라이커를 뽑았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잇달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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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인천의 내부 사정을 간과한 주장이라는 게 머잖아 밝혀졌다. 인천은 당시 공격수 보강이 절실했다. 2005K리그 준우승 멤버 방승환 라돈치치의 위력이 반감되는 징후가 나타나 주력 킬러를 새로 들이지 않고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천의 선택은 옳았다. 방승환 라돈치치를 누르고 인천의 핵심 득점원으로 자리매김한 데얀은 지난해 정규리그 26경기에 출장, 14골 1도움을 기록하며 까보레 데닐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데얀은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라돈치치가 막힐 때마다 잽싸게 빈 공간을 침투해 들어가 골을 쓸어 담으며 예상보다 빠른 시간 내에 팀의 ‘보배’로 인정받았다. 데얀은 컵대회를 포함해 전반기에만 12골 2도움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후 박 감독 대행은 부진에 빠진 라돈치치 대신 데얀-방승환, 김상록-데얀-방승환으로 공격진을 구성해 남은 경기를 치렀다.

데얀(187cm)은 보통의 장신 공격수와 달리 유연하다. 게다가 수비수 1~2명 정도는 너끈히 제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 특유의 부드러운 동작으로 상대편 PA공간을 유유히 휘젓고 다니다 기습적으로 날리는 슈팅도 일품이다. 복수의 수비수에게 집중 마킹을 당해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한다. 순간적인 방향전환에도 능하다. 예컨대 드리블 침투 도중 상대가 앞을 가로막으면 바로 기수를 돌려 새 길을 뚫는다. 볼은 어지간해선 뺏기지 않는다. 이와 관련, 데얀은 “풋살 덕분이다. 늦은 나이인 14살에 축구를 시작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풋살을 익혀 실력이 빨리 늘었다. 풋살을 통해 순간적인 판단과 움직임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데얀은 축구 외적인 장점도 지녔다. 바로 친화력이다. 자기 고집이 강한 라돈치치와 달리 데얀은 ‘노홍철’이라고 불릴 정도로 쾌활하다는 게 1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인천 선수들의 공통적 전언이다. 옛 동료들은 그래서 새 둥지로 이동한 데얀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방승환은 “데얀이라면 동유럽 선수가 1명도 없는 서울에서도 금세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데얀은 서울의 터키 전훈에서 4골을 터트려 적응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했을 뿐더러 올 시즌 활약에 청신호를 밝혔다.



데얀의 서울 입성은 내부 포지션 경쟁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게 명약관화하다. 정조국 김은중 박주영 심우연 이상협 등 기존 공격수들은 데얀의 등장으로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같은 상황은 결과적으로 팀 공격력 강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올 시즌 데얀은 귀네슈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축구 완성에 필요한 마지막 눈동자를 그려줄 수 있을까.